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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편이었던 알리안츠 아레나 투어에 이어서 이번에는 이탈리아로 건너갔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탈리아를 좋아하는 편이고 세리에A도 상당히 관심있게 보는 축덕인지라 이탈리아 본토에 왔으니 이탈리아 클럽 투어를 그냥 지나갈 리가 없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이탈리아 3대 거장(유벤투스, AC밀란, 인테르) 중 두 클럽이 머물고 있는 밀라노 안방인 주세페 메아짜(Giuseppe Meazza) 혹은 산 시로(San Siro)를 방문하였다(사실 피렌체와 로마를 먼저 들렸으나, 그 곳들이 워낙 관광지다 보니 경기장 투어를 할 시간이 없었다). 사실 밀라노는 관광명소가 거의 없는 지라 밀라노에서 관광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 쯤은 주세페 메아짜를 방문하는 것도 좋다. 주세페 메아짜는 밀라노 빨간색 라인 지하철을 타고 Lotto역에서 하차하셔서 한 1km 가까이 걸어야 도착하는데, 경기장까지 가는 길이 매우 멀다고 해서 지겹게 걸을 일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가는 길 옆에 있는 벽면에 전부 그라피티가 멋드러지게 그려져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익살스럽거나 간지나는 그라피티와 그림들이 벽면에 그려져 있어서 이걸 구경하면서 걷다 보면 경기장에 도착한다)
(1km 정도 걷다보면 이렇게 주세페 메아짜가 보이게 된다)
주세페 메아짜에 도착했는데, 비시즌기간을 틈타서 열심히 공사중이길래 설마 혹시나 해서 투어 안나는 줄 알고 조마조마했다. 다행히 14구역에 투어입장구역이라고 다행히 표기되어있어서 안심하고 경기장으로 들어갔다. 참고로 14구역으로 입장할 때 박물관 관람+투어 비를 한꺼번에 받는데 가격이 13유로다. 알리안츠 아레나 패키지 투어 가격에 비하면 비교적 싼 편이다. 해외축구에 대해서 좀 안다고 하는 사람은 알테지만, 주세페 메아짜라는 이름은 이탈리아 축구계의 전설이자 인테르와 AC밀란 양 클럽에서 맹활약했던 최초의 판타지스타 주세페 메아짜의 이름을 따온 것이다. 사실 정확하게 구분짓자면 주세페 메아짜는 인테르 레전드에 적합하기에(AC밀란에선 겨우 두 시즌 뛰었고, AC밀란 시절보다 유벤투스 시절이 오히려 더 화려했다) 그가 죽고난 뒤인 1980년에 주세페 메아짜라고 경기장 명칭을 바꿀 때 로쏘네리들의 반발이 예상되었다. 하지만 AC밀란 팬들은 명칭 변경에 환영하였는데 그 이유는 주세페 메아짜가 이탈리아에게 월드컵 우승을 두 번이나 안겨준 구국적 영웅이었다는 게 이유였다.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 인테르 응원가에서도 산 시로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참고로 산 시로라는 이름은 경기장이 세워진 지역의 어느 한 교회 이름에서 따왔다는 말이 있다.
(산 시로 메가스토어로 안내하는 팻말)
먼저, 경기장 내부에 있는 메가스토어인 산 시로 스토어에 가면AC밀란과 인테르 양 구단의 물품들을 파는데,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바이에른 뮌헨 에 관련된물품 파는 양보다 밀라노 두 구단이 메가 스토어에서 물품 파는 양이 현저하게 적다. 오히려 AC밀란은 밀라노 쇼핑거리로 유명한 갈레리아 비토리아 에마누엘레 2세로 가면 2층짜리 AC밀란 전용 메가스토어로가 있는데, 차라리 거기서 구입하는 게 낫다. 그리고 양 구단 물품 가격대를 비교해봤는데, 인테르가 AC밀란보다 다소 가격이 저렴했다(나이키가 아디다스보다 가격이 싼 편도 아닌데... 이상하다).
먼저 경기장 내부에 설치된 박물관 전시는 대충 이렇다.
아무래도 이 경기장에 두 개의 클럽이 쓰다보니 박물관도 딱 절반씩 나눠서 각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데, 들어가는 입구를 기준으로 하여 왼쪽에는 AC밀란, 오른쪽에는 인테르 영역이다. 이 박물관만의 또다른 특징을 꼽자면, 보통 다른 유럽클럽들의 박물관에는 자신들이 획득한 트로피들을 메인으로 내걸고 자랑하는 게 대부분이나 여기 박물관은 트로피 획득 수는 부차적인 것이고 각자 클럽들의 연대기를 순차적으로 배열한 것에 초점을 두었다. 그렇다보니 각 클럽의 태동기부터 오늘날까지의 역사, 그리고 해당 시기에 활약했던 대표적인 아이콘들을 배치시켜놓곤 하였다. 그래서 양 밀라노 구단들의 시대별 레전드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또한 보너스로 AC밀란/인테르 구단에서 나름 상징성을 부여한 경기에서 맞붙은 상대팀 유니폼까지 같이 전시해놓았다.
그렇게 박물관 투어를 한 번 훑어본 뒤에 경기장 투어를 하게 되었는데 참고로 경기장 투어는 매시각 정시마다 이뤄지기 때문에 투어시작하기 10분 전에 박물관 입구에 모이면 된다(박물관 투어는 경기장 투어 이후에 해도 사실 상관없다). 내가 주세페 메아짜/산 시로 투어할 때 가이드였던 이탈리아 여성분은 자신이 AC밀란 팬이라는 것을 밝히며, 외국인과 내국인(=이탈리아 현지인)에게 모두 한꺼번에 설명하기 위해 영어와 이탈리아어 2개국어를 거침없이 소화하시면서 설명하였다. 참고로 밀라노 미녀다.
주세페 메아짜/산 시로는 유럽에서 캄프 누, 뉴웸블리,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의 뒤를 이어 4번째로 많은 수용인원을 자랑하는 5성급 경기장으로 1926년 당시 AC밀란 구단주였던 피에로 피렐리에 의해 처음으로 세워졌고 AC밀란 전용 홈구장이었다가, 1947년에 인테르가 이 곳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오늘날까지 두 구단이 함께 공유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주세페 메아짜/산 시로가 3번에 걸쳐서 오늘날의 모습으로 탄생하게 되었는데, 1926년 초기 완공 당시 3만5천석의 수용인원으로 시작했다가 1940년대에 15만명으로 늘렸다가 10여년 뒤에 수용인원의 한계를 느낀다면서 10만명 이하로 줄였고, 1985년에 발생한 헤이젤 참사 여파로 경기장 수용인원을 9만명으로 축소시켰다. 그러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유치를 확정지었고 그 경기장 중 하나로 주세페 메아짜가 선정되자 1989년에 위의 사진과 같은 지붕을 만들었다고 한다. 현재 이탈리아 클럽들 중 유일하게 3단 분리 경기장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주세페 메아짜에 칠해져 있는 의자색깔에 따라 앉는 사람이 달라지는데, 주황색은 중립석(=일반석), 빨간색 1층은 로얄석, 초록색 자리는 인테르 서포터즈 자리, 마지막으로 파란색 자리는 AC밀란 서포터즈 자리다. 경기가 없는 때에는 여기서 대형 콘서트도 개최된다고 한다(유럽에 있는 대부분 축구경기장은 축구경기 뿐만 아니라 콘서트홀로도 많이 활용된다고 한다).
위의 사진에서 철조망 같은 것이 보이는 게 이게 바로 관중석과 피치 사이에 해저드가 있다는 걸 간접적으로 알리는 것이다. 해저드의 목적은 1차적으로 울트라 성향의 서포터즈의 경기장 난입을 방지하고, 그리고 난입으로 인한 선수들이 테러를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하지만 예전에 밀라노 더비 때 관중들이 분노하여 홍염을 피치로 투척하여 산 시로 불바다 사건을 만들기도 했다. 투척에는 장사없는 것 같다).
이제 경기장 내부로 좀 더 파고들어보겠다.
(여기가 선수들이 피치로 나가는 문이라고 한다)
위에 사진에 보이는 문이 AC밀란/인테르의 상대팀 드레싱룸인데, 아예 드레싱룸을 4개로 만들던 알리안츠 아레나와 달리 주세페 메아짜는 AC밀란/인테르/상대팀 라커룸 으로 총 3개로 구성되어있다. 여기서 하나 더 눈여겨봐야할 점은 AC밀란/인테르 드레싱룸이 각 구단 구단주들의 요구방침이 담겨져 있다는 것이다.
먼저 인테르 드레싱룸(일명 모라티 스타일)
인테르 드레싱룸은 선수 개인당 한 개의 드레싱룸으로 따로 나눠져 있지 않고, 그저 옷만 걸 수 있는 소형옷걸이만 걸려있고, 선수들이 아무 자리나 차지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이는 즉, 선수 개개인보다 인테르라는 팀의 단결력을 중요시하는 모라티 인테르 구단주의 요구방침이 있었다고 한다(팀 단결력을 중요하다보니 마찬가지로 팀이라는 가치를 중요시하는 조세 무리뉴 감독이 모라티 구단주로부터 총애를 받았던 것일지도). 그리고 벽면에는 인테르의 리그 우승횟수와 우승연도까지 같이 새겨져있다.
그리고 AC밀란 드레싱룸(일명 베총리 스타일)
모라티 인테르 구단주와는 정반대로 AC밀란 구단주인 베를루스코니는 팀보다도 선수들 개개인을 특별한 존재로 여겼기에, 각 선수마다 따로 드레싱룸을 분배하고 두번째사진처럼 모니터에 해당선수의 이름/얼굴이 뜨게 되면, 그 선수 자리가 되는 셈이다. 그리고 좌석 시트도 최고급이다(앉아보니까 참 편안하더라). 그리고 지난시즌 AC밀란 드레싱룸 배치도가 아비아티-가투소-즐라탄-?-인자기-네스타-아퀼라니-암브로시니(C)-반봄멜-안토니니-엠마누엘손-보아텡-아바테-실바-호빙요-파투-카사노-아멜리아 로 되어있다고 하는데(올시즌에 이 중 거의 절반 가까이 떠났다지...;;), 암브로시니 자리가 AC밀란 주장 전용자리라서 예전에 말디니가 앉았다고 한다. 그리고 파투의 자리가 옛날에는 카카의 자리라고 한다. 또한 자리배치할 때, 브라질 선수들은 한 곳에 묶어서 자리배치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 사진에 나오는 자리의 주인공은 지난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쓰나미급 위치선정"의 주인공인 필리포 인자기다.
(여기는 프레스 복도. 가운데 가로지르는 바리게이트(?)를 중심으로 왼쪽으론 인테르 라인, 오른쪽으론 AC밀란 라인이다)
(컨퍼런스 룸에서 바라본 주세페 메아짜/산 시로의 피치다. 알리안츠 아레나처럼 지붕 뒤편에 존재하지 않고 로얄석 1층 밑에 위치하여 회의 또는 부페를 즐기면서 볼 수 있다. 시야는 아주 좋다.)
요즘 이탈리아 축구계가 여러가지로 위태위태하고 있다는 건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2006년에 이탈리아 축구계를 뒤흔들었던 칼치오폴리로 인한 상처가 완전히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세리에A 내 승부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세리에A가 전세계적으로 신뢰를 잃은 데다가 이에 맞물려서 이탈리아 클럽들이 국제대회(챔스나 유로파컵)에서 다른 리그 클럽들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경쟁력 부분에서 뒤떨어지고 있고, 이탈리아 클럽들 재정이 대부분 적자에 허덕이고 있어 각 팀 내 중요선수들을 다른 리그에 빼앗기고 있는 실정이다(대표적으로 PSG가 세리에A 출신 선수들을 싹쓸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 사람들의 축구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으며, 오히려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한 믿음이 유로2012에서 이탈리아 국가대표팀이 준우승을 거둘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니었나 싶다. 유로대회 여파로 이번 여름에 이탈리아 관광지에서 쉽게 아주리 유니폼 또는 이탈리아 클럽들 유니폼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런 점이 마치 우리 K리그와 많이 닮아있는 것 같다.
또한 주세페 메아짜/산 시로를 보면서 느낀 건, 두 구단이 한 구장을 같이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 같다. 물론 이전에 방문한 알리안츠 아레나도 두 구단이 한 경기장을 같이 쓰고 있긴 하다만, 알리안츠 아레나와 달리 여기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더비이자 두 클럽 다 세계적인 인지도를 지니고 있으니 여기를 참고해야하는 게 아닐까 싶다(거기다가 60년 이상 한 구장을 공유하고 있었던 사이 아닌가). 서로 치고박고 하는 사이지만, 큰 잡음없이 같이 쓴다는 점은 훗날 K리그도 한 경기장에서 두 클럽이 같이 쓰는 날이 올 때 참고해야 할 만한 모델이 바로 이 밀라노 형제가 될 것이다. 이제 남은 이탈리아의 거장인 유벤투스의 새 집인 유벤투스 스타디움 집들이에 참가하기 위해 다음날에 토리노로 넘어가야겠다.
2012년 7월 29일, 밀라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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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경기장, 외관, 클럽도 멋있고 부럽지만 ... 무엇보다 그 클럽의 역사와 그 역사를 저렇게 소중하고 멋있게 간직하고 있다는게 참 부럽네요 ㅎㅎㅎ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