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 준비한 여행이었습니다. 부족한 해설이었으나 모자란 부분은 답사지에서 스스로 많이 체득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다시 알게 된다고 하는데, 이번 여행 역시 이러한 진리를 깨닫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압축후기는 기사로 송고를 위해 쓴 글과 캡션으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복습의 기회가 되어 가야가 여러분 가슴에 더 오래 머물길 기대합니다
가야의 유적과 유물을 마주하는 순간 고요한 수면에 돌멩이가 던져진 듯 울림이 동심원을 그리며 가슴 속으로 넓게 퍼진다. 그 울림은 내 뿌리를 제대로 알지 못했던 부끄러움이기도 하고, 잃어버린 조상의 묘를 겨우 찾은 감격과 서러움이기도 하다. 기원 전후부터 6세기 중반까지 5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가야는 여러 부족국가가 연대를 이루던 연맹체다. 철기를 중심으로 삼한시대부터 동아시아 교류에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중앙집권국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최근까지 국가에 포함시키지 않았기에 그 시대를 신라, 백제, 고구려의 삼국시대라고 배웠다. 세계사에서는 도시국가 연맹체를 여러 국가형태의 하나로 인정한다. 가야도 국가 반열에 당당히 올려 사국시대라고 불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는 요즘이다. 가야 유적은 낙동강과 섬진강을 중심으로 경남, 경북, 전북 일부 지역까지 넓게 분포한다. 그중에서 중요도와 이동 편의성을 고려한 답사 핵심지역 5곳을 소개한다. 제목인 ‘가야, 그 끝나지 않은 신화’는 합천박물관 조원영 관장의 저서 제목으로 답사기획의 중요한 자료가 되었음을 밝힌다. 아래 일정을 모두 소화한다면 2박3일 정도가 좋다. 각 나라 이름으로 쓰인 괄호 안의 명칭은 역사가들이 후대에 만들어 붙인 것으로 기사에서는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진 가야시대 당시의 국가 명칭을 대표이름으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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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한 가야연표> 기원전 1~3세기 고조선 유민들의 남하, 삼한시대의 시작 기원후 46년 - 김해 구야국 설립 - 구지봉 설화 3세기 말 - 북방 민족(부여계) 유민들의 남하로 고급 철기문화 유입(실질적인 가야문화 시작) 서기 400년 - 광개토대왕의 남정으로 전기가야 멸망 서기 554년 - 옥천 관산성전투에서 백제, 가야, 왜 vs 신라가 싸야 백제연합국 전멸(후기가야 쇠퇴) 서기 562년 - 신라 이사부장군이 이끄는 신라군대에게 후기가야 고령 가라국 멸망
김해 가락국(금관가야) – 가야를 시작하다! 가야를 향한 시간여행은 전기 가야를 이끈 김해 가락국에서 시작한다. 가락국은 구지봉에 내려온 황금색 알 6개에서 처음 나온 아이가 김수로왕이 되어 아홉 부족을 통일하고 나라를 세웠다는 창건설화를 갖는다. 황금알 난생설화를 두고 학자들은 매우 강력한 외부 집단이 유입된 것으로 풀이한다. 기원전 2~3세기 전후로 고조선을 비롯한 우수한 철기문화를 보유한 북방 유이민들이 정치적 상황에 떠밀려 동해안을 따라 남하했고 그중 일부가 낙동강 하류에서 가락국의 시초인 구야국을 세운 것으로 추측된다. 또 이 지역은 중국과 한반도, 왜를 잇는 동아시아 해상교역 루트의 허브이기도 하다. 이런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여 철기를 중심으로 한 교역으로 가락국은 크게 융성했다. 가락국은 4세기 후반까지 신라를 뛰어넘는 철기문화를 바탕으로 전기가야를 이끄는 맹주국의 지위를 확고하게 이어간다. 하지만 왜와 더불어 399년 신라를 도모하다 신라의 구원요청을 받은 고구려 광개토왕의 5만 군사에게 재기불능의 엄청난 타격을 받는다. 서기 400년 광개토왕의 남정은 경상도 일대의 정치판도를 일거에 뒤집는 엄청난 대사건이었다. 이로 인해 김해 가락국의 세력들은 고령 가라국(대가야)과 합천 다라국, 혹은 왜로 흩어져 해당지역의 문화적 발전을 이끈다. ▶김해 가야문화 답사여행 추천 일정 1. 유적 답사걷기(도보 3시간30분 내외) : 봉황대공원~김수로왕릉~대성동고분박물관~대성동고분~국립김해박물관~구지봉~수로왕비릉 2. 분산성 답사걷기 (도보 1시간30분 내외) : 가야테마파크 주차장~해은사~분산성~해은사~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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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봉황동유적지, 패총에서 기원 직후 15년 정도 통용된 중국화폐 화천이 발견되었다
봉황동유적지 고상가옥 재현
김해 가락국 시조 김수로왕릉
김해 가락국 지배세력의 무덤인 대성동고분군
김해 가락국은 신라의 요청을 받은 고구려 광개토왕의 남정(서기 400년)으로 급격히 쇠락한다
김해 가락국은 뛰어난 제철기술과 세공기술로 동아시아 교역벨트의 중심역할을 한다.
지금 보아도 손색이 없는 장신구들
수로왕비릉. 조선 중기 때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고 한다.
김해 가락국의 최후 보루, 분산성은 지금도 김해지역 최고의 조망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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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와 관계없으나 여행 개념으로 추가한 영남루 일대
영남루 아래 아량유지비
단군할아버지를 비롯해 각 나라 태조 신위를 모시는 천진궁.
영남루에 이런 솔숲길이 있는 줄 모르는 분도 많다.
밀양읍성
영남루 옆 무봉사
함안 안라국(아라가야) - 불꽃무늬토기의 왕국 안라국은 3세기에 쓰인 중국역사서 삼국지 위서 동이전에 김해 구야국과 더불어 중국과 교역을 했던 매우 유력한 가야의 세력이었다. 북쪽으로 남강과 낙동강을 끼고 산악지형을 배후로 둘러 방어와 교역에 매우 유리하고 경작에도 좋은 여건을 갖췄다. 광개토대왕비문에서는 서기 400년 남정을 설명하며 안라인수병(安羅人戍兵)이라는 글자가 3번 등장한다. 지워진 부분이 많아 정확한 판독은 어렵지만 안라국이 가야국의 일원으로 전쟁에 참여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당시의 전장이 주로 김해 지역이다보니 안라국 피해는 소규모에 그쳤을 것이다. 그 후로도 함안 안라국의 상징인 불꽃무늬토기는 독자적인 양식으로 진주, 창원, 의령, 마산까지 확산되었고 일본 유적에서도 발견된다. 함안의 가야유적이 크게 주목받는 사건은 1992년 현충일 아침에 일어났다. 함안군 도항리 아파트 신축공사장 흙더미 속에 묻혀 있던 철조각들이 신문배달 하던 고등학생 눈에 띄는데 그것이 우리나라 유일의 온전한 가야시대 철재 말갑옷 유물이 되며 함안 안라국의 위상을 크게 높였다. ▶함안 가야문화 답사여행 추천 일정 1. 유적 답사걷기(도보 1시간 30분 내외) : 함안박물관 주차장~함안박물관~함안말이산고분군 답사(1호분~4호분~2호분)~함안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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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 말이산고분군 뒤로 보이는 아파트 주차장이 1994년 가야 유일의 온전한 철재 말갑옷이 출토된 곳이다.
함안 안라국의 상징 불꽃무늬토기.
함안 안라국의 지위를 격상시켜준 말갑옷. 진품은 국립김해박물관에 있음.
함안 말이산고분군의 아련한 풍경.
말이산고분군 2호분에서 내려다본 풍경,
불꽃무늬토기를 대표로 하는 함안박물관.
창녕 비사벌가야(비화가야) - 빛의 나라 불사국 창녕의 옛 지명은 비사벌 혹은 비자벌이라고 했으며, 중국 역사서에서는 불사국이라고 했다. 모두 ‘빛’을 한자화한 것으로 ‘벌(伐)’은 삼국시대 성, 촌, 읍을 나타내는 신라의 명칭이다. 순수 우리말로 하면 빛벌가야다. 창녕의 가야사는 비사벌이 가야연맹체의 일원이었는지 아니면 신라권이었는지에 대한 해석이 선행되어야 명확해진다. 다행히 일제강점기 때 창녕 진흥왕척경비(국보 제33호)가 화왕산 기슭에서 발견되며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척경비문에는 555년 신라 진흥왕이 비사벌에 하주를 설치했고, 561년 척경비를 세웠다고 적혀있다. 이를 토대로 창녕 비사벌가야는 독자적인 가야세력권을 형성하다 6세기 초중반에 신라에 흡수통일된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신라식을 따르는 앞트기식 돌방무덤이 많은 것으로 보아 신라의 영향력이 비교적 강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창녕은 경주 다음으로 고분이 많다. 교동고분군과 송현동고분군을 거닐다 보면 가야왕국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로 신비롭다. 가까운 거리에 석가탑과 견준다는 술정리동삼층석탑과 진흥왕척경비 등을 걸어서 만날 수 있다. ▶창녕 가야문화 답사여행 추천 일정 1. 유적 답사걷기(도보 3시간 30분 내외) 교동고분군 주차장~창녕박물관(6월까지 내부공사)~교동고분군 동쪽지역~교동고분군 서쪽지역~명덕수변공원~창녕 석빙고~만옥정공원(창녕객사, 신라 진흥왕척경비)~송현동고분군~교동고분군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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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 교동고분군
창녕 교동고분군
창녕 술정리동삼층석탑. 통일신라시대 작품으로 국보로 지정되어 있음.
창녕 비사벌가야의 정체성을 밝혀준 신라 진흥왕척경비. 뒤로 보이는 화왕산 목마산성 어딘가 묻혀 있던 것을 일제강점기 소풍나간 아이가 발견했다고 한다.
창녕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가야 고분의 안온함. (송현리고분군)
여행개념으로 잠시 들린 창녕 관룡사
우리나라 절집 중 가장 아름다운 일주문이라는 찬사를 받는 관룡사 일주문.
관룡사 용선대 부처님. 앉음새는 석굴암 부처님 이상이다.
여행은 27인승 리무진에서 한열을 제외하여 앞뒤 간격을 더 넓혀서 전용 발판이 있는 25인승 특급리무진을 이용하며, 이 버스보다 더 격조있는 태도사님이 운전을 해주십니다.
3일차 아침 구름 속의 산책.
합천 다라국 – ‘용봉문양 고리자루큰칼’로 다시 쓰는 역사 합천 다라국은 중국역사서와 일본서기에 일부 등장하지만 그 기록이 매우 적어 작은 소국이었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하지만 1985년부터 7년 간 진행된 115기의 옥전고분 발굴에서 엄청난 양과 수준 높은 유물이 쏟아져 나오며 합천 다라국이 후기가야 맹주국인 고령 가라국(대가야)과 견줄 정도의 강력한 세력이었음이 유력해졌다. 이 발굴에서 서기 400년 광개토왕의 남정으로 흩어진 김해 가락국 세력 중 일부가 이곳으로 유입된 물적 증거가 무덤양식과 유물 발굴로 드러났다. 특히 M3고분 한곳에서만 가야 지역에서 거의 발견되지 않는 용봉문양 고리자루큰칼을 비롯한 고리자루 큰칼이 네 자루나 발굴되어 매우 강력한 지배세력이 존재했음을 증명했다. 옥전고분군에서는 고리자루큰칼이 총 8점 출토되었는데, 고령 지산동고분군에서 3점이 출토된 것과 비교하면 대단한 양이라고 할 수 있다. 귀고리도 40쌍이 출토되어 가야고분 중에서 가장 많고 세공술도 정교하여 다라국의 존재가 가볍지 않음을 증명한다. ▶합천 가야문화 답사여행 추천 일정 1. 유적 답사걷기(도보 1시간 30분 내외) : 합천박물관 주차장~합천박물관~옥전고분군~옥전서원~옥전고분군~합천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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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다라국 옥전고분군. 작은 소국일 줄 알았던 다락구의 위상이 유물발굴을 통해 급반전된 현장
황금칼의 나라 다라국은 가야에서 가장 많은 귀고리 40쌍이 발굴됨.
왕릉급 무덤에서 발굴되는 고리자루큰칼이 국내 가야고분 중 가장 많이 출토되어 놀라움을 주었음.
합천 다라국의 상징인 용봉문양 고리자루큰칼을 앞세운 합천박물관.
고령 가라국(대가야) - 후기가야를 이끈 맹주국 고령 가라국은 김해 가락국과 더불어 창건설화가 존재하는데 가야산신인 여신 ‘정견모주’가 천신에 감응하여 대가야의 시조 이진아시왕과 가락국 김수로왕을 낳았다고 한다. 이는 김해 가락국과 고령 가라국을 형제로 묘사함으로써 그 뿌리가 같다는 것을 나타낸다. 실제 고분 발굴결과 광개토왕 남정 이후 유물들의 양과 질이 급격히 높아지는 것으로 보아 김해 가락국의 세력이 400년 이후 고령으로 대거 이주했을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반면 가라국의 쇠퇴는 백제, 가야, 왜 연합군이 신라와 국운을 걸고 일대 격전을 벌인 554년 관산성전투에서 대패한 것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분석된다. 관산성전투에서 패한 이후 가라국은 세력이 약해졌고 신라와의 관계도 악화되며 562년 이사부가 이끄는 신라군대에 멸망하며 가야사의 막을 내린다. ▶고령 가야문화 답사여행 추천 일정 1. 단거리 유적 답사걷기(도보 2시간 내외) : 대가야박물관 주차장~대가야박물관~왕릉전시관(44호분 복제릉)~대가야통문 생태다리~지산동고분군 남쪽~가야테마파크(임종체험관, 분수광장, 우륵저수지)~박물관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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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지산동고분군을 머리에 인 듯 자리한 고령 대가야박물관. 고령은 가라국으로 불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흔히 우리가 금관가야 혹은 소가야 처럼 00가야 라고 부르는 것은 가야 멸망 한참 후대인 신라말이나 고려 초에 새롭게 만들어진 명칭으로 정확한 명칭이라 보기 어렵다는 것이 학자들의 일반적 견해다.
고령 지산동 44호분 내부 1:1모형도가 있는 왕릉전시관. 최대 40명이 순장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가장 가슴아프게 다가온 8세 딸과 아비의 순장. 그 시절에는 이것이 미덕이었을 것이다.
고령 지산동 고분군
가야는 저 곳에 있던 것이 아니라, 본래 우리 맘에 숨어 있던 것처럼 이름을 부르자 친구처럼 다가왔다. [1일차 05-05] 20180427~20180429 - 2018 가야문화 답사걷기 후기 - (김해 분산성, 이랑수산 저녁, 밀양강 야간산책)
[2일차 05-01] 20180427~20180429 - 2018 가야문화 답사걷기 후기 - (밀양 영남루, 밀양읍성, 밀양 천진궁 아침산책) [2일차 05-02] 20180427~20180429 - 2018 가야문화 답사걷기 후기 - (밀양 영남루 무봉사, 함안 안라국(아라가야) 말이산고분군) [2일차 05-03] 20180427~20180429 - 2018 가야문화 답사걷기 후기 - (함안 안라국(아라가야) 말이산고분군, 함안박물관) [2일차 05-04] 20180427~20180429 - 2018 가야문화 답사걷기 후기 - (함안 안라국(아라가야) 말이산고분군, 창녕 교동고분군, 술정리동삼층석탑, 진흥왕척경비) [2일차 05-05] 20180427~20180429 - 2018 가야문화 답사걷기 후기 - (창녕 송현동고분군, 송현동석불좌상, 창녕 관룡사 용선대, 부곡허브농원 아로마빌리지)
[3일차 05-01] 20180427~20180429 - 2018 가야문화 답사걷기 후기 - (창녕 부곡허브농원 아로마빌리지 아침산책, 합천 옥전서원, 옥전고분군) [3일차 05-02] 20180427~20180429 - 2018 가야문화 답사걷기 후기 - (합천 옥전서원, 옥전고분군, 합천박물관, 고령 대가야박물관) [3일차 05-03] 20180427~20180429 - 2018 가야문화 답사걷기 후기 - (고령 대가야박물관, 왕릉전시관 44호분, 대가야테마파크, 지산동고분군) [3일차 05-04] 20180427~20180429 - 2018 가야문화 답사걷기 후기 - (고령 대가야5일장, 우륵박물관, 성주 성밖숲길 왕버들군락지)
[3일차 05-05] 20180427~20180429 - 2018 가야문화 답사걷기 후기 - (성주 성밖숲길 왕버들군락지, 성주 한개민속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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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본편 후기 보기 링크 클릭해서 시간 날때마다 하나 하나 잘 보고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언제 기회가 되시면 개인적으로라도 섭렵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대 이상의 울림이 있는 공간이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