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주민들 “왜 내 고향 주민 밀어내고 미군만 들이려 하나” 울분

[하은초]

성주 주민들 “왜 내 고향 주민 밀어내고 미군만 들이려 하나” 울분

• 경향신문 원문
• 입력2023.06.22 21:53

사드 정식 배치 앞둔 경북 성주군 소성리 마을

“이역만리 중국도 보는 레이더 전자파가 휴대폰보다 낮다니”
정부 측정 자료 신뢰 못하는 주민들 “측정 기준·기간 졸속”

터져나오는 울음 사드기지가 있는 경북 성주군 소성리 주민들과 사드철회평화회의 활동가들이 22일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불법 사드기지 정상화 저항 소성리 평화행동’ 시위를 하고 있다. 성주 | 조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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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짜라꼬….”

22일 오전 7시30분쯤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 70가구 150여명이 사는 작은 산골짝 마을에서 백광순 할머니(80)가 서럽게 울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기지로 통하는 길목을 막아선 백 할머니는 6년째 사드 철회를 외치고 있다.

이날도 오전 6시30분 집회에 참여해 한 시간 뒤 경찰에 의해 강제해산당하던 참이었다. 360차례 넘게 진행된 이 집회에서 늘 있었던 일이지만 이날 할머니는 “왜 내 고향에 서 있는 나를 밀어내고 미군만 들이려 하느냐”며 서럽게 울었다.

환경부는 지난달 11일 국방부 국방시설본부가 제출한 사드기지 환경영향평가서를 전날 승인했다. 이 평가는 사드 정상 운용을 위한 마지막 단계다. 사실상 사드가 정식 배치된다는 의미다.

백 할머니를 비롯한 마을 주민들은 정부가 발표한 전자파 측정자료를 믿을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공군과 한국전파진흥협회의 실측자료를 검토한 결과, 측정 최댓값이 ㎡당 0.018870W로 인체보호기준(㎡당 10W)의 530분의 1 수준(0.189%)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휴대전화 기지국보다 낮은 전자파 수치다.

백 할머니는 “전자파를 쏴 이역만리에 있는 중국도 본다는 레이더를 갖다가, 휴대폰보다 낮게 나온다 하면 믿을 수 있겠나”라며 “나이 많은 늙은이가 고향에서 살겠다는 것도 욕심이냐”면서 울먹였다. 사드 레이더의 탐지거리는 최대 2000㎞에 달한다. 사드기지에서 가장 가까운 김천 농소면 노곡리 박태정 이장(73)도 정부의 전자파 측정이 엉터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레이더가 전자파를 언제 쏠지 모르기 때문에 24시간 상시 측정기를 달아서 측정해야 한다고 (정부에) 그렇게 요구했는데 무시했다”면서 “이번 전자파 측정 결과는 괴담이며 사기”라고 말했다.

정부의 전자파 측정 기준에 대한 의혹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사드 반대 단체와 주민 등이 연대한 사드철회평화회의는 사드 레이더의 출력을 공개하고 이에 따른 전자파를 측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사드 레이더에는 일반적인 탐색·감시 모드와 추적·측정 모드가 있는데, 어떤 모드인지에 따라 전자파 출력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그 근거로 2019년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연방 관보에 게재한 내용을 든다. 이 관보에는 사드 레이더가 탐색·감시 모드에서는 전자파가 매우 짧은 시간 방출되지만, 추적·측정 모드에서는 전자파가 계속 노출돼 인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강현욱 사드철회소성리종합상황실 대변인은 “이번 전자파 측정값은 정부가 전자파를 측정할 때 미군이 사드 레이더를 켰는지, 껐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측정한 것”이라며 “켰다 하더라도, (예를 들어) 선풍기 바람 세기를 측정하면서 선풍기 모드가 ‘강’인지, ‘약’인지도 밝히지 않는 엉터리 결과”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전자파 측정 당시 사드 레이더의 모드와 방출되는 전자파 출력값에 대해서는 군사기밀에 해당해 공개할 수 없다고 단체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