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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주는 것과 받는 것 -(6)-
그 들의 시선 속에 갇혀 살지 않고
자유롭게 살았다면 지금 나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by. 주유진
˝…종이에 적힌 대로라면 분명 이 집일텐데.˝
진남이는 주소가 적힌 구겨진 종이를 힐긋 보고 앞에 있는 집을 올려다보았다.
전에 살던 2층 집은 아니더라도 보통의 사람 사는 평범한 집보단, 커보였다.
손안에서 구겨진 종이를 옆 길가에 놓여진 쓰레기통에 버리고서 그 집으로 들어갔다.
주변에 공기가 무척 조용하다는 걸 깨닫고
앞으로 이 집에서 혼자 살아야 한다는 것이 서글퍼져 쓴 웃음을 지었다.
벌써부터 이렇게 마음이 약해지면 안돼.
자기 자신을 타이르며 마음을 굳게 잡았다.
여기서 멍하게 서서 이러지말고 짐 정리도 정리해야하니까
우선 집 안으로 들어가자. 라는 생각으로 현관 문 손잡이를 돌렸는데
분명히 힘주고 열었는데 문은 처음부터 열려있었다?
이상한 생각으로 문을 활짝 열었다.
밑에 쳐다보니까 구두 한켤레가 놓여있었다.
잠깐, 이 구두는….
불안한 마음에 식은땀을 흘리고 가만히 서 있을때,
사람 발자국 소리가 들려 자동적으로 앞으로 시선을 향했다.
오, 이런….
오늘로서 보고 싶지 않은 얼굴을 두번째로 맞대는 인간이다.
유총무. 세상에서 제일 싫은 인간.
˝지금 오나. 학교 일찍 끝났네? ˝
˝……˝
진남이는 신발을 벗고 앞에 있는 총무를 무시하고 옆으로 지나갔다.
왜 저 인간이 여기 있는거야.
더이상 이유 따윈 묻기도 지쳤다.
한숨을 쉬고는 분명히 짐 정리가 덜 되었을 거실로 걸어갔다.
그렇지만, 덜 되기는 커녕 박스 한 꾸러미도 안보인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거지?
˝뭘 멍하게 그렇게 서 있는거야? 짐은 네가 오기 훨씬 전 부터 정리한거니까 안심하고 옷이나 갈아입고 나와.˝
총무가 부엌으로 들어서며 진남이에게 말했다.
진남이는 총무의 뒷 모습을 바라보다가 총무가 알려준 자신의 방으로 들어왔다.
진남이의 취향을 어떻게 그리 잘 알았는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깔끔한 방이 마음에 쏙 들었다.
가방을 한쪽에 내려놓고 편안한 옷차림으로 갈아입고 거실로 나가자, 쇼파에
덩그러니 앉아 있는 총무가 손 짓으로 한 쪽 쇼파를 가르키며 앉으라고 말한다.
일단은 아무 말 않고 앉았지만, 앉고 나서 총무에게 이것 저것 따질게 생각났다.
내가 그렇게도 담배 냄새를 싫어 한다고 일러두었는데도
앞에 있는 나는 투명인간 인건지, 멀쩡한 두 손가락으로 담배를 태우고 있는
총무를 죽일듯이 노려봤다.
˝아아. 우리 조카님은 담배냄새가 싫다고 했었지? 잠시 잊고 있었다. 미안 미안. 봐줘.˝
머쓱한 얼굴로 담배를 재떨이에 눌러 꺼버리고는 등을 뒤로 기댄다.
나는 똑바로 앉은 자세에서 그런 총무를 바라봤다.
˝안물어봐, 왜? ˝
˝…물어보면 진실로 대답해줄꺼야? ˝
조금은 못 미더운 눈으로 총무를 바라봤다.
이 인간을 내가 어째 믿어.
총무는 머리를 만지면서 나의 눈을 똑바로 직시하며 말했다.
˝물론이지. 이 삼촌이 조카님을 얼마나 사랑하는데.˝
거기서 사랑이란 말이 왜 나와…
진남이는 질렸다는 듯이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나 지금 묻고 싶은 게 많은데 일단, 삼촌이 왜 이 집에 있는거야? ˝
˝형님께서 내게 부탁하신 일이다. 너도 그 날 그 자리에서 들었잖아? ˝
˝……그게 이거였다는 말은 내게 일러주지도 않았잖아!˝
진남이는 기가막혀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제와서 말해주면 무슨 소용이 있나.
나는 아버지께 그런 말을 들어본적이 없다.
왜 내게 알리지 않으신거지?
˝진정하고 일단 앉아라. 유진남.˝
˝왜 내게 한마디도 없으셨나 이 말이야! 아버지께서 부탁하신건, 나를 졸업할때까지만 무사히 맡아준다는 거였지.
내가 삼촌이랑 함께 이 집에서 산다는 말은 아니였잖아.˝
˝일단 앉어. 그리고 말해두는데 나는 누가 나를 내려다보는 게 싫어. 그게 너라도.˝
가라앉은 목소리가 서늘하게 거실에 맴돈다.
이중인격 같은 인간.
나는 이를 부득 갈았다.
일단 자기가 생각해도 너무 흥분 한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자리에 풀썩 앉았다.
남자로서 그것도 이 인간에게 자존심이 밑으로 떨어지는 건 제일 기분이 상한다.
젠장, 덥기는 또 왜 이렇게 더워?
너무 화가나, 열을 받았는지 체온이 급상승 한 것 같다.
그래서 입고 있는 옷도 벗어 버리고 싶을 정도다.
더워서 머리를 뒤로 넘기고 부채질을 하고 있는 내게 가만히 앉아 있던
총무가 무슨 병이 또 도졌는지 벌떡 일어나더니만, 내가 있는 곳으로 걸어오는게 아닌가?
어딘가 잘못된 인간. 지금 어디로 오는거야?
갑작스런 돌발 행동에 대처하기도 전에 이런 행동을 막는 총무가 더 빨랐다.
당황해서 그 자리를 피하려고 움직이는 나를 재빠르게 뒤로 넘겨버리는 무식한 행동에
깜짝놀라 무방비 상태로 당하고 말았다.
이, 이 망할놈의 인간!!!
풀썩하고 뒤로 누운 나는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서 위에서 싱글벙글 웃으며
나를 쳐다보고 있는 총무를 노려보며 말했다.
˝……이게 뭐하는 짓이야? ˝
˝조카님 사랑해주는 짓. 왜 싫어? 어렷을때는 좋다고 더 해달라고 그랬잖아.˝
내가 언제!!!
기억도 안날뿐더러, 그런 말 한적도 없다. 어이가 없어서 나는 배를 발로 빵 차주려고
다리를 구부렸는데, 내 행동을 저지하는 총무가 씨익 웃으며 몸으로 눌러왔다.
숨, 막혀!
˝당장……저리 안비켜? 거기 차버린다.˝
내 말에 씨익 웃던 총무가 낯빛이 바뀌는게 슬슬 물러날 것 같은 기분이다.
제발 좀 저리 비켜라! 하는 마음으로 얼른 물러나주길 기다리는데 위에서 끄덕없는 총무는
낯빛이 어두운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그럼 네껀 묵사발이 날 정도로 만져주지.˝
˝됐…! 으니까 이제 그만 나와. 장난할 기분 아니야. 아직 대답 끝까지 못들었어!˝
밑에서 소리치는 내 얼굴을 내려다보는게 즐거운지 총무는 웃는 얼굴로
나를 보다가 어디 한 곳을 주시하더니 갑자기 고개를 숙여 내 이마에 입술을 비벼댔다.
까슬한 느낌과 처음 느껴보는 묘한 감각에 진남이는 얼굴을 굳혔다.
분명, 이 인간이 내 이마에 입, 입술을…
순간 사고회로가 일시정지가 된 느낌이다.
입술을 뗀 총무가 조금은 아쉬운 얼굴로 나를 보다가 곧 만족한지 씩 웃으면서 위에서 내려왔다.
내려가고도 진남이는 충격에서 벗어나질 못해 멍하니 쇼파에 드러누워 천장만 응시했다.
지금 무슨 일을 당한거지…… 아버지!
.
.
. 도대체 저 인간을 왜 제 옆에 놔두신건가요!!!
아직도 쇼파에 누워있는 진남이를 보며 총무는 지나가는 투로 말했다.
˝언제까지 누워있을꺼야. 계속 그러고 있으면 이번엔 진짜 가만히 안놔둔다? ˝
그 말에 정신 줄을 놓고 있던 진남이가 벌떡 일어나 이제야 생각 났는지 이마를 슥슥 문질렀다.
그 행동을 말없이 주시하던 총무가 유쾌하게 웃더니 밖으로 나갈건지 현관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황급히 소리쳤다.
˝…어디가! 아직 정확한 답 못 들었어. 가더라도 끝까지 말은 해주고 가야 할 것 아니야!˝
나의 외침에 등을 보이던 총무가 몸을 살짝 틀더니,
˝형님께서 맡아만 주라고 한 것을, 내가 널 맡으면서 같이 한 집에서 산다고 말한거야. 이제 속 시원하지? 저녁에 보자.˝
˝……자, 잠깐!˝
내 외침은 현관 문이 닫히는 바람에 나가는 총무가 듣지 못했다.
제길, 거짓말이다. 분명 거짓말 일게 분명해
귀찮게 왜 나를 자기가 맡아서 같이 산다고 해?
그것도 자기 스스로.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아 진남이는 한참을 멍하게 거실에 서 있었다.
진남이는 혼자서 이렇게 계속 중얼 중얼 거렸다.
˝저 인간이 하는 말은 도통 못 믿겠어.˝
˝그래, 거짓말이다 거짓말. 딱 봐도 거짓말이야.˝
˝…자기 바쁘다고 빨리 나가려고 그냥 내뱉은 말이 틀림없어. 그렇지 저 인간이. 참나.˝
혼자 집안에 남겨진 진남이는 그렇게 혼자서 생각을 단정지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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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무는 푹신한 쇼파에 앉으면서 뒤 따라 들어오는 절친한 친구인 김두현이에게
담배를 피며 넙죽 물었다.
˝잘 나왔겠지? 어디 줘봐.˝
두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마주편 쇼파에 앉아 한 서류종이를 내보였다.
종이를 냅다 받아들고 천천히 글자를 훑는 총무의 얼굴이 찌푸려진다.
˝뭐야, 설마 이게 다? ˝
˝나도 여기까지가 한계야. 뭘 그렇게 쳐다봐? 내가 거짓말이라도 하는 것 같아서? ˝
못믿겠다는 얼굴의 두현은 기가막혀서 냅다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그렇지. 자기 친구인데. 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서류를 훑어갔다.
그 모습을 보는 두현은 하품을 하면서 서류를 꼼꼼히 읽어가는 총무에게 말했다.
˝좋냐, 이 새끼야? ˝
대뜸 물어오는 질문에 총무는 시선도 주지않고 대답한다.
˝뭐가. 앞뒤 말 빼 먹지 말고 똑바로 말해라.˝
˝결국엔 같이 살게 되는 구만. 좋겠다 너 임마? ˝
그러자, 그게 용건이었던건지 총무는 서류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좋긴 하다만, 워낙 부끄러움을 많이 타서 말이야. 어찌할 도리가 없더라.˝
˝…풉. 뭐? 너…, 설마 조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뭐 그런거 아니겠지? 야 임마, 내가 널 수년간 지켜봐왔다고는 하지만.˝
총무의 덤덤한 표정의 두현은 기가막힌다는 얼굴로 한마디 하려고 입을 열었는데,
다리를 탁자위에 턱 올려놓으며 말한다.
˝뭐라는 거냐, 이 자식이. 우리 조카님이 얼마나 귀여운데.˝
그리고는 씨익 웃는다.
˝…너, 임마. 에이. 이 자식아 난 또 간 떨어 질뻔 했잖냐. 네가 거기서 '응' 이라고 나올까봐. 하여간 이 새끼.˝
안심이라는 듯 두현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총무를 노려봤다.
그 반응에 총무는 크큭 대면서,
˝그럴땐 내가 정상인가, 미쳤나. 확인해둘 필요가 있을 꺼다.˝
˝닥쳐라 이 새끼야. 그 서류는 다 본거냐? 가져가야하니까 안봤으면 다시 한번 보던가.˝
턱짓으로 서류를 가리키자 총무는 그것을 흘깃 보더니만, 두현이에게 말했다.
˝유정 그룹이면 꽤나 돈 되는 회사 아니냐. 아 그래. 우리 형님네 회사랑 라이벌이였지. 이런 돌대가리!˝
바보처럼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는 총무는 한심스럽게 보는 두현이에게 말했다.
˝야 절대로 호주에 계시는 우리 형님 귀로 들어가선 안되는 일이다? 들어가는 즉시, 나 형님 얼굴 볼 면목 없어.˝
˝한심스럽기는! 이건 애초에 네가 시작한 일이야. 이제와서 무슨 엉뚱한 소리야? ˝
어이가 없다는 두현이가 꾸짖 듯이 총무를 쳐다봤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왔다갔다 를 반복하는 총무는 몸을 돌려 황당한 시선에 두현이를 보며 말했다.
˝……뭐? ˝
˝우리가 그 회사로 들어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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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동안의 침묵이 흐르고 서로의 눈만 뚫어져라 쳐다보던 둘은 안되겠지? 하는 표정의
총무가 두현이를 쳐다보자 잠자코 가만히 있던 두현이가 말했다.
˝미, 친……거지.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야! 그러면 모든 인간들이 부자였게.˝
˝야 나 지금 무지 심각한거야. 나 지금 농담으로 한 말 아니다. 너 알지? 나 한다면 하는거.˝
진지한 말투의 총무를 보자 장난치던 두현이도 어느새 표정이 심각해졌다.
기어코, 일 저지르는거냐?
두현이가 심각한 얼굴로 총무를 쳐다봤다.
˝잠깐. 야 섣부른 행동 하지말고 있어봐. 그러다 잘못 되다가 너 큰일 나면 어떻하려고? ˝
지금 당장이라도 무슨 짓을 저지를 것 같은 기분에 두현이가 미리 앞서 말린다.
등을 돌리고 서 있는 총무를 보며 두현이가 말했다.
˝형님네 회사가 그렇게 된건 알겠는데…. 그래도 지금은 때가 아니다. 그걸 잘 알고 있는 녀석이 왜 이래? ˝
말리려고 애쓰는 두현이가 몸을 이쪽으로 돌리는 총무를 바라본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표정을 알수가 없다.
그러다가, 갑자기 총무가 말을 꺼냈다.
˝……전에 유정 그룹 한테서 아들 한명이 있다고 했었지? ˝
˝어…, 어. 갑자기 가족 관계는 왜? ˝
˝아까 그 서류 좀 다시 줘봐. 확인 할께 있어.˝
두현은 깔끔하게 정리한 서류를 다시 총무에게 건내줬다.
총무는 서류를 받더니 어느 한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보여준다.
손가락으로 가르킨 부분을 읽은 두현이가 눈썹을 찡그린다.
총무는 그런 두현이에게 '이해됐냐' 란 표정으로 쳐다본다.
˝…에이. 야 이건 무리다. 무리!˝
두현은 손사례를 치며 몸을 뒤로 뺀다.
그런 두현을 보며 총무는 서류를 탁자에 탁 던져놓으며,
˝할수 있어. 뭐가 무리라는 거야? 여기까지 왔잖아. 이왕 온거 끝까지 가봐야지.˝
설득시키려는 총무가 꽤나 난감한 표정의 두현이를 본다.
그런 총무를 흘깃 눈치보던 두현이가 소리를 냅다 질렀다.
˝그래서……, 대체…. 어떻게 하려고! 생각이나 있는 거냐? ˝
결국 한 풀 꺾어져버린 두현이가 한숨을 쉬며 총무에게 물었다.
만족한 대답을 듣고나서야 총무는 사악하게 웃는다.
얼굴이 구겨져있는 두현이를 보며 총무는 말헀다.
˝생각이야 있고 말고. 우리가 들어가는 거지. 말 그대로.˝
˝…설마, 그게 방법이라고 지금 말하고 있는 거냐? ˝
기막힌다는 두현이와 총무는 그저 유쾌하게 웃을 뿐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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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마치고 이상. 아 그런데 오늘 당번이 진남이와 반장이지? 너희들이 요번주 마지막 당번이니까
집에 가기전, 쓰레기 좀 비우고 마지막이니까 열심히 뒷 정리 하고 그렇게 가. 그럼 모두 주말 잘보내고.˝
아이들이 모두 교실에서 나가고 교실에만 덩그러니 남게 된 나와 반장은 멀뚱히 서있었다.
이것 참, 하필 내 앞 번호 녀석이 결석하는 바람에…!
한숨을 쉰채, 칠판으로 걸어가 지우개로 열심히 글자를 지우고 있는데 부시럭 거리는 소리에
' 응? ' 하고 고개를 돌리자 반장이 쓰레기를 치울껀지 정리를 하고 있었다.
쓰레기라면 치우기 꽤 귀찮은데…
그렇다고 반장 혼자 하게 내버려 둘 수도 없고.
쓰레기 뒷 정리를 하는 반장이 내 시선을 느꼈는지 눈이 마주쳤다.
나는 당황해서 내 입에서 말이 툭 튀어나왔다.
˝저기…, 나도 도, 도울까? ˝
아 괜한 말을 꺼냈나.
멀뚱히 서 있는 반장이 대답이 없자 머쓱해져 다시 칠판 닦기에 집중했다.
˝그럼 소각장 까지만 같이 가줘.˝
멈칫. 하고 나는 스르르 고개를 돌렸다.
잘못 들은건 아니지?
눈을 깜박깜박 하며 지우개를 턴 다음에 쓰레기 반 쪽을 잡고 있는 반장에게 다가가
나만 뚫어지게 쳐다보는 시선을 피하며 다른 한 쪽을 잡아 나란히 소각장 까지 걷게 되었다.
지금 이 상황 무지, 무지 많이 어색하다!
무슨 말을 꺼내면 좋을까. 옆에서 같이 걷고 있는
반장이 신경쓰여서 아주 미치겠다.
˝으음, 흠. 흠….˝
괜히 헛기침도 해보고,
머리도 만지고 그리고 반장 눈치를 슬금슬금 보다가….
순간적으로 눈이 마주쳐버렸다.
아, 이런…
˝할말 있으면 해. 뜸들이지 말고.˝
˝…오, 오늘 날씨 참 좋지? ˝
˝……˝
이런. 바보 멍청이!
거기서 날씨 얘기가 왜 나와…
말한 나도 민망하지만, 반장은 얼마나 어이 없어 할까.
그냥 아무말도 하지 말고 있을껄
괜한 말을 해갖고…
˝비온다고 그랬는데. 우산 챙겨 왔어? ˝
˝…어. 뭐? ˝
뭐지. 하는 얼굴로 놀라서 반장을 쳐다봤다.
지금…. 내 얘기를 들어준건가?
사실 조금 놀랐다.
그런데 오늘 비온다는 소리는 처음 들어보는데…
멀뚱히 반장이 쓰레기를 소각장에다가 버리는 모습을 봤다.
손을 탁탁 털며 깔끔한 복장으로 이쪽으로 걸어오는 반장이 내 옆을 지나치며 말했다.
˝우산 없으면 나랑 같이 쓰고 가자.˝
앞 질러 먼저 교실로 올라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무의식적으로 반장한테 뛰어갔다.
이건, 설마…. 나와 반장이 친해질수 있는 절호의 기회?
잔뜩 부푼 기대를 안고 교실에서 가방을 챙기는 반장에게 말을 걸었다.
˝같이…. 우산 써도…. 돼? ˝
뛰어온 나를 잠시였지만, 한심스럽게 쳐다본 느낌이였다.
뛰어와서 어느새 땀이 나고 호흡도 불규칙해 반장한테 이 말을 건네는 내가
엄청 초라하고 작아보이는 건 왜일까.
그래도 반장이 내게 먼저 말을 걸어줬으니까.
혹시나, 정말. 이걸로 반장과 친해질수 있는 찬스가 아닐까!
.
.
지금은 반장과 나란히 우산을 쓰면서 운동장을 가로질러 걷는 중이다.
내가 교실에서 반장에게 말을 꺼냄과 동시에 창문 밖에 하늘에서는 비가 오고 있었다.
어쩜, 이리 타이밍이 잘 맞을지.
하여간, 그래서 이렇게 반장의 우산을 빌려 같이 쓰고 있는 중이다.
우산이 작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 큰 남학생 둘이서 이 우산을 같이 쓰려니까 작긴 작은가보다.
반장의 왼쪽 어깨가 빗물로 젖어들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
웬지 우산을 안챙기고 온 내가 잘못한 느낌이 들어 나 때문에
어깨가 젖은 반장한테 미안했다.
˝미안…. 나 항상 날씨 챙겨 듣는데 오늘은 빨리 나오느라 깜박했지 뭐야. 하하…˝
이 어색함을 달래기위해 꺼낸 말이였다.
그리고 반장한테 미안한 마음과.
아니, 저기 반장.
무슨 말이라도 좀 해주면 그나마 마음이 놓인데…
아스팔트에 작은 빗물들이 모여 만들어진 큰 웅덩이 위를 걸어가며
아무말도안하고 앞만 보고 가는 반장을 흘깃 쳐다봤다.
진짜 이 상황은 지금 뭐지.
내가 중간에서 말 실수라도 한건가…
속으로 끙 삭히고 있을때 갑자기 반장이 걸음을 멈추고 돌아봤다.
내가 의아한 표정으로 보자 반장이 팔을 들어 검지손가락으로 내 뒤를 가르킨다.
음?
알수없는 행동에 나는 그저 눈만 깜박깜박 거렸다.
그리고 내가 뒤를 쳐다보자, 반장이 입을 열었다.
˝난 저 쪽으로 가. 집이 이 근처거든. 너는? ˝
아…. 그런거였, 어?
나참, 이 상황에서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야
내가 생각해도 바보같은 모습에 머리를 쥐어박고 싶었다.
따가운 시선에 반장이 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았다.
하늘을 보니, 먹구름이 조금 걷혀지고 비도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여자같이 남자가 집 앞 까지 데려다 주는 건 바보같은 짓이니까
이만 여기에서 각자의 집으로 가는 방향으로 갈라서야겠지?
˝아! 오늘 정말 고마웠어. 매번 이렇게 신세지게 되네…. 정말 고마웠고! 조심해서 가. 내일보자.˝
˝그래.˝
우산 밖으로 나와 조금 씩 떨어지는 빗물을 맞으며 앞으로 뛰어갔다.
웬지 느낌이 뒤로 돌아보고 싶다.
반장이 서 있을까? 아니면, 등 진채 걸어가고 있을까.
묘한 기분에 조금 씩 앞으로 빨리 뛰다가, 어느 정도 걸이가 멀어졌을때 살짝 뒤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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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자, 잘가 반장! ˝
괜히 뒤돌아봤다!
방금 그 묘한 느낌은 그 자리에서 이쪽을 보고 있었던 반장 때문이였다.
왜 이쪽을 보고 있는거야…
분명 추하게 뛰는 내 뒷 모습을 보며 웃기다며 한심스럽게 봤겠지?
정말 민망 하다…
아직도 멀뚱히 이쪽을 보며 갈 생각을 안하는 반장에게
팔을 머리 위로 올려 크게 흔들어줬다.
잘가, 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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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서 웃는 얼굴로 팔을 크게 흔들며 사라지는 진남이 모습을 보며
유진은 움직일 생각을 안하고 그 자리에서 작게 중얼거렸다.
˝……어딘가 조금 모자란가. 내일은 쉬는 토요일 인데.˝
* 안녕하세요! 구성경입니다.
오늘이 벌써 7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내일이면 8월달이네요ㅠ_ㅠ..너무시간이빨리지나가서아쉬워요..
방학은 모두들 하셨죠? 저는 한동안 이주동안 보충을 나갔었어요..
오늘로 보충을 끝냈는데! 너무좋답니다 지금.호호호
하지만 학원을 다녀야 하기 때문에 그게 그거라는..ㅠ_ㅠ
이번 6편은 다른 편들 보다 조금 길게 썼어요*^^*
재밌게 읽어주시구요 ~ 감상댓글 남겨주시는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한분 한분 안잊을께요! 고맙구 행복합니다!♡
첫댓글 ㅋㅋ 진남이가 왠지 귀엽네요.~
늦게나마 읽엇습니다!!!!!!!!!!!!!!!!성경님 정말 진남이 멋진 아이예요<-이봐!!!!!!!!!!흠흠.......무튼 반장이랑 잘 됫으면 좋겟다능...ㅡ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