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연례행사로 벌초작업을 해 온지 어언 30년이 흘렀다. 아마도 올해 벌초는 이번주와 다음주가 최대의 피크가 아닐까 생각한다. 벌초작업도 오래 하다가 보니 너무 늦게 하면 차량 정체로 시간을 길바닥에 다 허비하여 대체로 남들보다 빨리하는 편이다. 금년에도 2주 전인 9월 첫주 토요일에 벌초를 하러 갔다.
그날은 원래 일기예보에 의하면 오전 10시부터 하루 종일 비가 온다고 했고 더욱이 시기가 빨라 발초를 하러 가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고속도로에는 갈 때도 올 때에도 평일처럼 한산했다. 그리고 일기예보는 완전 빗나가고 비가 온다는 시간에는 오히려 햇볕이 내리쬐어 힘들게 했다. 우의까지 준비했는데 말이다.
벌초는 항상 형님과 함께 2인 1조로 행한다. 시골에 도착하여 우선 예초기를 점검하고 연료를 채운 후 시동여부를 체크한다. 그리고 나서 시동이 걸리면 마당에 있는 풀을 먼저 작업하고 차를 타고 약 1.5km 떨어진 산소까지 이동하여 벌초작업을 실시한다. 차에서 산소까지는 약 50m 정도 떨어져 있고 경사가 약 45도 정도로 되어 있다.
이번에는 벌초 장비와 음식물, 축대 붕괴 보수 지지대, 지지대 박는 도끼 등 준비물이 많아 2사람이 나누어 가는데 꽤 벅찬 상태였다. 다시 한번 내려와서 이동을 하면 되는데 한사코 형님께서 무리하게 짐을 들고 올라가셨다. 형님이 먼저 출발했지만 중간쯤에서 내가 형님을 추월했고 산소에 도착하여 예초기와 짐을 내려놓았다.
뒤따라 형님께서 산소에 도착했는데 아뿔싸 왼쪽 다리에서 피가 철철 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었더니 올라오다가 미끄러져 돌에 다리가 찍혔다는 것이었다. 경황이 없어 지혈을 해야 하는데 비상약과 구급통을 챙기지 않아 지혈할 만한 물건이 없었다. 집사람이 혹시나 벌초를 끝내고 시골집에 들어가 청소를 하게 되면 이 타월을 걸레 대용으로 쓰라고 몇개를 챙겨 주었다.
급한 마음에 낫으로 타월을 잘라 우선 몇겹 포개어 가제를 만들고 그것을 상처 부위에 대고 타월을 이어 상처 난 다리에 붕대처럼 감았다. 오늘 벌초는 내가 모두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형님보고는 휴식을 취하라고 했다. 벌초작업을 시작하는데 집에서 잘되던 예초기가 진동이 너무 심해 사용할 수가 없었다. 전에도 이런 일이 자주 발생되어 작년에 벌초를 끝내고 A/S를 받았는데 되지 않아 짜증이 났다.
형님과 함께 한참 동안 헤매다가 형님이 전체를 분해하여 다시 천천히 조립을 해 보자고 했고 그렇게 하니 전혀 문제가 없었다. 원인은 칼날과 와셔의 톱니 부분이 정확하게 맞지 않은 상태로 조립해서 생긴 문제였다. 게다가 챙겨간 보안경이 선그라스 타입이라 날씨가 흐려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완전 감으로 산소쪽 벌초를 끝내고 산소 아래쪽을 하려고 하는데 한사코 형님께서 하시겠다고 했다.
산소쪽은 평지이지만 산소 아래쪽은 45도 경사가 져 등산화가 아닌 일반 운동화를 신고 작업할 경우에는 자주 미끄러진다. 형님께 안전을 당부드리고 나머지 1/3을 내가 마무리했다. 벌초작업하는데 약 2시간 정도 걸렸는데 실은 40분 정도는 예초기 수리 및 응급처치 등으로 시간을 허비했다.
항상 벌초작업을 할 때에는 벌초 전후 사진을 찍는데 이번엔 안전사고로 벌초 후 사진만 찍고 그것도 한참 내려오다가 아차 싶어 멀리서 찍다가 보니 벌초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피를 흘려가며 정성을 다한 것이고 또한 벌초 후 준비한 음식으로 제배까지 올렸기에 부모님께서도 이해해 주실 것이다.
내가 오늘 이렇게 장황하게 글을 쓰는 이유는 다음부터는 절대 이번에 발생한 사고와 장비 오작동 없이 가뿐하게 벌초작업을 끝내기 위한 것이다. 수십년 동안 벌초를 해 왔지만 너무 무대포식으로 한 것을 반성하며 앞으로 재발방지를 위해 벌초시 필독사항을 남겨 본다. 난 이번에 집사람이 강제적으로 챙겨준 아래 등산화 때문에 사고를 모면했다. 그전에는 장화를 신고 했는데 자주 미끄러져 아찔한 순간이 많았다.
반면 형님의 경우 항상 신발을 슬러퍼나 운동화를 신고 벌초를 하는데 이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평생 고생해서 받고 있는 연금이 월 400만원 정도 되는데 몸을 신주처럼 모셔야 한다고 말씀드렸더니 수긍하신 것 같다. 이번 사고를 거울삼아 앞으로는 절대로 그런 사고가 없었으면 한다. 당일 응급처치로 사용한 가제와 붕대도 재발차원에서 남겨 본다.
1. 예초기 칼날 조립방법
- 반드시 칼날의 홈부와 칼날 안쪽에 있는 와셔부의 홈을 일치시킬 것(그렇지 않으면 진동이 너무 심하고 잘못하면 칼날이 빠져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
- 마지막 너트는 반나사임(시계방향으로 돌려야 풀리고 반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잠김)
- 너트를 조일 때는 L렌치를 사용(보유여부 확인)
2. 예초기 사용 시 주의사항
- 가급적 칼날이 돌멩이나 나무에 부닥치지 않도록 할 것(충격으로 칼날이 이탈됨)
- 선글라스는 반드시 도수가 없는 투명을 준비할 것(색상이 들어간 것은 땅바닥이 잘 보이지 않음) G마켓에서 예초기 벌초안경
구입할 것: 약 3~6 천 원 정도 상품번호: 3140423436 가격 5060원, 상품번호: 2933455250 가격 1600원
- 신발은 반드시 바닥에 미끄러지지 않는 등산화를 착용(장화도 좋지만 바닥이 마모된 것은 지양)
- 반드시 살충제 스프레이, 머큐룸, 소독약, 붕대 등을 준비할 것(사고 시 긴급대처)
- 장갑, 마스크, 모자도 준비할 것
- 제초기 사용 시에는 주변에서 벗어날 것
3. 기타 사항
- 음료수는 최소 1리터용 2병 이상 준비(반드시 물을 얼릴 것)
- 음식은 가급적 많이 준비할 것(남으면 벌초 오는 사람에게 줘도 됨)
- 반드시 벌초 후 제배 음식 준비할 것(돗자리 지참 필수)
- 예초기 사용연료는 가솔린을 준비(1리터용 페트병에 가득 채우고 남으면 차량에 주입할 것)
- 예초기 사용 후에는 반드시 연료를 빼고 뚜껑을 느슨하게 닫을 것
- 칼날 너트 렌치 및 L렌치 또는 망치 준비할 것
- 벌초 일자는 가급적 추석일을 기준으로 3주 전에 할 것(교통 혼잡문제)
- 일자를 선정할 때는 일기예보를 사전에 확인할 것
- 바로 벌초작업을 하지 말고 우선 벌초 전 전경을 사진 찍고 나중에 끝나면 다시 사진을 찍을 것(포스팅)
- 반드시 칼날 여분 1개와 까꾸리 1개, 낫 1개 준비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