산책 중 오가며 주운 둥근 돌을 모아 땅콩 버터통에 모았다. 돌 하나하나 보면 정말 신기할 정도로 모난 곳이 없어지고 동글동글하다. 누가 그렇게 동그랗게 만들려고 해도 쉽지 않을 터인데 어디에서 생긴 돌인지 강가에서 구르고 굴러 수천수만 년 동안 물에서 흔들리며 모난 곳이 다른 돌과 부딪혀지며 차츰차츰 다듬어졌을 터인즉 인고(忍苦)의 시간이라면 감히 당할 자가 몽돌 친구 외에는 아무것도 없으리라. 특히 수명이 한정된 생물과는 비교조차 할 수가 없다. 그렇게 몽돌을 보면서 나는 한낱 나 자신을 생각해 본다. 무생물로서 아무런 대우도 받지 못하고 그냥 내 버려진 대로 자연에 맡겨 비바람에 눈비까지 피하지 못하고 물에서도 이리저리 물결 따라 떠밀려가며 거칠었던 몸이 조금씩 조금씩 부스러져 조각이 하나둘 떨어져 나가도 그냥 그대로 굴러다니다가 어느날 나의 손에 들려 같은 몽돌이 끼리끼리 모이고 내 입방아에까지 쪼이고 또 쪼이게 되었으니 더 이상 무엇을 바라리오. 세상에 무생물을 생물처럼 생각해 가며 사람의 인생과 비교의 대상이 되었음을 영광으로 생각하옵나이다.
찬바람이 가시고 이제 훈풍이 불기 시작하니 가지에 매달린 꽃눈이 눈치를 채고 이제 막 봉오리를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다. 무생물은 새끼를 칠 수 없지만 생물은 대를 이을 준비를 하는 것이다.
한반도에 더 이상 화산 폭발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그냥 지금처럼 시간이 한없이 정말 한없이 흘러간다면 산(山)은 점점 낮아지고 언덕이 되었다가 더 지나면 그냥 평지가 오는 날이 있으련만 그때는 산이 있었다는 자료인 사진만 남을 터이니 믿지 못할 사람들이 그곳에 산이 있었음을 얼마나 부러워할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 지금 볼 수 있는 산을 실컷 봐둡시다. 그때가 되면 우리는 원시인은 아니지만 옛 문명인이라 불러줄 수는 있겠다. 옛 문명인 옛 문명인 어쩌고저쩌고 ……. .
그래 지금이 좋다 좋아, 화창한 봄날을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맞이합시다!
첫댓글 하찮게 봐넘길 몽글몽글 몽돌도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귀엽기까지 하네요. 까만 눈동자를 깜박거리는 반려돌(?), 국토종주시 잠시 들렸던 완도 정도리 몽돌해수욕장은 수많은 몽돌들이 파도에 씻길때 마다 시끄럽게 소릴 내더군요. 마치 서로 재잘거리며 대화를 나누듯이. 깜찍하고 귀엽습니다.
몽돌해수욕장 나도 간적 있습니다. 몽돌 가져가지 못하게 하죠! 그렇게 많은 몽돌 모두 국보급 아닙니까?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시는 분도 계시고 돌 보기를 귀하게 보는 사람, 수석 모으시는 사람도 계시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