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브랜드들이 역대 최고의 결과물을 내놓았다. 외부의 적을 겨냥했지만 불가피하게 내부 대결을 피할 수 없다. 누가 더 빠른가? 더 넓은가? 더 좋은가?
뜨거운 감자인 기아 스팅어가 막 호주에 등장해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그런데, 2018년 초 출시될 제네시스 G70이 스팅어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걸 아나?
둘 다 전 세계에 통할 능력을 보유했다. 특히, 뒷바퀴굴림 각광받는 호주 시장에선 더욱 더…
이 두 모델은 스타일 좋고, 적당한 크기와 옵션, 더불어 착한 가격으로 어필한다. 소위 말하는 강력한 파워트레인 또한 높이 살만하다. 한국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바꿀 기대작들이다.
스팅어와 G70은 런치 컨트롤 기능을 갖춘 엔진과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다. 3.3L V6 트윈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kgm를 낸다. 그리고 이 강력한 힘을 차동 제한 장치(LSD)를 통해 뒷바퀴로 몽땅 몰아넣는다.
우리 기자들은 트랙과 거리에서 각각 스팅어와 G70을 운전해보았다. 캔(Ken)이 한국에서 G70 시승회에 참석했고, 샘(Sam)은 호주에서 스팅어를 탔다. 이제 결론을 내릴 차례다.
<가속력 : G70 승>
같은 플랫폼과 엔진, 출력 그리고 다른 중량. 이런 수치로 볼 때, 제네시스 G70가 승자다. 스팅어는 1,785kg(3.3T FR)인 반면, G70은 1,705kg(3.3T FR)로 스팅어에 비해 더 가볍고 더 빠르다. 참고로 스팅어는 4.9초 만에 100km/h에 도달한다.
Ken, G70
3.3L V6 터보는 그 체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하고 큰 엔진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V8은 아니지 않은가! 호주의 몇몇은 V8 자연흡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Sam, 스팅어 GT
실제로 0->100km/h가 4.9초 나올 거란 생각을 못했는데, 트랙에서 측정 결과 거의 일치했다. 기대했던 것보다 가속이 매끄럽게 이어졌다. 가장 만족스러운 가속 구간은 4,000~ 5,000rpm이었다. 이 구간에서의 속력은 정말 무시무시함과 동시 짜릿함이 느껴졌다. 정말 잘 달린다. 그러나 분명 자연흡기 V8 엔진의 감흥은 아니다. 8단 변속기는 동작이 아쉽다. 굼뜨게 반응했으며 기어 변속 역시 빠르지 않았다.
<디자인 : 무승부 (다소 주관적이라서)>
Ken, G70
스팅어를 전에 먼저 보았었는데, 정말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지금 내 눈앞에 보인 G70은 훨씬 내 스타일이다. 몇몇 기자들이 스팅어가 좀 더 튀며, 앞서 나간 디자인이라고 말할지라도 눈에 익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난 G70이 더 맘에 든다.
Sam, 스팅어
스팅어 트랙 섹션이 끝나고 한꺼번에 여러 대를 호텔 주차장에 세웠다. 승강기를 타고 올라가는데 어떤 숙녀 한 분이 나에게 물었다. “혹시 방금 기아 스포츠카 운전하시던 분이에요?” 질문을 듣자마자 스팅어를 얘기하는구나 생각했다. 그녀는 분명 스포츠카라는 단어를 썼고, 그것은 스포츠카다운 스팅어의 외관과 관계가 있다. 그렇다. 스팅어는 스타일리시하고 스포티한 후륜구동 세단이다. 하지만, G70을 볼 때 스포츠카가 떠오르진 않는다. 스팅어의 외관이 더 그럴듯하다.
<운동 성능 : 스팅어 GT 승>
스팅어가 좀 더 역동적이고 운전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반면, G70은 한국 시승차라 그런지 안정감과 유저 친화적 느낌을 주었다.
Ken, G70
스티어링은 반응성이 좋고 가볍게 느껴졌다. 단적으로 말하면, 독일 브랜드의 같은 등급의 차들과 대동소이했다. 노면이 많이 젖거나 심한 마찰이 없는 한 오버스티어링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BMW 3시리즈나 렉서스 IS F 스포츠처럼 혁신적으로 느껴지거나 안정적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트랙에서 코너를 돌 때 뒷바퀴가 슬쩍 바깥으로 밀렸지만, 본격적으로 드리프트를 노린 컨셉트는 아니다. 드리프트를 할 수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알버트 비어만(현대 N 성능 담당 팀장)은 내수용(한국 G70)의 서스펜션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다. 한국 사람들은 좀 더 부드러운 서스펜션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느끼기에 보디 컨트롤이 부족하고 호주에선 다시 손 봐주길 기대해본다.
Sam, 스팅어 GT
스티어링 휠을 한쪽 끝에서 반대쪽 끝까지 회전하는 정도인 록투록(lock-to-lock)이 2.4인 스팅어는 턴할 때 굉장히 민첩했다. 턴이 재미있었으며 다소 과장되게 표현하면 아름다웠다. 원한다면 파워풀한 오버스티어링도 연출할 수 있다. 실제 트랙에서 주행해본다면 바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트랙에선 접지력과 안정성을 테스트해보았는데 기어 변속할 때조차도 꽤 훌륭했다. 내가 하고자 하는 대로 움직였다. 스팅어의 V6 트윈 터보 기본형은 고정 댐퍼를 사용한다. 가변 댐퍼가 크게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될 정도로 완성도가 좋다.
<가격과 실용성 : 기아 스팅어 GT 승>
스팅어의 길이는 4,830mm, G70은 4,685mm이다. 스팅어가 더 넓고 높으며 긴 휠베이스를 지녔다. 덕분에 넒은 실내 공간을 제공한다. 마감 처리 또한 더 훌륭하다. 따라서 실용성 부분에선 단연 스팅어가 위너다.
Ken, G70
가격은 5만 호주달러(약 4,500만 원)에서 5만 5,000호주달러(약 4,900만 원) 사이로 다소 높게 시작한다. 따라서 스팅어의 가격이 더 합리적이다. 내부 또한 G70은 다소 타이트해 보인다. 특히 뒷좌석은 3시리즈랑 비교해 너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구매자 입장에서 스팅어가 호주에서 7년이란 긴 보증기간을 갖는다는 것도 중요하다. 시작가 이외에 유지 비용을 고려하면 스팅어에 더 높은 점수를 줘야 한단 뜻이다. 반면 제네시스는 그보다 짧은 5년 보증을 제공하지만, 5년 내내 무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환산하면 약 2,000 호주달러(약 2백만 원)의 가치)
G70의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는 훌륭하다. 읽고 사용하기 편했다. 드라이빙 포지션은 맘에 들었지만, 쿠션이 평평해 다소 어색하다.
Sam, 스팅어 GT
4만 8,990호주달러(약 4,400만 원)의 V6 트윈 터보 모델은 브렘보 브레이크와 함께 훌륭한 성능을 발휘한다. 하지만 안정성을 높이는 기능들을 좀 더 개발, 추가했으면 좋겠다.
엔트리 모델의 장치 수준은 꽤 높아 보인다. 많은 버튼으로 구성된 센터페시아는 기능에 맞춰 편리하게 잘 정리되어 있다. 유럽차처럼 변속기 근처에 버튼을 안 만들려는 노력이 보인다.
대시보드에 있는 둥근 송풍구는 메르세데스-벤츠 디자인보다 훌륭해 보일 뿐만 아니라 조작하기 쉽다. 2열의 레그룸도 괜찮았고 숄더룸은 두 성인 남성에겐 충분했다. 다만 2열의 발 공간이 아쉬웠다. 뒷좌석의 편의 장비로는 12볼트 소켓, USB 포트, 암 레스트, 컵홀더가 있다.
<배기음 : 스팅어 승>
호주에 수입되는 스팅어 GT는 가변 배기 시스템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 현대에게 물어보니 G70은 아니라고 한다.
Ken, G70
다소 부드러운 느낌이다. 가상 사운드가 소리를 과장하지 않는 스포츠 모드로 바꾸지 않는다면 V6 엔진임에도 그저 그런 사운드가 난다. 더 불만은 가상 사운드가 작동해도 BMW 340i의 견줄만한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이다.
Sam, 스팅어 GT
훌륭한 사운드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최종 평가: 기아 스팅어 GT 승>
스팅어에 비해 G70은 로컬 튜닝이 많이 필요하다. 하지만 두 차 모두 꽤 인상적이며 한국차에 대한 인식을 확 바꿔놓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