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2기 215. 용설란
우리 빌리지의 뜰에는 용설란이 몇 그루 있다.
내가 처음 이사해 왔을 때부터 있었는데 Arnel이 큰 포기 옆에 돋아난 새 용설란 묘포기를 떼어다가 그 옆으로 몇 그루 더 심어 놓았다. 말하자면 분양을 해 놓은 것이다.
용설란은 잎의 끝이 바늘처럼 뾰족해서 자칫 아이들이 장난치다가 그 쪽으로 넘어지기라도 하면 크게 다칠 수도 있다.
더구나 우리 빌리지의 용설란처럼 제법 나이가 든 잎은 더욱 크고 강해서 큰 바늘처럼 더 위험하다.
어느 날 내다보니 용설란 잎의 뾰족한 끝마다 하얗고 동그란 꽃이 한꺼번에 핀 것 같다. 밤새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다가가서 들여다보니 앞 집의 장난꾸러기 학생들이 계간껍질을 그 끝에 모두 씌워 놓은 것이다. 그 아이디어에 절로 웃음이 난다.
며칠 간은 흰 꽃처럼 잘 붙어 있고 그것이 깨어지거나 떨어질 때까지는그런 대로 보기도 괜찮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용설란의 가운데서 큰 막대기같은 기둥이 불쑥 솟았다.
그리고 그 줄기는 나날이 쑤욱 쑥 자라나 며칠만 못 보면 그 사이 키가 제법 높이 자라나 있었다.
그 뿐이 아니다. 그 막대의 마디마다 작은 꽃봉오리가 매달리고 드디어 그것이 연 노랑색의 자잘한 꽃은 피운다.
이 신비스런 변화에 무언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설렘으로 나는 매일 그것을 바라보게 된다.
그 전에는 관심도 없고 눈에도 들어오지 않던 것조차 이렇게 놀라운 변화를 보이니 자연은 참 조화롭다.
어느 날 골프장에서도 우연히 눈에 띈 모습에 나는 깜짝 놀랐다. 모든 건 관심이 있어야 보이는 법이다.
하늘을 찌를 뜻이 높이 자라난 줄기가 용설란이다. 우리 집 뜰에 있는 것보다 몇 배나 더 자란 것이다.
그토록 드나들면서도 여태껏 보이지 않던 그 나무를 나는 한동안 바라보았다.
마치 대나무 줄기처럼 저렇게 높고 크게 자라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 줄기마다 잔잔하게 붙어 있는 꽃이라니!
우리 나라에서 큰 화분에 심어져 있는 용설란만 보다가 이렇게 땅에서 제멋대로 불쑥 솟아오르는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니 역시 이게 정말 여름 나라의 풍경인 것이다.
첫댓글 그 큰 줄기는 한번 자라면
그 다음 해에도 그 상태를 유지 하나요?
용설란…
식물들의 천국은 엄동설한이 없는
열대지방이 아닌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