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학의 탐구 2-6 전통윤리의 한국적 성격과 가능성
우리의 전통윤리는 그 근저에서 인간존재에 대한 긍정과 인간을 위한 목적의식과 인간에 대한 희망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사후세계에 대한 기대가 약한 반면에 현실세계에 대한 긍정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유교적 규범은 기본적으로 살아 있는 인간관계를 도덕의 기준으로 삼고 있지만, 그뿐만 아니라 우리의 불교신앙에서 보는 불국토(佛國土)사상은 불국(佛國)을 지금 이 자리로 현재화한 것이라 한다면 미륵하생(彌勒下生)신앙의 양상은 바로 내세(來世)를 현세화(現世化)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우리의 전통윤리에는 인간존재가 모든 세계와 단절된 인간이 아니라 하늘과 땅 사이에 조화를 이룬 존재로서 인식되고 있다. 유교적 천인합일의식은 인간의 내면적 도덕근거를 보편적 천리(天理)에서 발견하여 왔다. 훈민정음의 문자구성원리까지도 천 · 지 · 인(삼재)의 결합구조를 내포하고 있음을 본다. 불교에서도 자재(自在)롭게 변신할 수 있다는 관세음(觀世音) 신앙을 통하여 모든 인간에서 불신(佛身)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고, 또한 누구나 불성(佛性)을 지닌다는 인식은 인간존중의 도덕의식을 뒷받침하고 있다.
사회의 신분계급적 분화는 유교전통을 통하여 더욱 세련되고 엄격하게 규정되었지만, 그 신분적 괴리를 극복할 수 있는 인간성품의 보편적 도덕성에 대한 확신과 인격적 모범으로서 선비의 등장은 분열을 다시 결합시켜 주는 기능을 한다. 유교적 신분계급의 질서는 도교 · 불교 · 기독교 · 동학 등의 사회의식에서 상당한 정도로 해소되었으나 전통사회의 체질 속에 깊이 자리잡았던 것이 사실이다.
나아가 우리의 전통사회는 다양한 종교의 복합적 구성 속에서 서로의 조화를 추구하는 융합론적 도덕의식을 정립함으로써 사회적 결속을 강화하였으나 일방의 정통성에 대한 신념이 강화되면서 억압적 · 대립적 질서 속에서는 분열과 폐쇄성에 빠져 공동체의식의 약화와 사회발전의 장애를 일으켰던 사실을 볼 수 있다.
한국의 윤리전통은 그 복합성으로 인해 긍정적 요소와 부정적 요소의 양면을 지니고 있지만, 오늘날 우리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많은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유교윤리의 영향 속에 형성된 가족적 인간관계의 도덕규범적 인식은 사회적 기초를 튼튼하게 하고, 인간을 개인적 고립화와 사회적 소외로부터 보호해 주는 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인간심성의 인격적 내면성에 대한 확신과 인간 중심의 규범질서는 계량화되는 물질문명의 지배 속에서도 인격적 깊이에 대한 신념과 이상을 지켜 줄 수 있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계층적 분화와 종교적 다원화의 현실 속에서 조화 · 융화를 위한 방법론은 새로운 시대에서 도덕의식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각성하고 발굴할 필요가 절실하다.
[출처] 한국유학의 탐구 2-6 전통윤리의 한국적 성격과 가능성
[출처] 한국유학의 탐구 2-6 전통윤리의 한국적 성격과 가능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