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서 열린 49재·제6차범국민추모제, “설 전에는 장례 치르게 해달라”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고 김용균 씨 49재를 맞아 6차 범국민추모제에 참석한 유가족들이 눈을 감고 있다.ⓒ김철수 기자
24살의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씨가 숨진 지 49일째를 맞은 27일, 고인의 명복을 비는 49재와 함께 제6차 범국민추모제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다.
체감온도 영하의 날씨에도 1천여 명의 시민들이 모인 광장에는 침묵이 감돌았고, 고인의 극락왕생을 비는 스님들의 불경 소리가 울려퍼졌다.
광장 한 가운데의 무대 위에 마련된 제사상에는 고인이 생전에 좋아했다는 딸기가 올려져있었다.
어머니 김미숙 씨와 유족들은 영정에 절을 하면서도 연신 흘러내리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한창 나이의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이내 오열했다.
작업복 차림에 '우리가 김용균이다' 머리띠를 맨 김용균 씨의 동료들은 '죽음의 일터로 돌아갈 수 없다'고 적힌 피켓을 들고 눈가를 훔쳐냈다.

'설 전에 장례 치를 수 있게, 이 죽음에 정부가 답하라'는 대형 현수막이 무대에서 펄럭였다. "살고 싶다! 살고 싶다! 비정규직은 이제 그만!", "문재인 정부가 결단하라!" 구호가 광장에 울려퍼졌다.
김용균 씨는 아직 차가운 냉동고에 누워있다. 유족들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고인의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빈소를 서울로 옮겼다.
시민대책위 공동대표단은 '위험의 외주화 중단'과 '직접고용 정규직화' 등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며 광화문 광장에서 엿새째 단식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적어도 사람 생명은 지킬 수 있도록…" 어머니의 호소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고 김용균 씨 49재를 맞아 6차 범국민추모제에서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고 김용균 씨 49재를 맞아 6차 범국민추모제에서 고인의 동료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김철수 기자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무대에 올라 "제사상에 오른 딸기를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우리 아들이 딸기를 너무 좋아했다. 딸기 한 접시를 갖다주면 포크로 엄마 입에 먼저 넣어주고, 저도 아들한테 딸기를 먹여주는 모습이 너무 예뻤는데 이제 그렇게 못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김 씨는 "너무나도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다. 내가 죽는 날까지 자본가와 이 나라를 원망할 것"이라며 "자본가와 정치인들을 위해 서민들이 존재하는 게 아니다. 우리 모두 상생하고 적어도 사람 생명은 지킬 수 있도록,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들을 죽게 만든, 아니 그동안 수만 명의 노동자를 죽음의 구렁텅이에 밀어넣은 그들을 제가 죽는 날까지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김 씨는 "비정규직을 없애야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가 서민들도 사람답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 나라를 올바르게 일으킬 수 있도록 모두 다 일어서서 투쟁해나가자"고 호소했다.
"진상규명·책임자처벌,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부가 결단하라"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고 김용균 씨 49재를 맞아 6차 범국민추모제에서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김철수 기자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고 김용균 씨 49재를 맞아 6차 범국민추모제에 참석한 유가족과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철수 기자
유족들과 시민대책위는 설 명절이 되기 전에 고인의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정부가 결단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확실한 의지가 있다면, 비정규직 하청으로 돌리는 죽음의 컨베이어벨트를 당장 멈추게 하라"며 "(정부가) 정말 진상조사와 책임자처벌을 하겠다면, 발전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는 지금 즉시 시작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내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김용균 동지의 한을 풀기 위한 투쟁에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특별결의를 시작으로, 단식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대책위 동지들에게 힘을 싣는 동조단식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설 전에 장례를 치러야 한다는 이 절박한 요구가 수용되지 않는다면, 설 직후엔 더욱 가열찬 제2차 전국노동자대회를 준비해 이 투쟁을 반드시 승리로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광화문광장에서 단식 농성을 진행 중인 박석운 시민대책위 공동대표는 "촛불혁명이 일어난 촛불광장에서, 촛불정부 치하에서 이런 주제를 갖고 단식까지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며 "설 전에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전부 정규직화하고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현재 박 공동대표를 포함해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김재근 청년전태일 대표, 김태연 사회변혁노동자당 대표, 이단아 형명재단 이사 등은 정부의 성의있는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날 추모제는 김용균 씨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에서부터 행진을 시작한 고인의 동료들과 발전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오후 3시부터 열렸다.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고 김용균 씨 49재를 맞아 6차 범국민추모제에 진혼굿이 펼쳐지고 있다.ⓒ김철수 기자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고 김용균 씨 49재를 맞아 6차 범국민추모제에서 상징물 넘어 청와대가 보이고 있다.ⓒ김철수 기자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고 김용균 씨 49재를 맞아 고인의 동료들과 노동자들이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추모제가 열리는 광화문광장으로 행진을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고 김용균 씨 49재를 맞아 6차 범국민추모제에서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김철수 기자
출 처 http://www.vop.co.kr/A0000137432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