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이 되었는지 나이가 들어서 그런것인지 청주 옥화자연휴양림에서 숙박을 하면서 일찍 깨는 바람에 날이 밝으면 산책 코스를 둘러보기 위해서 밖에 나왔더니 차량의 앞유리가 꽁꽁 얼어 붙었지만 안개도 자욱하게 끼었다.
안개가 끼면 포근해야 하는데도 이상하게 간밤에 기온이 뚝 떨어졌던 모양이었다.
어제 저녁에 깜깜한 어둠속에서 이곳에 도착했기 때문에 전혀 볼수가 없었지만 날이 밝아 오면서 휴양림 주변의 풍경이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산속에 위치해 있어서 그런지 초겨울에 비가 내린것 처럼 온통 눅눅해 보였다.
둥그렇게 원형처럼 곳곳에 숙소가 위치해 있고 주변에 단풍은 이미 지나서 절반 이상이 낙옆이 되어 버렸다.
자욱한 안개 때문에 아무래도 이른 아침에 산책을 하기에는 주변 풍경도 구경할수 없을것 같아서 아침식사부터 먼저 하기로 하고 과일과 라면을 끓여 먹었다.
안개때문에 오늘 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모든 짐을 챙겨서 트렁크에 실어 놓고 휴양림 홍보용 카달로그에서 보고 단풍코스를 선정해서 둘러보기 위해서 나갔는데 해가 중천에 떠오르면서 안개도 걷히고 주변의 풍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곳 휴양림은 대부분이 하늘을 향해 쑥쑥 솟아 오른듯한 메타세콰이어와 편백나무로 조성되어 있고 활엽수는 거의 볼수가 없어서 단풍 감상 보다는 힐링 코스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산 중턱 코스를 지나서 숙소에 거의 도착했을때 코스 양쪽에 단풍나무 숲이 조성되어 있었지만 단풍 절정시기가 지나서 아쉽게도 머릿속에 그렸던 예쁜 단풍나무 숲을 감상할수가 없었다.
휴양림의 전체 코스를 일일히 둘러 보지는 못했지만 내 소감은 지금까지 이용했던 다른곳에 비해서 주변환경이 빼어나고 좋아서 재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물론 나름대로 이곳만의 특징은 분명 있겠지만 뭔지는 모르겠는데 마음속에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는것 같았다.
지역을 홍보한 카달로그를 보면 주변에 구경할만한 장소를 소개했지만 오늘은 동학사를 방문하기로 했기 때문에 둘러볼 시간이 없어서 휴양림에서 출발해서 어제 저녁에 왔던 산속길 풍경이 궁굼해서 그길로 다시 되돌아서 동학사에 도착했다.
계롱산은 8년전에 친목 모임에서 남자들만 산행한 적이 있었고, 동학사는 몇십년전에 아파트에 사는 이웃끼리 부부동반으로 방문했던 기억이 있는것 같은데 오늘 방문해 보니 그때 기억이 남아 있는것과 다르게 전혀 생소한 느낌이 들어서 혼란스러웠다.
하긴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무엇이든 변하지 않은것이 있겠냐마는 사찰 건물들은 증축이나 개보수를 하지 않는한 그대로 일텐데 어렴풋한 기억과 지금의 현실이 너무 다른것 같아서 내가 생각해도 답답했지만 어쩌랴.
계롱산은 국립공원이라서 산행만 한다면 입장료가 무료이어야 하는데 입구에 동학사가 위치해 있어서 문화재 관람료 명목으로 이유불문하고 무조건 관람료를 징수하고 있다.
그렇게 사찰이 문화재라고 관람료를 징수했으면 그곳에 있는 모든 사찰을 관람할수가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입구에 수양 기도중이라고 써붙에 놓고 출입을 금지하고 있는것은 무슨 상황일까 궁굼하다.
매표소에서 동학사까지 들어가는 길 옆에는 계룡산 계곡의 맑은물이 줄줄 소리내며 흘러 내리고 아름들이 나무들이 뒤섞여 단풍숲을 이루고 있어서 아름다웠다.
걸어 올라가면서 아무데서나 마음이 닿는 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그것이 곧 자연 풍경속 그림이 되는것 같아 보었다.
오늘 날씨도 좋았지만 기온이 써늘해서 그런지 흐르는 계곡물이 더 맑아 보였고 아직 나뭇가지에 남아 있는 단풍은 더 선명하고 화려하게 보였는데 이것이 오염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풍광이 아닐까 싶었다.
평일날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는데 사찰을 구경하기 위해서 방문한 것인지 늦가을 단풍산행을 하러 온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자연스런 풍경에 반해서 동학사를 한참 지나쳐서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 보았는데 마음같아서는 더 가보고 싶었지만
사실 동학사 사찰은 외관이 새건물처럼 보이고 웅장하기는 했지만 오래된 고찰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고 정감이 없어서 동학사 사찰만 관람했다면 실망했었을텐데 주변의 빼어난 경관이 그런것들을 모두 가려주는것 같아 보였다.
아름다운 풍광에 취해서 시간 가는줄 모르게 구경하고 돌아다니다가 어제 저녁에 집에갔던 동창이 온다고 해서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나와야 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서 유성에 사는 동창이 맛집으로 안내해서 비빔밥을 먹었는데 속담에 시장이 반찬이라고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찾은곳은 어제 오전에 왔었던 2층 찻집이었는데 오늘은 오후라서 그런지 넓은 주차장에 빈곳을 찾을수가 없어서 옆에 비포장 간이 주차장에 세우고 들어갔는데 1층부터 사람들이 가득했다.
찻집에서 이틀 동안의 여행을 마무리하게 되었는데 돌아올때는 오랜만에 구경도 할겸해서 국도를 이용하려고 했는데 유성 시내에 사는 동창때문에 국도를 포기하고 시내로 들어와서 내려 주고 고속도로를 이용해서 돌아왔다.
언제나 그랬듯이 여행을 하기 위해서 출발하기전까지는 설레임으로 가득했지만 여행이 끝날쯤이면 늘 아쉬운 생각을 떨쳐 버릴수가 없는것 같다.
그래서 또 다른곳을 찾아 여행을 가기 위해서 방황하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