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한 사이렌소리 그리고 성난 남성들의 외침. 그리고 총소리...영화는 그렇게 시작된다.
1938년 3월, 샌프란시스코 만의 검푸른 심연에 뿌리를 박은 채 우뚝 솟은 한 이름없는 바위섬, 바로 그곳에 '알카트레즈'란 이름의 감옥이 위치한다. 나체의 한 남자가 지하 감방에 던져진다. 육중한 철제문이 금속성을 울리며 닫혀지면, 한평반 남짓한 독방은 칠흑같은 어둠 속에 잠긴다. 이 남자의 이름은 헨리 영 (케빈 베이컨 분)이다.
야구를 유일하게 좋아하던 그는 10살때 부모를 잃었다. 굶주린 여동생을 위해 우체국에서 일을 하려했지만 거절당하자 옆에 있던 5달러를 훔치다 체포돼 유죄를 선고받았다. 운이 없게도 악명높은 알카트레즈 감옥에 수감되고 만다. 하지만 억울한 마음에 탈옥을 시도하다 밀고자에 의해 탈옥은 실패로 끝나고 만다.
프랑스의 장발장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배고픈 어린 조카를 위해 빵을 훔치다 감옥행 그리고 수차례 탈옥시도, 결국 풀려난다. 하지만 오고갈데가 없는 그는 결국 신부의 도움으로 새삶을 찾고 나름 사회적 성취도 이루면서 살았다. 그리고 프랑스대혁명도 맛봤다. 장발장은 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실존 인물인 헨리 영에 비해면 너무 행운아이다. 헨리 영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 아니 이 세상에서 그를 도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유일한 혈육인 여동생은 그가 체포된 뒤 생사여부도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탈옥한 죄로 지하 감방에서 3년2개월 동안 잔인하고 비 인간적인 삶을 살게 된다. 원래 지하 독방에서는 최장 19일이상은 수감하지 못하게 돼 있지만 그는 무려 3년2개월을 그야말로 버려진채 방치돼 있었다. 그리고 그는 교도소 부소장이자 정신이상적인 괴퍅한 행동을 하는 글렌(게리 올드먼 분)에게 숱한 구타를 당한다. 감히 자신이 부소장으로 있는 이 감옥을 탈옥하려 한데 대한 보복이었다. 면도를 하다 얼굴에 상처를 입자 면도칼로 헨리 영의 아킬레스건을 자르는 만행도 저지른다. 한 개인의 공명심이 만들어 내는 비인간화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1941년 6월, 마침내 그는 알카트레즈의 지하 독방에서 벗어나게 되지만 몇시간 후, 햇빛 가득한 교도소 식당에서 옆에 앉은 사람으로부터 그가 왜 독방에 그토록 오랜 시간동안 수감돼 있었는가를 알게 된다. 그는 순간 벌떡 일어나 어디론가 달려간다. 자신을 그런 고통 속에 몰아넣은 장본인이라고 생각되는 한 사나이를 200명의 목격자들이 보는 앞에서 살해한다. 무의식속에 벌어진 이 보복 행위로 인해, 헨리 영은 일급살인죄로 기소된다.
하지만 누가 그런 죄수의 변호를 맡고자 하겠는가. 탈옥에 교도소에서 살인에. 하지만 힘들게 관선변호인이 선임된다. 그의 변호를 맡은 24세의 젊은 관선 변호사, 이번 사건이 그의 첫 변호담당 사건이었다. 그는 제임스 스탬필 변호사( 크리스천 슬레이터 분)이다. 제임스 변호사도 헨리 영과 마찬가지로 열살때 부모를 잃고 형과 함께 살아왔다. 그도 정말 힘들게 어린시절을 살아온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 변호를 맡게 됐는지도 모른다. 변호사가 된 형의 덕분으로 그도 변호사가 될 수 있었다.
변호사 제임스는 헨리가 수감됐던 그 지하 독방을 찾아간다. 빛이 없는 그 곳에서 바닥에 그려진 야구장 다이아몬드 그림을 발견한다. 헨리는 3년 2개월 지하 독방에서 수감생활을 하면서도 유일하게 좋아했던 야구를 머리속에 상상하면서 지리하고 공포스런 나날을 견딘 것이다. 헨리가 지난 3년 2개월 동안 지하 독방에서 비인간적이며 짐승과 같은 생활을 한 것에 대해 제임스 변호사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처음에는 변호사라는 존재에 대해 심한 거부반응을 보였지만 서서히 제임스 스탬필에게 신뢰를 갖게 되는 헨리였다. 제임스는 이 사건을 조사하면서 헨리를 지하 감방에 가두게 한 진짜 장본인은 교도소 부소장 글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뒤에는 알카트레즈와 연방정부라는 거대한 법적 권력이 도사리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재판은 시작되고 이 사건이 갑자기 뉴스의 주목을 받게 된다. 변호사 제임스는 혹독하고 비인간적인 지하 독방에서 3년 2개월동안 수감돼 있으면 그야말로 살인본능밖에 남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고 그가 그렇게 살인을 할 수밖에 없게 된데는 교도소관계자들의 가혹 행위가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주장한다. 결정적인 것은 3년 2개월 지하 독방생활로 그의 정신상태는 아주 병들어 있다는 것을 집중 부각시킨다. 그리고 교도소관계자들을 고발하겠다고 나섰다. 언론에서 집중적인 취재가 시작됐다.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범행이었는가 여부 그리고 교도소 관계자들의 비인간적인 가혹 행위가 사실이었는가에 여론의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제임스변호사의 형인 바이런 변호사는 동생의 행동이 불만스럽다. 너무 깊게 들어가는 것도 그렇고 교도소 소장을 지목하는 것도 그렇다. 교도소장은 법무부장관의 신임을 받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변호사 제임스는 흔들리지 않는다. 아니 더욱 열정적으로 이 사건 핵심으로 진입한다. 법정에서 검사측과 한치 양보없는 설전을 벌이기 일쑤다. 언성을 높이고 정렬적으로 덤벼드는 그에게 재판관의 주의가 여러번 떨어진다.
교도소 부소장과 소장을 법정에 증인으로 불러낸뒤 날카로운 신문을 이어간다. 특히 교도소측의 비인간적인 처사를 물고 늘어졌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교도소에 수감된 사람가운데 32명이나 정신병원으로 옮겨진 것에 대해 송곳같은 질문을 던진다. 얼마나 혹독하고 비인간적인 교도소 생활이었으면 32명이나 미쳐서 정신병원으로 옮겨졌는가 하는 것이다.
그런 변호사의 행보와는 달리 당사자인 헨리 영은 가스실에서 처형당한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한다. 그리고 이런 교도소에서 복역하느니 차라리 죽는게 편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단지 가스실로 가기 전에 대화할 친구가 한 명 생겼다는 것으로 만족하는 모습이다. 헨리 영은 말한다. 당신은 5달러를 훔쳐본 경험이 있는냐고 말이다. 변호사는 답한다. 자신도 형의 지갑에서 5달러를 훔친 적이 있다고. 그랬을때 형이 어떻게 했느냐고 묻는다. 그냥 앞으로 그러지 말라는 말을 했다고 말한다. 헨리 영은 만일 당신과 자신의 위치나 상황이 바뀌었으면 어떻게 됐을까라고 묻는다. 나는 이 대목에 주목한다. 가슴아픈 질문이다. 같은 5달러의 훔침이지만 이렇게 다른 것이다. 같은 인생이지만 이렇게 다른 것이다.
헨리 영은 변호사 제임스가 어렵게 찾아낸 여동생과 극적인 만남도 가진다. 동생이 교도소로 찾아 온 것이다. 하지만 헨리는 처음에는 동생이란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듯 하지만 결국은 자신의 동생인 것을 안다. 여동생은 자신의 아이의 이름을 오빠이름인 헨리라고 지었다고 말한다. 정말 가슴아픈 오빠와 여동생의 생전 마지막 재회가 그렇게 끝나고 만다.
헨리 영은 법정에서 마지막 발언을 한다. 살인자는 자신이 아니라 그들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 악명높은 알카트레즈 교도소로 돌아가기 싫다고 울먹인다. 너무 무섭다면서... 그리고 배심원들이 평결한다. 이번 사건은 살해의도가 없는 살인이며 교도소 소장과 부소장의 비리사실을 수사해 달라고 평결한다.
마지막 최종 판결을 앞두고 헨리 영은 교도소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그가 어떻게 이생에서 마지막을 했는지는 영화는 알리지 않는다. 아마도 자연사일 가능성이 높다. 그의 시신아래에 승리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변호사 제임스는 헨리 영이 자신에게 승리의 의미를 가르쳐준 사람이며 그는 자신의 영원한 친구가 됐다고 회상한다. 그리고 그가 헨리 영의 영향으로 야구팬이 됐다고 말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알카트레즈(Alcatraz) 교도소는 1963년에 영원히 폐쇄됐다. 오늘날, 알카트레즈는 최대의 관광 명소로 각광받고 있으며, 100만이 넘는 관광객들로 매년 붐비고 있다. 한 인간이 비참하게 수감되고 결국 목숨을 잃고 그 교도소 관계자들의 잔혹한 가혹행위가 뒤섞인 그곳이 관광명소가 됐다는 것이 아이러니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5달러 절도가 의미하는 것, 교도소 관계자들의 비인간적인 가혹행위, 법적 우위에 있는 자들의 만행, 법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그리고 인간은 결코 평등하지가 않다는 여러 사항을 보여주는 영화로 나는 평가한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각에도 지구촌 곳곳에서 이런 만행들이 행해지고 있다. 합법을 가장한 불법이 난무하는 세상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영화가 아닐 수 없다.
2021년 3월 12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