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들이 온다, 국회로
기자명 서민 단국대 교수·기생충학 박사/ 자유일보
"상대가 칼을 들고 덤비는데 맨주먹으로 막을 수 없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결국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선택했다. 거대정당도 투표율에 따라 정당한 몫의 비례의석을 가져갈 수 있는 병립형과 달리 소수정당을 우대하는 연동형 체제 하에선 거대정당은 의석을 거의 가져가지 못한다.
이 제도가 처음 시행된 2020년,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모두 비례위성정당을 만든 것은 이 때문이었다. 거대 양당이 의원들 몇 명을 탈당시켜 위성정당을 만든 뒤 ‘우리는 소수당이어요. 비례의석 주세요’를 호소한 덕분에 비례의석 중 상당수를 가져갈 수 있었잖은가.
이런 편법은 이번 총선에서도 되풀이될 전망이다. 일관되게 병립형을 주장한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지난 대선 때 위성정당을 안 만들겠다고 했던 이재명도 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했으니 말이다. 궁금해진다. 평소 안 하던 사과까지 하면서 위성정당이란 편법을 쓸 거라면, 그냥 병립형을 선택하면 될 것 아닌가?
병립형은 이재명에게도 유리한 제도다. 계양을 판세가 불리해지면 비례로 도망쳐 의원 배지를 달 수 있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명이 최종적으로 연동형을 택한 것은 그간 자신을 지지한 세력들에게 당근을 줘야 하기 때문이었다.
1, 2심 모두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도 이게 다 검찰독재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파렴치범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가 구속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의원 배지를 달아서 대법원 판결을 지연시키는 것. 그래서 그는 ‘파렴치당’이란 정당을 만들어 이번 총선에 출마한다. 이런 자에게 표를 줄 사람이 과연 있을까?
그가 머리를 손으로 쓸어올리는 모습에 반해 표를 던질 얼빠진 이들이 있겠지만, 그 숫자는 그리 많지 않을 터. 아마도 국회 대신 감방에 들어가는 해피엔딩이 연출될 확률이 높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그를 공천하는 것도 쉽지 않다. 아무리 전과자들을 우대하는 민주당이라 한들, 저 멀리 미국에까지 소문이 난 파렴치범을 공천했다간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만든 위성정당이 그를 비례대표로 공천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위성정당이 실제로는 민주당의 다른 이름이고, 지난 총선 때의 더불어시민당이 그랬던 것처럼 총선 후에 합당을 하는 것도 기정사실이지만, 파렴치범 공천의 후폭풍은 훨씬 덜해진다.
게다가 이재명이 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성은이 망극하옵니다’를 외치는 개딸들은 파렴치범이 있건 없건 해당 정당에 투표를 할 테니, 그 파렴치범은 어렵지 않게 의원 배지를 달 수 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연동형에 대해 "조국 같은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도록 하는 게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만든 현 선거 제도"라고 비판한 것은 그런 취지였다.
이게 조국만의 일일까? 그간 이재명을 물고 빨던 좌파들이 ‘우리 그동안 고생했으니 의원 배지를 달라’고 요구하는 중이니 말이다.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고 앞으로도 비슷한 일을 해주길 바라는 이재명으로서는 이 요구를 거절할 수 없기에, 그들 중 최소 열 명 정도가 이번 총선에서 국회에 들어간다.
문제는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북한의 입장에 동조하는 이들이 여기 포함된다는 것, 실제로 위성정당을 위한 연석회의에 참석한 이들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광우병 선동, 사드 배치 반대, 국보법 폐지, 천안함 자폭 발언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이들이 그 자리에 있었다.
여기에 한미동맹을 반대하고 한국군을 20만 명으로 줄이자는 걸 공약으로 내건 진보당도 이번 선거연합에 참여한단다. 국회의원은 고사하고 당장 감옥에 가도 이상할 게 없는 이들이 민주당 위성정당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다니, 대한민국의 앞날이 걱정될 수밖에 없다.
지난 총선 때 위성정당을 통해 의원 배지를 단 윤미향을 보라. 한미연합훈련을 반대하고 조총련 행사에 참여하는 등 자신의 정체성을 마음껏 뽐내지 않았던가? 더 큰 문제는 의원 1인당 9명의 보좌관을 뽑을 수 있다는 것.
지난 국회에서도 설훈 민주당 의원의 보좌관이 700여 건의 군사기밀을 수집하고 그 중 일부를 유출한 게 드러난 바 있고, 윤미향의 보좌관도 이전에 간첩행위를 한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조국이 국회에 들어온다면 법치가 유린되는 것에 그치지만, 저 간첩들이 국회에 들어온다면 나라가 망할 수 있다. 이재명의 선택이 욕먹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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