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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가벌가 기칙불원(伐柯伐柯其則不遠)
도끼자루를 베고, 도끼자루를 벰이여, 그 법칙이 멀리 있지 않구나라는 뜻으로, 진리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가 실천하는 가운데 있는 것임을 비유하는 말이다.
伐 : 칠 벌(亻/4)
柯 : 가지 가(木/5)
伐 : 칠 벌(亻/4)
柯 : 가지 가(木/5)
其 : 그 기(八/6)
則 : 법칙 칙(刂/7)
不 : 아닐 불(一/3)
遠 : 멀 원(辶/10)
출전 : 시경(詩經) 빈풍(豳風) 벌가(伐柯)
이 성어는 시경(詩經) 빈풍(豳風) 벌가(伐柯)에 나오는 구절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벌가(伐柯)
伐柯如何(벌가여하)
匪斧不克(비부불극)
取妻如何(취처여하)
匪媒不得(비매불득)
도끼자루 베려면 어떻게 하나
도끼 아니면 벨 수가 없다네.
아내 맞으려면 어떻게 한나
매파가 아니면 얻을 수 없다네.
伐柯伐柯(벌가벌가)
其則不遠(기칙불원)
我覯之子(아구지자)
籩豆有踐(변두유천)
도끼자루 베려면, 도끼자루 베려면
그 본보기 멀리 있는 것 아니네
내가 그의 아들을 만나면
예식 차려서 실천하리라
(解)
伐柯如何 匪斧不克
取妻如何 匪媒不得
比이다. 柯는 도끼자루이다. 克은 능함이다. 媒는 二姓의 말을 통하는 자이다.
○ 주공이 동쪽에 거했을 적에 東人들이 이것을 말하여 平日에 주공을 보기가 어려웠음을 比한 것이다.
伐柯伐柯 其則不遠
我覯之子 籩豆有踐
比이다. 則은 法이다. 我는 東人 自我이다. 之子는 그 처를 가리켜 말한 것이다. 籩은 竹豆요, 豆는 木豆이요, 踐은 行列의 모양이다.
○ 도끼자루를 벨 적에 도끼가 있으면 옛 도끼자루를 가지고 그 새로운 도끼자루를 만드는 법을 얻음에 지나지 않고 娶妻할 때에 매파가 있으면 또한 이에 나아가 그를 만나보아 同牢의 禮를 이룸에 지나지 않음을 말한 것이다. 東人들이 이를 말하여 오늘날의 주공을 만나보기 쉬움을 比하였으니, 깊히 기뻐한 말이다.
공자는 중용(中庸)에서 도(道)를 설명하며 이 시의 ‘벌가벌가 기칙불원’을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도는 사람에게서 멀지 않은데, 도를 행할 때는 그것이 멀리 있는 것처럼 한다. 그렇게 하여서는 도를 실천할 수 없다.
道不遠人, 人之爲道而遠人. 不可以爲道.
시경에 이르기를, ‘도낏자루를 자름이여, 그 법칙이 멀리 있지 않구나.’라고 하였다.
詩云, 伐柯伐柯, 其則不遠.
도낏자루를 잡고 도낏자루를 베는데 그냥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면서 그 일이 멀다고만 여긴다.
執柯以伐柯, 睨而視之, 猶以爲遠.
그러므로 군자는 사람으로써 사람을 다스리고, 허물이 고쳐지면 그친다.
故君子以人治人, 改而止.
충서(忠恕)는 도에서 멀리 있지 않다. 자기 스스로에게 시키는 것을 원치 않으면 남에게도 역시 시키지 말아야 한다.
忠恕, 違道不遠.
施諸己而不願, 亦勿施於人.
도낏자루로 쓸 나무를 벨 때에 산에 있는 나무를 모두 일일이 살펴볼 필요는 없다. 다만 자기 손에 쥐고 있는 도끼의 구멍 크기에 맞을 만한 나무를 골라 베면 된다.
도(道) 역시 이와 마찬가지로, 자기가 감당할 수 없는 멀고 큰 것을 찾을 필요가 없이 자신을 성찰하는 데에서 출발하면 된다.
산에 가서 도끼로 나무를 베어 도끼자루를 만드는데, 자기가 잡고 있는 도끼자루를 똑바로 안보고 비스듬히 보면서, 자기의 도끼자루와 새로 만들려는 도끼자루는 서로 다르다고 생각한다. 집에 두고 온 부러진 도끼자루를 아쉬워하면서 새 도끼자루를 만들기를 어려워한 것이다.
새로 만들려는 도끼자루의 길고 짧은 법칙이 자기가 잡고 있는 도끼자루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간과한 것이다.
올바른 삶의 길은 사람이 사는데서 멀리 있지 않다. 자연 속에 있는 것도 아니고 특출한 사람들의 삶 속에 있는 것도 아니다.
올바른 삶의 길을 실행하고자 하면서 사람들의 평범한 생활 속에서 그것을 찾지 않고 멀리하면 그것은 올바른 삶의 길을 가고 있다고 할 수 없다.
⏹ 伐柯伐柯 其則不遠
도끼 자루를 베고 또 벰이여, 그 방법이 멀지 않다는 뜻으로, 진리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실천하는 가운데 있다는 뜻을 가진 시 구절이다.
이와 관련하여 중용(中庸) 제13장에는 다음과 같은 공자(孔子)의 말이 전해진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도(道)란 사람에게서 멀지 않다. 사람이 도를 행하면서 사람의 윤리와 도덕을 멀리한다면 도라 할 수 없다.
시경(詩經)에서 말하기를 ‘도끼 자루를 벰이여, 도끼 자루를 벰이여. 그 방법이 멀지 않구나(伐柯伐柯 其則不遠)’라고 하였다.
사람들은 손에 도끼 자루를 쥐고 도끼 자루를 베는데 물끄러미 바라만 보면서 그 일이 멀다고만 여긴다. 그래서 군자는 사람의 도리로써 사람을 다스리고 허물이 고쳐지면 그만둔다.
충서(忠恕; 자신의 참된 마음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란 것도 도에서 멀지 않다. 자기에게 베풀어 봐서 원치 않는다면 남에게도 그것을 베풀지 않는 것, 그것이 도인 것이다.”
공자는 시경의 ‘벌가벌가 기측불원’의 예를 들어 도끼 자루를 만들기 위해 나무를 벨 때는 산에 있는 나무를 전부 일일이 견주어 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다만 자기가 가진 도끼의 크기에 맞는 적당한 나뭇가지를 베면 되는 것이다. 자신의 손에 도끼 자루가 쥐어져 있는데도 사람들은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도끼자루 만드는 방법을 멀리서 찾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도를 체득하고 발현시키는 일도 스스로 살피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도를 너무 멀고 넓게 잡아 자신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고 여겨 남의 일로 치부할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공자의 말 중에서, ‘물획(勿畵;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규정해 선을 긋지 말라)하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능력이 얼마인지는 실제로 일을 해봐야 아는 것이지 미리 가늠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사람의 능력이란 노력 여하에 따라서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는데, 미리 이것을 제한한다면 실제 능력의 반도 쓰지 못할 경우가 있다. 진리라는 것도 실천하는 데서 깨닫는 것이지 미리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선행하는 데 있어 마치 엄청나게 큰일이라고 짐작해서 어려워하기 보다 주위에 있는 휴지 한 장이라도 줍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렵지 않다는 것과 같다. 이처럼 공자는 맡은 바 일에 최선을 다하는 태도를 높이 평가하였다.
이와 같이 ‘진리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가 실천하는 가운데 있다.’는 이 시 구절의 교훈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음으로 닦고 몸으로 행하여 심신(心身)이 일치가 되도록 하여야 한다는 말처럼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나날이 더욱 새로워짐)하는 마음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잘 새기고 행한다면 ‘벌가벌가 기측불원’이 주는 교훈의 깨달음이 결코 멀리 있지 않을 것이다.
▶️ 伐(칠 벌)은 ❶회의문자로 傠(벌), 瞂(벌)은 동자(同字)이다. 창 과(戈; 창, 무기)部로 사람 인(人=亻; 사람)部의 목을 잘라 죽이는 모양이며 죄인을 베다라는 뜻이, 전(轉)하여 치다의 뜻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伐자는 '치다'나 '베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伐자는 人(사람 인)자와 戈(창 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戈자는 낫이 달린 창을 그린 것으로 '창'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伐자의 갑골문을 보면 戈자에 사람이 매달려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적을 잡아 목을 베었다는 뜻으로 伐자의 본래 의미는 '목을 베다'였다. 갑골문에는 '伐十羌(벌십강)'이란 대목이 나오는데, 이것은 '강족 10명의 목을 베었다'라는 뜻이다. 伐자는 이렇게 적의 목을 벤다는 뜻이었지만 후에 '치다'나 '정벌하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伐(벌)은 ①치다, 정벌하다 ②베다 ③북을 치다 ④찌르다, 찔러 죽이다 ⑤비평하다 ⑥모순되다, 저촉되다 ⑦무너지다 ⑧자랑하다 ⑨치료하다 ⑩방패 ⑪공로(功勞), 훈공(勳功) ⑫간흙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칠 정(征), 칠 타(打), 칠 고(拷), 두드릴 박(搏), 칠 당(撞), 칠 박(搏), 칠 격(擊), 두드릴 고(敲), 칠 공(攻), 쇠몽치 추(椎), 망치 퇴(槌), 때릴 구(毆), 칠 토(討), 칠 력/역(轢)이다. 용례로는 벌목하는 구역을 벌구(伐區), 벤 나무의 그루터기를 벌근(伐根), 나무를 베는 때를 벌기(伐期), 나무를 베는 것을 벌목(伐木), 무덤의 잡초(雜草)를 베는 일을 벌초(伐草), 인간의 본성을 그르치고 은애의 정을 손상한다는 말을 벌성상은(伐性傷恩), 여색에 빠지어 타락케 하는 약이라는 뜻으로 술을 이르는 말을 벌성지광약(伐性之狂藥), 제나라를 공격하나 이름만 있다는 뜻으로 어떠한 일을 하는 체하면서 사실은 다른 일을 한다는 말을 벌제위명(伐齊爲名), 죄 있는 자를 벌하고 백성을 위문한다는 말을 벌죄조민(伐罪弔民), 천부의 양심을 끊는 도끼라는 뜻으로 사람의 마음을 탐하게 하여 성명性命을 잃게 하는 것 즉 여색과 요행을 이르는 말을 벌성지부(伐性之斧), 자기와 같은 자는 표창하고 자기와 다른 자는 친다는 말을 표동벌이(標同伐異), 무덤에 불을 조심하고 때맞추어 풀을 베고 하여 무덤을 잘 보살핀다는 말을 금화벌초(禁火伐草), 붓과 먹으로 징벌한다는 뜻으로 남의 죄과를 신문이나 잡지 따위를 통해 글로써 공격함을 이르는 말을 필주묵벌(筆誅墨伐), 동서로 정벌한다는 뜻으로 이리저리 여러 나라를 정벌함을 이르는 말을 동정서벌(東征西伐), 백 마리의 말이 한 마리의 준마를 친다는 뜻으로 뭇 신하들이 한 현신을 제거하기 위해 몰아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백마벌기(百馬伐驥),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같은 의견의 사람끼리 한패가 되고 다른 의견의 사람은 물리친다는 말을 당동벌이(黨同伐異), 열 번 찍어 아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뜻으로 어떤 어려운 일이라도 여러 번 계속하여 끊임없이 노력하면 기어이 이루어 내고야 만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십벌지목(十伐之木) 등에 쓰인다.
▶️ 柯(가지 가)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나무 목(木; 나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可(가)가 음(音)을 나타내어, 합(合)하여 가지를 뜻한다. 그래서 柯(가)는 ①가지 ②줄기 ③자루(끝에 달린 손잡이) ④모밀잣 밤나무 ⑤주발(周鉢: 놋쇠로 만든 밥그릇)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가지와 잎을 가엽(柯葉), 도끼의 자루를 부가(斧柯), 서로 엇갈린 나뭇가지를 교가(交柯), 남쪽으로 난 나뭇가지를 남가(南柯), 집 뜰에 있는 나뭇가지를 정가(庭柯), 무성한 나뭇가지를 번가(繁柯), 가로 벋은 나뭇가지를 횡가(橫柯), 죽은 나무의 등걸과 가지를 사가(楂柯), 바둑이나 음악 등에 심취해서 시간 가는 줄을 모르는 것을 난가(爛柯), 도끼 자루감을 도끼로 벤다는 뜻으로 진리는 눈앞에 있는 것이니 먼 데서 구할 것이 아니라는 비유를 벌가(伐柯), 나뭇가지의 끝을 가조초(柯條杪), 자루 없는 도끼를 몰가부(沒柯斧), 남쪽 가지에서의 꿈이란 뜻으로 덧없는 꿈이나 한때의 헛된 부귀영화를 이르는 말을 남가일몽(南柯一夢), 남쪽 가지 밑에서 꾼 한 꿈이라는 뜻으로 일생과 부귀영화가 한낱 꿈에 지나지 않음을 남가지몽(南柯之夢), 수목을 어릴 때 베지 않으면 마침내 도끼를 사용하는 노력이 필요하게 된다는 호모부가(毫毛斧柯) 등에 쓰인다.
▶️ 其(그 기)는 ❶상형문자로 벼를 까부르는 키의 모양과 그것을 놓는 臺(대)의 모양을 합(合)한 자형(字形)이다. 나중에 其(기)는 가리켜 보이는 말의 '그'의 뜻으로 쓰여지고 음(音) 빌어 어조사로 쓴다. ❷상형문자로 其자는 ‘그것’이나 ‘만약’, ‘아마도’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其자는 대나무를 엮어 만든 ‘키’를 그린 것이다. 갑골문에 나온 其자를 보면 얼기설기 대나무를 엮어 만든 바구니가 그려져 있었다. 금문에서는 여기에 받침대를 그려 넣으면서 지금의 其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其자는 본래 ‘키’를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이나 ‘만약’과 같은 여러 의미로 가차(假借)되어 있다. 그래서 후에 竹(대나무 죽)자를 더한 箕(키 기)자가 뜻을 대신하게 되었다. 그래서 其(기)는 ①그, 그것 ②만약(萬若), 만일(萬一) ③아마도, 혹은(그렇지 아니하면) ④어찌, 어째서 ⑤장차(將次), 바야흐로 ⑥이미 ⑦마땅히 ⑧이에, 그래서 ⑨기약하다 ⑩어조사(語助辭)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어떤 정해진 시기에서 다른 정해진 시기에 이르는 동안을 기간(其間), 그 나머지나 그 이외를 기여(其餘), 그것 외에 또 다른 것을 기타(其他), 그 역시를 기역(其亦), 그 세력이나 형세를 기세(其勢), 그 밖에를 기외(其外), 그 벼슬아치가 그 벼슬을 살고 있는 동안을 기등(其等), 그때를 기시(其時), 실제의 사정이나 실제에 있어서를 기실(其實), 그 전이나 그러기 전을 기전(其前), 그 가운데나 그 속을 기중(其中), 그 다음을 기차(其次), 그 곳을 기처(其處), 그 뒤를 기후(其後), 각각으로 저마다 또는 저마다의 사람이나 사물을 각기(各其), 마침내나 기어이나 드디어를 급기(及其), 어린 아이를 귀엽게 이르는 말을 아기(阿其), 한 달의 마지막이라는 뜻으로 그믐을 이르는 말을 마기(麻其), 마침내나 마지막에는 급기야(及其也), 그때에 다다라를 급기시(及其時),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아니하고 중간쯤 되어 있음을 거기중(居其中), 알맞은 자리를 얻음을 득기소(得其所), 일을 일대로 정당하게 행함을 사기사(事其事), 그 가운데에 다 있음을 재기중(在其中), 마침 그때를 적기시(適其時), 그 근본을 잃음을 실기본(失其本), 절친한 친구 사이를 기이단금(其利斷金), 또는 기취여란(其臭如蘭), 모든 것이 그 있어야 할 곳에 있게 됨을 각득기소(各得其所), 가지와 잎을 제거한다는 뜻으로 사물의 원인이 되는 것을 없앤다는 거기지엽(去其枝葉), 그 수를 알지 못한다는 뜻으로 매우 많음을 부지기수(不知其數), 어떠한 것의 근본을 잊지 아니함을 불망기본(不忘其本), 말이 실제보다 지나치다는 뜻으로 말만 꺼내 놓고 실행이 부족함을 언과기실(言過其實) 등에 쓰인다.
▶️ 則(법칙 칙, 곧 즉)은 ❶회의문자로 则(칙/즉)은 간자(簡字), 조개 패(貝; 재산)와 칼 도(刀; 날붙이, 파서 새기는 일)의 합자(合字)이다. 물건을 공평하게 분할함의 뜻이 있다. 공평의 뜻에서 전(轉)하여 법칙(法則)의 뜻이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則자는 ‘법칙’이나 ‘준칙’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則자는 貝(조개 패)자와 刀(칼 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則자의 금문으로 보면 貝자가 아닌 鼎(솥 정)자가 그려져 있었다. 鼎자는 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던 솥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鼎자는 신성함을 상징하기도 한다. 則자는 이렇게 신성함을 뜻하는 鼎자에 刀자를 결합한 것으로 칼로 솥에 문자를 새겨 넣는다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금문(金文)이라고 하는 것도 사실은 이 솥에 새겨져 있던 글자를 말한다. 그렇다면 솥에는 어떤 글들을 적어놓았을까? 대부분은 신과의 소통을 위한 글귀들을 적어놓았다. 신이 전하는 말이니 그것이 곧 ‘법칙’인 셈이다. 그래서 則(칙, 즉)은 ①법칙(法則) ②준칙(準則) ③이치(理致) ④대부(大夫)의 봉지(封地) ⑤본보기로 삼다 ⑥본받다, 모범으로 삼다 ⑦성(姓)의 하나, 그리고 ⓐ곧(즉) ⓑ만일(萬一) ~이라면(즉) ⓒ~하면, ~할 때에는(즉)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많은 경우에 적용되는 근본 법칙을 원칙(原則), 여러 사람이 다 같이 지키기로 작정한 법칙을 규칙(規則), 반드시 지켜야 할 규범을 법칙(法則), 법규를 어긴 행위에 대한 처벌을 규정한 규칙을 벌칙(罰則), 법칙이나 규칙 따위를 어김을 반칙(反則), 표준으로 삼아서 따라야 할 규칙을 준칙(準則), 어떤 원칙이나 법칙에서 벗어나 달라진 법칙을 변칙(變則), 변경하거나 어길 수 없는 굳은 규칙을 철칙(鐵則), 법칙이나 법령을 통틀어 이르는 말을 헌칙(憲則), 행동이나 절차에 관하여 지켜야 할 사항을 정한 규칙을 수칙(守則), 기껏 해야를 과즉(過則), 그런즉 그러면을 연즉(然則), 그렇지 아니하면을 불연즉(不然則), 궁하면 통함을 궁즉통(窮則通), 서류를 모아 맬 때 깎아 버릴 것은 깎아 버림을 삭즉삭(削則削), 만물이 한 번 성하면 한 번 쇠한다는 물성칙쇠(物盛則衰), 충성함에는 곧 목숨을 다하니 임금을 섬기는 데 몸을 사양해서는 안된다는 충칙진명(忠則盡命), 만물의 변화가 극에 달하면 다시 원상으로 복귀한다는 물극즉반(物極則反), 사람에게 관대하면 인심을 얻는다는 관즉득중(寬則得衆), 공손하면 수모를 당하지 않는다는 공즉불모(恭則不侮), 그렇지 아니하면은 불연즉(不然則), 보기에 허하면 속은 실하다는 허즉실(虛則實), 궁하면 통한다는 궁즉통(窮則通), 가득 차면 넘치다는 만즉일(滿則溢), 남보다 앞서 일을 도모(圖謀)하면 능히 남을 누를 수 있다는 선즉제인(先則制人), 죽기를 각오(覺悟)하면 살 것이다는 필사즉생(必死則生), 오래 살면 욕됨이 많다는 수즉다욕(壽則多辱), 달이 꽉 차서 보름달이 되고 나면 줄어들어 밤하늘에 안보이게 된다는 월영즉식(月盈則食) 등에 쓰인다.
▶️ 不(아닐 부, 아닐 불)은 ❶상형문자로 꽃의 씨방의 모양인데 씨방이란 암술 밑의 불룩한 곳으로 과실이 되는 부분으로 나중에 ~하지 않다, ~은 아니다 라는 말을 나타내게 되었다. 그 때문에 새가 날아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음을 본뜬 글자라고 설명하게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不자는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不자는 땅속으로 뿌리를 내린 씨앗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아직 싹을 틔우지 못한 상태라는 의미에서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참고로 不자는 ‘부’나 ‘불’ 두 가지 발음이 서로 혼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不(부/불)는 (1)한자로 된 말 위에 붙어 부정(否定)의 뜻을 나타내는 작용을 하는 말 (2)과거(科擧)를 볼 때 강경과(講經科)의 성적(成績)을 표시하는 등급의 하나. 순(純), 통(通), 약(略), 조(粗), 불(不)의 다섯 가지 등급(等級) 가운데 최하등(最下等)으로 불합격(不合格)을 뜻함 (3)활을 쏠 때 살 다섯 대에서 한 대도 맞히지 못한 성적(成績) 등의 뜻으로 ①아니다 ②아니하다 ③못하다 ④없다 ⑤말라 ⑥아니하냐 ⑦이르지 아니하다 ⑧크다 ⑨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 그리고 ⓐ아니다(불) ⓑ아니하다(불) ⓒ못하다(불) ⓓ없다(불) ⓔ말라(불) ⓕ아니하냐(불) ⓖ이르지 아니하다(불) ⓗ크다(불) ⓘ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불) ⓙ꽃받침, 꽃자루(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아닐 부(否), 아닐 불(弗), 아닐 미(未), 아닐 비(非)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옳을 가(可), 옳을 시(是)이다. 용례로는 움직이지 않음을 부동(不動),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일정하지 않음을 부정(不定), 몸이 튼튼하지 못하거나 기운이 없음을 부실(不實), 덕이 부족함을 부덕(不德), 필요한 양이나 한계에 미치지 못하고 모자람을 부족(不足), 안심이 되지 않아 마음이 조마조마함을 불안(不安), 법이나 도리 따위에 어긋남을 불법(不法), 어떠한 수량을 표하는 말 위에 붙어서 많지 않다고 생각되는 그 수량에 지나지 못함을 가리키는 말을 불과(不過), 마음에 차지 않아 언짢음을 불만(不滿), 편리하지 않음을 불편(不便), 행복하지 못함을 불행(不幸), 옳지 않음 또는 정당하지 아니함을 부정(不正),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속까지 비치게 환하지 못함을 불투명(不透明), 할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것을 불가능(不可能), 적절하지 않음을 부적절(不適切), 부당한 일을 부당지사(不當之事), 생활이 바르지 못하고 썩을 대로 썩음을 부정부패(不正腐敗), 그 수를 알지 못한다는 부지기수(不知其數), 시대의 흐름에 따르지 못한다는 부달시변(不達時變) 등에 쓰인다.
▶️ 遠(멀 원)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책받침(辶=辵; 쉬엄쉬엄 가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袁(원)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袁(원)은 뜻을 나타내는 옷 의(衣)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止(지; 발)를 바탕으로 哀(애, 원)이 합(合)하여 옷이 치렁치렁한 모양이나 옷이 길다는 뜻과, 책받침(辶)部는 움직이는 일에서 나아가는 일의 길게 하다, 길다, 멀어지다, 멀다 등의 뜻이 있다. ❷회의문자로 遠자는 ‘멀다’나 ‘심오하다’, ‘오래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遠자는 辶(쉬엄쉬엄 갈 착)자와 袁(옷 길 원)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袁자는 옷깃이 넉넉한 옷을 표현한 것으로 ‘옷이 크다’라는 뜻이 있다. 遠자는 이렇게 옷깃이 넓다는 뜻을 가진 袁자를 응용한 글자로 옷깃이 늘어져 있듯이 길이 매우 ‘멀다’라는 뜻을 표현했다. 그래서 遠자는 ‘(길이)멀다’나 ‘멀어지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지만 ‘(세월이)오래되다’나 ‘심오하다’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그래서 遠(원)은 ①멀다 ②심오(深奧)하다, 깊다 ③많다 ④세월이 오래되다 ⑤멀리하다, 멀어지다 ⑥소원(疏遠)하다 ⑦내쫓다, 추방하다 ⑧싫어하다 ⑨어긋나다 ⑩먼 데 ⑪선조(先祖)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오랠 구(久), 미륵 미(彌), 멀 유(悠), 길 영(永), 멀 하(遐), 멀 요(遙), 멀 료/요(遼), 길 장(長),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가까울 근(近)이다. 용례로는 멀고 가까움을 원근(遠近), 시간이나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원격(遠隔), 먼 곳으로 싸우러 가는 것을 원정(遠征), 먼 데 것은 잘 보이고 가까운 데 것은 잘 보이지 않는 시력을 원시(遠視),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넓은 바다를 원양(遠洋), 멀리 가서 놂을 원유(遠遊), 중심으로 부터 멀어져 감을 원심(遠心), 아득한 먼 시대를 원대(遠代), 멀리 바라다 봄을 원망(遠望),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교외를 원교(遠郊),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의 신상을 생각함을 원념(遠念), 장면을 넓게 찍은 영화 필름 또는 사진 따위를 먼 곳에서 넓게 찍는 일을 원사(遠寫), 길고 오랜 세월로 앞으로 오래도록 변함없이 계속됨 또는 어떤 상태가 끝없이 이어짐을 영원(永遠), 공간적으로 까마득히 멂 또는 시간적으로 먼 훗날에나 가능한 상태에 있음 곧 현재나 당장에는 불가능한 상태에 있음을 요원(遙遠), 지내는 사이가 두텁지 않고 버성김 또는 서먹서먹함을 소원(疏遠), 멀고 높음 또는 고상하고 원대함을 고원(高遠), 동떨어지게 멂을 격원(隔遠), 한없이 멀고 넓음을 광원(廣遠), 몹시 오래 됨을 구원(久遠), 이어져 내려온 시간이 오램을 면원(綿遠), 거리가 멀지 아니함 또는 닥칠 시일이 오래지 아니함을 불원(不遠), 아주 아득하게 오램을 창원(蒼遠), 멀리 바라봄을 망원(望遠), 눈이 미치지 않은 만큼 까마득하게 멂을 묘원(渺遠), 먼 데 있는 물은 가까운 데의 불을 끄는 데는 쓸모가 없다는 뜻으로 무슨 일이든 멀리 있는 것은 급할 때에 소용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원수근화(遠水近火), 먼 데 있는 친척은 가까운 이웃만 못함을 이르는 말을 원족근린(遠族近隣), 먼 나라와 친하고 가까운 나라를 쳐서 점차로 영토를 넓힘을 일컫는 말을 원교근공(遠交近攻), 화를 멀리하고 복을 불러 들임을 일컫는 말을 원화소복(遠禍召福), 먼 곳에 있어서 올 수가 없음을 이르는 말을 원막치지(遠莫致之), 파랗게 그린 먼 산 같은 눈썹이라는 뜻으로 미인의 눈썹을 형용해 이르는 말을 원산미(遠山眉), 공경하되 가까이하지는 아니함 또는 겉으로는 공경하는 체하면서 속으로는 꺼리어 멀리함을 일컫는 말을 경이원지(敬而遠之), 날은 저물었는데 갈 길은 멀다는 뜻으로 이미 늙어 앞으로 목적한 것을 쉽게 달성하기 어렵다는 말을 일모도원(日暮途遠), 천 리 길도 멀다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먼길인데도 개의치 않고 열심히 달려감을 이르는 말을 불원천리(不遠千里), 앞으로 갈 길이 아득히 멀다는 뜻으로 목적하는 바에 이르기에는 아직도 남은 일이 많음을 이르는 말을 전도요원(前途遙遠), 벗이 있어 먼 데서 찾아온다는 뜻으로 뜻을 같이하는 친구가 먼 데서 찾아오는 기쁨을 이르는 말을 유붕원래(有朋遠來)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