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서민증세 대신 법인세를 올릴 필요성을 주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이런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재원 마련은 당연히 필요한 일이고, 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문제가 될 때 중요한 것은 형평성의 원칙인 바, 당연히 더 부유하고 소득이 높은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합니다. 문제는 법인세는 그런 형평성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조세라는 것입니다. 애초에 법인은 거래상의 편의를 위한 가상의 실체에 불과하고, 법인에 어떤 징벌 내지는 과세를 한다는 것은 적어도 조세 형평성의 측면에서는 옹호될 수 없습니다.
법인세는 물론 자본소득세의 일종입니다. 그렇지만 법인에 투자한 사람들의 다수는 재벌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고, 보다 작은 기업체에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은 불공정한 경쟁을 방지하려는 측면에서나 옹호하는 것이지 재벌을 견제하고 서민을 옹호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법인의 크기가 크면 당연히 소득도 크지만 여기에 누진적 과세를 하는 것은 전혀 형평성 재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또한 법인세에는 조세귀착의 문제 역시 고려해야합니다. 법인은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조세를 전가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상품가격에 이를 반영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해외직구니 뭐니 해도 한국 시장은 크기가 크지 못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에서는 소수 기업들이 과점하는 분야가 정말 많습니다. 까놓고 말해 정부가 아무리 법인세를 올려도 그 귀착의 상당수는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고 재화 생산에 부정적 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번째는 노동자에게 이를 전가하는 것입니다. 기업은 늘어난 세금만큼 노동자의 임금상승을 억제할 수 있고 실제로 억제합니다. 노동공급의 탄력성이 훨씬 경직되어있는게 보통인데다가 한국의 경우엔 이게 훨씬 심각합니다. 일반적으로 대략적으로 절반 가량의 조세가 노동자에게 전가될 수 있겟지만 한국은 그보다 더 많은 수준의 세금 전가가 가능할 것인 바, 솔직히 말해 법인세는 어떻게 봐도 조세의 형평성을 담보할 수가 없어요.
서민증세란 말 역시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큽니다. 근로소득세 개편안을 보세요. 철저하게 누진적으로 이뤄져있고 고소득자들을 중심으로 세부담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건 전혀 문제삼을게 아니예요. 다소간의 시행착오가 있지만 그런 시행착오 정도야 당연히 견딜만한 수준이고요. 적어도 지금의 조세정책은 매우 합리적일 뿐더러, 오히려 지지의 대상입니다. 그 동안 계속해서 요구해왔지만 거부되었던 정책들이 이렇게까지 저항없이(?) 시행되고 있는걸 보면 오히려 대단한 수준입니다.
이상을 고려할 때 박근혜 정부의 조세정책은 매우 제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애초에 증세 없는 복지라는 말을 진지하게 믿고 뽑았다면, 그건 그걸 믿고 뽑은 작자들이 노답인거고-_- 당연히 큰 정부로 재편되고 복지부담을 증가시키는 과정에서 증세는 필연적인 일입니다. 복지 수요와 요구는 국민 다수가 요구한 것이었고, 고령층이 증가하는 현 시점에서 어쩔 수 없이 세부담을 늘일 수 밖에 없습니다. 걍 복지를 폐지하고 세금도 줄이자면 그건 납득이 됩니다만, 세금은 그대로 두고 복지만 늘이자는건 말이 안되는거죠.
제 생각에 이런게 박근혜씨의 혜안은 아닐테고, 그냥 이런 복잡한 이슈에 대해 잘 알지 못하거나 관심이 그닥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전부터 있던 내부적 논의들이 정책화된 것에 가까운 거 같습니다만 (현 정부의 관련 조세정책은 수 년전부터 조세정책연구원과 국회예산정책과 등에서 논의된 것들을 찾아보면 관련 근거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어쨌거나 결과적으로는 필요한 정책이 필요한 시기에 통과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현재의 증세 주장, 특히 법인세 증세 주장은 지나치게 강자와 약자, 노동자 대 기업 과 같은 관점에 쏠려있는데 이런 관점은 명백히 잘못된 것입니다. 저도 정부 비판 많이 합니다만 그런 비판에 근거를 가지고 왜 그런지를 말할 수 있는 것이 올바른 국민 아니겠나요. 국민은 주인이지만 올바른 주인이어야 합니다. 주권을 바보같이 행사했다면 그건 그 국민이 비웃음의 대상일 뿐이고요.
첫댓글 이번정부 싫어하긴하지만 조세제도개편에대한 전반적인사항은 지지합니다.
문제라고생각하는건 소통문제죠..증세없는복지슬로건도 그렇고 세액공제를하면 공제액이 줄수밖에없는데 이게 증세가아니라고 하는점이나
좀여러가지면에서 멍청한모습을보입니다 증세가아니라고 해봤자 연말정산이나 세금계산서 떼보면 다나오는걸 감추려고하는지..
증세하는건 좋은데 정부의 태도가 문제죠. 말도 매번 이래저래 바꾸고 -_-; 걍 처음부터 떳떳이 증세한다고 하면 좀 덧나나...
막걸리값 받으려고 뽑아주는 압구정 노인들을 우려먹기 위해서인듯요. -_-ㅋㅋ
법인세도 직접세라서 형평성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조세가 아닌데요. 그건 부가가치세 같은 간접세의 경우죠.
소득세랑 법인세 모두 누진세를 기반으로 일단 비과세·감면을 대폭 축소하면서 차차 세율 인상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소득세랑 법인세는 성격이 비슷한 겁니다. 둘 다 직접세라 소득 재분배 효과가 있는거죠.
직간접세는 그냥 실부담자와 납부자가 같은가 다른가의 차이라 형평과는 별무관..
@Charment 아닌데요. 위에서 조세 전가 여부를 이야기했는데 그게 되는 방식이 간접세입니다. 직접세는 반대고요.
@Charment 너무 넓게 전가 여부를 따지는것 같은데 그렇게 보면 세금 못 거두죠. 다 전가될 거니까요.
법인세가 형평성의 원칙을 위반하는 조세라는 이야기는 2중과세의 문제입니다. 소유주 개인에게 세금을 때려놓고 그들이 속해 있는 법인에 다시 때리는 건 세금을 두번 매기는 거다, 이런 논리라...
@bookmark '당연히 더 부유하고 소득이 높은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합니다.' 이런 형평성이라고 쓰셔서
@bookmark 2중과세 그건 배당소득과 법인세 이야기 아닌가요?
돈없는 세상으로 가자!혁명의 아침이 올것이다!
근데 법인세 깍아줬다고 기업이 돈을 푼게아니라 오히려 그만큼 더 쌓아두기만 하기때문에 다시 mb정권에서 내려준 분만큼 올리자는거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