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시간 추정, 사후 변화에 대해
살다 보면 누군가의 사망 소식을
종종 접하게 된다.
뉴스를 통해 접하거나
나이를 먹을수록
주위에 계신 분들이 떠나면서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접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죽지만
관련된 직업을 가지지 않은 이상
정작 시체를 볼 일은 없다.
이는 죽음과 최대한 거리를 두고 싶어 하는
본능이 투영되었거나
혹은 아직까지 주위 사람들이
건강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람이 죽으면
어떤 변화 과정을 거치는지
사람의 모습에서 어떻게 다른 형체로
점차 변해가는지 알아보며
이를 바탕으로
사후 경과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사람의 사후 변화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보자면
첫째, 사후 이른 변화
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사체들은
큰 변화가 없기 때문에
사후 시간을 추정하기 용이하다.
둘째, 사후 늦은 변화
죽은 지 오래된 시체는
언제 사망했는지
추정하는 것도 어렵고
경우에 따라 사망의 원인을
찾는 것도 어렵다.
또 환경에 따라
이상 변화가 나타나는데
이 이상 변화는 살아가면서
평생 볼 일은 없을 것이다.
사후 이른 변화
(early postmortem changes)
사후 이른 변화는
죽은 지 1주일 이내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망시간을 추정할 때
쓰이는데
사망시간을 통해
유력 용의자의 범위를 좁힐 수 있으며
사망 당시 환경을 추정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 정보들은
절대적이지 않고
주위 환경이나 그 사람의 영양,
질병 상태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사후 나타나는 이론 변화로는
창백해짐(Pallor mortis),
체온 하강(Algor mortis),
시강(Rigor mortis),
시반(Livor mortis)이 있다.
이는 사후 늦은 변화와 달리
동시에 여러 개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1. 창백
얼굴이 창백한 사람을 보면
왠지 그 사람은
이 세상 사람 같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
사람이 죽으면 혈액순환이 멈추면서
얼굴에 혈색이 돌지 않는다.
TV 프로를 보면
귀신들은 거의 하얀 얼굴로 묘사되는데
이는 시체의 상태를 잘 표현한 것이다.
몸에서 돌지 않은 혈액은
중력의 영향을 받아
아래로 가라앉으며
시반을 형성한다.
전신이 창백해지는 현상은
죽은 지 15~25분이 되면
완전히 끝나는데
이로 인해 실제 사후 시간을
측정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유는 대부분 죽은 사람을
발견하는 시기는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이후이기 때문이다.
2. 체온 하강, 사랭(死冷)
죽은 사람은 체온이 떨어지면서
점점 차가워진다.
죽은 사람의 체온을 잴 때는
겨드랑이에 체온계를 꽂지 않고
직장에 체온계를 집어넣어
온도를 측정한다.
하지만 변사체에만 해당하며
자연스럽게 사망했다면
해당하지 않는다.
체온 하강은
확 내려가는 것이 아니고
서서히 내려간다.
그리고 온도가 직선으로
일정하게 내려가기보다는
처음에는 거의 떨어지지 않다가
이후 급격하게 떨어진다.
여기서 Cooling Curve가
죽은 사람의 체온 하강이다.
처음(약 3시간)에는
조금씩 떨어지다가
중후반(3~12시간)에서
급격히 떨어지며
이후 완만하게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우리가 호흡과
혈액순환이 멈추더라도
몸의 조직세포들은
무산소 호흡을 통해 살아있으며
열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무산소 호흡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세포가 서서히 죽기 시작한다.
이 세포들이
한 번에 죽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체온 하강이 급격히 일어나며
많은 세포들이 죽은 이후에는
더 이상 떨어질 체온이 없게 된다.
체온 하강은 주위 온도와
비슷해질 만큼 이뤄진다.
보통 시체의 체온 하강 속도는
일정하지 않으나
Glaister는 공식을 통해
편의상 쉽게 사후 시간을 측정하는
방법을 만들었다.
섭씨 98.4는 37,
1.5는 0.83으로 놓고 계산한다.
만약 어떤 사람을 발견했는데
온도가 섭씨 20C(68F)인 경우
공식에 대입하면 죽은 지
약 20시간이 지났다고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수치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여름에는 날씨가 따뜻하니
체온이 덜떨어지고
겨울은 추우니
떠 빨리 떨어진다.
그리고 옷을 입었는지의 여부,
주위 바람의 통풍 여부,
사람의 체격, 질병상태 등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대개 위 공식으로
사후 시간을 측정한 뒤
계수를 곱해 사후 시간을 측정한다.
여름의 경우 저 수치에 1.4를 곱해
사망 추정 시간을 앞당기고
겨울의 경우 0.7을 곱해
사망 추정 시간을 예측한다.
주위 상황에 따라
조금씩 위 공식을 바꿔 적용해야
정확한 사망 시간을 알 수 있다.
물론 실제론 체온 하강만으로
사망시간을 추정하지 않고
다른 요소들도 함께 활용한다.
3. 시강, 사후경직
시강 현상이란
시체가 굳어서 단단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우리 몸의 온도가 저하되면서
단백질이 응고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외에는 ATP 분해,
젖산(lactic acid) 증가로 인한 것이
원인이다.
시강! 거꾸로 하면 강시!
실제 강시를 보면
시강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영화나 매체에서 강시를 보면
몸이 굳어 팔을 펴지 못하고
콩콩 뛰어다닌다.
사람이 죽으면 몸이 굳어져
우리가 힘으로 사체의 팔을 접거나
변형시키는 것이
힘들어질 정도로 경직된다.
다만 이 시강 현상은 지속되지 않고
사후 72시간이 지나면
부패로 인해 몸이 이완되면서
시강이 약해진다.
따라서 강시들은
죽은 지 72시간이 채 지내지 않은
갓 죽은 시체라는 걸 알 수 있다.
실제 강시의 한자는
僵: 넘어질 강. 뻣뻣하다, 바로 서다
屍: 주검 시
시강의 한자와 미세하게 다르다.
屍: 주검 시
剛: 단단할 강
아마도 강시를 만든 사람들은
시체를 보고 모티브를 따지 않았을까라고
추측해 본다.
시강 현상은 사망 후
바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사망 후 2시간 이후부터
서서히 진행된다.
우리 몸의 상위(얼굴)부터
아래(하체) 순으로
진행된다고 알려져 있다.
사후 20시간이 되면
가장 강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72시간이 지나면
우리 몸이 썩으면서
서서히 와해된다.
그리고 죽은 사람을
강제로 움직일 경우
시강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데
이 경우 시강은 정상적인 시강보다
더우 약해진다.
그리고 근육이 많은
젊은 남자들에게
시강이 강하게 나타나며
근육이 없는 여성, 노인, 아이의 경우
시강이 약하게 나타난다.
참고로 죽은 이후
몸이 딱딱해지는 것은
동사체의 한랭 강직
(cold stiffening)과는 다르기 때문에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은
남성이 몸을 메고 죽을 경우
사정(ejaculation)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평범하게 죽는 사람들 중에도
비특이적 소견으로 사정이 나타난다.
이 역시 시강과 관련이 있는데
성기 근육이 시강으로 수축하면서
정자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시반(屍斑), 혈액 침강
사람이 죽으면 혈액이 응고한다.
하지만 죽자마자
바로 응고하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피가 중력에 따라
높은 곳에서 시체 아래쪽의
혈관으로 내려간다.
피가 몸 아래 고이면서
몸이 점점 붉어지고
이 피들은 처음에는
시체에 얼룩이 진 것처럼
떨어져 있다가.
나중에 하나로 뭉치게 된다.
시반의 색은 보통 검붉은 색이다.
마치 멍든 것처럼 보인다.
하여 흑인들은 피부색으로 인해
시반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시반은 우리에게 많은 정보를 준다.
시반은 피부색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는데
황인은 죽은 지 3~5시간 이후
백인은 2시간 만에
나타나기도 한다.
시체를 옮기면서
시반의 위치가 변할 수 있다.
보통 누운 채 죽으면
시반이 형성되는데
잘못된 처리로 들처업는 경우
등에 있던 시반이 사라진다.
물론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
시반의 위치가 바뀌면
사망 당시의 자체를 추정함에 있어
어려움이 존재한다.
죽은 지 8시간이 지나면
시반은 그 위치에 고정되면서
더욱 뚜렷해진다.
이는 피가 굳으면서
더 이상 시반이 이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정된 시반은 그대로 있으며
약 2일간 점점 뚜렷해진다.
하지만 이후 몸이 부패되면서
시반의 흔적이 점점 약해진다.
시반이 사망 시간을 추정함에 있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로
1995년
'치과의사 모녀 살해 사건'이 있다.
이 사건에서 우리나라의 법의학자들은
죽었던 아내의 몸에서
양측성 시반이 형성된 것을 근거로
사망시간을 6~8시간이
지난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스위스의 시반 전문 교수
Thomas Krompecher는
사후 2시간 이내에도
양측성 시반이 형성된 것을
보았다고 주장한다.
아내의 사망 추정 시간은
남편을 유력 용의자로 볼 것인지
혹은 배제할 것인지와
관련해 매우 중요했다.
이처럼 시반의 형성은
사람마다 각기 다르게 나타나서
사망시간을 얼추 추정하는 데만
도움이 된다.
보통 시반의 색깔은 검붉은 색이지만
모든 사람의 시반이
검 붉은색이진 않다.
경우에 따라
선홍색, 갈색, 암녹갈색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경우 피색의 차이가 아닌
사망 원인이 달라서이다.
보통 피는 빨간색인데
시반이 검붉은 색인 이유는
헤모글로빈이
산소와 결합했던 구조가
깨졌기 때문이다.
만약 헤모글로빈이 산소 혹은
다른 물질과 결합한 경우
시반의 색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일산화탄소나 청산에
중독되어 죽은 경우는
선홍색의 시반이 나타나며
염화칼륨
(potassium chloride)에
중독되어 죽은 경우는
갈색의 시반이 나타난다.
다양한 시반 색으로
우리는 그 사람이 중독되어
죽었는지를 알 수 있다.
사람이 죽은 후 시간이 오래 지나면
부패가 되고 미라의 모습에서
백골까지 진행된다.
사후 늦은 변화는 어떤 모습인지
어떤 시간과, 환경에서 변화될까?
사후 늦은 변화
(late postmortem changes)
사후 늦은 변화는
사망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나는
부패(putrefaction) 현상부터 시작해서
죽은 지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나타나는
미라화(mummification),
시랍화(adipocere),
백골화(skeletonization)를 포함한다.
사후 이른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는 것과 달리
사후 늦은 변화는
어떤 것은 함께 나타나고
어떤 것은 정반대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가령, 부패와 미라화는
함께 나타날 수 있으나
시랍화와 미랍화는
그 양상이 달라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
1. 부패
부패란?
말 그대로
시체가 썩는 것을 의미한다.
부패가 되는 이유는
우리 몸에 있는 균 때문이다.
대장균, 혹은 몸에 있던 박테리아가
증식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살아있을 때는
면역체계가 작동해
균들을 억제하지만
죽으면 면역체계 또한 죽게 되어
균이 증폭한다.
이에 병에 걸렸던 사람일수록
부패가 더욱 빨리 진행된다.
부패 현상은 사후 바로 시작되고
약 이틀 후부터 외견상 소견이 나타나나
장기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사후 늦은 변화에 포함시켰다.
우리 몸에서 가장 먼저
부패가 진행되는 곳은
대장(大腸)이다.
대장에서 시작된 부패는
혈관을 타고 들어가면서
피를 썩게 만든다.
때문에 혈관 모양으로 부패망
(arborization)이 나타난다.
(피가 썩으면서
우리 몸에 생겼던 시반은
점점 옅어진다.)
부패망이 형성되어 있는 경우라면
이미 다른 장기들(주로 소장, 대장)은
이미 부패가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배에서 시작되는 부패는
메탄가스를 형성하는데
이 가스가 점점 많아지면서
배에 있던 부패액을
얼굴 부분으로 밀어 올린다.
우리가 죽은 사람의 코에
솜을 막는 이유도
부패액이 새어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가스는 점점 배 안에서 팽창하면서
우리 몸을 밀어낸다.
약 2~3주 정도 지나면
안구가 튀어나오거나
손톱과 발톱이 빠진다.
임산부의 경우
가스가 태아를 밖으로 밀어내는
태아침연(fetal maceration)이
나타나기도 한다.
부패가 점점 진행될수록
가스로 인해 복부가 팽창하면서
배가 터지는 경우도 나타날 수 있다.
부패는 우리 몸의 상태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먼저 피가 많은 부분일수록
부패가 빠르게 진행되는데
목을 졸라 사람을 죽인 경우(액살)
얼굴이에 피가 많이 고여있어
부패가 굉장히 빨리 이뤄진다.
또 온도가 높을수록
부패가 잘 되고
영양상태가 좋은 사람일수록
부패가 더욱 빠르다.
박테리아들이 생존할 수 있는
산소의 존부도 중요하다.
카스페르의 법칙
(casper's law)에 따르면
대기에 1주일 노출된 부패는
2주 동안 나타나는
부패 정도와 유사하고
이는 땅속에서
8주간 매장된 경우와 유사하다.
과거 세월호 사건에서
비교적 이른 시기에 발견된
아이들의 경우
시신이 깨끗했는데
이는 물속에 있었기 때문에
부패가 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2. 미라화
이집트의 공포물에
꼭 등장하는 미라!
미라는 시체가 고온 저습한 환경,
환기가 잘 되는 곳에서
온몸이 건조된 채
그대로 굳어가는 현상이다.
한국은 다습해
미라화된 시체를 보기 어려우나
이집트 같은 건조기후대에서는
자연적으로
미라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미라화는 금방 건조해지는
코 끝부터 진행되며
초반에는 부패와 함께 나타나지만
미라 화가 진행되면 부패는 더뎌진다.
미라화는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시체가 남아있도록 도와준다.
수분이 많을수록
미라화가 되면 더 건조되는데
이로 인해 뇌를 제거하지 않은 미라는
머리를 흔들면
달그락달그락
소리가 나기도 한다.
물론 자연미라가 아닌
각종 방부제 처리를 통해
시체를 보관하고 있지만
미라화가 제대로 이루어지는 경우
죽은 지 수십 년이 지나도
사후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