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이 가입했다고 제도 허점과 사고 증가에 보증보험 중단 위기다.
매일경제,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2022. 12. 28.
대규모 전세사기 행각을 벌여 온 빌라왕들이 잇따라 사망하면서 임차인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금액이 급증하면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재정건전성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이대로라면 보증상품 공급 중단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보증보험 제도의 허점에 국민 혈세가 낭비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월 28일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HUG의 보증배수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자기자본 대비 한도사용액의 비율을 의미하는 HUG의 보증배수는 올해 말 52.9배를 기록한 뒤 내년 말 59.7배까지 오를 것으로 산출됐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오는 2024년 보증배수가 66.5배에 달해 법정 한도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주택도시기금법에 의거하면 공사는 총액 한도를 자기자본의 60배 이하로 관리해야 한다. 이 기준을 초과하면 HUG는 어떠한 보증상품도 공급할 수 없게 된다. 전세살이 서민들의 안전핀으로 여겨지는 전세금 반환보증이 중단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1조원 이상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도움이 절실한 실정이지만, 내년 예산안에는 HUG에 출자할 용도의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다.
HUG 관계자는 “내년 초라도 출자를 받을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 정부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세입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HUG 보증보험 제도의 허점이 피해자를 양산하고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축빌라와 오피스텔 240여채를 사들여 주택임대사업을 영위해 온 정모씨(40대·남)는 지난해 7월 30일 사망했다.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채였다. 하지만 사망 이후인 다음 달 보증보험신청서에 전자서명을 한 것이 확인됐다.
보증보험은 모든 임대업자가 의무적으로 발급을 받아야 하지만 가입하지 않더라도 소액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데 그친다. 보증 비율도 전액인 경우가 많지 않다. 또 임대인이 보유 중인 주택 수와 관계없이 선순위 채권과 보증금이 매매가격보다 높지 않으면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보증금 반환 기간도 너무 길다.
부동산업계 전문가는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보증배수도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은 물론 피해 대응 및 지원 매뉴얼 구축 등 정부의 역할이 강조돼야 한다”고 전했다.
매일경제 이가람 기자의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