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해서는 지하철 전도를 쉬지 않는 나였지만
어제만큼은 도저히 나갈 힘이 생기지 않았다
손님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중요하게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지하철 전도를 안 나가고 있다는 것이
주님께 죄송했지만
날씨가 더워도 얼마나 더운지
이런 날 정장 차림에 마스크까지 착용한 상태에서
지하철에서 전도를 한다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았다
태양이 작열하는 한낮
평소 같으면 지하철 전도를 하고 있었겠지만
어제는 날이 덥다는 이유로 전도도 안 나가고
매장에서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내내 마음이 찜찜했다
"내게 주신 모든 은혜를 내가 여호와께 무엇으로 보답할까
내가 구원의 잔을 들고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며
여호와의 모든 백성 앞에서 나는 나의 서원을 여호와께 갚으리로다"(시 116:12~14)
매년 7월 31일이면
나에게는 제2의 삶을 살도록 한 날이다
이십 년 전 지하철 전도를 처음 시작한 날이기 때문이다
교통사고 이후 그야말로 풍비박산이 난 집안을
하루빨리 재기해서 일으키고 싶은데 다리의 발목 기능을 잃어
평생 목발을 짚고 살아야 한다는 현실은 나를 절망의 나락으로 빠뜨렸다
이렇게 살게 할 거면 왜 살려냈느냐고..
살려내셨으면 책임을 지시라고..
다리만이라도 고쳐 주시면 뭐든지 하겠다고
마냥 떼만 쓰고 있을 때
지하철로 들어가라
열차가 출발하기 위해 문이 닫히는 순간
안에 있는 사람들은 듣기 싫어도 네가 하는 말을 듣게 된다
...
6개월만 네 몸을 빌리자
그러면 목발 없이 똑바로 걷게 해 주겠다
심령으로 똑똑히 들려온 주님의 음성에
동아줄이라도 잡겠다는 심정으로 지하철로 나섰고
그 열매는 지금의 나로 대변된다
이러한 은혜로 살아 온 내가
고작 날이 덥다는 핑계로 전도를 쉰다는 것은 직무유기 아니겠는가!
"여호와여 나는 진실로 주의 종이요
주의 여종의 아들 곧 주의 종이라 주께서 나의 결박을 푸셨나이다
내가 주께 감사제를 드리고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리이다
내가 여호와께 서원한 것을 그의 모든 백성이 보는 앞에서 내가 지키리로다"(시 116:16~18)
그렇게 어제는 쉼을 가졌지만
오늘은 반드시 나가겠다는 각오로 나오는데
마침 아침에 있던 예약이 취소되는 바람에
뙤약볕이 그나마 덜 한 오전에 전도할 수 있었다
지금은 여러분이 이번 코로나 때문에
다들 마스크를 쓰고 각종 예방은 할 줄 아시면서
어찌 죽음에 대해서는 그리 외면들을 하시는지요
...
일 년도 넘게 지속한 코로나 방역 수칙에 지친 사람들은
내 입술에서 코로나 이야기만 나와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런 시국에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야~ 그만하라고..
하지만 나는 외쳐야만 했다
죽지 않으려고 코로나 19는 조심하면서
반드시 다가오는 죽음을 애써 외면하는 모습이 너무도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들을 귀 있는 분들은 전도지를 받아 들었고
욕할 사람은 끝까지 욕하면서 끝내 나를 저주했다
그렇게 전도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어제와 달리 오늘은
한낮 뙤약볕을 열차 안에서 바라보니 아름답기만 했다
충성된 자에게 주시는 주님의 은혜였다
"충성된 사자는 그를 보낸 이에게 마치 추수하는 날에 얼음 냉수 같아서
능히 그 주인의 마음을 시원하게 하느니라"(잠 2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