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는 현명한 사람과 비슷한데 어째서 그러한가?
대나무 뿌리는 단단함으로써 덕을 세우고 있다.
군자는 그 뿌리를 보면 곧 뽑히지 않는 훌륭한 덕을 세울 것을 생각하게 된다.
대나무의 성질은 곧아서 곧음으로써 자신의 몸을 서게 하고 있다.
군자는 그 성질을 보면 곧 어느 편에도 의지하지 않는 마음을 세우려고 생각하게 된다.
대나무 속은 비어서, 비어있음으로써 도를 체득하고 있다.
군자는 그 속 빈 것을 보면 곧 자기 마음을 비우고 남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응용할 것을 생각하게 된다.
대나무 마디는 곧아서, 곧음으로써 뜻을 세우고 있다.
군자는 그 마디를 보면 곧 자기 이름과 행실을 갈고 닦아서 순경(順境)에서나 험경에서나 한결같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이러하기 때문에 군자들이 이것을 많이 심어 정원수로 삼고 있는 것이다.
아! 대나무는 식물이다. 사람과 무슨 상관 있으리요?
대나무가 현명한 사람과 비슷하다고 해서 사람들은 그것을 아끼면서 심고 북돋아주고 있으니,
하물며 진정 현명한 사람에 대해서는 어떠하겠는가?
그러니 대나무를 보통 풀과 비긴다면 마치 현명한 사람과 보통사람들을 견주는 거나 같은 것이다.
아! 대나무는 스스로 기이함을 나타낼 수가 없는데도 사람들이 그것을 기이하게 대해주고 있다.
현명한 사람도 스스로 기이함을 나타낼 수는 없는 것이고,
오직 현명한 사람을 등용해야 할 사람이 그를 기이하게 대해 주어야 한다.
-《화전(話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