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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리철진 2
씬 11. 허름한 창고 안 - 밤
강도는 창에 총을 쏴보고 창은 구멍이 난다.
강도3: 씨발.
강도1: 내가 뭣이라 하든 진짜 총 맞다고 혔지?
강도2: 인자 어쩌유.
강도1: 씨발 좆되 버렸다. 어쩐지. 아까 그 놈 누군지 모르겄냐? 이것이 뭐여. 총이여, 총, 이것이 장난감이냐? 이것은 무전기, 지도……. 오늘 턴 놈이 누군지 알겄나? 형사를 턴 거야. 형사를.
강도3: 좆되버렸다. 씨부럴.
강도1: 아야. 총에다가 왼갓것들 다 뺐겼는디 그 놈이 가만히 있겠나? 잡히는 것은 시간 문제여.
강도4: (총을 만져본다.) 여기, 총알도 솔찮케 있는 것이 무엇이 특별한 형사 같은디.
강도1: 안기부 형사여, 안기부. 끝발로 따지면 최곤디, 잡히는 것은 시간문제 랑께.
강도4: 게다가 윌 고향까지 솔직히 말했잖여. 이런 씨벌, 부산이라고 말할 걸 그랬네.
강도2: (강도2의 머리를 친다.) 염병, 그 말투 쓰면서 부산이라고 하면 난 양키다 씨발 놈아.
강도1: 우리 얼굴까지 죄다 봤을 것인디……. 인자 몽타쥬 그려갖고 배포하고 벽보에다 붙여놓고 이놈저놈 다 보고……. 워메, 씨발 미치겠구만.
강도2: 성님 저거 그냥 갖다 줘 버리며는 그놈의 자식이 그나마 덜 지랄 할 것인디.
강도1: 그런다고 안 잡히겄냐.
강도3: (뭔가 뜸들이며) 거시기 말이여, 가름마를 바꿔불면은 한결 못 알아 볼텐디.
씬 12. 오선생의 방 - 아침
김명선은 화장을 하고 있고 오선생은 누워있다.
김명선: (거울을 보며 머리를 매만진다.) 깨셨어요?
오선생: (엎드려 담배를 매만진다.)
김명선: 오늘 다시 가보신다구요. 이번엔 확실한 거죠?
오선생: 오겠지, 지까진 놈이 혼자 뭘 하겠어?
김명선: 그게 아니고 공작금 말예요. 당신이 운용할 수 있는 거죠? 이번 달까지 해결 안되면 사무실 비워야 해요. 그럼 지도부에서도 의심할거고 일이 어려워져요.
오선생: (담배를 핀다.) 먼저 가, 나중에 나갈게.
씬 13. 거리 - 낮
주위를 둘러보는 철진. 철진의 시야에는 건물의 간판들이 보인다.
철진은 고개를 숙이며 걷는다. 철진은 횡단보도로 다가선다. 철진은 신호를 기다린다.
빨간 신호로 서 있는 철진 옆에 딴 사람이 건너간다.
철진은 다른 횡단보도에서는 빨간불에도 건넌다. 철진과 함께 건너려던 기다리던 사람들은 이내 멈칫 거리고 되돌아선다. 중앙선에 서게 된 철진은 어리둥절해 하며 헤맨다.
씬 14. 다리 - 밤
다리에 도착한 철진(낮)은 서성이다(저녁) 웅크려 앉아있다.(밤) 오선생은 철진에게 다가온다.
추위에 떨고 있는 철진을 오선생은 바라보며 주위를 살핀다. 철진에게 다가간다.
오선생: 한강은 겨울에 더 운치가 있지.
철진: (이가 덜덜 떠는 목소리로) 원하는 것은……. 뭐든지 얻을 수 있습니다. 강의 상류에는 우리가 바라는 것이 다 있습니다.
오선생: (의외의 표정으로 바라본다.)
씬 15. 택시 - 밤
달리는 택시 안의 철진과 오선생. 오선생은 추위에 떨고 있는 철진에게 목도리를 매준다.
씬 16. 골목길 - 밤
오선생과 철진은 골목길을 걸어오고 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지나간다.
카메라는 철진과 오선생의 뒷모습을 비춘다.
오선생: (먼저 한발 앞서 나가다 뒤돌아보며) 근데 뭐 가지고 온 짐 같은 건 없나?
철진: 뺏겼습니다. 택시를 탔는데 어떤 놈들한테 당했습니다. 운전기사하고 고덕동 사는 놈, 둔촌동 사는 놈, 잠실 사는 놈……. 나쁜 종간나들.
오선생: 잠깐 가만히 있어봐……. 그러니까 (앞으로 걸어 나가면서) 놈들이 자넬 혼절시키고, 도망갔다……. 자네 가방을 들고…….
철진: 목포……. 순창……. 벌교……. 광주. 정사각형 놈들.
오선생: 그러니까 택시강도를 당했구나. 택시강도……. 간첩이 택시강도를 당한거지……. 지금. 글쎄……. 여하튼 간첩은 맞는 거지? 북조선에서 온……. 그러니까, 그 가방엔, 휴대장비가 들어가 있고.
철진: 권총, 독침, 무전기…….
오선생: 공작금도?
철진: …….
오선생: (철진에게 다가서며) 가라.
철진: 뭐요?
오선생: (가라고 손짓하는 오선생, 그리고는 걸어간다.)
철진: 이보시오.
오선생: 이제부터 내가 하는 말 똑바로 들어 젊은 동무, 아주 중요한 말이니까.
저기 찻길로 나가서 223번 버스타고 구파발까지 가라. 거기서 조금만 더 가면 임진강이 나오거든.
강 따라 헤엄쳐 다시 넘어가라. 수영할 줄 알지? 가서 준 장비들 강도당해 다 뺏겼으니까 새걸로 한 세트 더 받아 가지고 나와, 응? 내가 고정간첩 30년 만에 댁같은 간첩 첨 본다. (목에 해 주었던 목도리를 빼며 옷을 여며준다.) 무사히 돌아가.
철진: (단호하게) 난, 당이 보내서 왔소.
씬 17. 오선생 집 주방 - 밤
김명선은 철진에게 밥을 퍼준다. 오선생은 철진을 바라보고 화이가 이 데 문을 열고 들어온다.
오선생: 몇 신데 이제 들어와?
화이: 전화했는데……. 늦게 들어온다고. 전시회가 얼마 안 남아서…….
오선생: (신문을 보며) 그놈의 건, 돈 한 푼 안되는 짓꺼리 뭐 볼거 있다고 그리 매달려.
김명선: (화이를 향해) 아버지 친구 분의 아들인데, 오늘밤 우리 집에서 주무실 거야. 저녁 안 먹었으면 그냥 밥 한공기만 퍼서 같이 하렴.
화이: (철진의 뒷모습을 본다.)
김명선: (커피를 마신다,)
(철진과 화이는 식사를 한다. 철진은 밥을 급하게 먹으면서 발을 바꾸다 화의의 발에 닿는다.
어색하게 화이를 힐끔 보는 철진과 어색하게 밥 먹는 화이. 철진은 밥공기를 들고 일어선다. 일어서는 철진을 보고 일어서는 화이.)
화이: 두세요……. 제가 나중에 치울게요.
철진: 저. 밥 좀 더 먹어도 되겠습니까?
화이: ……. 아, 예……. 안녕하세요? 우리 아버지 딸이에요.
철진: 아버님 친구 분의 아들 됩니다.
화이: 네.
철진: (애타게) 밥이.
화이: 밥통이……. 저기……. 주세요……. 제가…….
(둘이 밥공기를 주거니 받거니 한다.)
철진: 아닙니다. 제가……. 적당히……. 먹을 만큼만…….
화이: 예. (자리에 앉는다)
(철진은 밥공기가 넘치도록 밥을 퍼 오고 숫가락 가득 밥을 퍼 먹는다. 이 때 우열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김명선: 이제 오니?
우열: 밥 먹었어요. 잘게요.
김명선: 얘……. 너 얼굴이 왜 이래? 누구한테 맞았니?
우열: 아니에요. 맞긴 누구한테……. 주무세요.
오선생: (신문 보다가) 애구……. 못난 놈. 거실에서 자. 손님 오셨으니까.
씬 18. 화이의 방 - 밤
무엇인가 주물럭거리며 작업 중인 화이는 인기척을 듣고 문 쪽을 본다. 방문으로 가 문을 연다.
철진이 서 있다.
철진: ……. 화장실이 어디인지 아십니까?
화이: 저 따라오세요.
씬 19. 거실 - 밤
화이는 화장실 있는 곳으로 가 손짓으로 철진에게 알려주고 돌아간다.
씬 20. 거리 - 낮
차에서 내리는 어깨들은 강도들 쪽을 담배를 물고 강도들 쪽을 쳐다보는 어깨1.
강도들은 풀빵을 먹으며 걸어오고 있다.
어깨1: 일루와봐! 이 개떼들이 또 어딜 가시나?
어깨2: 이 새끼들, 머리 꼴 좀 봐라, 꼴 좀 봐. 이건 또 어디 스타일이냐?
어깨1: 삥국물 좀 많이 나오나?
강도2: 저희들 요즘 일 안 해요. 솔찮이 됐어요.
어깨2: 언제 뜰래? 말 나오잖아, 이 새
강도4: 아니 긍께 시방 나 혼자 덮어쓰라 이거시오?
강도2: 아니 덮어쓰고 자시고 할 것 없이 니가 쐈응께, 니가 죽인 것이지. 방아쇠를 우리 넷이 함께 당겼냐?
강도3: 그러게…….
강도4: 아무리 그려도……. 나가 날 위해 쐈소? 이거 왜들 이러쇼? 아까 그 상황 못 봤소? 그 시벌 놈이 성님 싸대기를 날리는디……. 그려, 그려(점차 목소리를 높이며) 고것까지는 참았어. 근디 성님 아구창에서 피물이 솟는은 말을 듣는디 나가 삥이 안 가면 그것이 인간이여? 나는 나 개인의 행복이나 명예 땜시 방아쇠를 당긴 것이 아니여!
(강도들 어이없은 듯이 쳐본.)
강도1: 니가 김재규여? 피는 나가 나는디 니가 왜 지랄이여? 어쨌든 우리가 저 가방을 가지고 있는 한 우린 어려워징께 가방 갖 주고 이 바닥 뜨는 것이여. 최대한 멀리……. 사람들 못 알아보는 곳으로 뜬, 알것냐?
씬 22. 안기부 정문 - 새벽
강도1, 2, 4와 차가 나란히 걸어온. 택시 안에는 강도3. 눈짓을 서로 보내
강도1, 2, 4는 정문 쪽으로 마구 뛴. 부원은 택시 있는 쪽으로 온. 강도3은 차유리를 내리고 껌을 뱉는.
그 때 한 명이 탄.
부원: 야……. 차 잡기 힘든데 잘 됐네, 마포 갑시.
강도3: 저 죄송한데요, 시방은 저 지금 못 가는데요.
부원: 아저씨. 나 이 건물에서 일하는 사람이에요. 예? 괜히 승차거부 하지 말고 빨리 갑시.
강도3: 그런 게 아니고요……. 승차거부가 아니고요……. 저기.
부원: 소속이 어디야?
강도1: (차문을 열며) 이거 뭐야!
강도3: 저기 이 분은 마포에 사시는…
씬 26. 학생부실 - 낮8
주전자, 몽둥이, 걸려있는 여러 개의 몯둥이들, 상담실이라는 표지판. 우열과 선생의 긴장감 있는 고요한 모습.
선생은 서 있고 우열은 책상 앞에 앉아 있다.
선생: 대장하고 싶었냐? 그래서 그랬니?
우열: 네.
선생: 짱, 대가리, 대빵, 오야봉, 일진, 완장……. 이렇게들 부르니?
우열: (선생을 본다)
선생: (자리에 앉으며) 우열아, 넌 멋진 놈이야. 남자란 아무리 돈을 벌고 유명해지고 훌륭한 사람이 되어도 싸움을 잘하고 싶은 꿈이 있어……. 흔히 알카포네 콤플렉스라고 하는 거……. 깡패두목이 된다거나 혹은 강력계 형사가 되고 싶은 거……. 그런데 말이야, 주먹이란게 숨기고 있으면 있을수록 빛나고 무서워지늰 거지. 그리고 넌, 좋은 주먹을 가졌잖아. 그 어느 누구랑 붙어도 맞지 않을 만큼……. 어때? 남들이 못 가진 걸 지녔으미 이젠 다른 걸 가져보는 게……. 예를 들어 어느 정도의 성적과 어느 정도의 도덕성……. 그럼 정말 멋진 놈이 될 것 같다.
우열: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죄송합니다. 선생님.
선생: 자식……. 잘못을 인정할 줄도 알고, 사내 기질이 다분하구나, 정말 대장감인걸.
우열: 다신……. 안 그럴게요.
선생: 됐다. 선생님은 널 믿고……. 니가 이렇게 진심으로 약속해 주는걸 믿는다.
자식……. 앞으로 주먹이 쓰고 싶으면 선생님을 생각해……. 하하하……. 근데 부모님은 뭘하시니?
우열: ……. 간첩이십니다.
선생: 간……. 간첩.(주전자로 내리친다.)
씬 27. 버스 안 - 낮
우열은 눈이 멍들어 있다. 버스 뒷좌석에 철진과 우열이 앉아있다.
철진: (무표정하게) 늘 그렇게 맞고 다니니?
우열: 가끔요.
철진: 싸움을 자주 하나 보지?
우열: 가끔.
씬 28. 상담소 복도 - 낮
상담실 간판이 보인다. 복도에 앉아있는 철진과 사람들. 철진은 복권을 긁고 있는 아이를 보고 있다.
상담소 직원: 김정희씨, 들어오세요.
(복권을 긁던 아이는 일어나면서 복권을 흘린다. 철진은 바닥에 떨어진 복권을 줍는다.)
씬 29. 옆 상담실 - 낮
오 선생이 한 남학생을 상담하고 있다.
남학생: 한두 번이 아니에요. 이젠 아예 집에 전화를 해서 가지고 나오라는데, 액수가 적으면 때려요.
오 선생: 경찰에다 알려보지. 아무래도 경찰 아저씨들이 이런 문제는 잘 해결해 주실 테니깐.
남학생: 나중에 보복당하면 어떡해요. 그 새끼들 칼도 가지고 다니는데.
오 선생: 아저씨한테 그 친구의 신상에 대해 아는 대로 얘길 해봐. 이름……. 나이…….
(이 때, 우열이 들어온다.)
우열: 아저씨 모셔왔어요. (상담하고 있던 남학생을 본다.)
남학생: (우열을 보고 기겁한다.)
오 선생: 너 얼굴이……. 뭐야, 또 싸운 거야?
우열: 네? ……. 요즘 학교 앞에 깡패 새끼들이 많아서요. 거 왜 학원 폭력 같은 거 있잖아요.
(남학생이 물을 마신다.)
우열: 근데, 아버지……. 이런 거 한번 해주면 얼마씩 받아요?
오 선생: (우열의 머리를 내리치며) 집에 가 자식아……. 저 웬수같은 새끼……. (남학생에게 시선을 돌리며) 음……. 자 우리가 어디까지 얘길 했더라……. 그래, 널 괴롭힌다는 그 나쁜 자식 고놈의 나쁜 자식에 대해서 아는 대로 얘길해봐…….
남학생: 아니요……. 생각해보면 제 잘못이 크죠.
씬 30. 원장실 안 - 낮
원장실 간판이 보이고 오 선생과 철진이 있다.
철진: 보고 했습니까?
오 선생: 못했다, 바빠서. 안그래두 오늘밤에 할려구, 왜 겁나냐?
철진: 나의 과오입니다. 당의 처벌이 있으면 달게 받겠습니다.
오 선생: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 좀 짜증이 났다. 대남 공작을 위해서 내려온 북조선 최고 정예 요원이 돼지 새끼 훔치러 온다기에.
철진: 유전자 샘플입니다. 전 인민의 생사가 달려 있는 문제입니다.
오 선생: 당도 참 이상해. 그 옥수수 준다 할 때 그냥 받지 뭐가 그렇게 쪽 팔린다고, 참.
철진: 선생.
오 선생: 아님 애들이나 제대로 된 애들을 보내던가. 허긴 뭐 남조선 떼강도 수준도 완전히 국제적이니까.
철진: 시간이 없습니다.
오 선생: (일어서며) 너같이 강도당한 간첩이 맨손으로 공작하겠다고 날뛰는 것을 보고 여기서는 맨땅에 헤딩한다는 표현을 쓴다. 너, 맨땅에 헤딩하지 말고 준비 될 때까지 그냥 집에 가만히 있어. 과기처 신분으로 들어가는 건 토요일이다. 그 때까지 니가 할 수 있는 일은 집안에 꼼짝 말고 콕 처박혀있는 것이다. 그냥 주는 밥 먹고 하라는 대로만 해. 응! 우열이한테 고스톱이나 포카 가르쳐 달라고 해. 그거 재밌다. 무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