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도시락
금수골에 꽃이 만발했다.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이는 신록 숲에서 향기가 진동한다. 절집 앞 녹차 밭두렁에는 마침 처녀들 서너 명이 나와 나물을 캐고 있다. 대안 스님이 운영하고 있는 금수암 아토피 수행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처녀들이란다.
대안 스님은 몇 년 전부터 이곳 금수암에서 아토피 환자들을 위한 수행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환경과 먹는 음식으로 인해 증세가 심화되는 아토피는 식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 절반은 효과를 본다고 한다. 그래서 사찰음식을 아토피 치료에 응용한 수행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해 오고 있는 것이다. 뿐 아니라 스님은 아토피 환부에 바르는 약까지 개발하여 탁월한 치료 효과를 보고 있는데, 이 약 역시 식재료 연구를 하다가 우연히 우리 산야초 중의 어떤 즙액이 아토피 치료에 효과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처녀들의 얼굴 피부는 육안으로 보기에도 현저히 달라져 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모두가 표정이 밝고 목소리가 명랑하다. 그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오솔길을 걷고 있자니 갑자기 어린 시절 언니들 따라 산나물 캐러 갔던 추억이 떠오른다. 처녀들의 바구니에 가득한 머위랑 고사리들 때문이다. 곤달피, 취나물, 참나물, 다래순, 꽃부리…, 나물 찾는 재미로 온 산을 쏘다니다 보면 어느새 배에선 쪼르륵거리는 소리가 나고, 그러면 언니들은 계곡 너럭바위 위에 밥보자기를 풀어놓고 행복한 야외식사를 연출하곤 했다. 방금 딴 곤달피와 수리취 생잎에 된장 쓱쓱 발라 식은 꽁보리밥 싸먹던, 그 행복한 꿀맛이라니….
뜬금없는 나의 추억담에 처녀들이 갑자기 소풍을 졸라 댄다. 금수골 물 맑은 계곡도 좋고, 절집 마당가 홍매 옆의 너럭바위도 좋단다. 그래 오늘은 우리도 즐거운 소풍을 가기로 했다. 스님도 좋아라고 도시락을 준비한다. 햄 빼고, 맛살 빼고, 계란 빼고, 그리고 아토피 환자인 처녀들을 위해 화학성분 들어간 단무지까지 빼고 나면 김밥 속은 텅 비는데, 도대체 무엇으로 소풍 도시락을 만들려는지 대안 스님은 연신 관세음보살 노래를 부른다. 순 채식으로만 만드는, 대안 스님의 퓨전 도시락이 개발되는 순간이다.
퓨·전·채·식·도·시·락·만·들·기
맛내기 힌트·오이에 간을 하지 않는 것이 상큼한 맛을 내는 비결이다. 마른 행주로 물기를 닦아 주면 야외에 나가서도 전혀 축축하지 않다. 밥을 말 때는 김발을 한 번에 젖혀 전체를 누르듯이 돌돌 말아 주는 것이 요령
·초밥용 배합초를 만들 때는 과일보다 곡류로 만든 2배 식초를 쓰는 것이 좋다.
·배합초 만들기 : 2배 현미식초에 죽염과 황설탕을 적당량 넣고 녹을 때까지 잘 저어 준다.
덧붙임│오이 속살의 연두색과 껍질의 초록 줄무늬가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오이의 상큼함과 초밥의 달콤새콤한 맛, 호두의 고소한 뒷맛이 어울려 입맛을 돋워 준다. 피망장아찌와 가죽장아찌 등 짭짤한 장아찌류를 곁들이면 좋다.
검은콩버거
빵 재료│우리밀 백밀가루, 통밀가루, 밀배아가루(글루텐), 연유, 이스트, 죽염
빵 만들기│1. 백밀가루와 통밀가루를 체에 내린 다음, 밀배아가루와 연유, 이스트, 죽염을 혼합하여 1차 반죽을 한다. 2. 뚜껑 있는 스텐 그릇에 반죽 덩어리를 넣고 보온밥통 안에서 숙성시킨다. 3. 40분쯤 지나면 꺼내어 다시 2차 반죽을 한 다음 적당한 크기로 빵 모양을 만든다. 4. 팬에 3을 올려놓고 마르지 않게 비닐 등을 씌워 다시 30분 정도 더 숙성시킨다. 5. 반죽이 충분히 부풀어 올랐다 싶으면 팬을 오븐에 넣고 30분간 구워 낸다.
콩부침 재료│검은콩, 유자청, 표고 다짐, 통밀가루, 두부 다짐, 청홍 고추 다짐, 죽염, 포도씨 기름.
콩부침 만들기│1. 검은콩을 불려서 곱게 믹싱한다. 2. 나머지 재료에 1을 섞고 죽염으로 간을 한 다음, 빵 크기에 맞춰 동그랗게 빚는다. 3. 팬에 포도씨 기름을 두르고 중불에 지져 낸다.
전체 재료│빵, 콩부침, 양배추, 토마토, 오이, 케찹, 삼동초
전체 만들기│1. 빵은 끝부분만 남기고 절개한다. 2. 양배추는 채를 썰고, 오이와 토마토는 통째 적당한 크기로 썬다. 삼동초는 잎을 떼어 둔다. 3. 빵에 콩부침을 끼우고, 그 위에 양배추 채와 토마토, 오이를 끼운 다음, 케찹과 삼동초 잎으로 마무리한다.
맛내기 힌트
·쿠키 반죽에는 베이킹파우더를 쓰고 빵에는 이스트를 쓰는 것이 좋다. 콩부침에는 발연점이 높은 포도씨 기름을 써야 단백질 손실도 막고, 눌어붙는 것도 덜하다.
·야채는 각자 입맛에 따라 다른 것을 응용할 수 있다.
덧붙임│서양의 햄버거를 응용, 국산 식재료로 영양과 맛을 조화시켜 만들어 본 채식 버거다. 설탕을 쓰지 않아 맛이 담백하면서도 고소해서 아이들 간식뿐 아니라 다이어트가 필요한 어른들의 건강식으로도 권할 만하다. 딸기 주스와 각종 생과일을 곁들이면 영양 균형이 맞다.
산야초 초밥재료│현미찹쌀, 머위, 취나물, 도라지, 두릅, 참나물, 표고, 고사리, 검은깨, 배합초, 고추냉이, 간장, 고추장, 참기름, 검은깨, 죽염
만들기│1. 불린 쌀에 배합초로 간을 맞춰 밥을 안친다. 2. 밥이 끓기 시작하면 중간에 중불로 낮추고, 주걱으로 저어 주며 뜸을 들인다. 3. 산야초 중 머위, 취나물, 두릅, 참나물은 쓸 만한 잎줄기 부분만 떼어 소금물에 데친 다음 엷은 죽염 간을 하여 슬쩍 볶아 둔다. 4. 도라지는 굵은 부분을 한 마디 정도만 잘라 칼로 돌려깎기를 하여 칼등으로 얇게 저며 준 다음, 고추장 양념을 엷게 하여 참기름에 구워 낸다. 5. 고사리는 무르게 삶아 죽염으로 엷은 간을 한다. 6. 표고는 어슷썰기 하여 참기름에 구워 둔다. 7. 고추냉이와 집 간장을 배합하여 고추냉이간장을 만든다. 8. 밥에 검은깨를 넣고 잘 섞은 다음 한 입 크기로 밥을 뭉친 다음 안쪽에 고추냉이간장을 조금씩 발라가면서 각 산야초를 모양 있게 곁들여 마무리한다.
맛내기 힌트·배합초를 섞은 밥은 익히기가 좀 어렵다. 끓어오를 때 꼭 저어 주어야 밥이 고루 익는다.
·도라지와 표고를 구울 때 참기름을 너무 많이 쓰면 밥에 잘 붙지 않으므로 주의
·버섯밤조림을 곁들이면 영양 궁합이 잘 맞다.
버섯밤조림 만들기│1. 밤은 껍질을 깎고 물과 함께 적당히 삶는다. 2. 조림간장과 쌀조청을 넣고 한참 졸이다가 새송이나 양송이버섯을 깍둑썰기해서 넣고 조금 더 졸인 다음 검은깨를 뿌려 마무리한다.
덧붙임│산야초 자체가 색을 맞추고 있어 도시락 꾸밈이 좋고, 봄철에 부족하기 쉬운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 등 필요한 영양소와 약 성분이 고루 갖춰져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웰빙 도시락이다. 나른해지기 쉬운 봄날, 무기질 풍부하고 새콤달콤 쌉싸름한 야생 산야초 초밥은 도시락뿐 아니라 집에서도 특히 자주 차려야 할 음식이다.
삼색두부 샌드위치
재료│묵은 김치, 두부, 청홍고추, 당근, 오이, 양배추, 느타리버섯, 우리밀가루, 치자 물, 가루녹차, 홍당무 즙, 죽염, 참기름, 올리브유, 포도씨 기름
만들기│1. 두부 한 모를 1센티 두께로 온전하게 썬 뒤 대각 2등분하여 죽염에 간을 해 둔다. 2. 우리밀가루에 가루녹차, 치자 물, 홍당무 즙으로 세 가지의 묽은 튀김옷을 만들어 죽염 간을 해 둔다. 3. 묵은 김치는 물기를 꼭 짜서 쫑쫑 썰고, 야채도 모두 다져 넣은 뒤 두부를 으깨 넣고 참기름으로 양념하여 고루 무친다. 4.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3을 볶는다. 5. 두부의 물기를 없앤 후 두 장 사이에 3을 잘 눌러 넣고 2의 튀김옷을 색깔 별로 입힌다. 6. 포도씨 기름이 끓으면 1에 2의 반죽 한 가지씩을 입혀 튀겨 낸다.
맛내기 힌트·백년초 가루, 당근 즙 등 다른 재료들을 응용, 좀 더 다양한 샌드위치를 만들 수 있다.
·김치 속에 짠맛이 들어 있으므로 두부를 좀 넉넉하게 섞어 짜지 않도록 주의한다.
덧붙임│절집 밥상에 자주 오르는 두부전을 응용한 퓨전 샌드위치다. 묵은 김치와 두부는 음식 궁합이 잘 맞는 식품군으로, 여기에 찐 고구마와 땅콩조림을 곁들이면 맛과 영양의 균형도 잘 맞다. 튀김옷에 다른 자연재료들로 오행색을 맞추고, 속에도 두부와 김치 대신 밥과 야채 등을 써서 다양한 샌드위치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다.
글
이경애·사진
이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