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로 감옥살이 하듯이 생각 속에서만 살던 나에게 ㅇㅇㅇㅇ 전화는 밖에 나갈 동기를 줬다. 그분 집에는 여러분이 와 있었다. 술도 안 먹는 나를 너무 반가워 하신다. 한 분이 한식 요리사다. 사람 만나고 마트를 가기도 꺼리는 분위기인 요즘, 그가 ㅇㅇㅇㅇ 집에 와서 냉장고를 털어서 요리를 하였다고 한다. 고등어 구이, 햄 볶음, 두부콩나물국, 상추, 깻잎, 매운 고추로 소박한 밥상이었다.
나는 위스키를 딱 한 잔만 받았다. 우리는 앞날을 위하여 건배를 들었다.
그러나 나의 마음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집에서 식사가 끝나면 아쉬움에 꼭 호프집에서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른다. 자유로운 영혼들에게서 나오는 낭만을 옆에서 보는 것이 즐겁다. 그들의 멘트는 죠크와 유모어가 진지함과 함께 어우러져 있다... 악다구니를 부리거나 야지(훼방, 야유)를 놓거나 신경전을 벌이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난 그래서 그분들이 부르는 노래와 기타 소리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병원을 방문해야 된다고 한다. 왠지 그날 그 분위기 하고는 안 맞았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기타교실 회원인 ㅇㅇㅇ 씨가 맹장 수술을 해서 병원에 입원해 있으니 무엇보다 거기를 먼저 가봐야 한다는 것이다.
우린 택시를 타고 수유리 신일병원에 내렸다. 참 오래된 병원이다. 그분이 입원해 있는 3층으로 올라갔다. 간호사가 따라 들어와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한다. 안 그러면 신고를 하는 사람도 있단다. 간호사가 나가기 무섭게 옆자리 분에게 양해를 구하고 기타를 치며 작은 목소리로 위문공연을 시작했다. 환자복을 입은 그분, 아이 같은 목소리였고, 행복해 보였다.
그러나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면서 노래 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예의 바른 나는 불안 불안했다. 세 곡을 부르고 네 곡이 거의 다 끝나갈 무렵이었다. 별안간 문이 벌컥! 열렸다. "뭐 하시는 거예요?" 쳐다보니 수간호사로 보인다. 포스가 대단하다. 여기서 뭐 하냐고 사납게 닦아세운다. 어떤 말로 변명을 해도 그녀의 말 한마디면 더 이상은 찍 소리도 못했다.
병원 복도엔 여러 사람들이 우리 병실 주위를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한마디 할 것 같은 표정이나 기분이 나빠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침울하고 따분한 병원 생활을 하는 그들에게는 소란이 잠시나마 재미난 일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간호사에게 미안하다고 하였다. 다행히 어투가 좀 전하고는 달리 수치심이 들게 하지는 않았다. 그녀의 표정은 우리들을 어떤 사람들로 정의를 내려야 할지 어려워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사리분별 못하는 몰상식한 사람과, 음악에 미친 별스러운 사람의 경계를 왔다 갔다 했다.
우리는 병원 문을 나왔다.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서 편의점에 가서 플라스틱병 맥주 큰 것과, 껍질이 있는 피 땅콩을 사가지고 공원에 가서 앉았다. 어두운 곳에서 껍질이 있는 땅콩을 까서 먹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땅콩은 참 신선하고도 고소했다.
황금만능주의 세상, 결과만 좋으면 모든 것이 다 용서가 되는 세상이다. 그러나 효율과 결과만 중히 여기는 바람에 과정이라는 아름다운 가치는 폄하된다. 땅콩을 까는 수고도 의미 있는 과정이다. 부딪치고 때로는 실수를 하면서 살아가는 그 과정이, 에피소드가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나는 고뇌하는 햄릿이 아니라 행동하는 돈키호테의 삶을 느꼈다.
사랑의 묘약이라 부르는 도파민이 부족한 우리는 상대의 미움만 보기가 쉬운 것 같다. 우리 환우들 전화도 하고 만나서 얼굴이라도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타카페에 올렸던 내용을 수졍해서 올립니다. 위문 동영상입니다.^^
대단하십니다
전 햄릿의 고뇌와 더불어 돈키호테의 무모함도 함께 겸비하고 싶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조심하세요~^^ 쪽빛바다님!
진수성찬이. 따로 없습니다
기타! 너~~무 잘 치십니다
배우려다 그만 둔 과목이라. 늘 가슴에 누적되어 나의 평생 삶의 무거운 짐으로 미련이 남아있지요 배우려고 시도 파씨가 하지말라고 손가락 굳음에 기타 줄이 고생 할것 같아 포기했지요. 이것은 나의별 ♪저것도 ♭나의별 ♬ㅎ 굿으로 이아침요잇~~~땅 입니다
저역시 기타를 배우고 싶은데 떨리는 왼손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래도 그 분위기 하고 사람들이 좋아서 기타 교실에 가면은 그냥 메고만 있습니다. 항상 그게 아쉽습니다. 언제 우리 같은 근육이 굳어가는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도 훌훌 털고 배울 수 있는 날이 올까요... 휴...
그래도 우리 화이팅해요~^^ 그대신 보컬을 잘하시는 고경영님!
진수성찬 상 위에 과자까지 있는게 재밌어요ㅋ
식사가 끝나도 그 자리 일어나지 않고 후식까지 술과 함께 즐기겠다는 뜻~ ㅋㅋ
저 고등어 되게 많이 먹었어요. 과자지만 식탁 위에 음식하고 같이 있어서 젓가락으로 집어 먹었고요.ㅍㅎㅎ 콩나물국 싹 먹었습니다. 없는 살림에 이것저것 마음까지 보태져서 진수성찬였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soir님!
그렇게 좋은 모임에
잘 어울리시는 mk1000님이 부럽습니다
저는 대인기피증이 있어서요ㅋ
가끔 지인들로부터 만나서 점심 먹자는 전화가 오면 핑게를 대고 나가지않아요
어눌한 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요
소녀 같으신 여백님한테는 어울리지 않는 말씀 같아요. 제가 만나 뵌 여백님은 그런 분이 아닌데요.활발하시고 분위기 메이커이신데요...^^*
전 낯가림이 심합니다. 나의 부족한 점을 보이기 싫어하는 자존심, 거기다 자격지심도 심하죠... 휴... 이제는 그런 거 다 의미 없다 생각하고 다 내려놓으려고 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여백님! 코로나바이러스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