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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원달러 환율이 지난 4월 장중 1,400원을 넘어서는 등 변동성이 크게 확대됨에 따라 대외 부문에 대한 불안심리가 발생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통화정책 경로의 차이로 인해 달러화가 유로화 및 엔화에 대해 강세를 보임에 따라 두 차례에 걸쳐 큰 폭으로 상승하였다. 특히, 2022년 미 연준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 이후 원달러 환율과 달러화 지수의 상관관계가 크게 강화되면서 수출 확대, 외국인 자금 순유입 및 안정적 대외신인도 등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를 상회하고 있다. 미국의 통화정책 전환이 현실화될 경우 원달러 환율이 일정 부분 하향 조정될 수 있겠으나, 채권시장이 평가하는 미국의 명목균형금리가 유로지역이나 일본에 비해 높은 만큼 달러화 지수의 구조적 강세는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여건을 감안할 때 외환당국은 무리하게 특정 수준을 고수하기보다는 변동성 완화를 통해 경제주체들이 환율 상승에 점진적으로 익숙해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원달러 환율은 연초부터 미국의 통화정책 전환 기대감 약화로 1,300원대 중반에서 횡보하다가 4월 들어 미국의 금리인하 시점이 지연되고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1,300원대 후반 수준까지 상승하였다. 특히, 4월 16일 장중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자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섰으며, 4월중 달러화 매도 개입 또한 단행된 것으로 알려졌다.1)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2022년 9월 미 연준의 가파른 금리인상 충격을 제외하면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수준을 넘어선 사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왜 환율이 이렇게 까지 상승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달러화 지수 및 원달러 환율의 추이
시계를 넓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원달러 환율 및 달러화 지수(U.S. Dollar Index) 추이를 살펴보면 크게 세 구간으로 구별된다(<그림 1> 참조). 2008년부터 2014년까지의 첫 번째 기간, 2015년부터 2021년까지의 두 번째 기간, 2022년부터 최근까지의 마지막 기간이 이에 해당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국의 통화정책 긴축 기조가 유로지역 및 일본에 비해 가파르게 강화됨에 따라 달러화 강세에 따른 원달러 환율의 단계적 상승이 발생했다.
우선, 2008년 이후 2014년 초까지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 기간중 큰 폭으로 상승했다가 점차 하향 안정(원화 강세)화되어 2014년 6월에는 1,000원 초반 수준으로 하락하였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달러화 지수는 대체로 80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2014년 6월부터 이러한 추세에 변화가 발생하여 달러화 지수가 2015년 초반 90대 후반까지 상승하였다. 이처럼 달러화 지수가 큰 폭으로 상승한 이유는 미 연준이 2014년 들어 자산매입 규모를 축소한 반면 유럽중앙은행은 6월부터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도입하는 등 미국과 유로지역의 통화정책이 차별화됨에 따라 달러화 지수의 6개 구성 통화중 비중이 가장 큰 유로화가 큰 폭으로 절하되었기 때문이다.2) <그림 2>는 선도금리의 차이를 통해 채권시장에서 예상한 두 지역의 통화정책 경로의 차이가 유로화 환율의 움직임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이후 2015년부터 2021년까지 달러화 지수는 평균 95를 중심으로 2015년 중국의 금융불안3), 2017년 미국의 금리인상 기대감 약화4), 2018년 미중 무역분쟁, 2020년 코로나19 감염확산에 따른 연준의 양적완화 등 주요 이벤트에 따라 등락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 역시 1,150원을 중심으로 달러화 지수와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이러한 흐름은 코로나19 감염확산 이후 인플레이션이 가파르게 상승함에 따라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한 2022년부터 다시 변화되기 시작하였다. 세 번째 기간에서 절하폭이 두드러진 것은 일본 엔화이다. 2022년 1월 대비 2022년 10월까지 달러화 지수가 14.7% 상승하는 동안 유로화 역시 전체 지수 상승폭과 유사하게 달러화에 대해 13.4% 절하되었으나 엔화는 25.1% 절하되었다. 미 연준이 2022년 3월을 시작으로 2023년 8월까지 기준금리를 525bp 인상하는 동안 일본은행은 2024년 3월까지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2022년 이후 엔화 가치는 미일 간 금리차에 크게 연동되었다. 특히, 2024년 3월 마이너스 금리정책 종료 이후에도 일본의 시장금리에 큰 변화가 없는 가운데 미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전망으로 미국의 장기금리는 상승하면서 오히려 엔화 가치가 더욱 하락하였다.
2022년 이후 최근까지 달러화 지수가 평균 105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1,315원을 중심으로 변동하고 있다. 특히 2022년 이후 두드러진 현상은 원달러 환율과 달러화 지수간 상관관계가 크게 강화되었다는 점이다. 국가신용등급이나 신용부도스왑(CDS) 스프레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가운데 수출이 회복되고 외국인의 증권투자자금이 순유입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것은 대내 요인보다 달러화 강세에 의한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표 1> 참조). <그림 3>은 원화를 포함한 25개 통화의 2022년 이후 미 달러화 환율 변동과 미국과의 기준금리차 관계를 보여주고 있는데, 원화는 비교대상 통화들의 평균보다 더 절하되었으나 표본대상국들의 환율과 내외금리차 간 관계에 부합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명목균형금리와 환율
2022년 이후 연준의 고금리 정책에 따른 달러화의 강세가 원달러 환율 상승의 주된 원인이라면 향후 미국의 통화정책 전환으로 원달러 환율은 하향 안정화될까? 세계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감안하면 각국의 통화정책이 경기침체에 대응하여 큰 폭으로 둔화될 가능성은 제한적인 만큼 향후 균형 수준에 수렴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국의 국채 수익률 곡선에 반영된 명목균형금리5) 수준을 추정해 보면 <그림 4>와 같다. 미국의 균형금리 수준에 대해 채권시장은 4%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하는 반면, 유로지역은 3%, 한국은 2% 중반, 일본은 1% 미만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채권시장의 판단이 맞다면 유로화 및 엔화 대비 큰 폭의 금리차가 유지되면서 달러화 지수의 구조적인 강세가 지속될 수 있다.6) 미국의 통화정책 전환이 현실화되거나 미국 대선 결과7)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일정 부분 하향 조정될 수 있겠으나, 달러화에 비해 기준금리가 낮은 원화가 달러화 지수의 움직임에 좌우되는 현재와 같은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결론 및 시사점
Summers 전 미국 재무장관이 밝힌 바와 같이 글로벌 자본시장 규모가 비대해진 상황에서는 일본은행과 같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통화를 발행하는 중앙은행이라고 할지라도 환율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한계가 뚜렷한 상황이다(Bloomberg, 2024).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중반에서 움직이는 가운데 외부 충격 등으로 3~4%만 움직여도 1,400원에 근접할 수 있는 만큼 국내 외환당국 또한 무리하게 특정 수준을 고수하기 보다는 환율의 급변동을 완화하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 균형금리를 통해 드러난 바와 같이 미국과 여타 선진국들간의 기초경제여건 차이를 반영하여 높아진 환율 수준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에 대비하여 국내 외환정책의 목표는 환율 변동성 완화를 통해 경제주체들이 환율 및 외자조달비용 상승에 점진적으로 익숙해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 한국은행은 ‘2024년 4월말 외환보유액’ 보도자료에서 외환보유액이 전월말 대비 60억달러 감소한 원인으로 시장안정화 노력을 언급하고 있다.
2) 달러화 지수의 통화별 가중치는 유로화 57.6%, 일본 엔화 13.6%, 영국 파운드화 11.9%, 캐나다 달러화 9.1%, 스웨덴 크로나화 4.2%, 스위스 프랑화 3.6%이다.
3) 중국의 제조업 경기에 대한 악화 우려로 상해종합지수가 2015년 6월 15일부터 저점인 7월 8일까지 32.1% 급락한 데 이어 8월 11일 인민은행이 기준환율의 산정방식을 변경하면서 위안화 가치가 크게 절하되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성향이 강화되면서 안전통화인 엔화의 가치가 상승하고 달러화 지수가 하락하였다.
4)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2016년 들어 상승하였으나 여전히 연준의 목표수준을 하회한 데다, 2017년 2월 이후에는 오히려 둔화됨에 따라 금리인상 필요성이 크게 줄어들었다. 또한, 2017년은 트럼프 행정부의 임기가 시작된 해로, 세제 개혁, 인프라 투자, 무역 정책 등 주요 정책 현안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았다. <그림 2>를 살펴보면 2017년초부터 선도금리차가 먼저 하락하여 미국의 통화긴축 강도가 약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약간의 시차를 두고 유로화가 강세로 전환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5) 국채 수익률 곡선에 반영된 명목균형금리는 순환적 충격이 사라지고 경제가 안정상태에 진입했을 때 유지될 수 있는 단기금리 수준으로 볼 수 있다(강현주ㆍ백인석, 2024). 이를 위해 본 고에서는 현재 시점에서 예상되는 5년 후부터 5년간 단기금리의 평균을 추정하였다.
6) 최근 미 의회예산처(CBO, 2024)의 분석처럼 이민유입 확대 등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미국 경제가 주요국에 비해 높은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7)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부터 달러화 약세와 저금리를 선호했으며 최근 엔화에 대한 달러화의 강세에 대해서도 미국 제조업에 재앙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참고문헌
강현주ㆍ백인석, 2024, 『통화정책 전환에 따른 저금리 회귀 가능성 평가』, 자본시장연구원 이슈보고서 24-07.
Berardi, A., 2023, Term premia and short-rate expectations in the euro area, Journal of Empirical Finance 74, 101424.
Bloomberg, 2024. 5. 4, Summers says currency interventions fail even at Japan’s scale.
Congressional Budget Office, 2024, The Budget and Economic Outlook: 2024 to 2034.
Joslin, S., Singleton, K.J., Zhu, H., 2011, A new perspective on Gaussian dynamic term structure models, Review of Financial Studies 24(3), 926–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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