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수업을 1시 50분에 마치고 서둘러 동대문으로 향했습니다.
(사실 다음수업이 있었지만 째버렸죠. 이번학기 복학해서 이러면 안되는데 말이죠. 시험도
코앞인데...ㅡㅡ;) 그래도 비교적 거리가 가까운 편이라 10여분부터 경기를 관람할 수
있었는데요, 경기장에 들어가 전광판을 보니, 1:0으로 우리가 리드한 상황이었습니다.
옆에 있는 분에게 득점상황을 물어보니, 안타쳐서 점수냈다고 하시더군요;;;
경기장에 들어선 순간이 1회말 경희대 공격 2사 1루였는데 에러로 출루한 것 같았습니다.
경희대 4번 이호신을 무난히 잡아내며 수비를 맞췄고,
저는 자리를 잡고 앉아 편안히 경기를 구경했습니다.
양팀선발 이인철, 김이슬의 호투속에 변변한 찬스도 잡지 못하는 투수전의 양상으로
경기가 진행되던 4회초. 선두타자 3번 이지훈의 볼넷으로 오래간만에 잡은
무사 1루 찬스에서 4번 박찬혁에게 보내기 번트를 지시합니다.
마운드에 자신이 있으니 나올 수 있는 작전이라고 보는데요,
박찬혁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며 투수앞으로 굴러가는 매우 훌륭한 번트를 댔습니다.
김이슬이 급한 마음에 1루커버를 들어온 2루수 옆으로 빠지는 송구에러를 범하면서
무사 1,3루의 황금찬스를 맞이합니다.
이어 5번 김준호의 유격수앞 병살 때, 3루주자가 득점 2:0으로 벌어집니다.
사실 중심타선임을 감안하면 많이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었지만,
어찌됐든 추가점을 올리며 우승에 한걸음 더 다가섭니다.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나눌정도로(물론 밝은 표정은 아니었습니다만;)
이 점수는 선수들에게 우승의 확신을 준 것 같습니다.
선발 이인철에게 철저히 끌려가던 경희대는 5회말부터 볼을 중심에 맞추기 시작합니다.
선두타자가 우측으로 좋은타구를 날리지만, 우익수 김준호가 위험한 펜스(ㅡㅡ;)에
과감히 몸을 부딪혀가며 호수비를 펼칩니다. 이 후 경희대는 후속타자의 중전안타와
8번 이수범의 우익수선상에 떨어지는 행운의 2루타로 2사 2,3루의 찬스를 잡지만
9번 박연효가 아쉽게 평범한 3루땅볼로 물러나며 찬스를 무산시킵니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김준호의 호수비는 2점을 건져낸 샘이 되니 정말 갑졌네요.
이 후 경희대는 6회 다시 찬스를 잡는데요, 1사 후, 2번 김창현의 몸에 맞는 볼로
잡은 찬스에서 4번 이호신이 빈볼시비 후, 좌중간을 가르는 큼지막한 2루타를 뽑아내며
2사 2,3루의 기회를 잡습니다.
이 때, 경희대 관중석에서는 1루주자를 3루에서 멈추게 한 코치를 원망하는 목소리가
있었는데 안동현선수가 중계플레이 과정에서 뜻밖으로 공을 더듬어 경희대 입장에선 더욱
아쉬움이 남았던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 다음타자가 이번대회에서 4할에 가까운 맹타를
휘두르며 12타점(?)으로 타점상을 받은 김동훈임을 감안한다면 납득이 가는
지시였다고 봅니다. 이 시점에서 몸을 오래 푼 이창욱으로 교체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종도감독님 그냥 밀어붙이시더군요.
왼손 대 왼손임을 감안해 교체타이밍을 한박자 늦게 가져간 것 같은데, 이인철은 기대에
부응하며 김동훈을 가볍게 3루땅볼로 처리 위기를 넘어갑니다.
이 후, 7회 고려대는 이창욱으로 투수를 교대하며 승리를 굳히려 합니다. 이창욱은
기대대로 7회를 무사히 넘겼는데, 그 와중에서 1루수 박찬혁과 경희대 타자주자간의
신경전이 벌어져, 양팀 선수들이 운동장에 나오는 위험스런 상황을
연출합니다. 특별히 신체접촉은 없었던 걸로 보이는데..흠..;;
암튼 이대로 경기가 끝나는 가 싶던 8회말. 경희대는 1사 후,
1번 김한상이 안타를 치며 찬스를 잡습니다. 타율이 1할때로 극도로 부진했음에도 믿고
1번으로 기용해 준 감독에게 보답하는 안타였습니다. 경희대는 2번 타석에서 대타
손정훈을 쓰며 찬스를 이어가려했는데, 손정훈은 우전안타를 뽑아내며 기대에 완벽히
부응합니다. 클린업 앞에서 1사 1,2루인 황금찬스. 경희대 클린업이 모두 왼손임을
감안한다면, 김준선수가 올라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어제경기를 포함한 이번대회
김준선수의 뜻밖의 부진과 이창욱선수의 그동안의 호투가 겹쳐서인지 예상외로
투수교체를 하지 않았습니다. 1사 1,2루에서 3번 오재원의 빗맞은 타구는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가 되는가 싶었지만, 펜스앞에서 깊은 수비를 펼치던
김준호 선수는 많은 전진끝에 공을 처리하며 이창욱의 어깨를 가볍게 만듭니다.
계속 된 찬스에서 믿었던 4번 이호신은 2-2에서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에 헛스윙 삼진을
당하며 경희대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를 놓칩니다.
이 후 이창욱은 삼진 2개를 곁들이며 깔끔히 경기를 마무리, 대회 MVP에 뽑히는 영광을
차지합니다. 경희대 선발 김이슬은 9이닝동안 단 3개의 안타만을 내주며 호투를 펼쳤지만,
타선의 침묵과 결정적인 실수로 인해 패전의 멍에를 썼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우승하신 것 같네요. ^^
축하드립니다!! 이종도감독님 이하 선수분들 고생많으셨고, 앞으로 종합선수권과
고연전 등 1년내내 좋은성적만 거두었으면 좋겠습니다.
선수들 참 많이 좋아하던데 이런 모습을 자주 봤으면 좋겠네요.
스윙연습만 조금 더 하신다면 앞으로 훨씬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운드와 수비는 안정이 되어 있는데, 방망이가 많이 아쉽습니다.
아무쪼록, 부족한 방망이를 끈끈한 팀웍으로 극복하여 우승한 고려대학교 야구부
다시한 번 축하드립니다.
P.S :고대 응원단은 연대와의 경기뿐만 아니라,
오늘같은 대회 결승전에도 조금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는 합니다.
꼭 야구가 아니더라도 말이죠.
* 대회 시상 내역입니다.
우승:고려대학교
준우승:경희대학교
3위:연세대학교,건국대학교
최우수선수상:이창욱(고려대 투수)
우수투수상:김수형(고려대 투수)
감투상:김이슬(경희대 투수)
수훈상:이인철(고려대 투수)
타격상:권영진(연세대 1루수) 24타수 11안타 0.458
타점상:김동훈(경희대 3루수) 12점
도루상:한윤섭(동아대 유격수) 8개
홈런상:나지완(단국대 우익수) 4개
감독상:이종도(고려대 감독)
공로상:김병국(고려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