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유튜브 채널 '황교익TV'에 출연한 이재명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신임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를 내정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경기관광공사가 지난 공모와 달리 올해 사장모집 공고에서부터 지원자격을 대폭 변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공사 측은 지원자격 변경이 이미 지난 2018년 이뤄진 것이고, 이번 채용이 그 후 첫 공모라 변경된 자격이 적용된 것이라고 밝혔다.
14일 경기관광공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게재된 '2021년 경기관광공사 사장 공개모집 공고'의 응모자격에는 ▶관광 마케팅·개발 또는 공기업 분야에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분 ▶경영자로서의 자질과 품성을 갖춘 분 ▶추진력, 소통, 공익성을 조화시킬 능력을 갖춘 분 ▶대외적 교섭능력이 탁월하신 분 ▶변화·개혁지향의 사업능력을 갖춘 분 등 5가지 항목으로 나타났다.
경기관광공사의 사장모집공고. 지난 2018년 공고(왼쪽) 에는 응모자격에 정량적 평가가 가능한 '관련분야 최소경력'이 명시돼 있었지만, 올해 공고에는 이와 같은 내용이 삭제됐다. [경기관광공사]
이전 공고엔 교수·공무원 재직, 관련 경력 명시
하지만 이 같은 응모자격은 이전에 게재된 사장 공개모집 공고와는 차이가 있다. 2017년 12월 27일, 2018년 1월 11일, 2018년 8월 21일 자로 각각 게재된 모집공고에는 박사학위를 가진 상태에서 관련 경력을 쌓았거나, 관련 분야에서 일정 기간 근무한 교수나 공무원·기업임직원 등이 지원할 수 있었다.
당시 공고의 지원자격엔 "지방공기업법 및 경기관광공사 설립 및 운영 조례의 '임원의 결격사유'에 해당되지 않는 자로서 다음 자격요건 중 최소한 하나를 갖춘 경우 응시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면서 5가지 사항을 나열했다. ▶공무원·민간경력 15년 이상으로 관련 경력 8년 이상 ▶박사학위소지자는 공무원·민간경력 12년 이상으로 관련 경력 5년 이상 ▶관련 분야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자로서 정부산하기관·민간기업의 상임임원급 이상 또는 선임연구위원·부교수 이상의 경력이 3년 이상 ▶공무원 2급 이상 또는 상당하는 경력을 갖고 관련 분야에서 3년 이상 근무 ▶공무원 4급 이상 또는 이에 상당하는 직위에서 3년 이상 근무한 경력을 갖고 관련 분야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자 등이다.
이전 모집공고인 2014년 12월 1일 자에도 세부내용은 다르지만, 학위와 관련 경력에 대한 최소근무 기간이 명시돼 있다. ▶문화·관광분야 박사 학위 소지자로서 부교수 이상 ▶문화·관광분야에서 20년 이상 근무 ▶공무원 3급 이상으로 근무 ▶상장기업체 등에서 상임 임원급 이상의 직급으로 2년 이상 재직 ▶정부, 지방자치단체의 투자기관에서 상임 임원급 이상의 직급으로 2년 이상 재직 등이다.
공사 측 "경기도, 2018년부터 자격 완화 지침"
하지만 경기관광공사 측은 지난 2018년 경기도의 지침에 따라 채용자격을 완화한 것으로, 황씨를 임명하기 위해 갑자기 응모자격을 변경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경기관광공사 관계자는 "해당자격 조건은 경기도의 요청사항에 따라 변경된 것"이라며 "2018년 도의회에서 산하 공공기관 임원 채용자격 완화 관련 논의가 나왔고, 이후 경기도청에서 임원급 채용자격 개정안을 산하기관에 하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8년 11월 경기관광공사의 채용자격 규정을 바꿨고, 이후 처음 나온 2021년 사장 모집 공고에서 바뀐 규정에 따라 채용공고를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다른 산하기관인 경기주택도시공사의 경우에도 지난 2018년 12월 게재한 '사장 및 상임감사 공개모집 공고'에서 응시자격에 '전문성과 비전을 갖춘 자' '지방공기업 경영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갖춘 자' 등으로 명시해, 정량적 자격요건 기준을 정하지 않았다.
한편 경기관광공사 사장직은 지난해 12월 유동규 전 사장이 개인적인 사유로 그만두면서 공석이 됐다. 당초 사장 공개모집에는 8명이 지원해 4명이 면접 심사를 봤고, 3명이 면접을 통과했는데 이 지사는 황씨를 최종 후보로 지명했다. 경기관광공사는 경기도가 100% 투자한 공기업으로, 도지사가 사장 임명권을 가지고 있다. 경기도의회는 오는 30일 황씨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하고, 이 지사는 내달 초쯤 사장 임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농민신문 기자 출신인 황씨는 TV프로그램 '수요미식회'와 '알쓸신잡' 등에 출연하며 대중에 알려졌다. 전날 황씨의 내정 사실이 알려진 뒤 그가 관광 분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이 지사의 '형수 욕설 논란'을 두둔해 보은성 인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