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 메세지] ---------------------
안녕하세요....
푸하에 인터뷰 올린다구 신랑에게 맨날 자랑하는 니나입니다....
신랑이 드디어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동안 받은 수많은 격려 멜들이 사실은 신랑을 푼수로
만들어버린 덕분이라는 것을.... -_-
첨엔 왜 자기 얘기 쓰냐고 화냈는데 지금은 팍팍 밀어주는군요....
대부분의 독자들이 신랑 넘 멋있다고 했다니까......
역시 단순합니다.... -_-
오늘 얘기는 신랑의 협조를 받아서 씁니다....
학생 입장에서 볼 때 특별히 기억에 남는 한국말이 있다면서
소재를 주더군요....
그럼, 첨으로 올리는 니나와 신랑의 합작 유머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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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상에서 한국말보다 영어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갑자기
한국말을 쓰려면 헷갈릴 때가 있다.
뻔히 아는 단어가 영어로도 생각나지 않고 한국어로도 생각나지 않으면
정말 돌아버린다.
영어와 한국어의 문법은 정반대인데도 영어를 한국어식으로, 한국어를
영어식으로 말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에 갔을 때 길거리 노점상에서 물건을 샀다.
미국에서는 사고 싶은 물건을 골랐을 때 "이걸 사겠습니다?" 라는
뜻으로 "I'll have this" 또는 "I'll take this" 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리어카에서 물건을 집으며 내가 한말도 그런 식으로 나와 버리고 말았다.
"저 이거 가질께요"
장사하던 사람은 나보다도 어려 보이는 어리숙한 청년이었는데 뭐라
대답할지 몰라 멍하니 날 바라본다. 겨우 한다는 소리가....
"그거 파는 건데...... 돈 내셔야 하는데......."
"알아요, 이거 가진다구요"
그러면서 돈을 냈더니 더 헷갈린 표정으로 돈을 거슬러준다......
물건을 사고 나서도 한참 뒤에야 내가 뭐라고 했는지 깨달았다.
길거리 장사꾼들에게 자릿세 받아내는 건달 애인쯤 되는 줄
알았을 거다.......
Lesson 1
나도 영어를 쓰다보면 이렇게 헷갈리는데 신랑도 당연히 한국말을
영어식으로 할 때가 많다.....
"있어요" 와 "없어요" 만으로도 고민한 지가 오래다.....
신랑과 TV를 보고 있었다....
신랑: It's funny 를 뭐라고 그래?
니나: 재밌어.... 존대말은 재미 있어요.....
신랑: 재미가 fun 이야?
니나: 응, 있어요는 "to have" 구 반대는 없어요 라구 해
신랑: 그럼 have fun! 은 뭐라구 해?
그러고 보니 뭐라 할 말이 없다..... 재미있으세요!!! 라고 하나?
그건 어감이 좀 이상한데....... 반말로 재미있어라!!! 하면 좀 나을까?
역시 이상한데......
니나: 있쟎아..... 있어요, 하구 없어요,는 힘드니까 배우지 말자.....
신랑: 배울래.....
니나: 아냐, 이건 굉장히 고급 레벨의 한국어니까 좀 기다려바바..... -_-
세상엔 이렇게 제자의 배움을 가로막는 교사도 있다....... -_-
Lesson 2
친구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상대방 잘못이 더 큰데도 친구의 영어가 딸리는 바람에 경찰한테 설명을
제대로 못해서 오히려 불리하게 리포트가 됐다고 한다.......
니나: 너무 우울해하지마.... 액땜했다 생각해.... 재수가 없었어.....
옆에 있던 신랑은 내가 수화기를 내려 놓자 마자 묻는다
신랑: What is 재수?
니나: Luck.
신랑: 니 친구 luck 없어?
니나: 응..... 교통사고래....
며칠 뒤 신랑이 럭비 시합에 나가는 날이었다.....
니나: 자갸, 오늘 다치지 말구 잘 해.....
신랑: 오케 ...... Wish me 좋아 재수......
니나: ???????
신랑: Good luck 이 좋아 재수 아냐.......? -_-
Lesson 3
한번 한국말을 배우면 꼭 나한테 써먹는 신랑이라 이번에도 역시
지나치지 않는다.....
어느날 뜬금없이 한다는 소리가.....
신랑: 애기 있어요?
니나: ???
신랑: 니나 애기 있어요?
니나: 나한테 애기가 있냐구? Pregnant 했냐구?
신랑: 응
니나: 당연히 아니지.....
그러자 내 배를 손가락으로 꼭 찌른다.....
신랑: Why 배 있어요?
우씨, 그래 나 배나왔다..... -_-
Lesson 4
교통사고 당한 친구가 집으로 찾아왔다.....
친구: 어떡하지? 나 돈 없는데....
니나: 무슨 방법이 있겠지.... 넘 걱정마.....
신랑도 위로한답시고 끼어든다....
신랑: You 재수 없어요...... -_-
우울하던 친구 얼굴이 멍~ 해졌다.
친구: Pardon?
신랑: 니나 said.... you 재수 없어요...... -_-
친구: 헉!
니나: 하하하.... -_-;;;; 그 뜻이 아니라.....
신랑: 재수 없어요, 재수 없어요..... -_-
이럴 땐 한국말 한다구 나서지 말구 그냥 영어 했음 좋겠다......
신랑이 하려던 말: 그 쪽 잘못이 아니에요....니나 말대로 운이 나빴을 뿐이에요.....
신랑이 실제로 한 말: 니나가 그러는데 당신 재수 없어요...... -_-
Lesson 5
가뜩이나 열받은 친구에게 재수 없다구 부채질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정도로 끝난 게 다행이다......
친구가 돌아간 후 신랑은 상대방 잘못이 어쨌든 크니까 맞고소를
해보라고 한다.......
나도 말해봤지만 친구는 혹시나 소송에서 지고 변호사 비까지 물게
될까봐 싫다고 했었다......
신랑: 니나, gut이 한국말로 뭐야?
니나: 내장
신랑: 내좡?
니나: 응
신랑: Your friend 내좡 없어요...... -_-
영어로 그럴만한 배짱이 없다고 표현할 때 don't have guts to do
that....이라고 한다...... -_-
친구한테 재수없다고 한 것도 모자라 내장 없어요... 까지 했다면...
상상만해도 진땀난다....
앞으로 친구들 오면 신랑 숨겨야겠다.......
잘못했단 왕따 당하겠다..... -_-
[니나]한국말 레슨17
요즘 게시판에 동물 얘기랑 외국인
얘기가 무지 많군요.....
동물과 외국인 둘 다 키우며 사는
니나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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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이 한국말에 대해서 물어봐도 내가 대답을 안 해 줄 때가
종종 있다.
쓸 데 없는 단어나 변태적인 단어, 나를 놀려먹을 단어들을 물어볼
때가 그렇다... (놀부, 바보, 가슴, 얼레꼴레리....아후, 쪽팔려.... -_-)
그러나 그런 건 내가 안 말해줘도 어떻게든 알아내서 나한테 써먹는다.....
정상적인 한국말도 그런 열정을 가지고 공부해 줬음 소원이 없겠다.... -_-
내가 안 가르쳐 줄 것 같은 단어를 물어보고 싶을 땐 머리를 굴려서
가르쳐 줄 만한 단어들만 물어본 담에 그 둘을 합쳐 희귀한 말로
나를 놀리기도 한다......
엉덩이끼리가 그 좋은 예라 할 것이다.... -_-
덕분에 신랑의 응용력은 날이 갈수록 발전을 거듭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단어 이어 붙이기에 있어선 전례가 없는 창의성을 발휘하고 있다........
여태까지 신랑과 살면서 많은 한국 사람들을 만났다....
신랑은 대체적으로 한국인에게 호의적이다.....
그렇지만 절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한국인이 두 명 있었으니 서글프게도
둘 다 내 친구들이다.... -_-
신랑은 두 명의 친구들에게 자기 나름대로 한국말을 응용해서 기가
막힌 별명들을 지어주었다.......
친구 1
하와이에 와서 알게 된 친구가 얼마 전에 결혼을 했다......
친구도 한국 사람이고 남편도 한국 사람이다.....
둘이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신랑과 나를 저녁에 초대했다.....
초대한 시간에 맞춰서 갔는데도 아직 준비가 안 됐다며 친구는
부엌에서 이리 뛰었다 저리 뛰었다 하고 있다.....
신랑 친구는..... 흠, 전혀 도와줄 생각이 없나보다....-_-
저녁을 먹고 집에 오는 길에 신랑이 묻는다.....
신랑: 니 친구 바쁜데 왜 남편이 안 도와줘.....?
요즘은 한국에서도 남편과 아내가 반반씩 가사 분담하는 가정이
많다던데 내 친구는 시집을 가도 푼수같이 가는 바람에 남편이
절대로 부엌에 들어서는 일이 없다.....
니나: 한국에선 남자들이 집안 일 잘 안 해....
신랑: 그럼 여자들이 다 해?
니나: 대부분.....
신랑: 그렇지만 니 친구도 직장 다니잖아.....
그렇다.... 내 친구는 당당한 직장 여성.....
그 당시의 난 백수..... 그런데 왜 내 친구는 집안 일에 묶여 살고
난 탱자탱자 놀고 있을까... -_-
신랑: 한국 남자 비겁해?
니나: 왜?
신랑: 부부가 둘 다 직장 다니면 몸이 약한 여자가 더 힘들잖아....
니나: 그렇지
신랑: 근데 집에 와서 그 약한 여자를 다시 부려먹어?
니나: 헉~!
신랑: 한국 남자는 약자를 보호하는 마음 없어...?
신랑이 하는 말이 넘 기특해서 막 뽀뽀해주고 싶은 맘이 굴뚝같았지만
참았다.....
찔렸기 때문이다.....
당시의 우리집 상황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니나: 백수, 수요일 저녁하기
신랑: 직장인, 화요일 저녁하기, 잔디 깎기, 쓰레기 치우기, 세탁기 돌리기
시아버지: 직장인, 목요일 저녁하기, 자동차 닦기, 세탁기 돌리기
시어머니: 직장인, 일요일 저녁하기
시누이: 학생, 집안일 안 함, 자기 빨래만 돌림..... -_-
결국 집안의 젊은 여성인력인 시누이와 나는 탱탱 놀고 있었던 것이다..... -_-
(혹시 왜 일주일에 4번 밖에 저녁을 안 하느냐고 물으시는 분이 계실까봐.......
나머지 3일은 전날 만든 저녁 남은 거 먹거나 사 먹는 날이다.... -_-)
신랑: lamb 이 한국말로 뭐야?
니나: 양, 왜?
신랑: 그냥....
니나: 나 놀리는 말 만들려구?
신랑: 아냐, 아냐..... 그럼 lizard 는 뭐야?
니나: 도마뱀.....
신랑: 토마배암....
어째 불안하다... 뭔가 꿍꿍이 속셈이 있어서 물어본 듯.....
신랑: 별명이 생각났어....
그럼 그렇지....
니나: 왜 맨날 별명 만들어서 나 놀려??!!
신랑: 너말구 니 친구랑 친구 남편....
니나: 엇! 뭔데?
신랑: 야요자하구 토마토리...... -_-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이 별명들은 뭔가......
니나: 토마토리?
신랑: 그래! 한국 가서 본 호도리처럼....
토마토리..... --> 도마돌이....... 도마뱀 + 돌이....... -_-
니나: 야요자는 뭐야?
신랑: 니 친구는 양처럼 순하잖아....
니나: 그럼 양여자라고 해야지.....
신랑: 토마배암도 앞부분만 땄으니까 양도 반으로 나눈 거야...
허억~~~~~ 한 글자를 반으로 나눠.......
미술사에 피카소가 있다면 한국말엔 울신랑이 있다..... -_-
니나: 아예 야순이라고 하지 그래..... 호순이처럼..... -_-
신랑: 안 돼
니나: 왜?
신랑: 쑤니 라는 말은 넘 이뻐.... 그건 너만 쓰는 거야.....
니나: 오호~ 그래? (귀여운 짜식.... 수둡~ *^^*)
신랑: 응, 점쑤니..... -_-
친구 2
신랑도 잘 아는 내 친구 중에 일레인이라는 친구가 있다.......
근데 이 친구의 단점이 하나 있다면 너무 왈가닥이다.....
성격도 급하구, 어쩔 땐 너무 매너가 없다.....
이 친구랑 전화하면 정신 사나워서 통화가 안 된다.....
따르르릉~
니나: 여보세요....
일레인: 약오르지?
니나: 누구야?
일레인: 나야, 약오르지?
니나: 너, 일레인이냐? 약오르긴 뭐가?
일레인: 니가 보고 싶어하던 영화 내가 먼저 봤거든
니나: ....... 그 영화 낼 개봉이야.......(한심......-_-)
일레인: 알어, 내가 먼저 볼 거거든.... 약오르지?
니나: 나도 볼거야....
일레인: 근데 내가 먼저 좋은 자리 잡을 거거든......-_-
대강 이렇다......
대화의 순서가 엉망진창인 데다가 과거와 미래의 분간도 없다.....
신랑: 누구 전화야?
니나: 일레인
신랑: 아, 발토무....
니나: 뭐?
신랑: 일레인은 발토무야....
니나: 그게 뭔데?.
방에 들어가더니 자랑스럽게 낙서장을 들고 나온다......
신랑이 삐뚤삐뚤한 글씨로 쓴 일레인의 별명이 있다....
ㅂㅏ ㄷ ㅁ
ㄹ ㅗㅇㅜ
니나: 이게 뭐야? 발동무?
신랑: 응! 잘 썼지?
니나: 이거 어떻게 썼어?
신랑: 사전 보구 찾아서 베껴 썼어.....
니나: 뜨아~ -_-
신랑이 사전을 찾아서 보여준다 ......
Crazy [kreizi] a. 발광한, 미친, 열광한....
Friend [frend] n. 동무, 친구, 벗.....
일레인은 정신없다 --> Crazy --> 발광한
인레인은 친구다 --> Friend --> 동무
발광한 + 동무 == 발동무 --> 신랑 발음 --> 발토무....... -_-
단순한 인간....... 호돌이 한번 가르쳐 줬더니 무조건 짤라서
같다 붙이는구나..... -_-
한심해하는 나의 눈빛에도 아랑곳없이 신랑은 자랑스럽게 칭찬을
기다린다......
하라는 공부는 안 하면서 내 친구 놀리겠다구 사전까지 찾아?
그러고도 칭찬을 기다려?
신랑: 잘했지, 잘했지???
니나: 잘하긴 뭘 잘해!! 내가 가르쳐 준거나 공부해!!!
사전까지 찾아보며 열심히 공부했다고 칭찬 받을 줄 알았는데 내가
화를 내자 신랑은 슬픈 강아지 눈빛으로 재빨리 사태를 수습하려 한다......
니나: 소용없어!!! 빨리 공부해! 내가 감시할거야!!!
신랑: 싫어!!! 혼자 공부할 거야!!!! 초리 가!!!
니나: 안 돼! 감시할 거야!!!
신랑: 흥! 진덩기!!!
니나: 뭐?
신랑: 안 가르쳐 줘!!!! 진덩기!!!
그렇다구 모를 내가 아니다.....
신랑이 쓰는 한국말이라봤자 겨우 거기서 거긴데......
니나: 지금 나한테 찐드기라구 한 거지?
신랑: ...............
니나: 할래면 제대로 해, 찐드기!
신랑: 진드기 아냐! 진덩기!!
니나: 왜?
신랑: 넌 엉덩이 뚱뚱한 진드기쟎아!!! 진덩기!
찐드기 + 엉덩이 --> 찐덩이 --> 신랑 발음 진덩이.....
혈압 오른다....... 누가 나 좀 살려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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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왜 퍼왔다는 표시가 없는지..-_-;; 펌질했다고 밝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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