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어 공용어화는 할 수도 있다.
2. 영어 공용어화 때문에 한국어가 소멸할 만큼 그렇게 허약한 언어가 아니다.
3. 영어 공용어화의 선결 조건은 영어 교육의 개혁이다.
* 영어 공용어화는 할 수도 있다. *
한국인들이 영어를 공용어를 쓸 정도로 영어를 잘하게 된다면, 그 이득은 엄청날 것임에는 틀림없다. 일례로 외국과의 협상에서 지는 이유 중의 하나가 협상자들의 영어 실력 미달이었고, IT 분야 같은 신기술에서 유니코드같은 국제 표준을 정할 때, 협상에 참가했던 한국대표가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며, 몇년을 끌면서(꼭 한국때문만이 아니지만), 한국이 원하는 것은 최대한 수용되어, 유니코드에 한글체계가 반영되도록 한 예도 있다.
우리가 지금 세계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외국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데, 그 대부분은 영어에 의해 수행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만 보더라도, 영어의 중요성은 인정해야 할 듯 싶다.
또, 모든 새로운 기술과 정보들의 대부분이 영어권에서 나오는 마당에 누구의 일방적 독점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그 기술과 정보를 효과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국민 개개인의 복지 차원에서도 중요하다고 본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에게 경제적, 사회적 혜택이 쏠리는 것이 현실이다.
영어 공용어화를 "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 가 아니라, 넓은 마음으로 영어 공용어화를 "할 수도 있다" 라고 타협하자. 우리의 자랑스런 문화를 알리기 위해서도 한국어가 아니라 영어를 이용해야만 한다는 것도 잊지 말자.
(경복궁에서의 표지판이나 안내판은 모두 한글과 영어로 표현되어 있었다.)
* 한국어의 생명력 *
영어 공용어화에 대한 반대 의견에는 마치 영어가 공용어가 되기만 하면, 한국어가 사라질 것같이 이야기한다. 그러나 나는 한국어의 생명력에 대해 그렇게 불안하게 보지 않는다. 아마도 한민족이 존재하는 한 끊질기게 살아 남을 언어가 아닌가 한다. 영어가 공용어가 된다 하더라도, 아마 영어와 한국어가 공존하는 이중 언어 사회가 될 것이라 믿는다. 영어와 한국어가 동시에 사용되는 몇백년동안 우리의 후손들은 2가지 언어 중 어떤 언어로 통일되어 갈지 궁금해진다.
* 영어 교육의 개혁 *
나는 영어가 필요한 특정 사람들만 영어를 잘하면 된다라는 생각에는 반대한다. 물론 그렇게 해도 되겠지만, 그것은 그런 특정 사람들(집단)이 특권과 부를 독점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영어가 공용어화된 인도처럼, 영어를 할 줄하는 상류층과 못하는 하류층으로 양분될 가능성도 크다. 나는 전 국민이 영어를 잘 해야 한다는 편을 들겠다.
당연히, 영어 공용어화가 전 국민이 영어를 잘 하게끔 만들지 못한다. 사회적 불평등없이 영어 공용어화가 이루어지려면, 전 국민이 먼저 영어를 잘 할 줄 아는 것이 먼저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현재의 영어 교육이 진정한 언어 교육이 되어야 한다.
도대체 공교육에서 영어를 10여년동안이나 가르치는 데도 외국인과 기초적 회화도 불가능한 이런 위선적인 교육이 어떻게 버젓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인지..
실제로는 전혀 쓸모없는 입시과목의 영어가 아니라, 회화, 작문이 가능하도록, 그리하여 외국인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영어 교육의 방향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
영어 공용어화론자들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우물안 개구리 식의 영어 공용어화 반대론자도 싫지만,
위선적인 대학의 영어 교수들같은 영어 공용어화론자도 싫어한다.
영어 교사를 길러내는 영어 교육학과나, 영문학과에서 처럼 자기 수업도 영어로 강의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영어 공용어화를 주장할 수 있는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