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팔꿈치에 붙은 기적의 아이
오늘 미러클린이 마드라스크리스천칼리지에 합격했다는 기뿐 소식을 들었다. 10년 전에 어린 꼬마로 만났는데 그 꼬마가 벌써 자라서 대학생이 되었다는 것이다. 미러클린은 여느 아이들과 다르기 때문에 나에게 그의 합격 소식은 큰 감동이었다.
10년 전 어느 날, 첸나이에서 한 시간 조금 넘게 걸리는 아뿌르라는 시골에 갔다.
어렵게 찾아간 시골마을은 신기촌 이었고 집들 대부분이 코코넛 잎 새나 구멍 뚫린 콘크리트 벽돌로 얼기설기 지어져 비가 오면 새고 바람이 불면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을 끝에 콘크리트 벽돌로 지어진 허름한 창고 2층에 촘촘하게 엮은 코코넛 잎 새로 지어진 교회가 있었다.
교회는 시옷자 형태로 지어져서 양쪽 가에서는 일어서면 머리가 코코넛 잎 새로 지어진 천정에 바로 부딪혔다. 군데군데 천정을 바치는 어른 팔뚝 정도 굵기의 기둥이 있어서 좁은 교회가 더욱 좁게 보였다. 건물 정면 가운데 십자가가 있었고 십자가 앞에서 서너 걸음 앞쪽에 설교대가 놓여 있었다. 설교대를 중심으로 해서 사리를 입은 예닐곱 명의 여인들과 두어 명의 청년들이 옹기종기 앉아 찬송을 부르고 있었다.
미로처럼 닫힌 길, 거리의 시궁창, 쓰레기더미, 악취, 무너질 것 같은 집들로 현기증이 난 상태여서 교회에서 대충 인사를 마치고 나오려고 하였다.
그러나 목회자의 소개로 교우들이 인사를 하는데 그들이 자신들의 직업과 신앙의 동기를 말하기에 귀를 쫑긋 세워 들었다. 모두들 도회에서 떨거지로 살다가 시골로 쫓겨 난 사람들이었다. 여성들은 날품팔이였고 청년 한 명은 수금원이었고 한 명은 배달부였다. 그런 그들은 자신들의 노력으로 허름한 집을 세내어 2층에 교회를 올렸다며 이구동성으로 자랑하였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코끝이 시큰거리기 시작하였고 두통이 서서히 가셨다. 어른들의 인사가 끝났을 때 엄마 치맛자락 뒤에 숨어있었던 한 키가 작은 아이가 나왔다.
그 아이가 서서 인사를 하는데 팔이 이상하였다. 손이 손목에 붙어있지 않고 팔꿈치 자리에 붙어 있었다. 한 쪽 팔이 기형이었던 것이다. 순간 얼마나 많은 놀림과 멸시를 받을까? 얼마나 많은 상처와 고통을 받을까?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많은 좌절과 시련을 겪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가여운 눈빛으로 아이를 주시하였다. 그런데 의외로 아이가 명랑하였다.
이름이 ‘미러클린’이며 앞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영어 교사’가 되어 자기 같은 아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것이 꿈이라고 하였다.
미러클린은 그 교회 목사의 딸이었고 아버지는 딸이 기형인 것 때문에 좌절하지 않도록 아기였을 때부터 사랑과 격려, 기도와 신앙으로 교육시켰다고 하였다.
미러클린은 그 목사님의 맏딸로 태어났다. 그러나 맏딸이 기형인 것을 확인한 아버지는 친척들과 마을 사람들 앞에서 창피하여 고개를 들 수 없다며 집을 나가 버렸다. 산모인 어머니도 딸이 기형이라는 사실에 기절을 하였으나 그렇다고 어린 핏덩이가 죽기를 바라며 차가운 눈총으로 아기를 쏘아보는 사람들의 뜻대로 굶어죽이고 싶지는 않았다. 아버지는 기형인 딸을 자식으로 인정할 수가 없어 계속 방황하며 자기 전생의 죄가 무엇인가를 힌두사원에 가서 신에게 따져 물었다. 그러나 어느 신도 그에게 대답해주지 않았고 사람들에게 ‘너의 죄 값’이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그가 전생의 죄라는 고뇌와 고통에 눌려서 지옥의 끝에서 헤매고 있을 때 크리스천 친구가 그에게 한 마디 하였다.
“아기는 저주가 아니고 축복이야. 하나님께서 네가 사랑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한 쪽 팔이 작은 천사를 너에게 보냈어. 지금은 다른 아이들보다 더 많은 사랑이 필요하지만 나중에는 그 딸이 많은 기적이 일으킬 거야.”
그는 친구의 말에 큰 위로를 받았다. 그는 친구를 따라 교회에 나갔으며 성령의 감동으로 말미암아 자신의 어리석음과 무지와 죄악을 깨닫고 통곡을 하였다. 그 후 그는 집으로 돌아갔고 아기를 위해 감사 기도를 드리고 이름을 ‘기적의 딸’이라는 뜻을 가진 ‘미러클린’이라고 지었다. 그는 아기를 하나님께 바치고 사랑과 기도, 축복과 격려로 양육하였다. 아이가 울고 들어오면 같이 울며 기도하고 놀리는 친구들을 사랑할 수 있도록 지도하였다. 아이가 자신의 기형에 대하여 분노하며 ‘왜 낳았느냐’ 고 원망하면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에 듣고 그냥 울었다.
그러나 미러클린은 세상이 주는 상처보다 더 큰 부모님의 사랑을 받았고 세상이 주는 멸시와 천대보다 더 큰 부모님의 따스한 격려와 보살핌 속에서 해맑게 자랐고 수줍으면서도 당당하였다.
그는 미러클린을 양육하며 하나님의 사랑을 깊이 깨닫게 되어 불타는 사랑으로 신학 공부를 하였다. 그리고 목회자로 인생을 새 출발하였다.
그가 나에게 ‘미러클린’이 자기를 힌두교에서 기독교로 개종시킨 천사라고 하였다. 또한 세일즈맨인 자신을 목회자로 만든 하나님의 지팡이라고 하였다.
미러클린의 인사와 목사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가 세상에서 하나님의 미러클린이 되기를 기도하며 흥분된 마음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여 그가 시골공립학교가 아닌 영어사립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장학금을 주기로 하였다.
영어학교로 진학하여 공부할 수 있도록 장학금을 주면서 한편으로 사춘기에 그가 겪을 성장통을 생각하며 잘 견디며 잘 통과하기를 무시로 기도하였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미러클린의 사진에서 맑고 밝은 표정이 사라졌다. 우수가 어리고 어둠이 내려서 참으로 안쓰러워 보였다. 그가 겪을 고독과 고뇌를 알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장학금을 보내며 사진 좀 찍어 보내라고 하여 사진을 보고 그의 상태를 대충 가늠할 뿐이었다. 그리고 대학에 진학하였다는 연락이 오지 않아 그의 꿈이 고난에 직면하여 도중하차 한 것으로 짐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카톡으로 대학교에 합격하였다는 소식에 감사드리며 기적을 살아낸 딸이 너무 고마워서 글을 쓰게 되었다. 하나님께서 10년 세월 동안 미러클린과 함께 하시며 수많은 기적을 그 안에서 일으켰음이 분명하다.
불구와 가난, 고독과 고뇌를 딛고 일어난 미러클린이 우리 모두에게 하나님의 사랑의 메시지가 될 것이다. 사랑이 없는 시대 속에서 사랑으로 기적을 일으키는 딸이 되길 빌며 대학교 공부를 위해 장학금을 마련할 준비를 한다.
미러클린! 잘 살아주어서 고맙다.
하나님! 미러클린은 통해서 하실 일을 기대합니다.
못나고 부족한 것을 들어 쓰시는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립니다.
2021.8.13.
우담초라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