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테니스장에서 회원과 한편이 되어 경기를 하는 중에
어르신이 서브를 넣을 차례입니다 하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처음 들어보는 호칭에 듣기 편하고 좋다기보다는 무거운 책임감이 떠올랐다.
어르신 소리를 들으려면 나이에 대한 예우보다는
존경할만한 이유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잠겨 보았다.
어르신! 참으로 듣기 편하고 좋은 호칭이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들 중
80~90%가 어르신으로 불러주기를 바라는 것으로 나왔다.
어르신의 사전적 의미는
남의 아버지를 높여 부르는 말
또는 나이 드신 분을 존경하여 부르는 단어다.
많은 사람들이 왜 이런 호칭을 원하는 것일까?
동서양을 막론하고 과거부터
노인은 삶의 지혜를 가진 존재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어느 때부터인가 노인은 지혜로움이나
존경의 대상이기보다는 무기력하고
사회에 부담이 되는 존재가 돼버렸다.
오늘날 노인이라고 불려지는 70대 이상은
전쟁과 기아의 시절을 딛고 일어나
오늘의 대한민국의 토대를 이룬 세대들이다.
조국에 대한 남다른 사랑과 가장 빠른 시일에
경제대국을 일궈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기에
어르신으로 불려 지기를 원하는지도 모른다.
나 못난 줄 알고 모르는 줄 알면 철이 든 것 이라는데
아직도 아는 체를 하고 잔소리도 하며
반대를 자주 하는 철들지 못한 고집 센 노인인데
어르신이라는 호칭에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동안 내 연륜에서 나오는 행동과 말에 조그만 울림이라도 있었을까?
나이 든 사람들이 존경을 받으려면
곰삭은 홍어처럼 잘 절인 간고등어같이 혹은 좋은 포도주처럼
세월이 가면서 익어가야 한다는 말과 반대로
나는 아직도 시고 떫어 설익은 상태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테니스장에서 함께 운동을 하는 이들로부터
어르신이라는 부름을 받기 위해선
어떤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좀 일찍 나와 테니스장에 솔질도 하고 줄도 긋고
깔끔하게 정리정돈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때로는 음료수나 과일도 제공하고
어른 대접을 받기보다는 어른스러운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노인이 되면 입은 닿을수록 지갑은 열수록 빛이난 다고 했다.
오늘날에는 80세가 될 때까지는
노인으로 분류되지 않는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 이전에는
나는 늙었다고 느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남들의 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있지만
나만은 별로 없는 것으로 보거나
마음과 영혼은 아직 늙지 않았다고
착각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어느 여류작가의 글에서 어르신과 노인의 차이를
구별하는 방법을 읽은 기억이 떠오른다.
노인은 자기 생각과 고집을 못 버리고
상대를 자기 기준에 맞춰 부정적으로 본다.
또 잘난 체하며 지배하려고 든다.
그런가 하면 어르신은 상대에게 이해와 아량을 베풀고
좋은 덕담을 해주고, 긍정적인 사고를 지녔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노년은 인간의 마지막 과정이다.
잃어버린 젊음을 한탄하기보다는
경험의 승리를 추구할 때 더 재미있고 좋은 결과가 나온다.
노년기에만 맛볼 수 있는 기쁨과 즐거움이 있고
고통도 있을 수 있으며 깊어진 주름살에 고민하기보다는
스스로의 매력과 가치를 발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젊음은 주어지고 노년은 만들어진다고 했다.
나의 내면과 외면을 돌보면서 더 좋은 모습으로 나이를 보태가며
인생의 무게를 보여주는 시기로 삼아야 하겠다는 결심을 해본다.
내가 몇 살이든 괘념치 않고 지금이 내 생의 절정이며
가장 아름다운 순간임을 인식하고 싶다.
앞으로 좀 더 많이 참여하고 노력하고 편견을 버려
어디서나 그 누가 어르신이라고 불러도
부끄러움 없이 선 듯 대답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머리카락에 은발 늘어나니
은의 무게만큼 나 고개 숙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