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한 조각
연세한강병원에서의 최약사의 점심은 오후 3시가 넘어서이다. 매일 아침 산행후에 9시 전후에야 집으로 들어선다 샤워하고 아침식사를 10시즈음에야 하고 있다.. 마포역 1번 출구에 있는 약제실에는 오전 11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들어선다. 병원 구내식당 식사에는 식욕을 자극하기에는 이른 시각이다. 12시부터 14시까지가 점심시간이니까 말이다. 냉장고에 준비해 놓은 감자 흰떡 인절미 팥떡 복숭아 옥수수등이 있다. 그 때 그 때마다 메뉴는 다르지만 15시가 지나야 출출한 위장을 달래준다. 수시로 옆 병동 간호사들이 굶고 있는 노약사(老藥師)에 대한 측은지심인지 간식을 챙겨주곤 한다. 딸 같은 간호사선생들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오늘은 전자레인지에 감자 서너개를 구워먹을 생각이다.
" 약사님 ! 이거 좀 드세요 " 간호사 두명이 약제실로 들어선다. 커다란 피자 두쪽과 콜라 한 컵 인삼드링크 비타민 음료수를 책상 위에 놓고 나가는 게 아닌가. 먹음직스런 피자 한 조각을 음료수와 들이키고 나니 한 조각은 남길 수 밖에 없다. 노약사의 체질은 아직 서양화가 아닌 한민족의 유전자를 어쩔 수는 없는 모양이다. 손주녀석들이 깔깔대며 웃고 떠들며 피자 한입 가득 물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손주 녀석들이 있으면 할아버지는 맛나게 먹고 있는 녀석들이 대견스러울 뿐이 아니겠는가. 한 조각을 주섬주섬 챙겨서 냉장고에 집어 넣는다. 퇴근하면 오늘은 손주들 대신에 할머니의 입맛을 당겨보리라. " 다 드시지 그걸 왜 또 가져 오셨나요 . 내 원 참 " 핀잔 아닌 핀잔을 하면서도 입가에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은 아닌지.
2018년 8월 17일 무 무 최 정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