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앙받는 잔다르크.
15세기 프랑스와
영국의 백년전쟁 때 열일곱살의 소녀
잔다르크가 전장에 뛰어들어 나라를
구한 건 정말 신의 계시에서 비롯된
일일까?
그랑 블루’ ‘니키타’ ‘레옹’
등으로 유명한 프랑스 감독 뤽 베송의 대작 ‘잔다르크’는 역사의
영웅담을 한 꺼풀 벗겨내 잔다르크(밀라 요보비치 분)의 인간적 면모에
초점을 맞춰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 영화다. 잔다르크가 영웅이 아니라
결점많고 광기에 휩싸인 인간이었다는 해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평단은 이 영화에 좀 심하다 싶을 만큼 혹평을 퍼부었지만, 프랑스는
지난달말 뤼미에르상 시상식에서 ‘잔다르크’를 ‘최고의
프랑스영화’로 뽑으며 이 새로운 해석에 여유만만하게 화답했다.
영화 초반, 잔다르크가 늑대 떼가 달려오는 환상을 보는 몽환적인
장면에서부터 뤽 베송은 잔다르크가 생각하는 신의 계시가 ‘혹
지나치게 깊은 신앙심에서 비롯된 정신 착란은 아닌지’ 하는 의문을
던진다. 침략자 영국군에게 자기 대신 언니가 잔인하게 강간당한 뒤
목숨을 잃는 것을 목격한 뒤 깊은 정신적 상처를 입게 된 잔다르크는
전장에 뛰어든 뒤에도 광기를 제어하지 못하고 쉴 틈 없이 공격을
재촉한다.
잔다르크가 이끄는 프랑스 군대와 영국군의 전투장면은 뤽 베송의
영화적 자질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이 전투장면들은 지루할 정도로
길긴 하지만, 정교하게 제작된 무기들과 열 두 대의 카메라를 동원한
다양한 기법의 촬영으로 사실감 넘치게 묘사됐다.
밀라 요보비치는 이미지로 연기를 대신했던 ‘제5원소’ 때와 다르게
이번엔 ‘연기’를 보여준다. 그러나 잔다르크의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데에는 다소 역부족. 상영시간 2시간37분. 18세 이상
관람가. 19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