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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1. 서론
“밤에 누가 제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요.”
“며칠을 거의 안자도 하나도 안 피곤해요.”
약국이나 외래에서 이런 호소를 접했을 때 우리는 먼저 스트레스, 수면 부족, 약물 부작용 등 가역적 요인을 확인한다. 그러나 현실감 상실이나 수면욕구 없는 활력 증가가 수일 이상 이어진다면 ‘조현병 스펙트럼’ 또는 ‘양극성장애’를 의심해야 한다. 두 질환 모두 비정형 항정신병약물이 치료의 중심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약사가 함께 이해해두면 실무에 유용하다.
2. 조현병
가. 질환개요
조현병은 사고·지각·감정·행동 전반에 장애를 일으키는 만성 정신질환으로, 평생 유병률은 약 0.7%다. 주된 병태생리는 중뇌변연계의 도파민 과활성(양성증상)과 전전두엽 도파민 저활성(음성·인지증상)이다. 증상은 크게 양성증상(환각·망상·와해), 음성증상(감정둔마·무의욕·사회적 위축), 인지증상(주의력·기억 저하)으로 나뉘며, 주로 10대 후반~20대 초반에 발병해 재발을 반복한다.
나. 약물요법
한국 조현병 약물치료 알고리즘 2019(KMAP-SPR 2019)은 1단계 치료로 비정형(2세대) 항정신병약(Second-Generation Antipsychotic, SGA) 단독요법을 명시적으로 권고한다.
한편 미국정신의학회의 2020년 가이드라인(APA 2020)은 1세대 항정신병약(First-Generation Antipsychotic, FGA)와 SGA의 우열을 명시하지 않으며, 개별 환자의 부작용 프로파일, 약물 상호작용, 환자 선호도 등에 따라 약제를 선택한다. CATIE 연구(Lieberman 2005 NEJM, n=1,493)는 olanzapine이 중단률이 가장 낮았으나 체중·대사 이상이 많았고, FGA와 SGA 간 효과 차이가 뚜렷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2가지 이상의 적절한 항정신병약에 반응하지 않는 치료저항성 조현병에서는 clozapine이 유일한 강력 권고 약물(APA 2020, 1B)이다.
자살위험이 높은 환자에서도 clozapine이 권고되는데, InterSePT 연구(Meltzer 2003)에서 자살시도·입원률을 24% 감소시킨 근거에 기반한다. 다만 무과립구증(~0.8%)·심근염·장마비 위험이 있어 정기적인 전혈구 검사(첫 6개월 매주)가 필수이다. 복약순응도가 낮거나 재발 위험이 높은 환자는 장기지속형 주사제(Long-Acting Injectable, LAI: 인베가서스티나, 아빌리파이메인테나 등)를 어느 단계에서나 고려할 수 있다(KMAP-SPR 2019).
다. CASE 소개 ― 조현병
(1) 환자 기본 정보
- 남성, 24세, 178cm/68kg, 대학원생(1년 휴학 중)
-흡연 1갑/일, 주 2~3회 음주. 모친 양극성장애 가족력
(2) 내원 사유(Chief Complaint)
- “이웃이 저를 감시하는 것 같고, 밤마다 제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 학업 중단, 사회적 위축, 수면 4시간 미만, PANSS 92점
(3) 진단: 조현병(초발, first-episode)
(4) 처방 예시
- 리스페달정 Risperidone 2mg 1T qd HS(3일 뒤 4mg으로 증량)
- 벤즈트로핀정 Benztropine 1 mg 1T bid(EPS 예방, 단기)
- 로라제팜정 Lorazepam 0.5mg 1T HS PRN
라. 약사 처방 검토 핵심
(1) 초발 환자는 성인 유지용량의 1/2 수준에서 시작이 권장된다.
(2) Risperidone은 4mg/일 이상에서 EPS 발생이 급증하므로, 용량 증량 시 EPS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시 benztropine 병용을 검토한다.
(3) 흡연자는 향후 olanzapine 또는 clozapine 전환 시 CYP1A2 유도로 혈중농도가 낮아질 수 있어 용량 재평가가 필요하다.
(4) 대사 baseline(체중·허리둘레·혈압·공복혈당·지질)을 반드시 확보한다.
마. 복약 상담 핵심
(1) 복용 주의사항 및 부작용 설명
가) 효과 발현: 환청·망상은 1~2주부터 감소 시작, 4~6주까지 충분히 평가한다. 음성·인지증상은 수개월이 걸릴 수 있어 기대 차이를 미리 설명한다.
나) 추체외로증상(EPS): 몸이 뻣뻣하거나 안절부절 못하는 느낌, 떨림이 있으면 즉시 알리도록 교육한다.
다) 대사 모니터링: 체중·허리둘레를 주 1회 기록.
라) 임의 중단 금지: 임의 중단 시 재발률 70% 이상이며, 재발 시마다 예후가 나빠진다. 최소 1~2년 유지가 원칙임을 강조한다.
(2) 비약물요법
가) 금연: 흡연은 clozapine과 olanzapine 농도를 낮춰 재발 위험을 높인다.
나) 인지행동치료(CBTp)·가족 심리교육 병행이 재발률을 유의하게 낮춘다.
3. 양극성장애
가. 양극성 1형과 2형의 구분
양극성장애는 조증 삽화 유무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양극성 1형은 평생 한 번 이상의 조증 삽화가 있었던 경우를 말하며, 평생 유병률은 약 1%다. 양극성 2형은 경조증과 주요우울 삽화만 있고 조증은 없는 경우로 평생 유병률은 약 1.1%로 알려져 있다.
진단의 핵심은 ‘조증 삽화가 있었는가’이며, 이 단 하나의 질문이 1형과 2형을 가른다.
나. 조증과 경조증의 차이
조증은 들뜨거나 과민한 기분과 활력 증가가 7일 이상 지속되며, 자존감 팽창, 수면욕구 감소, 사고비약, 위험행동 등을 동반한다. 기능 손상이 뚜렷하고 환각, 망상 등 정신병적 양상이 나타날 수 있어 흔히 입원이 필요하다. 경조증은 같은 증상이 4일 이상 지속되나 기능 손상이 경미하고 정신병적 양상은 없다(있으면 조증으로 재분류). 본인이 ‘기분이 좋다’고 느껴 진단이 늦어지기 쉽다.
주요 우울 삽화는 1형, 2형 모두에서 나타나며, 2형은 질병 경과의 80% 이상이 우울로 채워져 주요우울장애로 오진되기 쉽다. 이때 항우울제 단독 처방은 조증 전환과 자살 위험을 높여 감별이 중요하다.
다. 약물요법
양극성장애 치료는 ‘병의 유형(1형/2형)’과 ‘현재 상태(급성 조증/경조증/우울/유지기)’ 두 가지 축으로 결정된다. 같은 양극성장애 환자라도 지금 어떤 상태에 있는지에 따라 1차 약물이 달라지고, 같은 상태라도 1형이냐 2형이냐에 따라 선호 약물이 다르다. 따라서 처방 검토 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이 환자가 1형인지 2형인지, 그리고 지금 어떤 상태에 있는지”이다.
(1) 양극성 1형의 약물요법
가) 급성 조증 삽화 치료
치료 목표는 증상 관해, 행동 안정, 자·타해 방지다. 한국형 양극성장애 약물치료 알고리즘(KMAP-BP 2022)과 국제 양극성장애 치료 지침(CANMAT/ISBD 2018) 모두 다음 세 가지 중 하나를 1차 치료로 권고한다.
① 기분안정제(mood stabilizer, MS)+비정형 항정신병약(SGA) 병합요법, ② MS 단독요법, ③ SGA 단독요법. 정신병적 양상이 동반된 조증은 KMAP-BP 2022가 MS+SGA 병합을 우선한다. 중증 조증은 병합요법, 과거 lithium 반응이 좋으면 단독요법이 합리적이다.
초조, 불면에는 lorazepam 1~2mg을 단기 병용할 수 있으며, 중증이거나 치료저항성, 임신 중 등 특수 상황에서는 전기경련요법(ECT)도 고려된다.
나) 급성 양극성 우울 삽화 치료
치료 목표는 우울 관해, 자살위험 감소, 조증 전환 방지다. CANMAT/ISBD 2018은 다음 네 가지 중 하나를 1차로 권고한다.
① quetiapine 단독, ② lurasidone 단독(또는 MS 병용), ③ MS+SGA 병합, ④ MS+lamotrigine 병합. 항우울제 단독 사용은 권고되지 않으며, 사용이 필요하면 반드시 MS 또는 SGA와 병용한다.
특히 삼환계 항우울제(TCA)와 venlafaxine은 조증 전환 위험이 가장 높아 피한다. 1년에 조증, 경조증, 우울, 혼재성 삽화가 4회 이상 나타나는 급속순환형에서는 항우울제가 순환을 악화시킬 수 있어 최소화하고, 자살사고가 동반된 경우 lithium 포함 병합이 선호된다.
다) 유지요법
목표는 재발 예방, 자살위험 감소, 삶의 질 유지다. CANMAT/ISBD 2018은 lithium, quetiapine, valproate, lamotrigine, asenapine, aripiprazole(경구 또는 월 1회 지속성 주사)을 1차로 권고한다. 1형 유지요법의 중심은 lithium으로, BALANCE 연구(Geddes 2010, Lancet)에서 lithium 단독과 lithium+valproate 병합이 valproate 단독보다 재발 방지에 우월했으며, 양극성장애에서 자살률 감소 근거를 가진 유일한 약물이다.
약물 선택은 지배적 삽화에 따르며, 조증극은 lithium, valproate, aripiprazole; 우울극은 lamotrigine, quetiapine; 급속순환형은 valproate, lamotrigine, quetiapine(lithium 효과 감소); 혼재성은 valproate, asenapine, cariprazine이 적합하다. 복약순응도가 낮거나 재발 위험이 높으면 장기지속형 주사제(LAI, 국내: 아빌리파이 메인테나 월 1회, 인베가 서스티나 1개월/트린자 3개월/하피에라 6개월)를 고려한다. 신기능 저하 환자는 lithium을 피하고, 가임여성은 lamotrigine을 우선한다.
(2) 양극성 2형의 약물요법
가) 급성 경조증의 관리
경조증은 기능 손상이 경미하므로 치료 접근도 다르다. 짧고 경미한 경조증은 수면 확보, 카페인 제한, 규칙적 생활만으로 관찰할 수 있다. 유지약 복용 중 악화 시 기존 약을 증량(예: quetiapine 증량)하고, 불면과 초조에는 lorazepam이나 clonazepam을 단기 사용한다. 반복적이고 기능에 지장을 주면 quetiapine 또는 lithium 유지요법을 시작하며, 조증으로 진행되면 1형 조증 치료 프로토콜로 전환한다. 경조증을 ‘좋은 기분’으로 방치하면 우울극 악화나 드물게 1형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나) 급성 양극성 우울 삽화 치료
2형의 주요 질병 부담은 우울 삽화이므로 이 시기 치료가 예후에 결정적이다. CANMAT/ISBD 2018은 quetiapine 단독을 가장 선호되는 1차 치료로 권고하며, lithium과 lamotrigine 단독도 1차 옵션이다. Sertraline, venlafaxine 등 항우울제는 2형에서 허용도가 상대적으로 높지만 MS 또는 SGA 병용이 권장되며, TCA와 고용량 venlafaxine은 조증 전환 위험이 있어 주의한다.
다) 유지요법
2형 유지요법의 중심은 quetiapine으로, CANMAT/ISBD 2018에서 2형의 유일한 1차 유지요법 약물이며 lithium과 lamotrigine은 2차다. 2형은 질병 부담 대부분이 우울극이기 때문에, 조증부터 우울, 유지까지 균형 있게 커버하는 quetiapine이 선호된다. 자살위험이 높은 환자에서는 2형이라도 lithium을 우선 고려할 수 있으며, 체중 증가를 우려하는 환자에게는 lamotrigine이 선호된다.
라. CASE 소개 ― 양극성장애
(1) 환자 기본 정보
- 여성, 32세, 162cm/58kg, 디자이너
- 3개월 전 타 병원에서 우울증 진단, escitalopram 20mg 복용 중
- 과거력: 20대 중반 ‘며칠간 자지 않고 폭발적으로 작업한 시기’ 있음(미진단)
(2) 내원 사유(Chief Complaint)
- “2주 전부터 밤에 2시간만 자도 피곤하지 않고, 신용카드로 300만원을 질렀어요.”
- 말이 빠르고 산만, 과도한 지출, 가족 동반 내원
(3) 진단: 양극성장애 1형, 조증 삽화(항우울제 유발 가능성 포함)
(4) 처방 예시
- 리단정 Lithium carbonate 300 mg 2T bid (1200 mg/일)
- 자이프렉사자이디스정 Olanzapine 10 mg 1T HS
- Escitalopram은 1주에 걸쳐 감량 후 중단
마. 약사 처방 검토 핵심
(1) 진단·상태 확인
1형인지 2형인지, 지금 어떤 상태(조증·우울·유지기)인지 확인하고 처방과 부합하는지 점검한다. 기저 평가로 체중·혈압·공복혈당·지질·신기능·간기능·갑상선기능을 확인하고, 가임여성은 임신검사·피임 상담을 시행한다.
(2) Lithium
신기능(eGFR ≥60), 갑상선기능(TSH) 확인 후 시작한다. 시작 5~7일 후 trough로 혈중농도를 측정해 급성기 0.8~1.2, 유지기 0.6~1 mEq/L를 목표로 한다. NSAIDs, ACEi, thiazide는 농도를 20~40% 올려 중독을 유발하므로 병용 여부를 반드시 확인한다.
(3) Valproate
가임여성이면 처방을 재검토한다. 간효소, 혈소판 baseline을 확인하고 혈중농도 50~125μg/mL를 유지한다. Lamotrigine 병용 시 lamotrigine을 1/2로 감량한다.
(4) Lamotrigine
SJS 예방을 위해 점진적으로 증량한다. Valproate 병용 시 1/2로, carbamazepine 병용 시 2배로 조절한다.
(5) SGA
대사 모니터링(체중, 혈당, 지질)을 주기적으로 시행한다. Olanzapine과 quetiapine은 대사 부작용이 크며, QTc 연장 약물 병용도 점검한다.
(6) 항우울제 병용 여부
양극성 환자에게 항우울제가 처방돼 있다면 MS 또는 SGA 병용 여부를 확인한다. TCA와 고용량 venlafaxine은 조증 전환 위험이 높아 재검토가 필요하다.
바. 복약 상담 핵심
(1) 복용 주의사항 및 부작용 설명
① Lithium: 치료 범위가 좁으므로 정해진 시간에 복용하고, 혈액검사 당일 아침은 복용을 미룬 뒤 검사 후 복용한다. 심한 손떨림, 구토, 혼돈, 운동실조는 중독 신호이므로 즉시 병원에 연락한다. 고열, 운동, 설사, 구토 시 농도가 급상승할 수 있어 수분과 염분 섭취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진통제는 아세트아미노펜을 우선 사용한다(NSAIDs는 농도 상승).
② 가임여성: valproate와 carbamazepine은 기형유발 고위험으로 처방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임신 계획 시 최소 3개월 전 정신과·산과 상담을 권고한다. Lithium도 전문가 상담 후 감량·유지를 결정한다.
③ Olanzapine과 quetiapine: 식욕, 체중 증가와 졸음이 크므로 식이·운동 관리를 초기부터 시작하고, 운전·기계 조작에 주의한다.
④ Lamotrigine: 발진이 나타나면 즉시 복용을 중단하고 병원에 연락한다. 발열이나 점막 병변을 동반한 발진은 SJS 응급 상황이다.
(2) 비약물요법
① 수면위생: 매일 같은 시간 취침·기상, 최소 7시간 확보
② 기분차트: 스마트폰 앱이나 수첩으로 매일 수면시간·기분(1~10점)·활동을 기록하면 재발 조기 감지에 도움이 된다.
③ 자극 관리 ‘333 규칙’: 수면 3시간 전 카페인, 과식 금지, 수면직전 스마트폰 차단
④ 심리교육, 가족 참여는 재발률을 유의하게 감소시킨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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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Lieberman JA, et al. Effectiveness of antipsychotic drugs in chronic schizophrenia (CATIE). N Engl J Med. 2005;353(12):1209-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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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Yatham LN, et al. CANMAT/ISBD 2018 guidelines for bipolar disorder. Bipolar Disord. 2018;20(2):97-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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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WHO. Statement on valproic acid in women of childbearing potential. May 2023.
10) 각 의약품 국내 허가사항 (식품의약품안전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