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1609〉
■ 적막한 봄 (정완영, 1919~2016)
산골짝 외딴집에 복사꽃이 혼자 핀다
사람도 집 비우고 물소리도 골 비우고
구름도 제풀에 지쳐 오도 가도 못한다.
봄날이 하도 고와 복사꽃 눈멀겠다
저러다 저 꽃 지면 산도 골도 몸져눕고
꽃보다 어여쁜 적막을 누가 지고 갈 건가.
- 2011년 시집 <시암(詩庵)의 봄> (황금알)
*벌써 4월도 초순, 봄이 깊어 가면서 동네 길목에는 목련과 개나리, 진달래가 만발한 가운데 이제 벚꽃의 계절이 왔습니다. 이렇게 동네는 여러 봄꽃들로 예쁘게 단장하는 중입니다만 4월 중순이 되면 지금보다 더욱 아름다운 동네로 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을 곳곳에 가벼운 연분홍빛 사과꽃과 하얀 배꽃, 자두꽃, 그리고 분홍색의 복숭아꽃들이 가득 피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산기슭에서는 나무들이 연두색으로 물이 오르고, 중간중간 산벚꽃이 눈부시게 피면서 울긋불긋 꽃대궐의 동네가 기대되는군요.^^
이 작품은 요즘처럼 한창 꽃이 피는 어느 봄날의 적막하고 평화로운 시골 풍경을 노래한 것으로, 전통적인 시조 음율에 맞춰 창작한 연시조(時調)입니다.
이 시조는 먼저 따사로운 봄날 외딴집 모퉁이에 홀로 활짝 피어 봄을 알려주는 예쁜 복숭아꽃(복사꽃)을 묘사하며 적막함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아무도 봐 주지 않는 한적한 봄날 시골 마을의 평화로운 정경을 정겹게 묘사하면서, 시리도록 고운 봄날에 대해 차탄(嗟歎)하는 모습입니다.
정완영 시인은 현대시조의 대가로서 90세가 넘어서까지 시작 활동을 하였으며, 이 작품은 그의 89세 나이에 창작되었다 하는군요. 젊은이 못잖았던 노시인의 열정이 놀랍고 부러울 뿐입니다.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