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가구와 소품이 지닌 멋으로 가득한 신혼집을 방문했다. ‘신혼집과 오래된 것’의 아이로니한 만남, 제각기 다른 공간과 다른 주인으로부터 옮겨온 오브제들이 만들어내는 환상의 궁합, 꽤 흥미롭다.
1 북유럽 스타일의 빈티지 소파와 테이블만을 두어 깔끔하게 꾸민 AV룸.
2 스케일 큰 프렌치 로맨틱 스타일의 식탁과 장, 내추럴한 리넨 클로스, 모던한 찰스&레이 임스의 의자…. 다이닝룸은 이 집에서 가장 다양한 스타일의 절묘한 조화가 돋보이는 공간이다.
3 조지 넬슨의 마시멜로 소파와 찰스&레이 임스의 LCW, 테이블 등으로 편안하면서도 세련되게 꾸민 거실.
“집주인 감각이 보통 아닌 집을 봐서 <메종>에 소개하고 싶어요. 믹스&매치한 기술이 그야말로 장난 아니에요.” <메종>에도 집이 소개된 바 있는 ‘한 감각’하는 독자의 제보 전화에 용인 죽전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 집에 들어선 순간, 어디선가 본 듯한 야릇한 기분(순간, 이것이 ‘데자뷰’구나 싶었다)이 들어 마구 기억을 헤집었다. 그렇다! 올해 <메종> 6월호 리더스 페이지 중 독자가 자신의 예쁜 공간을 소개하는 ‘마이 데코’ 코너에 참여, 소개되기까지 했던 독자의 집이었던 거다. 당시 거실 창가와 베란다 공간을 촬영해 응모했었는데 소장하고 있던 디자인 가구와 데커레이션한 감각이 범상치 않아 눈여겨보았던 곳이었다.
순식간에 <메종>과 인연 깊은 사이가 된 이 집,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찰스&레이 임스가 디자인한 테이블과 다양한 의자들, 조지 넬슨의 마시멜로 소파, 알렉산더 베그의 카살리노 주니어 체어 등 세계적인 디자인 가구와 북유럽 스타일 가구와 소품, 그리고 여기에 프렌치 로맨틱 스타일의 가구까지 조금의 어색함도 없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집 안을 채운 대부분의 가구들은 새것이 아닌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빈티지 제품들로 편안하면서도 은근한 카리스마를 자아내고 있었다. “사실, 빈티지보다는 중고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아요. 몇 년도 것인지는 확실히 몰라요. 제겐 중요하지도 않고요. 그냥 마음에 드는 중고 제품을 구입했을 뿐이니까요.” 집주인 송수정 씨는 아직 신혼 분위기가 느껴지는 결혼 2년차 주부다. 남편 일 때문에 결혼 직후 신혼생활을 미국에서 시작했어야 했다. 그래서 혼수 장만을 미국에서 해야 했는데 이것이 그녀에겐 절호의 기회였던 것. “시간이 걸리더라도 마음에 드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 잡지와 인터넷 등을 통해 제 마음에 드는 집 스타일을 스크랩해 두었고, 사진 속 분위기를 낼 수 있는 가구나 소품 등을 찾았어요.” 그녀가 원하는 스타일과 예산을 고려하여 중고 제품과 세일 제품 등을 하나씩 구입했고, 많은 사진을 통해 배운 ‘믹스&매치’ 기술(?)을 마음껏 발휘했다. 원래 인테리어를 했던 경험도 없었고 디자인 가구나 빈티지 스타일에 관심이 많았던 것도 아니었지만 결혼 후 집을 꾸미면서 하나씩 알게 되고,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그녀. 근 1년을 집 꾸미기에 투자하니 웬만한 온·오프 라인 중고 거래 장터는 그녀의 놀이터가 되었고,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하면 먼 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트럭을 빌려 달려갔을 정도였다고.
올해 초, 다시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미국에서보다 작은 138㎡의 아파트를 구하게 되었고, 미국에서 마련한 가구와 소품을 다 가져올 수 없어 가져오지 않을 물건을 다시 판매하고 왔다. 송수정 씨는 집을 구할 때 워낙 깔끔한 집을 구해 도배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침실은 잠만 잘 수 있는 공간으로, 거실은 남편과 책 읽기 좋은 공간으로, 베란다는 햇빛 쬐기에 기분 좋은 공간(그래서 일부러 베란다 확장이 되지 않은 집을 구했다고 한다)으로 꾸몄을 뿐 집 안에 큰 컨셉을 부여하지도 않았다. 다만 그녀의 추억과 노력이 담긴 예쁜 가구와 소품들을 믹스&매치하는 데 더 공을 들였다. “신혼집이라고, 새로 이사한 집이라고 새 물건들로 채울 필요는 없죠. 오래된 것만이 주는 깊은 매력이 있잖아요. 전 그게 좋더라고요. 다만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확실히 해야 기존 것과 믹스&매치하기 좋겠더라고요. 저도 이제 막 배우고 있답니다.” 역시 <메종>의 열혈 독자다운 현명한 조언이다.
1 햇빛을 즐기며 책 보기에 좋도록 꾸민 베란다 공간. 프로방스 스타일의 와이어 샹들리에형 촛대와 컬러풀한 카살리노 주니어 체어의 매치가 재미있다.
2 침실 화장실로 들어가는 통로는 로맨틱한 스타일의 화장대와 거울 등을 두어 파우더룸으로 이용하고 있다.
3 침대 옆에 놓여 있는 클래식한 실루엣의 의자와 독특한 패턴의 쿠션.
4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공간. 풍금을 연상케 하는 턴테이블은 크레이그리스트를 통해 구입한 것이라고.
1 작은 액자로 장식한 현관 입구 벽면.
2 큰 식탁 위에는 내추럴한 리넨 클로스를 깔아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냈다.
3 뒷베란다에는 커다란 그릇장을 두어 로맨틱한 세라믹 테이블웨어를 장식했다.
1 이케아 침대에 랄프로렌 베드 스프레드, 빈티지 선반 등을 믹스&매치해 내추럴하면서도 로맨틱하게 꾸민 집주인의 센스가 돋보이는 침실.
2 인테리어에 관심 많은 집주인의 서재 겸 작업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