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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안내산악회 백두대간 종주팀의 계획에 따라 다만 속리산 "장성봉 구간"이라는 정보만 있을 뿐인 산행에 참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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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봉
높이: 916.3m
위치: 경북 문경시 가은읍
장성봉은 경북 문경시 가은읍 서쪽에서 백두대간의 허리를 떠받치고 있는 숨은 명산이다. 1/5,000 지도에는 높이가 907.8m로 표시되어 있다.
산 이름이 그렇듯 마치 거대한 만리장성 일부를 보는 듯한 장성봉은 북쪽으로 남진하는 백두대간이 희양산(99·9m)에서 서쪽으로 꺾었다가 악휘봉(843m)을 솟구친 후, 다시 직각으로 꺾여 남쪽의 대야산(931m)으로 치닫다가 악휘봉과 대야산 중간쯤에 이르러 우뚝 솟아 있다.
이 때문에 장성봉을 중심으로 12시 방향인 북쪽 악휘봉에서 시곗바늘 방향으로 구왕봉(898m), 희양산(999m), 애기암봉(731m), 둔덕산(970m), 대야산(930.7m), 군자산(910m) 등이 원을 그린 듯 에워싸고 있어 제법 심산유곡에 들어선 것처럼 느껴지는 산이다.
또, 북쪽의 깊고 긴 계곡이 봉암사 계곡인 봉암용곡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무튼, 장성봉은 경북 문경시와 충북 괴산군 경계를 이루는 백두대간 일원의 주말 산행코스로 이용되는 여러 산 중에서 아직은 가장 조용하고 오염이 안 된 산으로 남아 있는 것이 자랑이다.
등산로가 확실하지 않고, 산속에 들어서면 이따금 사람을 보고도 놀라는 기색 없이 발길을 옮기는 노루와 토끼, 그리고 희귀식물인 솜다리(에델바이스)가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도 장성봉이 얼마나 오염이 안 된 산인가를 입증하고 있다.
가은에서 희양산 봉암사 입구와 가은- 완장리- 불란치재- 관평리를 거쳐 화양동과 쌍곡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2차선으로 아스팔트로 포장되어있다. - 한국의 산하
막장봉[幕場峰]
높이: 887m
위치: 충북 괴산군 칠성면
막장봉은 충청북도 괴산군 칠성면과 경상북도 문경시 가은읍 경계에 있는 산이지만 충청북도 쪽에 쌍곡계곡 등 명소가 많고 교통이 편리하여 막장봉 산행의 기점과 종점이 모두 충청북도 쪽에 있다.
제수리재 길은 쌍곡계곡과 관평을 잇는 제수리재 고갯마루에서 시작하여 산등성이를 따라 동쪽으로 나아가며 투구봉, 삼형제바위, 탕천문, 달팽이 바위를 거쳐 막장봉 고스락에 이르는 길이다. 대부분 사람이 이 길을 골라잡는다.
기암괴봉과 조망을 감상하며 막장봉 고스락에 이르고 시묘살이골로 하산한다. 이 경우 산행 시간은 제수리 재에서 고스락까지 2시간 30분이 소요되며 고스락에서 시묘살이골을 거쳐 절말로 나오는데 2시간 등, 5시간 이상을 잡아야 한다.
작은 금강산이라는 불리는 쌍곡계곡은 괴산에서 연풍 방면으로 12km 정도에 위치하며 괴산 팔경의 하나로 계곡의 경치가 아름답고 물이 맑아 사철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쌍곡계곡을 흐르고 있는 냇물을 쌍천이라고하는데, 도수리고개에서 시작한 맑은 물이 군자산, 비학산, 보가산의 계곡 사이로 굽이치며 내곡천, 외곡천의 두 줄기로 흘러 쌍계라 하였으며 이로 말미암아 골짜기 이름도 쌍곡이라 하였다.
조선시대 이름 난 학자 퇴계 이황, 송강 정철 등 수많은 학자와 문인들이 쌍계의 산수 경치를 사랑하여 이곳에 머물렀다고 하는 쌍곡계곡은 호롱소, 소금강, 떡바위, 문수암, 고쌍벽, 곡용소, 쌍곡폭포, 선녀탕, 곡장암 등 구곡을 이루며 푸른 숲과 기암절벽 사이사이로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있어 화양동, 선유동과 함께 명승으로 알려져 있다. - 한국의 산하
악휘봉[樂輝峰]
높이: 845m
위치: 충북 괴산군 연풍면
악휘봉은 충북 괴산군 연풍면 적석리에 있다. 산 전체가 온통 기암괴석과 노송군락으로 어우러져 있고 나란히 선 5개의 봉우리는 저마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산자락에도 볼거리가 많다.
3, 4봉 사이에 우뚝 솟은 입석 바위가 일품이며 악휘봉 초입의 장바위 마을에는 유서 깊은 반계정이 있다. 장바위마을을 지나 입석마을로 들어서면 선바위 치마바위 호랑 바위 등 기암이 반긴다. - 한국의 산하
6월 첫 주는 천고지 산행의 하나로 경북 봉화 달바위봉을 다녀올 생각으로 4월 11일 한 안내산악회 게시판에서 계획을 발견하자마자 신청했다. 신청 당시 28인승 버스의 출발 마지노선으로 알고 있는 14인을 조금 넘긴 상태라, 별문제 없이 출발할 거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달바위봉은 2021년 9월 다른 안내산악회의 산행계획을 보고 신청했는데, 당시 신청자는 산행 나흘 전까지 내가 유일해 당연히 성원 미달로 산악회에서 취소했다. 이후 어떤 안내산악회에서도 달바위봉 산행계획을 보지 못해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녀오는 방법까지 연구했다. 물론 안내산악회의 3배 가까운 비용이 드나,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와중에 달바위봉 산행 계획을 발견했으니, 그 기쁨이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막상 산행 일주일 전 월요일 산행 계획을 세우기 위해 산악회 게시판에 들어가 보고 깜짝 놀랐다. 휴일 사이 취소자가 속출해 신청자가 10명에 불과했고, 화요일에는 8명만 남았다. 뭐 더 볼 것도 없이 성원 미달이다. 코로나 시기에 어쩔 수 없이 자주 이용해 현재는 거의 매주 함께하고 있는 산악회인데, 성원 미달로 취소된 적은 없었다. 그나마 성원 미달이 발생하면 취소가 아니라, 연기해 다음에라도 갈 수 있도록 조치한다. 나는 딱 한 번 그런 경우가 있었지만, 다른 산악회도 계획하는 산행이라 취소하고 타 산악회를 이용해 다녀왔었다. 다만, 이번에는 산악회에서 연기하더라도, 다음을 기약하기 위해 취소하지 않고, 신청 상태를 유지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수요일 산악회에서 문자가 날아왔다. 연기가 아니라 취소하겠단다. 연기하지 않고 취소하는 거로 봐서는 산악회 운영진에서 다음도 기약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린 거 같다. 가고 싶은 산에 가기 정말 힘들다!
월요일 신청자가 10명에 불과한 걸 보고 바로 Plan B로 갈만한 산을 찾았으나, 이미 갔다 온 산이거나, 까만 소 인증인 '섬&산' 또는 100 산에 추가한 '100+' 다. 말인즉 갈만한 산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내가 산행을 계속하는 한 저 두 인증 산에도 가기는 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해서 천고지 산 중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인제 매봉산에 갈까 했으나, 혼자 가기에는 아깝고, 정말 갈 산이 없을 때를 대비해 아껴두고 있는 산이라, 백두대간 중 아직 가지 않은 곳을 찾다가 발견한 게 '장성봉 구간' 산행이다. 들머리, 날머리, 코스, 소요 시간 등 어떠한 정보도 없이 그저 '장성봉 구간'이라는 게 다인 산행. 백두대간 종주 산행이니, 코스야 빤하지만. 장성봉은 속리산 국립공원, 대야산 끝자락에 있는 봉으로, 봉 자체는 통제구역이 아니나, 대야산 정상에서 장성봉까지 대간 구간은 통제구역으로 법정 탐방로가 아니다. 해서 대부분 대간 종주 팀은 무박으로 진행하는 구간이다. 그런 코스를 당일 산행 즉 낮에 통과하겠다는 그 패기에 감탄했다.
백두대간 연결 산행을 시작했으니,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구간인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새벽 산행을 좋아하지 않고, 버스에서 잠을 자지 못해 체력적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는 무박 산행이 아니라, 당일 진행하는 산행이라, 이게 웬 떡이냐를 외치고 신청하려고 보니, 이미 40인승 버스는 만원이고, 대기자 명단에 8명이 있었다. 그럼에도 혹시나 해서 대기자에 이름을 올렸는데, 나 이후에도 이름을 올리는 등산객이 몇 있었다. 그런데 이유는 모르겠으나, 6월 1일 지방선거가 끝나자 취소자가 속출해 대기자 중 마지막으로 신청자로 바뀌었다. 이후 산행 계획을 세우기 위해 과거 산행 기록과 산행기를 검토해 "장성봉 구간"의 들머리와 날머리, 전체 코스를 추측해 봤다. 그리고 내린 결론이 '버리미기재 → 장성봉 → 악휘봉 → 구왕봉 → 희양산 → 은티마을'의 17.8km, 7시간 코스다. 들머리와 날머리는 반대가 될 수도 있지만, 코스는 내 추측과 같을 확률이 99%다!
문제는 은티마을에서 악휘봉까지는 이미 다녀온 구간이라는 거다. 은티마을을 들머리로 희양산 환 종주는 2018년 8월 18일[산행기]에, 같은 들머리에서 마분봉, 악휘봉, 덕가산을 거쳐 적석리로 내려온 건 그 두 주 후인 2018년 9월 1일[산행기], 충청도 산을 다 오르겠다는 계획하에 다녀왔다. 그 두 산행의 중간은 보배산, 칠보산 연계 산행[산행기]이다. 고로 코스에 대한 내 추측이 맞는다면 악휘봉에서 희양산을 거쳐 은티마을까지는 중복된다. 뭐, 대간을 연결하다 보면 중복되는 구간이 하나둘이 아니기는 하지만. 해서, 내 추측이 100% 맞는다는 전제하에 산악회 계획대로 따라갈지(지도의 파란 선), 아니면, 은티재에서 은티마을로 하산해 은티주막에서 하산주를 즐길지(지도의 노란 선) 선택해야 한다. 후자라면 점심 준비도 필요 없다.
코스는 예측대로지만, 들머리와 날머리가 예상과 반대라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날머리인 버리미기재에 식당이 없으니, 중복 구간은 버린다고 해도 일찍 하산해서 할 일이 없어, 종주 팀을 따라 계획 구간을 다 달리는 게 답이다. 고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 평소와 다름없이 산행을 준비하기로 했다. 그리고 비록 산행지인 속리산 부근은 흐리기만 하지만, 영동 지역에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 우산도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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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준비를 마치고 우연히 이번 산행을 같이하는 대간 팀의 종주 계획을 볼 수 있었는데, 이번에 이어 2주 후 사다리재에서 은티재까지 달렸다(북진 팀임에도 남진하는 이유는 날머리의 식당 때문이 아닐까?). 고로 내가 추측했던 코스와는 성터에서 은티재까지 중복된다. 그럼 이번 산행은 버리미기재에서 은티재까지만 달린다는 얘기인데, 너무 짧다. 대야산에서 은티재까지 달리는 산행인가?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최고의 대간 연결이다! 어쨌든 산행일 양재역을 빠져나와 국립외교원 앞으로 향하는데, 그 앞에 빨간 버스가 정차해 있다. 그 시각이 6시 48분으로, 이 시간에 버스를 보는 경우는 거의 없어, 목적지가 어딘지 확인해 보니, '석모도'다. 석모도? 다녀온 섬인 거 같은데?
내가 타고 가야 할 버스가 도착하려면 아직 10여 분 남아 있어, 서초구청 주차장 석축에 자리를 잡고 앉아 매의 눈으로 여성 등산객을 훑어봤다. 다른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돌고래 조와 영월 구봉대산에 같이 가는 친구를 찾기 위함이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없다. 버스가 출발하려면 아직 시간이 좀 있으니, 사당 쪽에서는 산악회 버스가 오는 걸, 양재역 쪽에서는 친구가 오는 걸 살피고 있었는데, 6시 54분 덕항산행을 선두로 7시 출발 버스가 속속 도착했다. 그때까지 친구는 보이지 않고. 일단 내가 타야 할 버스가 중요해 자리에서 일어나 배낭을 둘러메고 외교원 앞 인도로 갔다. 7시 직전 내가 타야 할 차가 도착해, 배낭을 짐칸에 넣고 다시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못 보고 놓쳤을지도 모르나, 친구가 보이지 않는 게 양재가 아니라 사당에서 탔을 거로 생각하며 문경행 버스에 탔다.
자리에 앉아 앞을 보니, 예상대로 주머니에 지도가 있었다. 누구나 볼 수 있는 게시판에 올리지 못할 내용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동행하는 대간꾼에서 정보를 주지 않을 수 없으니, 지도가 있는 건 당연하다. 내 예측과 다른 게 뭔지 궁금해 바로 지도를 꺼내 확인했다. 들머리와 날머리는 버리미기재와 은티마을로 예측대로다. 그런데, 코스에 희양산이 빠져 성터가 아니라 지름티재에서 하산해 예측보다 거리가 짧고, 소요 시간은 7시간 반으로 예측보다 30분이 길었다. 예측 대비 코스는 짧은데, 소요 시간이 길다는 건 이 코스가 만만치 않다는 방증이다. 그런데, 이 구간을 깜깜한 새벽에 통과한다고? 지도로 코스에 관한 모든 걸 확인하고 나자, 하산주를 위해 이미 다녀온 중복구간은 빼기로 했다. 즉 하산주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은티재에서 마을로 바로 하산할 생각이다. 물론 시간이 남아돌면, 중복일 망정 계속 전진해 지름티재에서 내려가겠지만.
일단 이번 대간 연결 구간의 대부분 정보를 확인하고 나서 책을 읽다가 잠이 들어 깨어보니, 휴게소다. 그것도 처음 보는, 과거 방문했으나 기억 못할 확률이 높지만, 금왕이다. 딱히 할 일은 없으나, 버스에서 내려 마스크를 벗고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그래도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할 거 같아 화장실에 들른 후 버스로 돌아오는데, 1열로 늘어선 관광버스 앞창 LED에 의외의 글이 보여 가까이 다가가 혹시 내가 아는 사람이 있나, 살펴봤다. 그 문구는 "83 산악회", 83이 의미하는 건 많고, 또 내가 생각하는 그 83이라 해도 대학이 한둘이 아니지만, 물론 없었다. 20분간의 휴식이 끝나자, 버스는 다시 들머리인 버리미기재를 향해 출발했고, 당연히 인솔 대장은 이번 대간 구간의 코스와 주의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먼저 들머리의 상황에 관해 얘기하며, 여차하면, 애초 계획된 곳이 아닌 버리미기재에서 200여 미터를 더 가서 산행을 시작할 거라, 그런 상황이 없기를 빈다고. 그리고 이번 구간의 목표는 구왕봉을 거쳐 지름티재까지이지만, 다음 구간이 은티재에서 사다리재까지로, 은티재에서 지름티재까지 중복되니, 산행 중 체력에 따라 알아서 하산 지점을 선택하라고 했다. 꺼림칙한 부분을 해결하는 순간이다. 왜 중복 구간이 있나 궁금했는데, 각자의 체력에 따라 선택할 기회를 주자는 배려라는 게 대장의 설명이나, 대부분 대간 팀이 무박으로 한꺼번에 달리는 구간을 둘로 나누기는 했는데, 두 번에 하기에는 약간 부족한 거리라, 중복 구간을 두지 않았을까 하는 게 내 생각이다. 두 번이라 한 번보다 비용은 더 드나, 나 같은 인간에게는 아주 좋은 중복이다. 해서 비싼 28인승이 아니라, 조금은 싼 40인승 버스를 선택했을 수도?!
인솔 대장의 설명 능력이 부족해서인지, 대간꾼들이 처음 겪는 상황에 당황해서인지, 하산 지점을 네가 알아서 선택하라는 말에 멘붕에 빠져 대장을 여기저기 불렀다. 땀을 뻘뻘 흘리며 여기저기서 설명하는 걸 구경하다가 다시 잠이 들었는데, 차가 힘들어하는 거 같아 잠이 깨어 창밖을 보니, 고개를 넘고 있다. 그리고 떨어지는 빗방울! 또 속았다. 해서 일단 등산화 끈을 단단히 조이고, 비에 대비해 미니 스패츠를 착용하고 도착하기만을 기다리는데, 버스 실내등이 들어오고, 대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이번 산행은 버스가 들머리에 도착하면 바로 산으로 뛰어올라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그 전에 산행 준비를 끝내고 기다리고 있어야 하나, 짐칸에 배낭을 넣은 등산객은 그게 안 되는 상활이라, 적당한 장소에서 차를 세우면, 짐칸에 있는 배낭을 들고 오라고 했다. 해서 9시 20분경 들머리로 가다 말고 버스가 정차하자, 짐칸에 배낭을 둔 등산객 모두가 내려 배낭을 들고 다시 버스에 탔다. 물론 나도!
다시 버스가 출발하자 들머리인 버리미기재 도착 예정 시각이 9시 30분이고, 산행 책정 시간이 7시간 30분이라, 5시에 날머리인 은티마을 주차장에서 출발한다고 최종 공지했다. 첨언으로, 산악회에서 공지된 시간을 무시하고 대장 멋대로 산행 시간을 줄이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해서 시간을 줄이지는 못하나, 모두가 일찍 도착해 가자고 하면 좀 일찍 가겠단다. 저런 지시는 아마도, 6월 1일 가리왕산행 때 산행 계획 공지에는 6시간 30분의 소요 시간인데, 막상 산행 때 인솔 대장이 그건 겨울의 소요 시간이라며, 공지를 무시하고 30분을 줄인 6시간으로 소요 시간을 결정한 것에 반발해 누군가 산악회에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 아닐까? 어쨌든 정확히 9시 30분에 버스는 버리미기재에 도착했고, 당연히 감시가 심한 대간 입구가 아니라, 그보다 조금 아래에 버스가 정차하자마자 다들 산으로 뛰어올라가는 거로 이번 버리미기재 지름티재 간 대간 산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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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간 연결도 중요하나, 오늘 올라야 하는 장성봉도 그 못지않게 중요해 미리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해발 915m라 들머리인 버리미기재(보다는 약간 아래)와의 표고차를 확인하기 위해 산행 전 등산 앱으로 들머리의 고도를 확인했다. 514m다. 지도로 확인했을 때 450m와 500m 사이였으니, 제대로 분석했다. 표고차가 500m가량이라, 6월 1일 올라갔던 가리왕산의 반도 안 되는 고도다. 거저먹는 기분이다. 만약에 대비해 재빨리 도로에서 멀어져 숲으로 들어가 100여 미터를 올라가자 앞서가던 등산객이 갈림길에서 어디로 갈지 망설이는 바람에 갑자기 행군이 멈췄다. 물론 그보다 앞선 대여섯 명은 이미 직진해 올라갔다. 유심히 보지 않으면, 발견하기 힘든 갈림길인데, 그걸 발견한 등산객이 대단했다.
어쨌든 그 자리에서 멈춘 등산객의 주장은 오른쪽 길로 계곡을 건너야 백두대간에 올라선다는 거다. 그 말을 듣고 버리미기재의 위치와 우리가 등산을 시작한 위치를 비교해 보니, 정확한 판단이다. 만약에 대비해 우리가 버리미기재가 아니라, 그 100여 미터 아래에서 산행을 시작했으니, 당연히 백두대간으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버리미기재 방향으로 100여 미터를 가야 한다. 그런데 그 방향으로 길이 있기는 하나, 희미해 섣불리 가지 못하고 있었다. 해서 내가 앞장서서 길을 찾으며, 계곡을 건너 9시 35분, 산행을 시작한 지 5분만에 백두대간에 올라섰다. 어쩌다 보니, 내가 선두로 급경사를 오르는데, 뒤에서 따라오는 대간꾼에게 토끼몰이 당하는 기분이라, 간간이 흩날리는 가랑비의 비구름 속 보이는 게 거의 없음에도 조망을 감상하는 것처럼 한쪽으로 비켜나가 사진을 찍었다. 물론 그사이에 선두 그룹은 나를 추월해 올라갔고.
대간꾼에게 선두를 내주고 내 페이스를 유지하며 뒤를 따라가며 보니, 역시 대간꾼이 빠르기는 하나, 길을 찾는 데는 소질이 없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다. 다른 코스는 크게 문제없으나, 국립공원 내의 비탐방 구간은 이정표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해서 갈림길을 조심하며 전진해야 하는 데 그게 아니라, 앞만 보고 가는 경향이 있다. 덕분에 바로 올라가는 길이 있음에도 우회해 내가 다시 앞서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며 꾸준히 올라, 9시 54분에 '장성봉 제1지점'에 도착했다. 그리고 바로 암벽이라 기어올라야 했다. 그에 따라 병목도 발생하고. 지난 점봉산[산행기] 때도 암릉에 익숙지 않은 대간꾼 덕에 병목이 발생해 시간을 많이 지체했는데 여기도 마찬가지다. 7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을 책정한 이유가 곳곳에 이와 같은 바위 능선이 있기는 때문이 아닐까?
10시 4분에 '장성봉 제2지점'을 통과하고, 오락가락하는 가랑비에 슬슬 짜증이 나고 있는데, 앞은 병목으로 전진을 못 하고 있었다. 10시 18분에 '장성봉 제3지점'을 통과하며 얼마나 더 올라가야 하나, 등산 앱으로 고도를 확인했을 때 910m가량이었다. 말인즉 정상이 멀지 않다는 얘기다. 여전히 병목은 심하고. 그런데 등산로는 아래로 향해 내려가다가 다시 올라, 10시 22분에 '장성봉 제4지점'을 통과했다. 그 4지점을 통과하자, 오른쪽으로 절벽 전망대가 나타나고 비구름 속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음에도, 정체를 일으키며 앞서가던 팀이 그 전망대로 빠져, 그들이 희양산 방향을 보며 초파일에만 개방하는 '봉암사'에 관해 얘기를 나누는 동안, 신나서 그들을 지나쳐 앞으로 달려 나갔다.
지금까지의 정체에 한이 맺혔는지 아주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는 두 선두를 따라 3번으로 달리며 주변을 둘러보고,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알았다. 분명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었는데, 어느 순간 하산 중이었다. 그리고 앞에 우리가 내려가는 곳보다 높은 봉우리는 보이지 않고. 그런데도 서로 농담까지 주고받으며 당당히 달리는 두 선두를 보며, 혹시 장성봉이 대간 위가 아니라, 대간에서 빗나가 있어 버리고 달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장성봉에 오르지 못한 게 아쉽기는 했으나, 대간 연결에는 지장이 없어 따라가고 있는데, 어느 순간 2번으로 달리던 등산객이 걸음을 멈추고 이 길이 맞냐고 묻는다. 그리고 등산 앱을 확인하더니,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외쳤다. 해서 신나서 여기까지 온 팔구 명의 등산객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번 산행 첫 번째 알바다! 다시 돌아가, 그 전망대로 향해 가며 유심히 보니, 숲에 가린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었다. 반대쪽에 올라왔으니, 왼쪽인데, 유심히 보지 않으면 알아보기 힘든.
그때 마침 비가 그치며 구름이 걷혀 전망대가 제 역할을 하고 있어, 이왕 늦은 거 전망대에서 주변 경치나 감상하자는 생각에 거기로 갔다. 전망대에서 보이는 희양산의 모습에 감탄을 연발하며 사진으로 남기고, 뒤로 돌아 나와 장성봉을 향해 위로 올라갔다. 우리가 알바하는 동안 이미 모든 등산객이 떠난 후 인지, 뒤에도 앞에도 등산객은 보이지 않아, 조급해하는 알바 동지들 달래며 계속 가자 저 앞에서 말소리가 들리는 게 몇 사람을 따라잡은 거 같다. 신나서 가보니, 장성봉으로 대간꾼이 줄 서서 인증을 찍고 있었다. 이번 대간 구간에서 인증을 남길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나, 인증은 포기하고 인증 대상이 바뀌는 틈을 이용해 정상석 사진을 찍고 떠나려는 데, 대기자가 3명에 불과한 걸 보고 나도 줄을 섰다. 그리고 알바 동지와 상부상조해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인증을 찍고, 다시 길을 재촉하는데, 그동안 못 보던 커다란 리본이 보여 어느 산악회가 달았는지 확인해보니, 국립공원공단에서 매단 거다. 즉 장성봉부터 막장봉 갈림길까지는 탐방 구간, 즉 합법 구간이라는 표시다! 고로 버리미기재에서 장성봉까지 비탐방, 불법의 음지에서 양지로 나왔다. 이번 산행 버스 안에서 인솔 대장이 빠른 사람이 아니면, 막장봉에 가는 건 삼가 달라고 부탁했는데, 이정표에 의하면 막장봉 갈림길에서 왕복 400여 미터에 불과한 거 같아, 다녀오기로 하고 갈림길 나무에 배낭을 걸어두고 카메라와 폰만 들고 막장봉으로 갔다. 막장봉으로 향하는 길은 국립공원답게 길 상태가 좋고 위험한 구간에는 철책과 철봉의 안전 가드가, 봉우리를 오르는 곳에는 데크 계단이 설치되어 있었다. 물론 이정표도 있고.
11시 6분에 돌탑과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찍고 있는 등산객의 파란 레인 커버가 보이는 막장봉 정상에 도착해서 보니, 장성봉에서 인증을 찍고 있던 대부분 대간꾼이 그대로 있었다. 막장봉에서는 알바 동지가 시간에 쫓겨 사진 한 장만 남기고 떠난 후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데, 조금 전에 도착한 등산객이 망설이는 걸 보고 찍사가 필요하냐고 물어 인증을 찍어주고, 렌즈에 묻은 빗물을 제거한 후 그에게 부탁해 다시 인증을 남겼다. 그리고 막장봉을 떠나 갈림길로 돌아가기 위해 데크 계단으로 내려가며 보니, 장성봉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와 그것과 희양산을 기록으로 남기며 달려, 11시 17분에 배낭이 기다리고 있는 막장봉 갈림길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 백두대간은 다시 음지, 즉 비법정의 비탐방 구간의 시작이다.
금줄을 넘어 비탐방 구간에 들어서 북진하며 보니, 대간치고는 바위 능선이 많은 구간이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소요 시간 7시 30분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가랑비는 오락가락하지만, 점심을 먹어야 남은 산행이 가능하다는 위장의 통보에 따라,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며 갔는데, 바위는 암릉이라 길을 가로막을 수 없었고, 그렇지 않으면 낙엽 쌓인 급경사라 앉을 만한 자리가 없어 고민하다가, 우회하는 등산로를 무시하고 직진해 길에서 3m가량 벗어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간편식을 먹을 바에야 밥을 싸 다니는 게 나을 거라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하고 있던 차에 시험 삼아 싸 온 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대략 6분 정도 걸려 점심을 먹고 모든 인적을 인멸하고, 다시 낙엽 쌓인 급경사를 내려가 우회하는 등산로에 도착했다.
이 구간을 비탐방으로 운영하는 국립공원공단의 심정이 이해가 가는 등산로를 따라가다 보니, 익숙한 리본이 보여 당연히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노닥거리며 가자, 어느 순간부터 오락가락하는 가랑비가 아니라, 주체하기 힘든 비로 변했다. 해서 이런 때를 대비해 들고 온 우산을 꺼내 썼다. 그런데 비가 심상치 않다. 가랑비 정도로 생각했는데, 갈수록 굵어지는 게 폭우로 변할 거 같다. 그럼 대형 사고라, 그렇지 않기를 빌며, 기상청 욕하는 걸 잊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울창한 숲속에서 우산이란 게 별 쓸모가 없다는 걸 익히 알지만, 그렇다고 한증막이 따로 없는 우의 또한 쓸모 있는 것도 아니다. 어쩔 수 없어 들고 다니는 우산은 나뭇가지에 걸려 진행을 방해하기 일쑤라, 짜증을 유발하기도 해 비가 좀 잦아드는 기미가 보이면 우산을 끄고 다니기를 여러 번 반복하며 북진해 다시 금줄을 만났다.
내가 있는 곳이 비탐방의 음지인데, 앞에 금줄이 있다면 그 건너는 합법의 양지란 얘기다. 암흑을 무서워하는 나는 아주 기쁜 마음으로 양지로 넘어갔다. 그리고 금줄 넘어 바로 있는 갈림길을 아주 유심히 살폈다. 거기가 바로 악휘봉 갈림길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다. 그리고 그 방향으로 꽤 유명한 산악회의 리본도 있었으나, 어디에도 악휘봉으로 가는 길이라는 표지가 없어 한참을 망설이다가 포기하고 대간을 따라가자, 금줄이 아니라, '출입 금지' 경고문이 서 있었다. 맞은편에는 '독버섯 구분법'이 있고, 분명 2018년 은티마을에서 마분봉을 시작으로 악휘봉을 거쳐 가덕산까지 갔는데, 전혀 기억이 없다. 해서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해 보니, 악휘봉 삼거리는 지나왔다. 그리고 그 방향에서 예닐곱의 등산객이 나타나, 어디서 오는 길이냐고 묻자, 악휘봉이라고, 여기까지 왔다가 되돌아갔다 오는 길이라고 했다.
중복 구간은 이번 산행에서 제외하기로 했을 때 악휘봉 또한 대간에서 벗어났고, 이미 다녀온 봉우리라, 갈 생각이 없었으나, 이것저것 빼다 보면, 하산 시간이 너무 이르다는 생각에 2시 이전에 악휘봉 삼거리에 도착하면 다녀오기로 했다. 그런데, 삼거리 도착 시각이 1시 8분이다. 해서 배낭을 벗어 우뚝 서 있는 경고문에 걸어두고 카메라와 폰만 들고 다시 삼거리로 돌아가 악휘봉으로 향했다. 그 길목에서 애기암봉 알바 동지를 만나기도 하며 오르는데, 아래에서부터 들리던 목소리가 나는 곳에 도착해 보니,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어디선가 본 듯한 우뚝 선, 돌기둥에서 인증을 찍고 있는 두 명의 등산객이다. 그 중 찍사 노릇을 하던 등산객이 나를 보자, 카메라를 뺏듯이 달라고 하더니, 그 기둥 앞으로 가 자세를 잡으라는 지시를 한다. 어리둥절한 상태에서 그 지시를 따르자, 졸지에 2018년 친구들과 갔을 때도 남기지 못한 인증을 남겼다. 렌즈가 빗물에 젖어 원하는 그림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친구끼리 온 팀 중 다들 내려가고 둘만 악휘봉으로 왔다는 그 둘이 정상으로 간 사이에 돌기둥의 우중 다양한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그리고 악휘봉으로 향해 정상 암벽이 보이는 순간 "아!" 했다. 그때야 악휘봉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정상이 대(臺)에 가까운 널찍한 암봉, 두 개의 정상석이 있는 바위 봉우리! 정상에서 다시 그 등산객의 지시에 따라 인증을 찍고, 갈 길이 먼 내가 먼저 악휘봉을 떠나 대간으로 향해, 1시 42분에 배낭이 매달려 있는 "출입 금지" 경고문이 서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비가 내림에도 급하게 오느라 입술이 바짝 말라, 생수를 꺼내 얼음물을 마신 후 배낭을 내려 둘러메고 다시 은티재로 북진을 시작했다.
혼술로 적당한 하산주 시간인 1시간 30분을 확보하려면 ‘은티주막’에 3시 30분까지는 도착해야 하고, 그러려면 최소 3시까지는 은티재에 도착해야 하는데, 악휘봉 삼거리를 떠난 시각이 1시 42분경이라, 다소 여유 있게 은티재로 향했는데, 길을 따라가다 보니, 갑자기 등산객이 다닌 흔적이 없는 낙엽 쌓인 길로 바뀌고 그 끝에는 묘가 있다. 그리고 묘를 빠져나갈 어떠한 길도 보이지 않아 혹시 갈림길인데, 미처 발견하지 못한 거 같아 되돌아 나와서 보니, 예상 그대로 갈림길을 발견하지 못했었다. 누가 봐도 많은 대간꾼, 등산객이 다녔을 길이 잘 보이지 않는 곳으로 방향을 틀고 있었다. 해서 그 길을 따라 은티재로 향했다. 와중에 반대쪽에서 오는 등산객과 인사도 나누고! 그렇게 달려가자 저 앞으로 리본이 많이 달린 나뭇가지가 보여, 은티재가 멀지 않았다는 생각에 기쁘게 그 나무를 통과하자, 또다시 "출입 금지" 경고문이 나타났다. 그 맞은편에는 "독버섯 구분법"이 바닥에 놓여 있고. 어디선가 많이 본 모습이다. 2차 알바다! 무덤 갈림길에서 악휘봉 삼거리로 돌아온 거다!
악휘봉 삼거리로 돌아올 때 인사를 나눴던 3명의 등산객을 만났을 때, 이런 폭우속에서도 산행을 시작하다니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들이 장성봉으로 향하는 나를 보고 놀랐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쥐구멍을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미 속옷까지 젖은 상태에서 유일하게 바라는 게 있다면 제발 등산화 내부는 젖지 않기를 빌며 다시 무덤 삼거리로 빠르게 달려 2시 15분경 갈림길을 지났다. 그리고 길을 재촉해 대형 알바할 때 교차했던 그 3명을 추월했다. 당연히 그들 얼굴에는 저건 뭐 하는 놈인 가라는 표정이 떠올랐다. 그렇다고 대놓고 묻지는 못하고 돌려서 묻는데, 쪽 팔려서 ‘방향감을 잃어 알바하고 돌아오는 길’이라고 사실대로 얘기하지는 못하고, 그저 일이 있어 잠깐 되돌아 갔다 온다고 말해주고 그들을 추월해 은티재로 향했다.
분명 2018년 은티마을에서 시작해 마분봉, 악휘봉, 덕가산 연계 산행 때 은티재를 지났을 거로 생각했는데, 당시에는 보지 못한 리지와 밧줄 등 아무리 봐도 이건 초면이다. 물론 반대편인 희양산에 갈 때는 은티재를 거쳐 갔다는 건 명확히 기억하고 있다. 해서 이 글을 쓰며 당시 산행기를 찾아보니, 내 기억과 달리 은티재를 거치지 않고 마분봉에서 바로 악휘봉으로 갔다. 고로 악휘봉 삼거리에서 은티재까지는 초행이다! 다시 한번 이 구간 산행에 7시 30분을 책정한 인솔 대장과 산악회의 판단에 감탄하며, 길을 재촉해 너무나 익숙한 장소인 은티재에 도착한 시각이 2시 57분이다. 윤형철조망 앞에 있는 저 목책을 따라 올라가면 구양봉을 거쳐 희양산까지 갈 수 있다. 여기서 은티마을까지는 2.3km! 3시 30분까지는 은티주막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와 시간이다.
속옷은 물론이고, 등산화 안에까지 빗물이 가득 차, 더 나빠질 거 없는 상태에 필요할 때면 비에 젖어 기능을 상실하는 핸드폰 덕에 등산 앱을 제때 활용하지 못해 알바는 물론이고 길을 찾아 헤매기도 하고, 카메라가 물에 젖어 오동작해 사진도 제대로 찍지 못하는 열악한 상황 중에도 주변의 산딸기를 따 먹으며 은티마을로 내려가, 3시 10분경 등산로가 구 임도로 바뀌는 지점에 도착했다. 마을이 멀지 않다는 방중이다. 그리고 3시 15분에 공사 중인 곳을 지나, 2018년 마분봉 산행의 들머리였던 갈림길을 지난 시각이 3시 20분이다. 끝으로 이번 산행 하산주를 마실 은티주막에 도착한 시각이 3시 27분으로 목표보다 3분 빨랐다. 그렇게 은티주막에 도착하는 거로 이번 버리미기재, 은티재 백두대간 연결 산행을 마감했다.
3
비에 푹 젖은 모습으로 은티주막으로 들어가니, 네 개밖에는 없는 테이블에는 현지 주민과 등산객이 차지하고 있었다. 물론 과거 두 번이나 이용했던 야외 테이블이 있으나, 비가 오는 상황에 사용할 수 없어, 난감해하고 있는데, 주인장이 "같은 일행"이니 문제없다며, 좌석에 여유가 있는 테이블에 합석을 요청했고, 당연히 거절하지 않아, 합석할 수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비를 흠뻑 머금고 있는 바람막이 겸 우의를 벗어 말리고, 스패츠를 벗고, 등산화의 끈을 느슨하게 했다. 그리고, 혼술에 적당한 메뉴로 도토리 묵무침과 막거리를 주문했으나, 없다는 답이 돌아와 녹두전과 이슬이로 변경했다. 그러자 조금 있다가 대부분 식당이 그렇듯이 먼저 밑반찬과 이슬이가 나와 그걸 안주로 소주를 한잔했다.
조금 지나자, 녹두전을 주문했던 거 같은데, 막상 나온 건 녹두전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게, 산채전이 더 명확한 표현인 걸로 생각되는 게 안주로 나왔다. 술안주로는 녹두전보다 훨씬 좋은! 해서 옆 테이블의 등산객과 이번 산행과 경기도 화악산, 100 명산 등에 관한 얘기를 나누며 이슬이 두 병을 마시고, 한 병을 더 주문하려는 데, 주위에 있던 등산객이 인솔 대장이 부른다며, 그만 마시고 버스로 가자는 말에 10분이라도 일찍 서울로 출발하는 건 대환영이라, 술값을 계산하고 식당을 나와 은티마을의 남근석은 잘 있는지 확인 후 버스가 기다리는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4시 42분에 버스에 도착해 물에 젖어 불편하기 그지없는 등산화와 양말을 벗어 버리고 슬리퍼로 갈아신었다. 그리고 마이크 소리에 놀라 깨어보니, 휴게소다. 마이크를 잡은 인솔 대장의 주 얘기는 휴식 시간이 아니라, 이번 백두대간 연결 산행으로 두 명이 대간을 완주했다며 그들을 소개하는 거였다. 그중 한 명은 장성봉에서 대여섯 명이 완주를 축하한다며 한잔하는 걸 봤기에 알고 있었다. 한 명의 완주자를 축하하기 위해 친구들이 동행한 거였다. 내 자리 뒤의 "초단" 다섯 명이다. 진심으로 그를 축하하고, 화장실이 급해 어딘지도 모르는 휴게소에 내려서 전면을 보니, 여주다. 서울이 멀지 않다는 얘기다. 자는 동안 여기까지 왔다는 것에 대단히 만족하며 볼일을 보고 버스에 타자 휴식 시간 10분이 지났음에도 버스가 떠나지 않고, 여기저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자 인솔 대장이 마이크를 잡고, 완주한 초단이 음료를 사기 위해 시간이 걸리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고, 조금 있자, 백두대간 완주를 자축하는 음료수를 돌렸다.
덕분에 피로회복재를 마시고 다시 잠이 들어 깨어 보니 양재가 멀지 않았고, 7시 13분에 양재에 도착했다. 평소 우중 산행에 등산화가 젖었더라도, 다시 양말을 신고 등산화를 신고 버스에서 내렸으나, 이번에는 정말 젖은 양말과 등산화를 신기 싫어, 양말은 비닐봉지에 담아 배낭에 넣고, 등산화는 손에 들고 버스에서 내려, 그 상태로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며 집으로 향해 8시경 집에 도착하는 거로 이번 우중 백두대간 버리미기재, 은티재 구간의 산행을 최종 마감했다. 집에 도착 후 비에 젖은 등산 장비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우중 산행에서 크게 도움을 줬던 숏 스패츠가 사라졌다는 걸 발견했다. 은티주막에 벗어두고 그냥 나온 거다. 사다리재에서 은티재까지 백두대간 연결 산행이 기다리고 있으나, 그때까지 숏 스패츠 없는 우중 산행은 생각할 수 없어, 바로 온라인으로 주문했다. 희양산 신이 필요하지 않으면, 다음 은티주막 방문 때 나타나겠지?!
산악회 백두대간 종주 팀 계획에 따라 '버리미기재 → 애기암봉 갈림길 → (1차 알바: 애기암봉 200m → 장성봉 갈림길 →) 전망대 → 장성봉 → 막장봉 갈림길 → 절말 갈림길 → 막장봉 → 절막 갈림길 → 막장봉 갈림길 → 악휘봉 갈림길 → 악휘봉 → 악휘봉 갈림길 → (2차 알바: 무덤 갈림길 → 악휘봉 갈림길 →) 무덤 갈림길 → 은티재 → 은티마을'의 16.33km(트랭글), 5시간 59분의 우중 산행이었다. 애기암봉 방향 300여 미터, 무덤 갈림길에서 악휘봉 삼거리까지 왕복의 알바 포함, 이동 5시간 52분, 휴식 7분!
질척거려 불편하기는 했으나, 오랜만의 아주 만족스러운 백두대간 우중 산행이었다.
등산주든 하산주든 한 식당에서 3번씩 술을 마시는 건 은티주막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듯! 와중에 사다리재에서 은티재까지 산행이 한 번 더 남았다. 물론 동네 산 아래 식당은 제외.
이번 산행으로 충청권 산을 다시 돌아볼 기회가 되었는데, 2018년 친구 몇과 대부분 산을 탐험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같이한 친구들이 대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