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세 번 째 토요일, 다시 낙동정맥을 가는 날입니다. 지난 달 갔던 코스에 이어서 한무당재에서 관산, 만불산을 거쳐 아화고개까지 가는 길입니다.
참석자(10인) : 김대휴, 김기창, 손용준, 신윤수, 양수석, 이경초, 정광윤, 조준희, 최원일, 이규성.
이른 아침 7시 양재역을 중형 전세버스(이번 달에는 인원이 줄어들어 15인승 버스를 대절함)로 출발하였습니다. 경부고속도로상 동천역 정류장에서 두 분을 더 태운 후 버스는 경부고속도로 안성JC에서 평택제천고속도로로 바꿔 타고 다시 노은JC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탄 후에 낙동JC에서 상주영천고속도로를 이용하여 동영천IC에서 나와 69번 지방도 -> 24번 국도 -> 904번 지방도를 순차대로 이용하여 오늘 산행의 들머리인 한무당재에 도착하였습니다.(11:12) 4시간이 넘는 시간을 써야만 올 수 있는 곳입니다.
한무당제는 지난 달 정기산행을 끝냈던 곳인데 정맥길이 바로 시작됩니다. 기사에게 부탁하여 10인이 다 나오는 기념사진을 찍은 다음 길을 찾아 언덕을 오르는데 초입에서 묘 3기를 만났습니다.(11:16) 숲 가운데로 난 길을 찾아서 산행을 시작하는데 길이 가파르지 않고 평탄하여 걷기에 아주 좋았습니다. 추위를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리 춥지도 않아 낙엽이 깔린 숲 속을 여유 있게 걸을 수 있었습니다. 얼마 안 가서 낮은 봉우리 하나를 만났는데, 경사길이 조금 급하고 길 위에 낙엽이 쌓여 있어 오르기에 조금 힘이 들었는데, 316봉(해발 318m)이었습니다.
크게 힘들이지 않고 얕은 봉우리 몇 개를 넘어 가니 묘가 몇 기 있는 곳인데 앞으로 오를 관산이 잘 보이는 곳인데 햇볕이 잘 들어 따뜻한 곳인지라 점심식사를 하고 가기로 하였습니다. 12:40 ~13:15에 걸쳐 점심식사를 하고 다음 목표인 관산을 향해 길을 나섰는데, 본인의 걸음이 늦을세라 식사도 거르고 먼저 떠났던 김기창 선배한테서 휴대폰으로 소식이 왔는데 관산 오르는 길이 너무 급하고 험해서 중간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와서 같이 오르자고 하십니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경사가 지금까지 겪지 않을 만큼 급한데다 낙엽까지 두텁게 쌓여 있어 꼿꼿이 서서 올라가기에는 너무 미끄러운 길이었습니다. 선배님을 후배들이 부축하고 다들 거의 기다시피하며 수직으로 약 130m를 힘들게 올라가니(낙엽을 임시로 스틱과 발로 치우며 올라갔습니다.) 평평한 능선이 나타나고 길고 평평한 능선을 한참 따라가니, 여기가 해발 393m의 정상이어서 "관산"이라고 쓰인 네모난 표지가 나무 위에 매달려 있었습니다.(14:10)
10인이 관산에 모여 지나가는 산객에게 단체 기념사진을 부탁하고 길을 내려가는데 이번에는 급한 하강길이고 낙엽이 쌓여 있어 조심스러웠습니다. 다행히 올라올 때처럼 힘이 들지는 않아서 적당한 속도를 낼 수 있었습니다.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중간 정도의 봉우리에 올라갔는데 318봉이었습니다.
318봉에서 내려와 부드럽게 솟은 봉우리 두 개를 넙고 완만한 언덕을 올라가니 정상에 농장이 있는 곳인데 GPS에 해발 295m로 나왔습니다, 이 곳은 주변이 밭이고 나무나 숲이 없어 사방이 훤히 보이고 멀리 아까 지나온 관산의 옆으로 길쭉한 봉우리가 인상 깊게 보였습니다.(冠山이라는 명칭은 산의 형태가 신라 시대 관리가 쓰던 冠[모자]의 형태와 닮아서 붙여졌다고 합니다.)
해발 295m 지점에서 우측으로 90도 꺾어서 만불산을 향하였는데 시멘트로 포장된 넓은 찻길이 거칠게 개설된 바람에 만불산 가는 길을 잠시 찾지 못하였습니다. 포장이 된 큰 길을 따라 내려오다가 U턴하여 옆 길로 올라가다가 만불산으로 올라가는 길을 발견하여 숲길로 들어가 만불산에 어렵지 않게 도착하였습니다.(15:57)
만불산 정상에는 빨간 색으로 된 정자 같은 사각형 집이 하나 지어져 있었는데 유리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탁자와 의자가 있고 차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저 밑 만불사 절에서 산객들이 이용하도록 준비해 둔 것이었습니다. 전기로 물을 끓이는 주전자도 있어 각자 차 한 잔씩 마시며 쉴 수 있었습니다. 커피와 도라지 생강차 중에서 고를 수 있었습니다.(정자를 짓고 차를 준비해 주신 만불사에 감사드립니다.)
만불사에서 내려가는 길은 숲을 통하여 내려가는 길인데 처음에는 길이 불분명하여 GPS를 보고 하산길을 찾았는데 우거진 숲으로 길이 난 탓에 잎을 떨군 나뭇가지가 길로 뻗어나와 옷과 살갗을 긁기도 했습니다. 길을 따라서 숲을 벗어나와 큰 길(4번 국도)로 나오니 종착지인 아화고개였습니다. 크게 어렵지 않은 산행이 끝났습니다.(16:43)
뒤풀이 겸 저녁식사는 인근 고경저수지 가에 있고 지난 달에 들렀던 “호숫가풍경소리”에서 오리한방백숙을 시키고 막걸리를 주로 마셨습니다. 식사후 오후 6시 조금 지나 현지를 떠나 버스는 10시 경 양재역에 도착하여 적당한 시각에 집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지형의 높낮이 변화가 적은 탓에 비교적 쉬운 산행을 정해진 시간 내에 할 수 있어 다행이었고 옛 신라의 중심지인 경주 땅을 밟은 의미있는 하루였습니다.
- 후기 -
조명이 꺼지고 네온등만 붉고 푸르게 켜있어 어둑한 버스안, 엔진 소리가 요란합니다. 도란도란 들려오는 정담을 배경음으로 시 한 수 지었습니다. 후기로 대신합니다.
[제 24차 낙동정맥 종주산행에 부쳐]
서울서 네시간
들머리 도착하면
가기 바쁘다
오늘도 12km
400km의 3%란다
시작은 한무당재
가벼운 첫 걸음
다행히 평탄한 산길
까맣게 멀던 관산
가까이 가니 험하다
마의 373미터
낙엽에 미끄러지는 급경사길
거의 기어서 올라갔다
낙동의 여신은
저편 산록에
웃으며 오라고 손짓하는데
노인은 여기
낙엽에 미끄러지며
가슴을 싸쥐며
헐떡거린다
오기만으로는
안 되는 산 길
그렇지만
오기 없으면 못 오른다
밟히는 낙엽
쌓여서 미끄럽다
낭만이 아닌
극복해야 할 천덕꾸러기
겨울의 강추위 무릅쓰니
이들이 바로
경X의 그린 베레 아닐까?
Fighting soldiers from the sky
Fearless men who jump and die
Men who mean just what they say
The brave men of the green beret
하늘서 내려온 싸우는 용사들
겁없이 뛰어내려
초개같이 죽어도
말하는대로 지키는 자
약속대로 낙동간다
다음 목표는 만불산이다
부처가 만 분이니
큰 진리 부담되네
산 위에 휴식처 건물
만불사 절의 선물인데
도라지 생강차가 입에 달다
마지막 목표는 아화(阿火) 고개
불타는 언덕이다
선덕여왕 사모하던
지귀란 놈 실성해서
心火로 다 태웠다는 고개
빨리 가길 소원하네
신라의 전설도
이 길 걸으니 새삼스럽다
김유신 선화공주 걷던 명품길
경X의 엘리트 산악인들
같이 걸었다
낙동의 여신은 저편 산록에
웃으며 팔 벌리고 오라 하는데
노인의 다리가 저려 오네요
첫댓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