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꽤나 길게 온다했는데 폭설대란으로 이어질 줄 몰랐습니다.
올해 눈은 지겹게 보았어도 포천 와서는 처음 맞는 눈이라 약간의
낭만도 섞여있었을 진대 연휴 눈 폭탄에 귀경길이 전쟁터가 되었더이다.
저도 허리가 아프지 않았다면 하마터면 T. V에 나올 뻔 했지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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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아픈 것보다 소화불량이나 명치 끝 통증이 걱정입니다.
가족력이 없긴 한데 생전 안하던 위가 까탈을 부려 췌장암일까 봐
바짝 긴장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까지 한번 보고 내일은 병원에
가서 진찰을 해봐야겠습니다. 며칠 전부터 기도 편지를 쓰려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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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피일 미루고 있습니다. 3. 5일 회사에서 돈이 들어오면 바로
쓸 생각입니다. 허리 통증이 멎은 것 같아서 실험삼아 ‘왕방 산’을
산행하기로 작정하고 집을 나섰고 만 나비누나가 12분8K를 가리켜서
다시 늙은 적토마를 탈 수밖에 없었어요. 전에 모르고 갔다가 2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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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렸거든요. ‘깊이 울’은 왕방 산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포천 시내에서
6K, 10분 쯤 가면 한적한 오솔 길을 만납니다. 꽤 유명한 오리 명가가
서너 군대 있고 1K쯤 더 달리면 군사기지 같은 저수지가 은빛 여울을
반짝이며 시선을 끕니다. 저수지 끝쯤에 왕방 산 암벽이 아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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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있습니다. 세트장인가 하고 만져봤더니 진짜 같기도 합니다. 전에는
못 봤는데 만약 거대한 용암덩어리가 맞다 면 이건 대박입니다.
어라, 근데 풀도 나무도 없는 것이 이상합니다. 연병, 조작입니다.
카라반이 예닐곱 개 서 있는 것이 시에서 운명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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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K를 걸어가는 동안 인기척이 전혀 없었어요. 4.1까지 영업을 안 한다는
문구를 확인하고서야 이 큰 산을 제가 전세 냈다는 걸 알았습니다.
달랑 후드 한 장에 조끼를 걸치고 나왔는데 미풍이 부드러웠습니다.
겨울 산은 카메라발이 좋아요. 다들 동면 중인데 계곡 물만 부산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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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봄을 몰고 오는 지 저절로 눈이 가더이다. 발자국을 졸졸 따라 갔고
만, 어느 순간 눈 때문에 길이 없어져버렸어요. 짧게 갈등을 하다가
하산으로 결정하고 징검다리를 건넜습니다. 한번은 소년이 건넜을 그
걸음으로 껑충 뛰었고, 또 한 번은 청계천 데이트 때 그녀와 손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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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던 느낌으로 조심스럽게 건넜습니다. 덕분에 신발 밑창이 말끔
해졌어요. 왕방산은 11년 만입니다. 47세 때 쓴 후기 글 원본을 올립니다.
한수 이북에 4년을 살면서도 왕방산은 악동이도 처음입니다.
2월 달에 이 것 저 것 너무 힘들어서 4년 째 해오던 노래방을 전전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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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고 서울 사당 동에 있는 직업알선 회사에 2주 째 다니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왕방 산이 제 나와바리 안에 있는데 만사 제쳐 놓고 참석해야
맞겠지요. 왕방산은 높이 737m로 광주산맥의 서쪽 지맥인 천보산맥
북쪽 끝에 자리 잡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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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과 관련하여 두 가지 전설이 전해져 온다는데 하나는 872년(신라
헌강 왕3년) 도선 국사가 이 산에 머물고 있을 때 국왕이 친히 행차하여
격려하였다 해서 붙여졌다는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왕위에서 물러난
태조 이성계가 한양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왕자들의 골육상쟁 소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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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마음을 달래기 위해 이 산의 왕방 사(지금의 보덕사)에 며칠 동안
머물렀다 해서 붙여졌다고 합니다. 20분 지각생으로 주현, 장미, 악동이가
도착했을 때 롯데마트 뒤편에 관광버스 한 대가 우리를 반겨줬습니다.
와우~49인승 버스가 만 땅입니다. 이 년 ,저 놈 무지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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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년은 2년 만에 마른보이는 1년만입니다. "에브리 바디 롱 타임 노씨"
지난 1.2월에 버스가 세워진 그 곳에서 악동 이는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땁 떼기 판을 깔아 한 500 먹었는데 앞 상에 앉는 바람에 도리어 1000을
잃었으니 악동이 철 들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쒸바! 가빈이 진아를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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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 끼고 무슨 말을 먼저해야할지 나도 모르겠습니다. 새로 장만한 마무트
배낭에 제대로 된 물건들을 넣어보지도 못했는데 시산제 때 쓸 시루떡 한
box를 쳐 넣었더니 이건 완전군장입니다. 그래도 지각을 했으니 찍소리
한번 못하고 완전군장을 메고 올라갔습니다.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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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은 역시 토룡이 들이랑 해야 제 맛입니다. 진광이가 전문가용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고, 한강, 마야 타이거가 무전기 들고 왔다 갔다 하면서
얼쩡거려야 “아, 내가 오늘 등산 하려고 왔구나!” 하는 생각이듭니다.
루비, 비비 샤샤, 저팔계 호원, 카우보이 오션, 향기, 자연, 아테네 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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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덕이, 산 바다 무아 라임, 깜 치, 정석, 농사꾼 고을이도 왔습니다.
그리고 윤정, 나그네, 라일락, 써니, 봉길, 스잔 까지 대충 한50 명 안
되겠습니까? 4~50분쯤 가다가 숨고르기를 하는데 오랜만의 산행길이라
그런지 살짝 숨이 가빠 왔는데 늙었다는 소리 듣기 싫어서 인적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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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에 숨어 열라 숨을 들이켰습니다. 제사상에 놓을 음식들이 부지런히
형태를 갖춰가고 있을 즈음 악동 이는 목동, 포천 팀이랑 뒤 담화를 깠습니다.
시산제가 시작되자 일출이가 선서 선창을 제법 폼 나게 했고 타이거가
국회의원 뺨치는 연설을 하는데 속없는 휴대폰 음이 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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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리~ 이카루스 전홥니다. 일본 대 지진 때문에 헤어진 각시가 걱정이
되는 모양입니다. 대형 돗자리를 깔려다가 귀차니즘이 발동해서 그냥 숟
가락만 하나들고 시산제 만찬에 조인트 했습니다. 진아 표 더덕 주 대신
장미 표 복 분자, 두부, 더덕 그 중에 김장김치가 제 입맛에 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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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장미가 이런 구석이 있는 줄 처음 알았습니다. 운영진에서 마련한
홍어 무침과 편육도 입에 쩍쩍 붙어서 오랜만에 집 밥 한 번 제대로
자~알 먹었습니다. 쾌락주의자 현득 이가 경아를 좋아한다고 하는데
전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누가 현득 이를 제 라이벌로 생각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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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몇 장 찍고 청소를 한 다음에 역시 쓰레기를 들고 하산 하는데
누군가 내 팔을 붙잡고 사진을 찍자고 하네요. 타이밍을 놓쳐서 그냥
가고 있는데 뒤태가 못 보던 모습입니다. Who is she? 닉 이 이삭
이라고 누군가 대열에서 말해줬습니다. 나락(벼)이냐? 아브라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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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삭이냐? 고 물었더니 토스트 franchise '이삭이랍니다. 그녀는
예뻤습니다. 산방 물이 나날이 좋아지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버스타고
뒤풀이 장소로 이동하는데 2시에 형사 2팀 김 이 현 이랑 만나기로
한 약속 때문에 포천경찰서 앞에서 나 홀로 내렸습니다. 연병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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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의 팔자는 얼마나 엿 같은지 2011'에도 미란다 원칙을 3번이나
읊었습니다. 조서 쓰고 일처리 하는데 1 시간 쯤 걸린 것 같습니다.
택시 타고 뒤풀이 장소에 도착해 보니 닭장 안에 토룡 이들이 바글바글합니다.
보신용 오린지 닭인지 잘 모르겠지만 뒤풀이는 술자리가 확실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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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주를 몇 잔이나 마셨는데도 취하질 않습니다. 일출이가 고맙다고 하고
겸양이 오정이가 술 접대를 하는 것은 지들이 운영진 이라는 말 같습니다.
알아 나도. 21세기 리더십은 개인의 카리스마가 아니고 참모 형 리더십
이며 섬기는 리더십이라고 씨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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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방도 리더십이 중요합니다. 병천(타이거)이가 모토리 존 만해도 50명을
끌고 가는 걸 보면 머리가 있다고 봐야겠죠? 전반전 피구 족구는 이미
끝났고 후반전 족구를 한다고 해서 족구 쪼끔 하는 악동이가 봉길, 일출
진광, 그리고 어떤 년이랑 한 편 먹고 두 게임을 뛰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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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re는 1:1 땀을 뻘뻘 흘리며 바람이 어제랑 확연하게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데 닭장 속 토룡 이들이 난리법석입니다. 멀어서 누가 개판을
치는지 알 수가 없으니 진상치는 인간 명단을 못 내는 것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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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에서 란이랑 속에 담아둔 얘기를 조심스럽게 꺼냈습니다.
자고로 여자는 남자가 하는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것만 잘해도 50
점은 먹고 들어갑니다. 세무사 강바람이 청아한테 자기 스타일이라고
거들먹거리는데 청아가 강바람은 자기 스타일이 절대 아니라고 해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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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줘서 능글맞게 웃어줬습니다. 타임 키퍼가 이제 그만 집에 가지고
사인을 해 와서 족구를 접고 급하게 관광버스에 승차하였습니다.
여전히 싱글인 태용 이가 산행 우수상을 탔는데 부럽지가 않고
측은지심이 드는 이유를 아시나요? "용아, 사랑이 외로운 건 운명을
걸었기 때문이야. 니들은 사랑을 알아!"(2010.3.12.악동)
2021.3.3.wed.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