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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성스러움의 모든 현현은 종교적이다
한적한 산길 한쪽에 오롯이 앉아 있는 돌더미, 마을 어귀를 지키는 장승의 우락부락한 얼굴, 신성한 불을 밝히고 그 앞에서 제의를 올리는 근엄한 사제의 몸짓에는 모두 성스러움이 내재해 있다.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과 바람이 투영되는 순간, 돌멩이, 목상木像, 불이라는 단순한 대상물이 신성성을 가진 존재로 변화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사냥에서의 풍요를 기원하는 구석기시대의 동굴벽화에서도, 인도의 형이상학적이고 우주적인 철학 체계에서도, 세계의 종말에 대한 환영vision 속에서 들뜬 선언을 하는 예언자들에게서도 성스러움에 대한 사색과 경험과 인식을 발견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인간 존재로서 살아간다고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종교적인 행위이다.
『세계종교사상사』는 종교가 저 높은 하늘의 전지적인 존재와 지상 위의 보잘것없는 인간과의 추상적인 관계에 관한 것이나 고도의 신학적 이론과 정교한 형식 속에 갇혀 있는 낡은 도그마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구석구석에서 살아 숨쉬는 유기체라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종교, 종교경험, 종교사상이 한정된 언어와 이미지로 정의 내릴 수 없는, 장대한 인간 정신의 결정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에는 구석기시대에서부터 종교개혁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서유럽의 원시 신앙에서부터 티베트의 불교에 이르기까지 시공을 초월하는 인류의 종교경험 전체가 녹아 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모든 의례, 모든 신화, 모든 신앙, 혹은 모든 신의 도상에는 성스러움에 대한 인간의 경험이 반영되어 있고, 수십만 년에 걸친 인류의 삶과 종교경험이 녹아들어 있는 종교사상사는 마치 대양과도 같다. 이 책은 그 드넓은 대양을 항해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나침반이다. 수많은 이론과 주의와 의견으로 우리를 미혹시키는 사이렌의 달콤한 목소리에 대항하여 우리가 명철한 지성으로 인류의 삶의 원천을 탐구하게 도와주는 책이다.
👨🏫 저자 소개
미르치아 엘리아데
엘리아데는 루마니아의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출생하여 미국 시카고에서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종교학을 중심으로 문학,철학 등 다방면에 걸쳐 관심을 가진 학자였다. 부쿠레슈티 대학 재학시 로마에 머물면서 『이탈리아 철학,마르실리오 피치노로부터 조르다노 부르노까지』를 쓸 무렵 인도철학자 다스굽타를 만나 그의 생애는 큰 전기를 맞게 된다. 서양의 고전적 전통을 이어받은 엘리아데는 다스굽타에게 산스크리트어를 배우며 인도의 사상과 상상력에서 깊은 영감을 받았다. 1936년에 쓴 박사학위 논문 「요가:인도 신비주의 기원」은 파리와 부쿠레슈티에서 동시에 출간되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 후 연금술과 우파니샤드, 불교를 통한 상징해석에 남다른 특색을 보이기 시작하며, 『잘목시스:종교학 연구 리뷰』를 출간하기도 한다. 1949년에는 그의 종교연구를 집대성한 『종교형태론』을 프랑스에서 출간하고 곧 영문판을 내게 되는데, 그의 학문적인 무대가 미국으로 옮겨져 영문판이 더 널리 읽히게 되었다.
1956년 미국으로 건너가 시카고 대학에서 한 '이니시에이션의 유행'이란 강의는 1958년에 『이니시에이션의 의례와 상징』『탄생과 재생의 신비』라 묶어 출간하였다. 1982년에 『종교관념의 역사』 2권을 출간하고 그 보완작업을 하던 중 사망하였다. 그가 책임편집을 하던 『종교대박과 사전』은 그가 죽은 다음해에 출간되었다. 엘리아데는 유럽문명의 우월성을 벗겨내고 제3세계 문화적 뿌리와 보편성을 일깨우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특히 동양학 전반에 걸쳐 그의 종교현상학 방법이 널리 응용되었다.
📜 목차
서문
제31장 고대 유라시아 대륙의 종교: 투르크-몽골인, 핀-우골인, 발트-슬라브인
241. 수렵민, 유목민, 전사
242. “천신”, 탱그리
243. 세계의 구조
244. 세계 창조의 드라마
245. 샤먼과 샤먼의 입문 의례
246. 샤먼의 신화와 의례
247. 샤머니즘의 의의와 중요성
248. 북아시아인과 핀-우골인의 종교
249. 발트족의 종교
250. 슬라브의 이교 신앙
251. 고대 슬라브인의 의례, 신화 그리고 신앙
제32장 성상 파괴 운동(8∼9세기)까지의 기독교 교회
252. 로마는 멸망하지 않는다……
253. 아우구스티누스: 타가스테에서 히포로
254. 아우구스티누스의 위대한 선구자: 오리게네스
255. 아우구스티누스의 신학 논쟁. 은총론과 예정설
256. 성인 숭배: 순교, 성물, 성지순례
257. 동방교회와 비잔틴 신학의 만개
258. 이콘 숭배와 성상 파괴 운동
제33장 무함마드와 이슬람의 전개
259. 알라, 아라비아의 데우스 오티오수스
260. 무함마드, “신의 사도”
261. 천상으로의 엑스터시 여행과 신성한 책
262. 메디나로의 “이주”
263. 유랑 끝의 승리
264. 『코란』의 가르침
265. 지중해 세계와 근동에의 이슬람 유입
제34장 샤를르마뉴에서부터 피오레의 요아킴까지의 서구 가톨릭
266. 중세 초기의 기독교
267. 기독교 이전 전통의 동화와 재해석: 신성 왕권, 기사도
268. 십자군: 종말론과 정략
269. 로마네스크 예술과 궁정풍 연애의 종교적 의미
270. 비의 종교와 문학 작품들: 트루바두르, 페델리 다모레, 성배 이야기
271. 피오레의 요아킴: 새로운 역사신학
제35장 이슬람 신학과 신비주의
272. 주류파 신학의 근본 원리
273. 시아파와 비의 종교적 해석학
274. 이스마일파와 이맘의 찬미, 대부활, 마흐디
275. 수피즘, 비의 종교 그리고 신비체험
276. 위대한 수피들, 줄 눈에서 티르미지까지
277. 알 할라즈, 신비가이자 순교자
278. 알 가잘리 그리고 칼람과 수피즘의 화해
279. 최초의 형이상학자들, 아비센나, 이슬람화된 스페인의 철학
280. 안달루시아의 최후이자 최고의 사상가들: 아베로에스와 이븐 아라비
281. 소흐라와르디와 빛의 신비주의
282. 잘랄 옷 딘 루미: 거룩한 음악과 시와 춤
283. 수피즘의 승리와 신학자들의 반발. 연금술
제36장 바르 코흐바의 난에서 하시디즘까지의 유대교
284. 『미슈나』의 편찬
285. 탈무드. 반랍비적 반동: 카라이파
286. 중세 유대교의 신학자와 철학자
287. 아리스토텔레스와 토라 사이의 마이모니데스
288. 유대교 신비주의의 초기의 제 형태
289. 중세의 카발라
290. 이삭 루리아와 신카발라
291. 배교한 메시아
292. 하시디즘
제37장 유럽의 종교운동: 중세 후기에서 종교개혁 전기까지
293. 비잔틴제국의 이원론적 이단들: 보고밀파
294. 서유럽의 보고밀파: 카타리파
295.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
296. 성 보나벤투라와 신비신학
297. 성 토마스 아퀴나스와 스콜라신학
298.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신으로부터 신성으로
299. 민중의 신앙과 종교 생활의 위기
300. 재난과 희망: 채찍 고행자로부터 새로운 신앙생활까지
301. 쿠자의 니콜라스와 중세의 황혼
302. 비잔틴과 로마. 필리오케의 문제
303. 정적주의의 수도승들. 성 그레고리우스 팔라마스
제38장 종교, 주술, 그리고 종교개혁 전후의 헤르메스주의 전통
304. 기독교 이전 종교 전통의 잔존
305. 정화의 춤의 상징과 의례
306. “마녀사냥”과 민중 종교의 성쇠
307. 마르틴 루터와 독일의 종교개혁
308. 루터의 신학. 에라스무스와의 논쟁
309. 츠빙글리, 칼뱅, 가톨릭 개혁
310. 르네상스기의 인문주의, 신플라톤주의 그리고 헤르메스주의
311. 연금술의 새로운 가치 매김: 파라셀수스에서 뉴턴까지
제39장 티베트의 종교들
312. “인간의 종교”
313. 전통적 관념들: 우주들, 인간들, 신들
314. 본교: 대립과 융합
315. 티베트 불교의 형성과 발전
316. 티베트 불교의 교의와 실천
317. 빛의 존재론과 신비적 생리학
318. 티베트의 종교적 창안물에 대한 현대적 관심
약어표
연구 현황 및 비판적 문헌 해제
엘리아데의 저서 목록
옮기고 나서
찾아보기
1권의 차례
2권의 차례
🖋 출판사 서평
현대인에게 새로운 삶의 비전을 제시하는 인간 정신의 역사
엘리아데는 평생에 걸친 종교학 연구를 통해 궁극적으로 새로운 휴머니즘을 주장한다. 그는 종교학의 목표를 “올바른 방법으로 신화나 신화적 사고, 상징이나 시원적 이미지, 특히 동양 문화 혹은 원시 문화 속에서 발견된 종교적 창조성을 분석하는 것만이 서양의 정신을 열어주고 새로운 휴머니즘을 창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 그러한 현상들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자연학자의 메마른 ‘객관성’이 아니라 해석학자의 지적인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라고 밝힘으로써 탈성화脫聖化된 현대 사회의 논리를 뛰어넘어 성스러움 그 자체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우리가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수 있고, 그 가운데에서 우주적 유대를 회복하고, 신과 하나된 인간, 도와 하나된 인간, 다르마dharma(법)와 하나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새로운 휴머니즘을 주장하고 있다.
엘리아데는 이 책에서 “문화의 가장 원초적인 차원에 있어서, 인간 존재로서 살아간다고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종교적인 행위이다. 왜냐하면 음식 섭취, 성생활, 그리고 노동은 성사聖事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 아니 오히려 인간이 된다는 것은 ‘종교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종교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여러 종교현상들의 근본적 통일성과 그러한 종교적 표현이 가진 무궁무진한 새로움을 우리에게 끊임없이 일깨우고 있다. 우리는 인류의 다양한 경험을 만남으로써 인간에 대해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고, 그리고 그 이해를 통해 인간 정신의 지평은 더 확장되는 것이다.
우리의 정신, 영혼, 상상력의 원천을 만나다
엘리아데에게 있어 인간은 성스러움을 지향하는 호모 렐리기오수스(종교적 인간)이면서도 범속한 현실을 살지 않으면 안 되는, 역설적인 삶의 조건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다. 엘리아데의 종교학의 근저에는 이러한 성속의 변증법, 역의 합일이 끊임없이 변주되고 있으며, 우리는 반대되는 것들이 대립하고, 융합하고, 조화를 이루어 새로운 창안물로 태어나는 과정에서 발현한 인간의 위대한 문화유산, 즉 우리의 영혼, 정신, 상상력의 원천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을 이 책에서 확인하게 된다.
우리는 엘리아데와 함께 여행하면서 구석기시대와 메소포타미아, 이집트의 사상과 신앙에서부터 베다의 찬가와 『브라흐마나』 그리고 우파니샤드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위대한 영혼을 만날 것이다. 또한 차라투스트라와 고타마 붓다, 도교, 헬레니즘의 비의 종교, 기독교, 그노시스주의, 연금술, 성배 전설에서부터 미트라, 상카라, 탄트리즘과 밀라레파, 이슬람, 파라셀수스, 카발라주의자들에 이르는 동서양의 위대한 정신세계를 접하게 될 것이다.
엘리아데는 종교현상이라는 성스러움의 진실성을 경험함으로써 우리가 변화할 것을 기대한다. 그에게 종교학은 대상을 단순하게 서술하는 작업이 아니라 일종의 꿈꾸기이며, 추상적인 존재가 아니라 현실에 살아 숨쉬는 리얼리티로서의 신화를 만드는 작업이다. 역사적 존재인 인간은 역사를 초월하기 위해 사유하고, 상상하고, 창조한다. 역사를 초월하기 위한 인간의 몸짓과 사유와 상징, 그것이 곧 종교인 것이다.
현대의 고전, 20세기 인류의 지적 유산
젊은 학자들의 6년여에 걸친 노력 끝에 국내 최초로 번역되다
(프랑스 문화성 출판지원작)
엘리아데의 50여 년에 걸친 학문의 여정이 집대성된 엘리아데의 대표작 『세계종교사상사』는 엘리아데가 1949년 『종교형태론』을 출간하면서 밝힌 구상이 30여 년의 연구 끝에 빛을 본 결과물로, 서울대 종교학과에서 종교학을 공부한 젊은 학자들의 6년여에 걸친 번역으로 드디어 우리나라에 소개된 ‘현대의 고전’이다. 또한 이 책은 프랑스 문화성의 출판 지원을 받았다.
이 책은 이미 세계의 주요 언어(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러시아어, 중국어, 일본어, 그리스어, 체코어, 슬로바키아어, 헝가리어, 덴마크어, 터키어, 히브리어, 슬로베니아어, 루마니아어 등)로 대부분 번역되었으며, “20세기 인류의 지적 유산”으로 꼽히는 엘리아데 필생의 대작이자 위대한 학문적 업적이다.
가볍고, 단순하고, 편안함이 미덕이 되어버린 지 오래된 지금, 이 작품은 우리에게 쉽지 않은, 기나긴 여행을 떠날 것을 요구한다. 내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가 기억하던 시원적 세계, 원형의 세계로의 여행을 통해 우리는 ‘나를 발견하고’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살게 될 것이다.
『세계종교사상사』의 특징
엘리아데는 1973년 3월 25일자 일기에서 『세계종교사상사』의 집필을 구상하면서 세 가지 원칙을 제시하는데, 첫째 “읽기 쉬운 개설서로 쓸 것”, 둘째 “여러 종교의 ‘창조적 순간’을 포착하여 묘사할 것”, 셋째 “개별 종교 전문가의 미시적 해석과는 다른 종합적 이론가의 거시적 관점을 제시할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 원칙에 근거하여 『세계종교사상사』는 처음에 전3권으로 기획되었으나 도중에 다루어야 할 내용과 자료가 늘어나면서 제3권을 두 권으로 나누어 집필(결국 전4권이 됨)하기로 계획이 수정되었는데, 엘리아데의 지병 악화와 죽음으로 인해 전3권 39개 장으로 저술되고 말았다. 엘리아데가 기획했던 3권의 둘째 권, 즉 제4권은 엘리아데 사후에 그의 제자들의 공동 작업을 통해 1991년 독일에서 출간되었다. 본 한국어판은 엘리아데가 직접 저술하고 그의 생전에 출간한 전3권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먼저 이 책의 전체 구성을 살펴보면, 엘리아데는 각 장을 여러 개의 절로 세분화하여 자신이 다루고자 하는 자료를 동시대 혹은 다른 시대, 다른 지역의 유사한 현상들과 비교 분석함으로써 각 종교 현상이 지닌 창조적 의미를 분석하고 있다. 다른 유사한 현상들 사이의 공통성을 파악한 다음 자신이 다루고자 하는 현상의 특징을 드러내고 그 의미를 밝혀가는 것이 엘리아데의 서술 방식의 특징적인 요소 중 하나로 이러한 방식을 통해 우리는 종교 현상의 의미와 역사를 하나의 이야기처럼 읽어나갈 수 있다.
또한 엘리아데는 종교 현상에서 찾아낸 본질적인 계기들이 무엇을 가리키는지를 파악함으로써 그 계기들이 인간 사유의 전환점을 구성하는 새로운 종교적 창안물로서, 역사의 창조적 계기로서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파악하는데, 예를 들어 봉건제나 기사도를 비롯한 신성로마제국의 제도가 비잔틴 세계에는 없던 새로운 종교적 창안물의 등장을 촉진시킨 계기(본서 제3권 266절)라든가 중세 유대교의 신비주의인 카발라가 그노시스주의의 유산과 우주적 종교성을 정통 유대교 안에서 재생시킨 새로운 종교적 창조물(본서 제3권 289절)이 된 계기를 밝히는 것 외에 여러 이단 종파의 사상, 민중적 신화와 의례, 마술, 연금술, 비의 종교 등을 이런 새로운 종교적 창안물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원칙을 큰 줄기로 삼아 『세계종교사상사』에서는 방대한 양의 자료와 종교현상을 다루고 있는데, 엘리아데는 가능한 한 간명하고 응축된 서술을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지면의 한계로 인해 다룰 수 없었거나 짤막하게 다루었던 내용에 대한 비판적 문헌 해제를 각 권의 말미에 달아, 독자들이 더 나아가고 탐구하는 데 도움이 될 길잡이로 삼고 있다.
제1권(석기시대에서부터 엘레우시스의 비의까지)의 주요 내용
엘리아데의 종교학으로의 여정은 구석기시대에서부터 신석기시대에 이르는 선사시대 인류의 원초적 종교성이 도구의 제작, 언어의 발달, 농경의 발명 등과 함께 새로운 종교적 가치로 변모하는 과정을 출발점으로 하여, 인간의 역사가 시작된 문명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수메르 문명의 우주 창조 신화와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 사후의 세계에 대한 묘사, 여러 신성들의 등장과 세대교체 과정으로 나아간다. 그 뒤를 이어, 강력한 정치력과 군사력을 앞세워 고도한 문화와 종교를 창출해낸 메소포타미아, 이집트의 종교적 관념과 실천이 갈등과 대립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것으로 창조되는 장구한 역사와, 이 과정에서 탄생하게 되는 여러 가지 원형들이 등장한다.
그런 다음 우리는 히타이트와 가나안, 이스라엘의 종교에 대한 고찰을 통해 기독교가 전래되기 이전의 종교 전통에서부터 기독교가 자리를 잡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본 후, 인도-유럽 민족의 대대적인 이동을 통해 인도-유럽 민족의 종교가 확산되는 과정을 고찰하며, 고타마 붓다가 출현하기 이전의 인도의 철학 사상과 체계, 우주 창조론과 형이상학의 세계를 둘러본다. 이어서 인도-유럽 민족의 천신인 제우스가 원초적 신성들과의 투쟁 끝에 그리스 종교의 중심적인 신성으로 자리 잡는 과정과 우리가 그리스 신화로 익히 알고 있는 여러 신들과 여신들, 영웅들을 분석함으로써 때로는 잔인하게 때로는 우스꽝스럽게 그려지는 신적 존재들이 인간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었으며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밝힌다. 이러한 인간과 신에 대한 관계를 통해 우리는 단순히 신화 속의 한 에피소드로만 알고 있던 내용들이 사실은 척박한 자연환경을 이겨내고 풍요로운 수확을 꿈꾸는 인류의 비원을 담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또한 모든 것을 품고, 생명을 주고, 나중에는 자신의 품안에 거두는 대지를 의인화, 신성화한 대지모신에게 바치는 비밀 의례를 통해 자연의 신비를 이해하고 그와 하나되어 초월적 존재로 거듭나고자 한 고대 인류의 열망을 알게 된다.
다음으로는 이란의 종교와, 이란의 전통 종교를 개혁한 인물로서 연구자들로부터 상이한 평가를 받고 있는 차라투스트라의 종교로 넘어가 차라투스트라교의 선과 악의 대립, 신성한 불, 종말론, 새로운 세계의 도래 등에 대한 관념을 후대의 마즈다교, 마니교 등이나 우파니샤드 시대의 인도의 관념들과 비교해보며, 마지막으로는 출생이나 존재 양식의 측면에서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디오니소스와 그를 기리는 제의가 그리스 종교에서 어떤 저항에 직면하였고, 왜 두려움을 자아냈는지, 또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되었는지를 다룬다.
제2권(고타마 붓다에서부터 기독교의 승리까지)의 주요 내용
서양 문명과 달리 강력한 조상 숭배의 전통 속에서 형성된 중국 특유의 종교사상과 종교적 창조물들을 공자, 노자, 장자 등의 인물과 도교, 연금술 등과 연결지어 설명하는 고대 중국의 종교를 시작으로 브라만교와 힌두교의 철학과 정신, 종교적 기법 등이 나오고, 불교의 창시자인 고타마 붓다의 삶의 궤적과 불교가 형성되고 발전해나간 계기들을 종합적으로 다룬다. 다음으로는 신화적 인물인 로물루스에 의해 건국된 로마가 공화정에 이르기까지 발전시키고 정교화한 신앙과 의례, 축제들을 살펴보고, 인도-유럽 민족 못지않게 서구 사회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켈트족, 게르만족, 트라키아인들의 우주 창조 신화와 종말론, 새로운 세계의 창조에 관한 신화를 거쳐 그리스 정신사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친 오르페우스교의 신통기와 인간론, 윤회와 영혼 불멸에 관한 사상을 살펴본다.
2권에서는 1권과 마찬가지로 불교와 힌두교, 유대교와 기독교, 이란의 종교들을 다루고 있으나, 이 각각의 종교들이 어떠한 투쟁과 종합의 과정을 거쳐 초기의 사상과 철학, 형이상학 체계를 정교화하고 체계화시켰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제3권(무함마드에서부터 종교개혁의 시대까지)의 주요 내용
투르크-몽골인, 핀-우골인, 발트-슬라브인의 종교를 중심으로 한 고대 유라시아 대륙의 종교와 샤머니즘으로 첫 장을 연 3권은 기독교 교회의 역사를 계몽주의 시대까지로 한정하고, 나머지 지면은 세계 3대 유일신앙의 하나로 꼽히는 이슬람교의 전개 과정, 여러 이단 종파, 민중 신화와 풍습, 마술, 연금술, 비의 종교 등에 주로 할애하고 있다.
기독교의 발전과 동서교회의 분열, 십자군전쟁, 기독교적 전통의 문화와 예술의 발전상이 소개되며, 그 과정에서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했던 신학자와 종교가들이 소개된다. 뒤이어 이슬람 신학의 근본 원리와 교리와 사상의 투쟁을 거쳐 분열하는 이슬람의 전개 과정을 보여주는데, 여기에서도 기독교뿐 아니라 여러 종교 전통에서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던 신비주의와 비의적 종교 전통의 등장을 확인할 수 있다.
이어서 비잔틴제국과 서유럽의 보고밀파, 카타리파 등의 이단적 종교운동들을 살펴보고 중세의 교회사와 지성사를 장식했던 성 프란체스코, 성 보나벤투라, 성 토마스 아퀴나스,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쿠자의 니콜라스 등의 신학을 살펴본다. 그런 다음에는 2000년이 넘게 서구 엘리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신비주의, 연금술, 비의 종교 등을 르네상스기의 인문주의, 신플라톤주의, 헤르메스주의 등과 연결지어 고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티베트의 전통 종교인 본교의 핵심을 살피고, 티베트 불교의 형성과 발전 과정, 교의와 실천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