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으로 배우는 선 / 一 指 스님 글 에서 발췌
( 중국 / 일본/ 한국 - 불교의 현주소 와 우리의 사명 과 가슴아픈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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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금년 5월과 6월, 40여일동안 중국 서안과 돈황을 비롯한 실크로드와 낙양, 소림사등지의 중국내륙을 여행하면서 중국불교를 여러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번 중국불교답사에서 본 중국불교의 현실은 그 유구한 역사와 방대한 성과를 낳은 중국불교의 위상을 잃고 있었다. 그토록 크고 화려한 교단조직과 왕공귀족의 후원을 받아 전승되어온 중국불교는 오늘 내실이 없는 불교, 관광불교가 되어 옛 불교의 종파와 교단은 오늘 허망하게 붕괴되어 버리고 잔해만 남은 것이다. "대륙의 중국불교"라는 수식어의 이면에는 그런 허무함과 비애가 깃들여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번 여정을 끝맺으면서 21세기의 한국불교가 걸어가야 할, 또 한가닥의 길을 발견한다.
20세기 한국, 중국, 일본 세나라의 불교는 그토록 많은 치욕과 모순의 역사를 견뎌왔다. 그럼에도 한국불교가 보존한 교학체제, 선수행의 전통은 오직 속도와 계수에 의해서만 유지되는 현대의 반문명적인 혼돈속에서 오직 홀로 존재하는, 최후의 순수한 증언자의 불교라는 것을 재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한국불교는 고갈되어버린 현대동양의 불교교학과 선을 더욱 온전히 지켜가기 위한 길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은 이미 한국불교가 더 우월하다는 알퍅한 국수주의도 자만심도 아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불교의 성숙한 존속에 대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한 불교인의 성찰이며 자각인 것이다. 물론 오늘날 한국, 중국할 것 없이 불교교단은 세속사회와 온전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잦은 내홍과 금권을 둘러싼 소음으로 일그러진 얼굴로 남아있다.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불교는 곧 법의 존속을 염려해야할 지경이 되고 말 것이다.
중국불교가 세운 최초의 사찰, 낙양의 백마사 스님들은 관광객들이 종을 쳐보고 주는 돈 몇 푼을 받기 위해서 하릴없이 자리를 지키고 앉았고 소림사는 상징적인 달마의 사찰일 뿐 불교서적 한 권 내놓지 않고 살벌한 칼과 창을 파는 무술용품가게로 가득차있고 이소룡이나 이연걸의 흉내를 내는 소년들이 "끼아악, 끼아악" 소리를 지르며 뛰어 다니는 무술학교로 변하고 말았다. 스님들이 관광객들에게 무술시범을 보이고 몇 푼씩 받는 비감한 광경도 보았다. 그토록 방대하고 깊은 사상적 성과를 낳은 중국불교 교단이 붕괴하고 유적만 남은 오늘 중국불교의 한 단면을 지켜보며 비록 동양에 편협한 시각을 보여주는 책이기는 하지만 {문명의 충돌}이라는 책을 쓴 샤무엘 허팅턴의 "불교는 동양의 거대종교이기는 하지만 거대문화로서의 생존에는 실패했다"라는 독설이 내내 떠올라 가슴을 아프게 했다. 아무리 방대하고 화려한 조직과 경제적 위세를 자랑하는 불교교단도 스스로를 지켜나가지 않으면, 법의 존속을 위해 정진하지 않으면 그렇게 세월의 흐름과 함께 허망하게 붕괴되고 만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현대 중국불교는 "당과 정부의 영도하에 발전하는 불교"이다. 이미 당이 관리하는 불교가 되고만 중국불교와 지나치게 국수성이 강하고 세속화되어 버린 일본불교를 생각해보면 일본불교는 전쟁시기의 일본파시즘에 봉사한 죄업이 남아있고 중국불교는 당이 영도하는 불교, 외부의 재정적 지원을 목마르게 기다리는 불교가 되고 만 것이다. 특히 전통의 수원이 고갈되어 버린 중국불교가 퇴색한 승가의 위상을 회복하기 까지는 요원한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우리는 현재 동아시아불교권에서의 한국불교의 역활과 위상을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불교사상사의 큰 기둥을 이루고 있는 선과 화엄의 영향은 우리 한국인의 무의식속에 깊이 뿌리내려서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한국인들의 정서와 사유방식속에 면면히 숨쉬고 있다. 우리 옛 고승들의 발자취에서도 살필 수 있는 일이지만 불교를 신앙으로 가진 우리 옛 한국인들은 마음으로 선을 수행하고 화엄적 세계관을 자신의 인생을 비추는 거울로 삼아왔던 것이다. 그래서 선의 황금시대라고 불리웠던 당나라 선종에 유학했던 우리 선사들을 두고 중국선종의 대선사들도 "우리선종의 법인(法印)이 모두 동국으로 돌아가는구나. 뒷날 중국에 선법이 없어지면 동쪽나라 사람들에게 물어야 할것이다."라고 탄식할 정도로 띄어난 역량과 자질을 발휘한 점에서도 우리 한국인의 영민한 성품과 직관력을 살필 수 있다.
이처럼 풍부한 직관력과 풍부한 정서를 특질로 삼고 있는 우리 한국인은 그 성향면에서 세계의 어느 민족보다도 선불교의 수행과 깨달음에 본질적으로 다가설 수 있는 사람들인것이다. 지금 세계의 무대에서 기량을 보이고 있는 한국인 예술가와 과학자들을 보면 그들이 선천적으로 깊은 직관력과 풍부한 정서를 갖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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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나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