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 : 3/3502 입력일 : 2000/04/14 18:49:28 자료량 : 83줄
제목 : 발라드는 봄에 들으세요?
발라드 팬들이라면 요즘처럼 앨범사는데 고민을 하는 시기는 없을 듯 하
다. 한동안 음반매장의 앨범판매대 한켠에 물러났던 발라드 앨범들이 인
기 가수의 연이은 앨범 발매로 다시 중심에 놓이게 되었으니 말이다. 임
창정을 시작으로 신승훈 윤종신 김민종 이지훈등이 연이어 앨범을 발표했
고, 이들은 발매와 동시에 각종 차트의 상위권에 머물면서 가요계에 발라
드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물론 이렇듯 발라드 앨범이 봄에 쏟아지는 것은 발라드 자체의 경쟁력이
크게 강화되었다기 보다는 1년주기로 순환되는 가요계의 경향 때문이다.
작년에도 이맘때 윤종신 이승환 김민종 임창정등의 앨범이 발매되었고,
올해는 이승환대신 신승훈이 그 자리에 들어간 셈이다. 그리고 작년에도
클론을 시작으로 댄스뮤직 가수들이 서서히 등장하기 시작했듯이 올해에
도 클론이 최근 앨범을 '댄스의 계절'인 여름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이건 아니면 실제로 발라드의 경쟁력이 높
아진 것이건간에 대형 발라드 가수들의 앨범이 쏟아지면서 가요시장의 균
형을 맞춘다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있는 일인 듯 싶다. 특히 요즘 발라드
는 단지 발라드라는 장르로 통칭되기 보다는 가수마다 나름대로 뚜렷한
팬층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만하다.
우선 비슷한 시기에 앨범을 발매해 최고의 만능 엔터테이너 자리를 놓고
다투는 임창정과 김민종은 10대는 물론 20대 층에게도 인기 높은 발라드
가수들이다. 공개방송에서 이들에게 환호성을 지르는 것은 10대 팬들인
경우가 많지만 앨범 판매량에서는 20대의 비중이 상당히 크다. 대중적인
멜로디와 웬만한 전업 가수들보다도 뛰어난 가창력, 그리고 연기자로서의
지명도까지 합쳐져 음악에 큰 관심이 없는 성인들이라 하더라도 부담없이
사서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노래들이다. 이들의 앨범이 다른 가수들처럼
막대한 홍보전을 하지 않아도 조용히 순위 정상을 차지하는 것은 이런 무
난한 대중성이 있기 때문이다.
같은 대중성을 중심에 둔 음악을 하지만 신승훈은 이들과 또 조금 다른
경우. 우선 10여년간 톱가수의 위치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상당한 수의
고정팬을 확보하고 있고, 자신이 직접 작곡과 프로듀싱등 앨범의 전과정
에 참여해 음악성의 측면에서 그 팬들에게 강한 신뢰를 준다는 강점이 있
다. 10대부터 30대까지 폭 넓고 강한 응집력을 가진 팬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신승훈. 이 때문에 여전히 아이돌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반면 이지훈은 앞의 가수들과 달리 10대를 대상으로 한 아이돌 스타의
스타일을 가진 발라드 가수. 귀공자풍의 얼굴에 현재 대학생의 나이, 그리
고 청소년 라디오 프로그램의 DJ등 10대 소녀팬들이 좋아할 요소를 가지
고 있다. 10대에게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HOT의 강타가 직접 타이
틀곡 '천애'를 만들어주고 문희준이 안무를 새롭게 짜주는등 역시 같은 동
료 아이돌 스타의 지원도 이같은 이지훈의 특징을 한층 부각시킨다. 또한
뛰어난 가창력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해줄수 없는 일'의 박효신 역시
불과 19세라는 나이와 잘생긴 외모로 10대 팬들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
다.
한편 8집앨범 '헤어진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를 내놓은 윤종신은 발라드
계열의 뮤지션이지만 위의 가수들과는 조금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가수.
진행하는 프로그램 이외에는 TV출연도 그다지 많지 않고, 활발한 홍보활
동을 벌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의 노래를 좋아하는 꾸준한 고정팬들이
소리소문 없이 앨범을 사고, 앨범을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조금씩 변화해
나가는 음악과 보통의 발라드로는 마음을 채울 수 없는 '마이너적인' 감성
을 가진 사람들에게 다가서는 이별에 관한 무척 일상적이면서도 절절한
가사는 한번 그에 빠져든 팬들을 조용한 열성팬으로 만들곤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가수들에 만족 못하는 발라드 팬이 있다면? 아마도 십중
팔구 이승환 '교주'의 신도이거나 그가 '공장장'으로 있는 '드림 팩토리'의
생산품을 사가는 우수 소비자 아닐지. 이승환을 비롯해 유희열 지누
MGR 윤상 이소은등 저마다 독특한 음악색깔을 가지고 있는 뮤지션들이
모여있는 드림 팩토리는 발라드계에서 유일하게 댄스그룹의 '패밀리'들과
맞설 수 있는 세력을 가지고 있는 곳. 이들의 팬들은 수적으로도 댄스그
룹에 뒤지지 않는 것은 물론 PC통신 게시물이나 공연에서 보여주는 열성
역시 댄스그룹을 능가한다. 이들 역시 곧 소속 가수들이 모두 참여한 프
로젝트 앨범을 곧 발매하고 이승환이 5월경 콘서트를 열어 '발라드의 봄'
의 마지막을 장식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발라드라는 장르 아닌 장르가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도 이제
20여년이 되어가고, 그 사이에 발라드는 수많은 변화와 발전의 과정을 겪
었다. 이제 앞으로는 음반살 때 "요즘 잘나가는 발라드 앨범이 뭐에요?"
라고 묻는 것보다는 자기 취향을 생각해서 조금 조심스럽게 고르는 것은
어떨지 모르겠다. 그저 아무거나 샀다가 "발라드가 뭐 이래?"라는 말만
하지 말고 말이다.
글 : 강명석 (lennon@cast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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