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에 친구와 함께한 발칸반도 여행
5월 연휴에 우리 부부는 친구 부부와 발칸반도 여행 다녀왔습니다.
우연히 여행사 홈페이지를 봤는데 좋은 상품이 있어서 친구한테
전화해서 갈려냐하고 물으니 그냥 같이 가겠답니다. 하긴 TV보다가
홈쇼핑 상품 보고 병원 문닫고 서유럽 여행을 간 전적도 있으니.....
여행가기 전은 항상 과로합니다. 환자 교통 정리가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출발 당일 날 목이 아프고 몸살 기운이 있어서 고생했고
여행지에 가서도 하루 이틀은 좀 힘들었으나
역시 내과 전문의인 친구가 주는 약이 잘 듣더군요.
넷이서 가니 식사 시간에 모르는 사람과 함께 앉지 않아서 좋더군요.
여행을 통해서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하는 즐거움도 있겠으나
그것도 다 젊은 옛날 얘기고 이젠 친한 사람 끼리의 담소가 더 좋습니다.
두 부부는 원칙을 하나 정했습니다. "술을 마시되 저녁의 과음은
건강에 좋지 않으니 낮술을 마시자" 그런데 이 원칙은 쉽게 무너져서
일단 아침 술부터 마시게 되더군요. 자유 시간만 주면 무조건 카페로
향합니다.둘이면 어디 들어 가기가 좀 쑥스러울 텐데 넷이니 이점도 더
용감해 집니다.그리고 전에도 얘기했 듯이 가이드한테 맥주며 와인이며
사주니 시간을 잘 쓸수가 있습니다.자연스레 점심에도 한잔 하게 됩니다.
그리고 버스 안에서도 한잔.....
총무를 맡고있는 제수씨와 자연스레 환전 담당하는 친구를 격려하기위해
호텔서 주는 저녁 대신 밖으로 나와서 밥을 한번 먹었는데 이후로는 저녁
까지도 술을 마시게 됐습니다.그런데 이렇게 자주 외식(?)을 할 수 있는데는
넷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곳의 물가가 상상 이상으로 싸기 때문입니다.
넷이서 스테이크에 맥주를 7 병정도 마셨는데도 돈 8-9 만원이면 됩니다.
팁 3유로를 주니 거의 감격한 표정을 짓기도 합니다. 보스니아는 국민
소득이 5 천불 정도고 크로아티아는 만불 좀 넘으니 그런가 봅니다.
하여튼 한번 땡땡이를 친후 한번도 저녁을 호텔서 안 먹었습니다.
전에도 말씀 드렸죠? 여행시에는 아침만 든든히 먹고 나머지는
틈 봐서 맛있는 것 사먹어야 한다고...
Split 에서 카페에 앉아 가이드와 함께 맥주 한잔을 하고 있는데 의자 바로
뒤에서 프랑스 할머니 한분이 뇌전증(간질) 발작을 일으켰습니다. 그 할머니가
운이 좋은 것이죠. 평생 처음 발작을 일으켰다고 하던데 하필이면 그병이
전공인 나와 내과 의사 옆에서 그랬으니 말이죠. 내과 의사는 기도 유지를 했고
나는 병에 대해서 설명해 줬습니다.프랑스 시골 할머니 같던데 발작을 앉아있는
상태에서 했던 것도 운이 좋았습니다.서있는 상태에서 발작을 했다면
쓰러지면서 머리를 다치거나 골절상을 입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환자 상황을 설명하면 가이드가 열심히 통역해서 그 일행들을 안심시키는
모습을 보고 감동했습니다.하여간 얼굴도 예쁘고 마음씨도 고운 가이드를
만나서 여행이 더 즐거웠지요.대개 그런 경우 몸 사리거든요.나중에
프랑스 가이드가 우리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더군요. 처치 다 끝나고
환자 의식 돌아오니 그때 앰블란스가 도착했습니다.
카페에 있던 사람들은 다 튀고 일행들만 남아 있더군요.
같이간 일행 중에도 편두통 환자가 한 명있어서 그것도 제 전공이라 투약을
했고 승재도 가져온 약을 주니 싹 나았답니다.그 사람은 차라리 죽고싶단
얘기 까지 했다는군요. 잠도 못 잔다해서 잠 잘수있게 하는 약도 줬습니다.
나중에 그럽니다. " 그 약을 안 먹었는데도 잠을 잘잤고 두통에서
벗어났습니다"일단 안심이 된 것이죠. 그러면서 감사함을 표시하는데
그 남편은 아주 무심하더군요.항상 그렇습니다. 부부 중 약한 사람이 아파서
병원 오고 문제를 야기한 분은 안 옵니다.서유럽 처음 갔을 때 융프라우에서
일행중 한명이 저산소증 와서 융프라우는 구경도 못하고 의무실에서
같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어김 없이 환자를 만났습니다. 이번엔 술마시다
환자 봤으니 음주진료 이더군요.프랑스 할머니가 쓰러지니 한사람이 서럽게
울어 연유를 알고 보니 친 여동생이랍니다.2주 전에 친정 어머니가
돌아 가셨는데 언니 마저 잃는게 아닌가해서 그렇게 서럽게 울었다고
가이드가 얘기해 주더군요.이번 여행은 딱 2 가지로 규정됩니다.
아침 술 낮 술 저녁 술, 그리고 환자...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로웠고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