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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인가 위한 주민설명회장이 반대 성토장 중구청 의지와는 달리 재개발 이해도 낮아
2010년 울산 도시주거환경 정비기본계획에 따라 중구는 남구 다음으로 많은 12곳이 2006년 8월 주택재개발사업예정지구로 선정됐다. 하지만 12곳 중 추진위원회 승인이 난 지역은 B-03(우정동), B-04(북정·교동), B-05(복산동), B-10(학성동), B-07(옥교동), B-08(학성동) 여섯 곳. 그 중 가시적으로 조합설립인가 동의서를 받고 있는 곳은 B-03(우정동), B-04(북정·교동), B-05(복산동) 단 세 곳뿐이다.
이마저도 조합설립을 위한 주민들의 동의는 요원하다. 중구청이 도시과 직원과 중구청장까지 총 동원한 주민설명회를 연일 개최하고 있지만 재개발에 대한 이해부족과 관심결여로 난항을 겪고 있다. 재개발에 사활을 건 중구청의 사투는 과연 4~5년 만에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인가. 중구청이 9억원을 들여 용역을 의뢰한 조감도대로 중구의 밑그림이 새롭게 그려질 수 있을 것인가. 멀고도 험한 중구 재개발, 그 현장 속으로 들어 가본다.
진척 빠르다는 우정동마저 냉랭한 분위기 지난 22일 오후 7시 중구 우정동 주민자치센터. 약 250여명의 주민들이 빼곡히 들어선 2층 강당은 발 디딜 틈이 없다. 중구청에서 집중적으로 재개발과 관련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온 우정동 주민들은 꽤나 예민해 있다. 중구청이 주택재개발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지역이고 주민 50.29%의 동의를 받아 2007년 2월 추진위원회 승인이 났지만 조합동의율은 21.5%로 현저히 낮다.
조합동의율을 제고하고 재개발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마련한 자리지만 중구 재개발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이들의 고성 탓에 간간히 분위기 험악해진다. 마이크를 잡은 정대기 도시과장의 목소리는 힘이 빠진다. “남의 땅 가지고 지네들 맘대로 하려고 하니 미친놈들 아니야” 화가 난 아저씨의 목소리에 여기저기 웅성거림이 인다.
도시과장의 설명이 끝나자 조용수 중구청장이 마이크를 건네 잡는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재개발은 주민의 뜻을 반영해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개개인의 입장이 다르지만 질의 토론을 통해 고민을 함께 나눌 것입니다” 조 구청장의 차분한 시작에 잠시 집중하는 주민들. 조용수 구청장은 “이미 지구지정 당시 과반 이상의 동의라는 합당한 조건을 통과했다”며 “어차피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된 이상 조속히 재개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호소했다. 특히 “서울처럼 20년이 걸리는 경우는 없어야 하고 5년 이내는 입주를 완료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조 청장의 말대로라면 내년 연말까지는 철거가 완료돼야 하고 이후 3년 이내는 입주할 수 있어야 하는데 대승적 차원에서 생활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선뜻 동의하는 사람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재산권이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을지 의심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주민설명회, 재개발 사업 이해하는 자리 돼야 재개발 자체를 동의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설명하는 자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재개발을 아예 하지 말아 달라고 언성을 높이는 이들이 속출한 자리가 주민설명회다. 이미 과반 이상의 주민동의를 마치고 추진위원회가 승인돼 75%의 조합원 동의를 위해 내달리고 있는 마당에 재개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막무가내인 토지소유자들의 답답한 질문은 꼬리를 물고, 조용수 청장과 도시과 직원들은 맥 빠지게 질의응답을 반복했다. 재개발예정지구로 지정된 12곳 중 그나마 진척도가 빨라 조합설립동의서를 받고 있는 우정동이지만 중구청의 의지만큼 그 자리에서 재개발 사업을 이해하고 찬성하며 자리를 뜨는 주민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하나다. 자신의 재산권이 공정하게 관리되고 지켜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주민들이 가장 궁금해 하고 답답해하는 부분이지만 중구청에서 지금 당장 그 답을 명확히 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중구청이 재개발에 대한 로드맵을 그렸다면 주민들이 정작 알고 싶은 부분에 대한 해답을 먼저 제시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일방적인 설명 뒤에 이어지는 질의응답 시간은 막무가내로 반대하는 이들의 성토장이 될 뿐이고 정작 궁금한 부분은 긁어주지 않은 채 찬성, 반대의 악순환만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리모델링 등 행위제한, 토지소유자 반발 거세 주택재개발사업예정지구로 선정되었지만 지지부진 진척 없이 미적거리고 있는 구역중 하나가 B-09(반구2동)이다. 50~60대 토박이 세력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데다 대형 평수의 주택들이 많고 재개발 자체를 동의하지 않는 고집불통의 지주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살다 죽으면 되니까 내 땅 내 집 건드리지 마라” 반구2동 전익환(57)씨처럼 재개발 이야기만 나와도 치를 떠는 이들이 포진해 있다.
이 일대는 삼성 래미안, 중구 홈플러스 등 상권과 교육 교통 등 입지조건이 탁월해 조합원 주도의 재개발이 아닌 민간업자의 재건축 입질도 끊임없이 제기되었던 곳이다. 들어왔다가 제풀에 지쳐 나간 정비업체의 수만 해도 수 개가 넘는다. 1년 전까지만 해도 1군 시공사에서 직접 동의서를 받으러 다닐 만큼 치열한 노른자위였고 땅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아 올랐다.
하지만 재개발사업예정지구로 선정된 이후 주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지구로 선정된 뒤 주택의 신축, 개축, 증축 등 아무런 행위를 할 수 없게 되자 토지소유자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반구2동 문영희(61)씨는 “천장 수리도 하고 내년에 학교 들어가는 손자방도 새로 꾸미고 거실도 트는 리모델링을 하고 싶은데 이도저도 못하고 있다”며 “내 집을 내 맘대로 못하는 이 상황이 몇 년을 가야하는지 모른다는 게 더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전세가 나가지 않는 건 도대체 어떻게 책임지려는가” 김동영(63)씨는 중구가 추진하고 있는 재개발이 개인의 재산권을 이렇게 발목 잡아도 되는지 기자에게 되묻는다. 속 시원하게 답변해 줄 수 없어 답답할 노릇이다.
감정가 등 수지분석 당장은 알 수 없어 문제는 재개발예정지구내 주민들의 최대 관심사를 중구청이 말끔히 해소시켜 줄 수 없다는 데에 결정적인 모순이 있다. 행정관청은 중구 전 지역 재개발의 밑그림을 그리고 주민이 자체적으로 조합을 결성해서 제대로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재개발에 대한 전반적인 절차를 설명하고 이해시키는데 주민설명회의 목적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중구청이나 중구청장이 재개발에 대한 모든 답변을 당장 해 주길 원한다. 주민들이 궁금해 하는 핵심은 자신의 토지를 얼마에 감정 받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며 자신의 토지로 몇 평의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느냐 하는 수익에 관한 문제이다. 하지만 중구청은 감정평가사도 아니고 아파트 사업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시공사나 정비업체도 아니다.
중구청 도시개발과 정해권씨는 “조합이 설립되고 사업시행인가가 나는 단계에선 감정결과도 나오고 대략적인 수익성이 나올 수 있지만 지금 당장 ㎡당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작 주민들이 알고 싶은 부분을 중구청이 정확히 알려줄 수 없다는데 문제의 괴리가 있는 것이다. 정해권씨는 “행정관청이 할 수 있는 일은 재개발의 절차와 방법을 주민에게 이해시키고 원활하게 사업이 추진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재개발 사업의 주체는 조합을 결성한 주민 스스로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민 75%의 동의를 얻어 조합설립이 인가되면 정비업체가 선정되고 이후 시공사가 결정된 후 전문가들에 의해 대략적인 수지분석이 가능하다는 결론이다.
중구민은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섰다. 재개발을 이해하고 조속히 시행시켜 중구를 새롭게 변모시키는데 일조하겠느냐, 아님 재개발을 반대해 이대로 살다 죽느냐 하는 것이다. 그 어떤 것도 명쾌하게 미래를 제시할 수 없다는 게 중구 재개발의 딜레마다. 분명한 것은 재개발 사업은 중구의 미래와 역사를 새로이 쓰는 과업이다. 재개발 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깊은 이해와 관심이 없다면 중구의 변화와 발전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재개발의 주체는 행정관청이 아니라 주민 스스로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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