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덜미 한 보 경 (1959~ ) 세상의 모든 뒷덜미들은 제각각 기울어진 각도를 가지고 있다 나의 각도는 늘 전전긍긍이고 깃털에 싸인 새의 뒷덜미는 촘촘하게 박힌 슬픔의 엇각이 맞물고 있다 찬밥을 삼키는 뒷덜미에서 밥풀처럼 엉겨 붙은 외로움이 끈끈한 각도를 기운다 끈끈해진 뒷덜미를 들키지 않기 위해 몰래 빠져나간 기울기의 정체는 모른 척한다 누군가의 뒷덜미를 쓰다듬고 누군가의 뒷덜미를 후리고 누군가의 뒷덜미를 닦아주던, 낡고 허름한 타월처럼 뒷덜미의 유전자 속에는 태생의 쓸쓸함 같은 것이 푸른곰팡이처럼 자란다 뒷덜미를 가지고 태어난 것들은 끝내 제 뒷덜미를 볼 수 없다 웃고 있는 뒷덜미가 울먹울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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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는 머리를 자르고 가끔 거울도 제 뒷덜미를 봅니다
사람 몸 중에 머리가 제일 무겁다고 하지만
목을 받쳐주는 뒷덜미 근육과 뼈가 제일 소중하지요
못 본다고 슬퍼할 일도 아니고 그냥 앞만 보고 살기도 바쁨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