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셔리한 캠핑카
(앞 글에 이어)
어라???
이상하다~
팻말 보고 입구인 줄 알고 내쳐 달렸거던~
달디다보니 도로 공사중인 곳이 나오고 들판이 나오고 민가가 나와 버리더라구~
이건 아니다싶어 되짚어 돌아 섰지 뭐~
그리곤 공사 도로 인간 차단기 역할을 하는 분께 여쭤봤더니 아까 지나쳐 온 곳이라는 거야~
한참을 내쳐 달려 그곳으로 다시 돌아와 일단 주차.
내려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내 발길, 눈길이 멈춘 곳.
지나치며 봤던 팻말.
순간, 이 할망구, 실성끼 든 여편네처럼 웃어제꼈으니~
이히히히~
운일암, 반일암의 '암' 자(字)가 암자 암이 아니고 바위 '암' 이더라구~
내 모습을 본 산적도 눈길이 그곳을 스치더니 배시시 입가에 깃들다 사라지는 미소.
산적도 미처 생각치 못했던 거지.
우리 부부, 여행 다닐 땐 조용한 곳을 찾아다닌다 했잖우~
한적한 절이나 암자를 찾아다니곤 해서 운일암, 반일암도 무슨 절인가 싶었지 뭐~
근데 물 맑고 수량 풍부한 계곡의 바위를 지칭할 줄이야~크~
기왕 온 것, 다 둘러보자 싶어서 다리 건너 주차장에 파킹하고 봤더니 오마나~~
그곳 주차장에 너무너무 넉셔리한 캠핑카 한대가 주차돼 있고,
캠핑카 내부의 넉셔리한 주방에서 몇사람이 식사중이네~
아이씨~ 쪽팔려~
우리는 써금털털한 중고 트럭에 촌스런 국방색 해병대 무늬로 도배된 마데인지나 표(ㅋ~)
2인용 텐트룸 싣고 다니는데 그로코롬 멋진 캠핑카라니~
히히~ 근데 우리가 누구여~
그깟 것에 기 죽을 인간들 아니잖어~
어험~ 헛기침 한번 하고 그곳 구석구석 둘러봤지 뭐~
휴가철 지난 야영장엔 쇠사슬이 쳐져 있고 출입금지 팻말이 불침번 서고 있더라구~
그래 여기저기 눈도장 찍고 차를 돌렸지 뭐~
어디 조용한 곳에서 오수 좀 즐기자고~
낡은 몸뚱이로 1,500 여개나 되는 계단을 오르내렸으니 둘 다 지쳐 있는 상태였거든~
그래 이곳저곳 탐색하다 관리사무소 옆의 조그만 주차장에 주차하고 촌스런 침실로
기어 들어갔지 뭐~
울 산적, 눕자마자 드르렁 쿨~ 드르렁 쿨~
나도 잤냐고?
키키~ 나는 주차장 옆의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 너무나 맑은 물에 퐁당퐁당 발을 담그고
세수도 하고 발도 씻고 손도 씻었지 뭐~
마음 같아선 홀라당 벗고 물에 뛰어 들고 싶었지만, 아서~ 감기 들어~
어느새 계곡엔 가을 바람이 판을 치고 있었거든~
한참 노닥노닥하다 세상 모르고 자고 있는 산적 곁에 바람처럼 기어들어가 한숨 자려는데,
아무도 없던 주차장에 산적소굴표 차가 주차돼 있어서 그런지 차 몇대가 부릉거리며
우리차 옆에 섰다 가곤 하더라구~
우리 두사람 누워 있는 모습을 봤는지 키킥 거리기도 하며~
그러거나 말거나 우와~ 잘 잤당~
1시간 여 자고나니 몸은 가뿐~ 기분은 상쾌~ 배는 촐촐~
히~ 그래 차를 돌려 주천면으로 갔지 뭐~
진짜 쬐꼬만 주천면 소재지.
우리가 사는 이서면 소재지보다 더 작드구먼~
어쨌건 식당 하나 발견하고 들어갔더니 손님들 꽤 들어차 있더라구~
근데 어딜 가나 우리 부부를 알아보는 사람들.
조용히 식사하는 우리를 연신 쳐다보며 인간극장 어쩌고 저쩌고~
미소 짓기도, 소곤거리기도, 눈 마주치자 씨익 웃기도~
김치 찌개 배불리 먹고 용담호 드라이브 길에 나섰어~
용담호~
아따 크데~
동복호 보다 훨씬 크더라구~
주암호는 새발의 피고~
굽이굽이 돌고돌아 우리 발길이 멈춘 곳.
아니, 우리 트럭이 멈춘 곳.
장수 방화동 야영장.
군(郡)에서 운영하는.
입구에서 주차료 지불하고 쓰레기 봉투 하나 받아들고 들어서보니,
(다음에....)
2011.10.03. 아낙네( http://산적소굴.kr )
첫댓글 용담댐 가신길에 화심 숨두부 드시고 ,송광사, 위봉사,대야리 (여산 2하사관 학교 유격장)저수지까지 둘러 오셨슴 좋았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