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에 외포를 둘러
일요일 오후 거제로 와 금요일까지 지낸다. 주중 연사 와실 머물면서 퇴근 후 산행이나 산책 코스가 단조로워 무료함을 느낀다. 코로나 감염이 우려되어 대중교통 이용을 자제하려니 연사 마을 근처만 맴돌고 있다. 아침 출근길 걸었던 연사 들녘으로 다시 나가 연초삼거리를 둘러오는 정도다. 아니면 마을 안길을 지나 연사고개로 오르거나 효촌마을로 건너가 약수봉을 오르기도 한다.
거제가 섬이라지만 연초는 바다를 접하지 않은 내륙이라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산중이나 마찬가지다. 퇴근 후 시내버스를 타고 옥포를 거쳐 장승포에서 능포로 가면 바다를 볼 수 있다. 지세포나 구조라까지도 한 번에 갈 수 있다. 대한해협은 검푸른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다. 하청에서 칠천도로 건너가거나 장목 지나 구영이나 상유나 하유로 가면 진동만과 진해만을 볼 수가 있다.
주중 닷새 가운데 이틀을 보내고 사흘을 더 남기고 있다. 구월이 절반 지나는 셋째 화요일이다. 닷새를 연사 근처만 맴돌려니 갑갑해 변화를 시도했다. 이른 아침밥을 해결하고 다섯 시 반에 와실을 나섰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 골목길에서 거제대로 옥포 방향 연사정류소로 나갔다. 먼 데서 수탉이 홰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산언덕 교회의 첨탑은 어둠을 밝힌 붉은 네온이 선명했다.
승객들이 많지 않을 새벽에 시내버스를 타고 바깥바람을 쐬고 학교로 갈 참이었다. 연초는 고현을 출발해 하청이나 장목으로 거거나 옥포를 거처 능포나 구조라로 가는 버스들은 모두 연초를 거쳐 가는 길목이다. 아무 거나 제일 먼저 오는 버스를 타려고 했다. 외포로 가는 32번이 곧장 다가왔다. 하청과 장목을 둘러 외포에서 옥포를 거쳐 능포 종점까지 가 되돌아오는 노선이다.
고현을 출발해 온 버스를 타니 내가 첫 손님이었다. 아침 첫차 운행 32번은 구간이 단축 변형된 노선으로 달렸다. 연초삼거리로 들어가지 않고 송정에서 거가대교 진입도로를 따라 달렸다. 송정과 덕포터널을 지나 대계마을로 내려섰다. 날이 밝아오는 여명의 대한해협 바다가 희뿌옇게 드러났다. 기사는 김영삼 대통령 기념관이 위치한 대계마을 회관 앞에서 차를 돌려 잠시 쉬었다.
대계 포구까지 내려갈 틈이 나질 않아 차창 밖으로 엷은 놀이 물드는 동녘 하늘을 바라봤다. 기사는 여섯 시 정각이 되자 왔던 길을 되돌아 언덕을 올라 외포로 향했다. 외포는 장목면 출장소가 있는 규모가 큰 어촌마을이다. 장목은 진동만 내해고 외포는 대한해협 바깥바다였다. 겨울이면 대구잡이로, 봄에서 여름은 멸치잡이로 알려진 포구다. 초등학교와 사립 중학교가 보였다.
외포에서 흥남해수욕장을 지날 때 이수도가 바라보였다. 이수도는 장목에 딸린 유인도로 1박 3식 ‘어부밥상’을 받으려는 외지인들이 더러 찾았다. 산과 들만 보이던 연초 연사와는 사뭇 다른 경관이었다. 아직 아침 해가 뜨지 않아 검푸른 바다의 진수를 볼 수 없어 아쉬웠다. 대금마을에서 율천마을 입구를 지나 두모실 아랫마을에 이르니 조선소 작업복을 입은 두 번째 손님이 탔다.
두모실고개를 넘으니 장목으로 진동만 내해가 드러났다. 잔잔한 호수 같은 바다였다. 장목은 면소재지라 주민들이 제법 사는 곳이었다. 이른 아침 고현으로 일을 보거나 일터로 나가는 사람이 몇몇 되었다. 모두 나이 지긋한 중년 이후 세대들이었다. 젊은 층이 적어서도 그렇겠지만 그들은 아직 활동할 시간대가 아니기도 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남해연구소를 거치니 실전이었다.
실전삼거리는 칠천도로 건너는 다리목이다. 연초와 이웃한 하청이 나타났다. 면소재지에서 몇 승객이 내리고 탔다. 덕치를 넘으니 행정구역이 연초면이었다. 다공리를 거쳐 죽전에서 연초삼거리에 이르니 새벽 첫차 시내버스 투어 종점이 다가왔다. 연사마을에 내리니 버스를 타고 해안선을 돌아오는 데 한 시간 걸렸다. 저만치 아침마다 걸었던 들판이 바라보면서 교정으로 들어섰다. 20.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