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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3일 |
8월 24일 |
10:00 육십령 출발 11:10 할미봉 12:00 점심(~12:35) 15:05 장수서봉 15:40 남덕유 삼거리 16:15 월성재 18:00 삿갓재 대피소 |
6:35 삿갓재 출발 7:42 무룡산 9:00 돌탑 10:00 동엽령 11:25 송계삼거리 13:30 향적봉대피소 14:05 향적봉 |
2008년 8월 23일
8월 23일 이른 아침 6시에 양재역 8번 출구에 도착하니 이방섭 건축사만 보인다. 사정인즉 오늘 산행에 참석할 수 없다는 얘기를 하려고 일부러 나왔단다. 잠시 후에 인원이 다 모여 출발을 했고 수원에서 박남재 건축사를 태우고 육십령으로 향했다.
이번 산행은 서초건축사회 정기산행이면서 백두대간을 종주 중인 박남재 건축사를 후원하는 산행하기도 하다. 망향휴게소에 들러 아침을 간단히 먹고 육십령에 도착하니 10시가 가까워진다.
가는 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육십령 표지석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배낭커버를 씌운 후 삿갓재대피소를 향해 출발했다.
옛날에 입구에 있던 나무 표지판은 온데간데없고 표시기만 바람에 나부낀다. 입구에서 박남재 건축사 기념사진을 찍어 주고 솔잎이 떨어진 산길로 들어서니 바람이 선선하다. 구름이 끼어 시야는 맑지 못하고 뿌연하다. 30여 분을 올라가서 하얀 플라스틱 물통이 놓여 있는 곳에서 한숨을 돌린다. 아마 공사를 하기 위해 가져다 놓은 물통인 듯하다.
조금 더 올라가니 계단을 만들기 위한 목재가 곳곳에 놓여 있다. 가파른 길을 따라 할미봉에 오르니 안내판에 지리산 천왕봉, 운장산 등이 보인다고 되어 있다. 지금은 날씨가 흐려 하나도 보이질 않는다. 공사가 끝나지 않은 목재 계단을 내려가니 밧줄이 매어져 있는 바위가 나왔다.
이 곳을 김의중 회장님이 내려가다 신발이 미끄러지며 팔꿈치를 다쳤다. 너른 바위가 나와 상처를 치료하고 가기로 했다. 먼저 상처를 물로 씻고 박남재 건축사가 가져온 의약품으로 소독하고 밴드를 붙였다.
이른 아침을 먹어서 그런지 일찍 배가 고파 온다. 12시가 되어 적당한 자리를 골라 점심을 먹기 위해 자리를 폈다. 각자 싸온 도시락에 시원한 막걸리로 목을 축였다. 간단하게 점심을 끝내고 가다 보니 박남재 건축사와 이승훈 건축사가 조금 뒤로 쳐진다. 헬기장에서 모두 모여 잠시 휴식하고 오르다 보니 김의중 회장님과 홍해식, 이승훈 그리고 내가 앞서고 황선욱이 중간에 오고 박남재, 이승훈 건축사가 뒤에 따라 오게 되었다.
장수서봉에 오르니 구름이 오락가락하며 가는 비를 뿌린다. 윗옷은 재킷을 입어 괜찮은데 바지가 조금씩 젖어 온다. 서봉에서 계단을 내려오다 오버트라우저 바지를 꺼내 입고 있는데 황선욱 건축사가 위에서 내려오고 있다. 아직도 계속 다리에 쥐가 난다고 한다. 아직 갈 길이 먼데 걱정이다. 빨리 괜찮아져야 할 텐데.
남덕유삼거리에 다다라 정상을 다녀 올 것인지 고민하다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30여 분을 내려가니 월성재가 나왔다. 북쪽으로 내려가면 월성통제소가 나오고 삿갓재대피소까지는 2.9㎞가 남아 있다. 이승훈 건축사에게 남덕유산 갔다 오냐고 전화가 왔길래 그냥 오라고 했다. 잠시 기다리다 다시 삿갓봉을 향해 출발했다.
날씨가 흐려 시야가 확보되지 않으니 답답하기도 하고 바윗길을 따라 몇 번을 오르락내리락 가다 보니 상당히 지친다. 삿갓봉을 오르는 갈림길이 나왔는데 아무도 올라가려고 하지 않는다. 삿갓봉을 왼쪽으로 돌아가다 6시가 가까워져 대피소 예약 때문에 내가 조금 먼저 앞서 갔다. 6시에 대피소에 도착하여 자리를 배정 받으니 회원들이 도착했다.
후미가 도착하는 동안에 저녁을 준비하기로 하고 취사도구를 챙겨 아래층 취사장으로 갔다. 취사장에는 다른 일행들이 삼삼오오 모여 취사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도 한쪽에 자리를 잡고 된장국을 끓일 준비를 했다. 재료는 팽이버섯과 감자, 양파, 멸치, 마늘, 우렁된장이다. 다른 버너로는 햇반을 데웠다. 그러는 사이 취사장에 좋은 자리가 생겨 취사도구를 들고 옮겼다.
시간이 한참 흘러 이승훈 건축사가 도착하였길래 황 건축사 보지 못했냐고 물었더니 못 보았단다.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전화를 해도 연결이 되지 않는다. 박남재 건축사에게 전화해 물으니 혼자 오고 있단다. 도대체 어디로 샌 거야? 찾으러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찌개도 다 끓고 밥도 준비 되었는데 그 때까지도 황 건축사가 오질 않고 있다. 기다리다 된장찌개 국물을 스프 삼아 조금씩 떠서 입맛을 다셨다. 한참을 지나서야 황 건축사가 도착했다. 왜 늦었냐고 물으니 남덕유산 정상까지 다녀왔단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이라 안도의 숨을 쉬었다. 함께 오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다.
박남재 건축사를 기다리다 저녁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먼저 밥을 먹기로 했다. 김의중 회장님 말씀이 박남재 건축사는 혼자 산행을 많이 해왔고 GPS가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했다. 식사를 한참 하고 있는데 박 건축사님이 도착했다.
오늘 저녁 메뉴는 오리바비큐에 상추, 깻잎쌈이다. 저녁을 오가피주, 소주, 막걸리 등 반주와 함께 배가 터져라 먹고 대피소 2층에 오르니 베이징올림픽 야구 결승에서 한국이 쿠바를 이겼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을 뒤로 하고 내일 일정을 위해 9시 30분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여기저기서 웅성웅성 대화하는 소리에 쉬이 잠이 오진 않았지만 어느새 잠이 들었다.
2008년 8월 24일
눈을 떠보니 여기저기서 웅성웅성 소란스럽다. 벌써 일어나 산행준비를 하는 것 같다. 5시쯤 우리 팀도 하나둘 깨어 취사장으로 내려갔다. 취사장에 먼저 내려온 등산객들로 자리가 비좁다. 어제 모아 놓은 우리 취사도구를 꺼내어 된장찌개도 데우고, 물을 끓여 누룽지탕을 준비했다. 누룽지탕 냄새가 구수하니 맛있게 난다. 역시 산행의 즐거움에서 먹는 즐거움은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음식물쓰레기 때문에 최대한 준비한 음식물을 먹어 치웠다. 식사를 마무리하고 짐을 챙겨 대피소 앞에 모여 모처럼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무룡산을 향해 출발했다.
작은 봉우리에 올라서니 구름이 걷히며 사방이 트여 보인다. 앞에 무룡산을 오르는 계단도 훤히 보인다. 모처럼의 환상적인 풍경에 연신 카메라셔터를 눌렀다. 무룡산 정상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돌탑 이정표를 향해 출발했다.
돌탑에 도착하니 어제 산행 길에 만났던 아저씨와 아주머니 두 분을 다시 만났다. 그 곳에서 콩 막걸리와 뽕주도 나누어 먹고 복숭아도 얻어먹었다. 나중에 신풍령으로 하산하여 택시를 불러 육십령까지 함께 가기로 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갈 길을 재촉했다.
가끔 구름이 몰려와 시야가 가리기는 했지만 대체로 주변 풍경을 감상하기에는 지장이 없었다. 안성의 용추폭포에서 올라오면 만나는 동엽령에서 황 건축사가 가져 온 튀김건빵을 먹으며 잠시 쉬었다 송계삼거리로 향했다. 아침을 일찍 먹은 관계로 11시에 점심을 먹기로 했다. 송계삼거리에 도착하여 오늘의 메뉴인 라면을 끓여 먹고, 남은 국물에 다시 햇반을 넣어 끓여 먹었다. 황선욱 건축사는 사제 비상식량을 꺼내 물을 부어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다. 한 숟가락 먹어 보았는데 그럭저럭 먹을 만하다.
식사를 하며 나오는 얘기가 신풍령까지 산행은 무리가 따르므로 향적봉을 거쳐 곤돌라를 타고 하산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원래대로 가자는 사람과 무리하지 말자는 쪽으로 의견이 나눠졌는데, 문제는 라면을 끓여 먹느라 대부분의 식수를 사용하여 먹을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였다. 이대로 가다가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결국 향적봉으로 가기로 결정하였다.
밥을 먹은 후, 남상길 건축사가 양말을 벗어 물에 퉁퉁 불은 발을 내보인다. 발바닥을 보니 왕쭈글이가 되어 있다. 다들 보니 신발과 바짓단이 진흙 투성이다.
우리가 가야 할 중봉이 구름에 덮였다 걷히며 멋있는 자태를 드러낸다. 중봉 쪽에서 계단을 타고 이쪽으로 내려오는 사람도 있다. 3년 전에는 없었던 계단이 지금은 말끔하게 놓여져 있다.
중봉에 오르니 사방에 펼쳐진 풍경이 천상의 낙원처럼 느껴졌다. 닥치는 대로 사진을 찍으며 회원들이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정상에서 단체로 사진을 찍고 향적봉으로 향했다.
이후의 산행이 짧아 한껏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오래된 주목 군락지를 지나 향적봉대피소에 도착하여 시원한 물을 마음껏 마실 생각을 했는데 대피소 앞의 물은 마시기에는 부적합하고 마실 수 있는 물은 아래로 150m 내려가야 한다고 쓰여 있다. 1.5리터 빈 페트병을 들고 잽싸게 뛰어 내려가니 샘터의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온다. 서둘러 물을 받고 올라와 기다리고 있는 회원들에게 나누어 줬다. 물맛이 시원하니 참 좋다. 시간이 남아 통에 받아져 있는 물로 더럽혀진 바지단의 흙도 닦아 내고 스틱도 깨끗이 씻어 배낭에 묶었다. 그러는 가운데 누군가 물통에 스틱을 넣고 씻는 바람에 대피소관리인에게 한 소리 들어야만 했다.
향적봉까지는 고작 100m 남아 있다. 계단을 따라 오르니 널따란 정상이 나왔다. 기념촬영을 하고 설천봉으로 내려와 1인당 7,000원을 주고 곤돌라를 타고 리조트로 내려왔다. 주차장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장계까지 가서 사우나를 하기로 하고 출발했는데 막상 장계에 도착해 보니 사우나가 없다. 우선 육십령에 가서 내 차를 가져 오기로 하고 육십령으로 향했다.
택시비를 계산하고 114에 물어 장수와 무주에 사우나가 있는지 물어 보았다. 차에 짐을 싣고 김의중 회장님이 사주신 메로나 하나씩을 입에 물고 무주 어딘가에 있다는 찜질방을 향해 출발했다. 거리는 무려 38㎞다. 목욕을 하기 위해 머나먼 장정을 떠나야 한다. 산행하는 것보다 사우나 찾는 게 더 어려운 것 같다. 내비게이션이 가리키는 데로 차를 몰았다. 큰 길을 따라 가는가 싶더니 어느새 시골길로 접어들었다. 처음 가보는 길을 요리조리 따라 가다 보니 어느새 오크랜드라는 찜질방에 이르렀다.
이 곳은 시골의 한적한 산속 계곡 가의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에 위치해 있으며 계곡의 물을 끌어와 인공으로 폭포도 만들었고 찜질방과 식당을 함께 운영하는 곳이었다. 어렵사리 찾아왔지만 안 왔으면 후회할 뻔했다. 우리는 서둘러 찜질방의 샤워장에서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식사를 하기 위해 야외의 테이블에 앉았다. 높은 곳에서 시원스레 떨어지는 폭포수 소리와 시원한 산바람을 피부로 느끼며 오리바비큐와 삼겹살에 곁들여 마시는 시원한 소맥 칵테일 한 잔에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
시간이 한참 흐르고 배도 불러와 아쉽지만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는 길에 시골 수퍼에 들러 소주 몇 병과 맥주를 사고 안주로 김치와 오징어포를 사왔다. 무주IC를 지나 차 속에서 술 한 잔씩을 더하며 서울에 도착하니 10시30분쯤 되었다.
이번 산행은 애초의 계획대로 신풍령까지 완주하지는 못했지만 서초건축사등산동호회원들에게 백두대간의 줄기를 몸소 체험하고 혼자서 대간을 종주하는 동료 건축사를 응원하는 뜻 깊은 산행이었다.
첫댓글 모두들 수고하였습니다. 비는 뿌리고, 갈길은 멀고, 백두대간은 좁고, 인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기꺼이 등반대장과 차량을 담당해 준 조병섭건축사에게 감사의 말을 드리고, 그 길을 단독으로 산행하겠다는 박건축사에게도 힘찬 응원을...
음식준비하고,차량운전하시느라 고생하신 조병섭건축사님 감사드리고,힘든산행에서 모든회원님이 무사히 산행을 마칠수있어 다행입니다. 다음 산행때 좋은모습으로 뵙겠습니다.
험한 산행길 모든회원 무사히 귀환한걸 감사드립니다.. 또 이렇게 주마등처럼 산행전체를 음미 할 수 있는 산행기를 올려 주셔서 그때의 감동이 되살아 나는듯합니다. 몸건강히 다음 산행 때 뵙겠읍니다. 좀더 나은 모습으로 산행 할수 있도록 노력 하겠읍니다....그리고 박남재 건축사님 홧팅...
좁은 차로 모시게 되서 죄송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큰차라도 사서 모시고 싶습니다. 회원들과 함께하는 산행은 항상 즐겁습니다.
후기를 읽으면서 스쳐지나가는 사진마다 회원의 힘이 무한하게 보입니다. 모처럼 참석한 백두대간 3구간(?)의 산행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조건축사님의 후기까지 감사.. 김회장님 팔은요, 박건축사님 백두대간 힘차게, 이승훈 남상길 황선욱건축사님에게도 감사의 말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