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 넘어 철강·차량·훈련까지 패키지 제시
퓨어 특임장관 동행 취재하며 조기 확보 가능성 집중 조명
한국 방산기업 '한화'가 캐나다의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인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를 따내기 위해 대규모 경제 패키지와 조기 인도 일정을 앞세워 막판 총력전에 나섰다. 특히 캐나다 CTV가 스티븐 퓨어 국방조달 특임장관과 주요 기업 대표단의 한국 방문 전 과정을 현지에서 밀착 동행 취재하며 '한화'의 압도적인 건조 역량과 파격적인 제안을 상세히 보도해 수주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서울로 향하는 고속열차 안, 18개 객차 모니터에 퓨어 특임장관의 모습이 등장했다. 영상에는 퓨어 장관이 한국 거제에 위치한 '한화' 조선소를 둘러보는 장면이 담겼고, 이 일정에는 20명 이상의 캐나다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동행했다. 대표단은 이틀 동안 복수의 산업 시설과 대한민국 해군 잠수함 사령부를 방문했으며, 이 일정은 한국 언론에서도 비중 있게 보도됐다.
이번 사업의 최종 경쟁자는 '한화'와 독일의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다. 두 업체는 3월 2일까지 최종 제안서를 제출해야 한다. 캐나다 해군은 현재 운용 중인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대체하기 위해 재래식 디젤 잠수함 12척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 가운데 실제 작전이 가능한 잠수함은 1척뿐이며, 기존 전력은 2035년 이후 운용 한계에 도달할 전망이다.
연방정부가 12척 전량 도입을 결정할 경우,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는 캐나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군사 조달 사업이 된다. 이 때문에 협상은 기업 차원을 넘어 정부 고위급에서 진행되고 있다.
퓨어 특임장관은 '한화' 조선소 시찰 뒤 "이번 잠수함 구매는 비용과 일정, 그리고 캐나다에 어떤 경제적 이익을 가져오느냐로 결정될 것"이라며 "이 사업은 잠수함만 사는 계약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 측은 방문 기간 동안 제안을 한층 강화했다. KSS-III(장보고-III급) 잠수함에 사용되는 어뢰를 제작하는 LIG넥스원은 '한화'가 선정될 경우 어뢰를 캐나다에서 생산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퓨어 특임장관은 현대차 관계자들과 수소 차량 기술을 살펴본 뒤 "흥미로운 기술을 확인했지만 캐나다 적용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논의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방문에 앞서 캐나다와 한국 정부는 자동차·배터리 제조, 핵심 광물, 인공지능(AI) 등 전략 산업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구속력 없는 합의를 체결했다.
퓨어 특임장관은 "해군에는 잠수함이 필요하지만, 캐나다에는 일자리가 더 시급하다"며 "양쪽 해안에 드라이독 등 관련 시설을 마련하면 수천 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잠수함이 인도되는 즉시 투입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대표단은 한국에서 KSS-III 잠수함 4척을 직접 확인했다. 거제의 '한화' 조선소에는 2척이 건조 중이거나 최종 인증을 기다리고 있었고, 나머지 2척은 진해 해군기지 잠수함 사령부에 정박해 있었다. 이 가운데 한 척에는 승조원들이 실제로 탑승해 있었고, 캐나다 대표단은 잠수함 내부로 내려가 작전 구역과 생활 공간을 둘러봤다. 다른 3,000톤급 잠수함 한 척은 드라이독에서 정비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한국 해군 장교들은 해당 잠수함이 태평양을 건너 캐나다 BC주 연안까지 직접 항해해 성능을 보여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취역 3년 차인 이 잠수함은 일정에 차질이 없을 경우 5월 말 BC주 인근 해역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한화 디펜스 캐나다 글렌 코플랜드 지사장은 "이미 운용 중인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어 실제 성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며 "말뿐이 아닌 실체가 있는 제안"이라고 말했다. 코플랜드 지사장은 캐나다 해군 출신으로, 과거 록히드마틴에서 근무했다.
한화는 인도 일정에서도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 계약이 올해 이뤄질 경우 첫 잠수함을 2032년에 넘길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는 경쟁사보다 약 3년 빠른 일정으로, 노후한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앞당겨 퇴역시키면 해마다 최소 10억 달러의 유지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화는 2035년까지 4척, 2042년까지 12척 전량 인도를 제안했다.
이 같은 속도는 자동화된 생산 체계에서 나온다. '한화' 조선소는 3만1,000명이 근무하며 연간 45척의 상선과 군함을 건조한다. 용접 공정의 약 90%는 로봇이 담당하고, 작업자들은 태블릿을 통해 이를 관리한다.
잠수함 한 척당 건조 비용은 약 20억 달러로 추산되지만, 계약의 핵심은 장기 유지·보수다. 최소 30년에 걸친 정비·개량 사업 규모는 수백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코플랜드 지사장은 "잠수함의 모든 성능 유지 작업을 캐나다에서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연방정부는 관세 압박을 받는 철강·알루미늄·자동차 산업을 보완할 수 있는 제안도 중요하게 보고 있다. '한화'는 온타리오주 알고마 스틸(Algoma Steel)에 최대 3억4,500만 달러를 투자해 철강 빔 공장 설립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또 K-9 자주포를 캐나다에서 생산하는 방안도 잠수함 계약과 연계해 논의 중이다.
코플랜드 지사장은 "창원에 있는 자동화 생산 라인을 캐나다에 그대로 옮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는 앞서 호주 멜버른 인근에 공장을 세워 약 1,000명을 고용한 사례를 제시하며, 유사한 산업 이전 모델이 캐나다에서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출처=한화
군사 협력 측면에서도 한국은 장기적 관계를 강조했다. 지난해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캐나다와 한국은 안보·국방 협력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김태훈 한국 해군 잠수함사령관은 "이번 협력은 단순한 구매·판매 관계를 넘어 작전과 훈련, 정비, 정보 공유까지 포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사령관은 또 "한국전쟁 당시 캐나다가 2만6,000명을 파병해 준 사실을 한국은 지금도 깊이 기억하고 있다"며 "캐나다는 특별한 친구"라고 말했다.
한편 캐나다 기업들 사이에서는 신중한 기류도 감지된다. '한화'는 캐나다 기업 15곳과 양해각서를 맺었지만, 일부 기업은 독일 TKMS와도 비슷한 협약을 체결한 상태다. 오타와에 본사를 둔 인공지능 보안 기업 '앤빌 인텔리전스'의 샘 위더스푼 대표는 "지난 1년 동안 정부가 이렇게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은 처음 본다"며 "이번 계약이 성사되면 캐나다 방위 산업의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정부는 최종 선정 시점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올여름 발표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때까지 '한화'와 'TKMS'의 경쟁은 캐나다 국방 조달 역사상 가장 치열한 막판 승부로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