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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끼] 04 - 장미와 가시
씬 1. 꽃집
화사한 꽃들 속에 둘러싸여 있는 달래.
씬 2. 옥상
이어폰 낀 채 음악 타듯 고개 주억거리며 걸어가는 우찬. 귀걸이에 고글, 후줄근한 힙합차림.
씬 3. 꽃집
꽃 속에 둘러싸여 붉은 장미 한송이 고르는 달래.
씬 4. 골목길
가벼운 춤동작으로 리드미컬하게 걸어가는 우찬. 가방 보이고.
씬 5. 꽃집
포장된 장미꽃 향기 맡다가 뭔가 생각난 듯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는 달래. 이번엔 분홍 장미 한다발을 쑥 뽑아 든다.
씬 6. 학교 앞
종이 장미 가득 든 우찬. 학생들 가면, 달려가서 무릎 꿇고 꽃을 바치는 우찬. 일순 당황하던 여학생, 뭔가 하고 본다.
인터넷 카페를 선전 하는 전단이 또르르 말려 종이 장미 줄기에 붙어 있는. 요금도 짱! 분위기도 캡! 인터넷 카페!
씬 7. 꽃집 앞
분홍장미 한아름과 붉은 장미 한송이를 가슴에 안고 나와 걸어오는 달래, 방싯방싯 혼자 흐믓하고 행복한데.
붉은 장미는 안 보이게 가방 속에 넣는다.
씬 8. 학교 앞
여학생 둘 온다. 우찬, 못생긴 여학생에게 바친다.
마치 자기가 받을 거라고 생각했던 예쁜 여학생 일순 당황하다 우찬을 곱지 않게 노려보다 궁금함에 도대체 뭔가 본다.
씬 9. 예대 편지함
우찬, 편지함에 종이 장미를 빠르게 집어 넣는다.
우찬, 휙 가고 지나가던 루나 뭔가 하고 편지함 들춘다. 편지들 뒤지다 뭔가를 발견한.
보면, 커다란 눈(目)그림이 그려진 엽서. 뒤집으면 K로부터.
루나 : 케이...?
씬 10. 광창과 건물 앞
방싯대며 꽃 안고 오는 달래. 대주 부른다. 야, 달래 달래 진달래!
대주 : (생각난듯) 아 꽃! (눈 찡긋) 야 근데 이거 너무 오버 아냐? 한두송이면 떡을 치고도 남을 텐데 (하면서 꽃을 만지며)
달래 : 이쁘지? 이거 받으면 기분 캡이겠지?
대주 : 짱이지! 너...혹시...그럼 이거 나 한테?
달래 : (손대는 대주 손 탁 치며) 꿈 깨셔.
대주 어? 혀 메롱 내밀고 가는 달래.
씬 11. 강의실
학생들 꽉 들어찬 강의실. 김남진 꽃다발 발견한다.
남진 : (향기 맡으며) 음...누구지...?
대주 : (노래. 박자맞춰 가볍게 손뼉까지 치며) 진다알 래! 오오오 진달래꽃 피었네∼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헤이!
달래 : (긴장되고 떨리는)...
남진 : 이 꽃을 보니까 오늘 강의 내용이 팍팍 떠오르는데? (달래를 보는)
달래 : (뭔가 남진의 한마디를 기다리며 몽롱한 눈빛 되는)
씬 12. 달래의 환상
남진 : (달콤하게) 진달래..넌 이름처럼...마음도 참 곱구나...장미보다 더 사랑스런 달래의 마음을 선생님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
(부드럽게) 달래야...
달래 : (아직 환상인 듯 몽롱) 네...선생님...
씬 13. 강의실
남진 : (현실의 소리. 보통때처럼) 진달래!
정신 퍼뜩 드는 달래.
남진 : 이 장미꽃을 팔아 봐.
달래 : (꿈 깨고 벙) 에...?
남진 : 광고를 배우는 학생으로서 이 꽃을 한번 팔아 보라구.
달래 : (잠시 머뭇거리다) 향기가...향기가...끝내줘요! (아이들 웃음)
남진 : 대부분 그렇게 팔겠지. 예쁜 꽃 사세요, 향기가 좋습니다. (틀렸다는 손가락 시늉) 그건 제품 특성 알려주는 것 밖에
안되잖아? 소비자 편익을 생각하라고 배우지 않았나? 음...EQ란 말 들어 봤지?
동욱 : 감성지수.
남진 : 그래 감성지수. 진달래, 그럼 감성지수가 뭐지?
달래 : 예, 저...그게...그러니까 감수성이 얼마나 풍부 한지 나타내는 지수 아닌가요...? 아닌가...?
남진 : 두둥실 뜨는 달보구 눈물 흘리는거?
달래 : (얼른) 네!
남진 : 노우!
애들 킥킥, 달래 우씨...
남진 : 그럼 IQ가 뭐야? IQ가 내 머리가 좋아서 이만큼 잘 났다 하는 거라면 EQ는 다른 사람 감정을 금방 파악하고 거기에 맞춰
자기의 행동과 감정을 조절할 줄 아는 능력을 말하는 거거든. 다시 말해서 IQ는 자기중심적이고 EQ는 타인 중심이라는
얘기지.
아이들 고개 끄덕끄덕.
남진 : 미국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EQ가 높은사람이 IQ 높은사람보다 사회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4배나 높다는걸 명심하라구.
아이들 : (새로운 사실에 열중해서 듣고)...
달래 : (뾰루퉁해 있다)...
남진 : 자! 광고도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거야!. (나직 하게) 상대에 대한 관심, 남의 마음속을 읽는 것, (점점 커지는) 그 마음을
움직이는 것, 그래서 사게 하는 것!
아이들 : ...
남진 : 어때? 이제 답이 나오나? 이 제품이 이렇게 좋다가 아니라 이 제품을 쓰면 당신은 이렇게 좋아집니다!
음...그럼 이번엔 누가 꽃을 팔아 볼까...?
아이들, 조용. 달래는 점점 기분 상하고. 남진, 살피다
남진 : 저 뒤! 문 가에 학생!
주섬주섬 일어서는 우찬. 아이들 돌아본다.
유경, 어? 하는 눈빛. 루나는 어디서 본 듯도 한데. 남진, 말해 보라는 눈짓.
우찬 : (활발하게) 사랑을...사세요! 당신의 사랑을 전하세요!
남진 : (기다렸다는 듯 손 딱) 그렇지! 파는 사람 입장에서 장미가 좋다고만 할 게 아니라 사는 사람 입장에서, 장미는 사랑을
선물하는 것이다! 광고를 하는 사람은 자기틀에 갇히면 안돼. 다른 사람에 대해서 관심을 갖구 접근하는 게 기본이라구.
좋았어! 어이! 처음 보는 얼굴인데 우리과 아닌가?
우찬 : 청강생인데요! 강의가 하두 유명해서요!
남진 : (기다렸다는 듯 손 딱) 그렇지! (아이들 웃음)
달래 : (완전히 기분 망친)...
씬 14. 강의실 앞
수업 끝나고 나오는 아이들. 우찬, 나와서 스르륵 사라져 버리는.
광끼 아이들 떠들썩하게 몰려나오고.
씬 15. 캠퍼스
모여 있는 광끼 아이들.
대주 : 야 오늘 강의는 완전히 표루나 얘기야, 표루나. EQ가 (낮다는 손짓하며 흐흐거리고) 그러구보면 난 사회에서 성공할 확률이
꽤 높지? EQ가 높잖아, 인간관계 죽이잖아.
동욱 : 근데...EQ라는 게 말이야 IQ랑 꼭 비례하는 거 같진 않단 말이야 그치? (아이들 킥킥 대고)
대주 : (우씨...할말없고)...(화살, 웃는 달래에게로) 넌! 꽃은 준비했냐? 달래 너 루나 줄 꽃 사러 갔다가 엉뚱하게 교수님한테 준
꽃만 산 건 아니겠지?
달래 : 내가 너냐? 너처럼 EQ만 높고 IQ가 낮은 줄 알어? (보란 듯이 가방 가리키며) 여기.
성연 : ...?
대주 : (실눈 뜨고) 과연 표루나가 반응을 할까...?
동욱 : 꽃도 선물 받구, 얼굴도 모르는 남자가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다구 생각해 봐. 가슴이 두근 두근. 당연한 거 아냐?
민 : 글쎄 과연 그럴까...? 난 아닌 거에 걸었다?
달래 : 걘 심장이 돌뎅이루 돼서 콩닥콩닥 두근두근 뛰는게 아니라 딱 딱 이렇게 뛸걸?
성연 : ...? 도대체 무슨 소리들이야?
대주 : 우와 씨! 윤성연 너 아르바이트 때려 쳐 때려 쳐! 커뮤니케이션이 안되잖아!
성연 : 흐응...
대주 : 내 친구놈이랑 소개팅 시켜 줬잖아 지난번에.
플래시-
루나와 철수 호프잔 앞에 하고. 마셔 마셔하는 루나. 루나 거침없이 꿀꺽꿀꺽 마시고.
철수는 술에 약한지 찔끔 찔끔 마시고. 얼굴 찡그리고.
대주 : 그 놈이 술집 옆에만 가도 딸꾹질하는 놈이걸랑. 도대체 여자가! 소개팅 나가서 남잘 술루 뻑가게 만든다는 게 말이 되냐?
플래시-
루나, 끄떡 없는데 철수는 취해서 홍알홍알.
철수 : 루나씬 우리 누님하구 너무 닮았어요. 술이 엄청 세다는 점에서. (취해서 루나 어깨에 기대며) 누님 같애요...누님...
끄덕 없는 루나.
씬 16. 캠퍼스(현실)
대주 : 이건 껍질만 여자지 (심각하게 돌변) 속은 아닐 지도 몰라! 스위치 영화 알지? 남자가 여자 몸으로 환생한 거.
성연 : (기막혀) 그래서 내길 걸었단 말야? 루나가 진짜 여자냐 아니냐.
동욱 : 아니 뭐 꼭 그런게 아니라...루나한테두 누군가 관심을 보이면 마음에 봄바람이 들거다 아니다...
대주 : 야야! 온다 온다! 작전 개시 작전 개시!
아이들, 후다닥 긴장하고. 달래, 얼른 꽃 꺼내 동욱에게 넘기면, 동욱, 등 뒤로 숨긴다.
커피 세 잔 뽑아들고 오는 루나. 민과 성연에게 나눠주며.
루나 : (동욱에게) 넌 안 마신다 그랬지?
대주 : (능청) 이야 누군 조오켔다!
루나 : (마시다)...?
동욱 : (꽃 내밀며) 짠! (아이들 와와)
루나 : 뭐야...?
동욱 : 어떤 남자가 와서 전해 주라더라?
성연 : 킹카던데?
대주 : 붉은 장미! 오월의 사랑을 그대 품안에!
달래 : 부럽다. 누군 꽃 주는 꽃순이, 누군 꽃 받는 공주.
아이들, 연기하면서도 루나의 표정을 살피는데.
민 : 어이 표! 너 숨겨둔 남자친구 있었냐?
루나 : (날카롭게) 누군데? 누구래는데?
대주 : 에이 주면 알거라든데? 몰라? 정말 몰라? 모르는 싸나이?
아이들, 야 순 내숭 어쩌구 저쩌구. 루나 표정 일그러지며 꽃 휙 동욱에게 도로 내던지듯.
아이들 : 어?
루나 : 받을 수 없어. 누군지도 모르는데 내가 왜. 니 들 뭐야! 뭐가 재밌어서 히히덕 거리는데? 지금 나 놀리는 거지?
나 수업 있어, 간다.
일어나서 가버리는 루나. 아이들 할말 없고.
민 : (미소) 1회전 강 민 KO승.
대주 : (민과 하이 파이브 하며) 우우! 우리가 이기면 푸지게 먹는 거지?
씬 17. 캠퍼스
남진, 걸어간다. 저 앞에 자영 가는 것 발견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따라 붙는다.
남진 : 짠!
자영 : (힐끗 보기만)
남진 : 어디 가?
자영 : 내 방. 넌?
남진 : 니 방.
자영 : 도대체 누가 주인인지 모르겠어.
남진 : 에이 또 보따리 장사 설움 주네. 친구가 전임으로 자리잡았는데 그 방가서 차 한잔 못해?
이거 진짜 야박(하다가 저기 오는 늘씬한 여자에게 노골적으로 한눈 팔며) 우와!
남진, 고개 돌아가도록 쳐다본다.
저 뒤쪽에서 똑같이 여자에게 시선 팔려 따라오던 우찬과 눈 딱! 마주치는 남진. 남진, 조금 머쓱해지는데.
우찬 : (아무렇지도 않게 유들유들) 끝내 주죠?
남진 : (머쓱. 알아보고는) 어? 어...흠 흠...
자영 : 쯧쯧쯧쯧...애나 어른이나. 도대체 남자들이란. (목소리 낮춰) 애들 보기 부끄럽지도 않아?
남진 : 뭐가 어때서? 미에 대한 감동은 동서고금 남녀 노소를 막론하구 (하다가 쌩 가버린 자영을 후 다닥 따라가는) 어? 자영아!
오선생! 오선생님!
씬 18. 자영의 교수실
유경, 기획안들 챙기던 중. 남학생 기획안 내밀며 받아달라고 문 앞에서 부탁중.
유경 : 글쎄 안된다니까. 마감시간 벌써 한시간이나 지났어.
남학생 : 에이 누나 이번에 딱 한번만!
유경 : 너 한번만 더 하면 벌써 다섯번째다 그 말. 다 너를 위해서야. 그래야 담엔 안 늦을 거 아냐! (밀어내고 문 쾅 닫는다)
돌아서려는데 문 바닥 틈으로 과제물 쑤시고 들어오는. 유경, 밀어내고 청색 테이프로 좍 찢어 막아 버린다. 그때 문 열리고.
유경 : 너 정말! (하다가 남진과 자영인 줄 알고) 어 교수님!
자영 : 기획안 수정안들 다 냈나?
유경 : 아직 한 팀...
자영 : 아직두? ... 늦게라두 내면 받아 주자.
유경 : 네에...(남진 향해) 참! 교수님! 캔커피 스토리보드 과제는 마감시간이...
남진 : 어 뭐 시간까지 그럴 건 없구 이번 주말까지 아무때나.
유경 : (못마땅하지만 수긍할 수 밖에) 네 교수님.
남진 : 참 내가 말 안했던가?
유경 : ...?
남진 : 교수라구 부르지 말라니까. 난 영 그거 어색해. 선생님이라구 불러줘.
유경 :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는 선생님이구 대학은 교수님이잖아요. 엄연히 다른데...
남진 : 아니 다른 거 없어. 그럼 초등학교 선생은 교사님이라구 불러야 맞지. 교수는 직책이지 호칭이 아니야. 선생님이 옳아.
그게 더 친근하기 도 하구.
자영 : 그건 김선생님 말이 맞다.
유경 : 알겠습니다 교수...(하다가) 선생님. 그럼. (인사 깍듯이 하고 나간다)
남진 : (나가고 나자) 난 쟤 좀 그래. 사회물 먹구 나이 좀 먹었다구 애들 너무 잡는 거 아냐?
자영 : 난 그래서 좋은데? 깍듯하고 사리 밝은 애야. 안그럼 애들 과제물이나 제때 제때 내는 줄 알아?
남진 : 커피 하자!
자영 : (등 돌리며) 싫어!
남진 : (에이)...
자영 : (고개 돌려 쳐다보며) 난 녹차.
남진 : (하하 그럼 그렇지)
씬 19. 택수네 집 앞 (황혼)
걸어오는 루나. 대문을 열고 들어가는. 문밖에서 철계단으로 올라가는 루나의 모습.
잠시후 나타나는 우찬. 우찬, 문 잠긴 것 알고 두드리려다 재미삼아 담 휙 넘어 들어가는.
씬 20. 택수네 식탁
모여 앉은 택수, 유경, 우찬.
우찬 : 카페 매상 오르면 다 제 덕이예요 큰아버지?
택수 : 두말하면 잔소리. 종이장미가 누구 아이디언데! 어때? 내일부터 카페 나올래?
우찬 : 당연하죠, 여기 제가 왜 왔는데.
유경 : 너 오늘 아주 여유더라? 청강까지 하구.
택수 : 청강? 청강은 왜?
우찬 : 사업에 필요해서요.
둘 : 사업...?
우찬 : IP 사업요.
택수 : 무슨 IP 사업?
우찬 : 광고요.
유경 : 광고...?
우찬 : 누나한테 도움 좀 받을까 싶었는데 학교에서 아는 척도 말라니까 내가 알아서 해야지 뭐.
유경 : (솔깃해서) 너 그거 돈 되는 거니? 그런 거 잘 하면 꽤 크다며?
우찬 : 아니, 나 아는 형 좀 도와 주는 거야.
유경 : (실망해서 다시 무시) 그럼 그렇지.
택수 : 상경한 첫날 소감이 어떠셔? 청강해 보니까 대학 가고 싶은 마음 좀 생기디?
우찬 : 대학이요...? 전혀요. 전 바빠요. 대학 갈 시간 없어요.
유경 : 얘좀 봐. 작은 아빠가 널 왜 우리집에 보내셨겠니? 이 누날 옆에서 가까이서 좀 보구, 본받아서, 달랑 아들 하나 있는 거
대학 좀 가기 바라는 깊은 뜻도 모르구. (한심한) 귀걸이에다 바진 또 그게 뭐니? 온 동네 다 쓸구 다녀요 아주.
그게 바지니 빗자루지.
택수 : 왜? 난 좋은데! 젊은애 같구 편해 보이구. 빽바지 보단 낫다. 유경이 너도 좀 지나면 이런 거 못 입는다.
입을 수 있을 때 입어 봐.
유경 : 아빤! 내가 애들이야 이런 거 입게?
택수 : (식탁 밑으로 우찬 바지 살피며) 가만...내가 한 번 입어봐...?
씬 21. 달래네 거실
들어오는 자영. 놀란다. 보면, 달래 캔커피 빈 깡통 다섯개를 늘어놓고 계속 마셔보고 있다. 꺽꺽 트림.
자영 : 달래...너 혹시 이거 다 마신 거야...?
달래 : 어 이모. 끄억. TV광고 과제. 이모가 그랬잖어. 아이디어는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그 상상력은 머릿속에서 그냥
나오는게 아니라 제품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조사에서 나오는 거다...
자영 : (장난끼) 그거야 그렇지! 근데 이걸로는 어림도 없지이.
달래 : ...?
자영 : 경쟁회사 커피도 먹어봐야 이 제품만의 특장점을 제대로 알거 아냐? 지피지기 백전백승.
달래 : (절망) 그럼 더...먹어야 돼...? 우엑!
자영 : 저쪽! 저쪽!
화장실로 달려가는 달래, 쿡 웃는 자영.
씬 22. 루나방
눈이 그려진 엽서 보는 루나. 의문... 꽃송이도 떠오른다. 누굴까...?
그순간 들어서는 성연. 루나, 얼른 엽서 숨기고.
성연 : 일찍 왔어? (가방 내려놓고 봉지에서 나비란 꺼내 창가로 가는) 참 오늘 저녁 내 차례지? 찌개 뭐 끓일까? 순두부? 된장?
루나 : 대충 먹지 뭐, 귀찮은데. (보다가) 뭐야?
성연 : 예쁘지? 나비란.
루나 : (날카로운) 책임질 수 있어?
성연 : 어...?
루나 : 집 비우구 여행갈 때 물 못주잖아!
성연 : 이거 그렇게 자주 안 줘도 된대. 일주일에 한 번만
루나 : (말 끊고) 나 그런 거 딱 질색이야. 뭐 키우구 기르는 거. 난 그런거 귀찮구 성가시니까,
같이 사는 사람 취향도 좀 고려해 줬음 좋겠어.
성연 : 왜, 분위기 좋잖아. 너 그러니까 애들이 자꾸 그런 장난이나 (하다가 입 딱 다물고)
루나 : 뭐?
성연 : 아니...그러니까...EQ! EQ가 중요하대잖아.
씬 23. 예대 작업실
루나 과 친구들과 작업하고 있다. 과친구 하나 들어와서 루나에게 엽서 전해준다.
친구 : 재밌는 편진데?
루나 : ...?
보면 잡지에서 하나하나 오려내 붙인 글씨. 먼곳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K로부터.
루나 보호대 벗는다. 의문의 눈빛...
씬 24. 도서관 앞
우찬, 옆구리에 책하나 끼고 건들거리며 걸어온다. 학생들 카드 밀어넣고 들어가는데 우찬, 기웃거린다.
경비 : 어이 학생 뭐야?
우찬 : 네! 안에 매점 있죠? 아르바이트 구한다 그래서요.
경비 : (갸웃) 그래? (들여보내 준다)
여유 있게 쏘옥 들어가는 우찬.
씬 25. 개가실
광고 분야의 책들 뒤지는 우찬. 책 꺼낸 구멍 너머 루나와 눈 딱 마주친다.
우찬, 빙글 웃는다. 루나, 기분 나빠 책 탁 꽂아 시야 막아 버린다.
우찬 : ...?
씬 26. 개가실
테이블에 앉아 있는 달래와 루나. 마땅히 다른 자리 없어 맞은편에 와서 앉는 우찬. 루나, 신경 쓰이고.
달래 : (풍선껌 불다가) 어? 청강생...!
우찬 : 광창과죠?
루나 : (못마땅해서 책 보는 척)...
달래 : (우찬이 잔뜩 들고온 광고책 보고) 광고에 관심이 많은가 봐요?
우찬 : 아주 조금요.
달래 : 몇학년이예요?
우찬 : 음...2학년이요. (나이로는 그러니까 별 스스럼없 이 잘 둘러댄다)
달래 : 무슨 과요?
그러는 중 루나는 우찬의 책 가운데 옆면에 영어로 적힌 김우찬이란 이름을 유심히 본다. 첫 스펠링 K가 유난히 크다.
루나 : (케이)...!
우찬 : 음...(무슨 과가 있더라...?) 영상디자인과.
달래 : 와...멋있다...
루나 : (책 보는 척 하면서 유심히 듣고)...
씬 27. 도서관 앞
달래와 루나 나오는.
루나, 심각하게 생각에 빠진. 스치는 생각들...
첫번째 엽서, 두번째 엽서, 꽃, 편지함에서 마주친 우찬, 책꽂이를 두고 마주친 우찬, 김우찬 이름의 K...
달래 : (툭 치고) 왁!
루나 : (놀라) 어...?
달래 : 뭐해? 나 간다!
루나 : (생각에서 깨고) 응.
씬 28. 교수실 앞
오자영 방 앞에 당도한 달래. 보는 사람 없나 두리번 거리고는 쏙 들어간다.
씬 29. 교수실
달래 : 이모!
자영 : 웬일이야?
달래 : 그냥. 이모 수업 다 끝났으면 같이 들어(하다가 꽃병에 꽃 발견하고 목소리 굳어) 어...? 이 꽃 어서 났어 이모?
자영 : (짐짓 자랑) 왜에? 글쎄 뭐 별로 받고 싶진 않았는데 굳이 주겠다는 사람이 있어서. 성의를 자꾸 거절하는 것도
좀 그럴 거 같애서.
달래 : (가슴이 찢어진다)...
그때 들어오는 남진.
남진 : 어이! 오선생! 우리 저녁이나 같이(하다가 달래 보고) 어? 학생 와 있었네?
달래 : (꾸벅 인사) 안녕히 계세요 오자영 선생님! (하고 나가 버린다)
자영 : 어? 달래...!
남진 : 쟤 만화과 학생이지?
자영 : 수업시간에 어때...? 열심히 해?
남진 : 글쎄? 광고보다는 딴데 관심 있는 거 같애.
자영 : 딴데 어디?
남진 : 나!
자영 : 뭐?
남진 : 사실은 말야. 이 꽃도 저 학생이 준 거거든.
자영 : (표정 굳는. 그랬구나)...
남진 : (속도 모르고. 실눈 뜨며) 질투 나지...? 질투 나는구나 난다 난다! 저봐 저봐 질투난다! (별수 없지 하는 의기양양한 표정)
씬 30. 도서관
성연, 열심히 노트하고 있다. 누군가 유리창 똑똑 두드린다.
보면 도서관 밖에 달래 와 있다. 맥주캔 봉지에 싸들고 울 상되어 서 있다.
성연 : ...?
씬 31. 루나 작업실
작업하고 있는 루나. 인기척에 고개 들면 와서 서 있는 성연과 달래.
씬 32. 잔디밭(황혼)
루나, 성연, 달래 둘러 앉아 맥주 마시며.
달래 : 윤성연! (거의 따지는 조) 니가 남자라면 루나같은 돌뎅이 여잘 좋아할래 나같이 사근사근하고 상냥한 여자 좋아할래?
성연 : 지금 물어보는 거야 협박하는 거야...?
달래 : 표루나! 니가 니 사촌하구 한 남자를 좋아한다면 양보할래 안할래? 더구나 그 사촌이 너보다 훨씬 어리구, 순수하구,
(말하다 보니 슬퍼지는) 귀엽구, 마음이 여린애라면?
루나 : 무슨 소리야 얘 또?
달래 : (슬퍼져서) 흑! 난 희망 없는 사랑을 하구 있어...
성연 : 왜? 누구? 김남진 선생님?
달래 : 김남진 선생님이 자영이 (하다가 앗차)...오자영 선생님을 좋아하나봐. (고개 무릎에 묻고)
루나 : 초등학교 동창이라며?
성연 : 에이 오자영 선생님 남자한테 관심 없어. (루나 의식하며) 누구 닮았잖아...?
달래 : (발딱 고개 들고) 니들이 몰라서 그래! 순 내숭. 대학 다닐 때 방에다가 남자 스타들 사진만 그냥 좌악 (하다가 앗차)...
아마...도...그러지...않았을까...?
루나 : 얜 너무 만활 많이 봐서 탈이야. 지가 무슨 순정만화 비련의 주인공이나 된 줄 안다니까.
달래 : (루나를 불쌍한 듯 쳐다보며) 니가 뭘 알겠니 돌뎅이 심장이. 너 사랑하는 사람한테 편지 쓰느라구 밤 새 본 적 있어?
쓸데없는 말 지우다 지우다 백지만 남겨 본 적 있어? 그런 막막함 느껴 본 적 없지 넌? (말 하다 보니까 슬퍼져서 울먹이는)
성연 : (달래를 달래주고 싶은데)...
루나 : (픽픽 거리기만) 참 나.
황혼은 아름답기만 하고... 루나, 일어선다.
루나 : 나 일하다 왔어 가 봐야돼.
씬 33. 인터넷 카페
나란히 앉아서 한팀 되어 오락하고 있는 택수와 우찬.
택수 : (오락 하면서) 어이, 나 좀 나가자.
우찬 : (열중) 어 안돼요 안돼! 큰아버지 나가면 안돼! 그럼 난 죽는단 말예요! (이미 나간 택수) 에? (실망) 에이 수비수가 나가면
어떡하라구. 에이 참!
택수, 콜라 가져오며.
택수 : 스타크래프트 잘하는 방법 좀 없냐?
우찬 : 혼자 할 땐요, 한가지 종족만 선택하는게 더 훈련이 되구요, 다른 종족 죽일 땐 공격하는 거 말구
굶겨 죽이는 방법도 있다는 사실!
택수 : (항상 구비한 수첩 꺼내) 가만 가만! 메모!
우찬 : 왜요? 이것도 소설에 쓰시려구요?
택수 : 사이버 살인 특급...! 어때 뭐 좀 냄새가 풍기지 않냐?
우찬 : 킁킁...베스트셀러 냄새가 풍기는군요.
택수 : (신나서) 야! 넌 역시 뭘 좀 알어!
씬 34. 예대 앞(밤)
건물 나오는 루나. 친구들하고 인사하고 헤어지는.
씬 35. 학교 앞(밤)
교문 나오는 루나. 학교 주변 상가를 지나는데 진열된 컴퓨터 보고 있는 우찬이 눈에 띈다.
루나, 꺼림칙한 느낌. 우찬을 피해 간다.
씬 36. 주택가(밤)
인적이 드믄. 저 뒤에서 우찬이 따라오는 느낌.
루나 : ...?
씬 37. 골목길(밤)
조용하고 사람 없는. 루나, 걸어가는데 자꾸 뒤쪽이 신경 쓰인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따라오는 듯한 우찬.
씬 38. 골목길(밤)
루나, 걸음을 빨리해 본다. 우찬의 발걸음도 빨라진다.
우찬의 이어폰으로 들리는 빠른 음악...
루나, 천천히 걸어본다. 우찬의 발걸음도 느려진다. 우찬의 이어폰으로 들리는 느린 음악...
루나,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 후다다닥 달려간다.
씬 39. 대문 앞(밤)
달려온 루나, 얼른 문 열고 들어가 문을 쾅 닫는다.
씬 40. 루나 방
책꽂이에서 책 꺼내 보고 있는 성연. 무용에 관련된 책이다.
그때 후다닥 들어와서 문 쾅 닫고 안도의 숨 쉬는 루나.
성연 : ...? 뛰어 왔어...?
루나 : 아니...
성연 : (책에 된 싸인 보며) 와! 너 이 책 증정 받은 거야? 무용가 진수미 너 잘 알어?
루나 : (툭) 나 이 사람 팬이야. (책 빼앗아 꽂고)
성연 : 정말? 니가? 근데 이 여자 잡지 보니까 사생활 이 좀 그렇드라.
루나 : (외면하고)...
성연 : 또 재혼설 있던데...? 벌써 몇번째야? 우리 만한 딸두 있다든데. 이 나이에 돼서두 결혼이 그렇게 중요할까...?
아뭏든 평범한 사람은 아닌가 봐...
루나 : 넌 그렇게 할일이 없어?
성연 : ...?
루나 : 남의 사생활에 관심은.
성연 : 우린 광고인이야! 남의 사생활에 관심 가져야지.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파악하는 건 기본이라구.
루나 : 바로 그 부분이야! 결정적으로 내가 광고를 맘에 안 들어 하는 이유!
성연 : ...
씬 41. 예대 편지함
머뭇거리는 루나의 손. 편지함을 연다. 편지들을 들춘다. 이상한 엽서 발견! 본다.
멀리서 찍은 루나의 사진. K로부터.
루나 : ...!
씬 42. 도서관
루나, 세개의 엽서를 본다...
씬 43. 도서관 휴게실
나란히 앉아서 차 마시는 성연과 루나.
성연 : 벌써 세번째지?
루나 : 응.
성연 : (루나 눈치를 보며) 누굴까? 짐작가는 사람 전혀 없어?
루나 : (스치는 우찬) 글쎄...
성연 : 처음엔 눈...두번짼 먼곳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세번짼 니 사진까지.
루나 : (퍼뜩) 사진? 그걸 어떻게 알아? 그건 안 보여 줬는데?
성연 : (실수했다!) 어? 그건...아까 니 책 사이 끼여 있는 거 얼핏 봤어.
루나 : (성연을 유심히 보다 외면. 다소 부드러워진 말투로) 뭐하러 숨어서 그러는지 몰라. 정정당당하게 내 앞에 나타나서
떳떳하게 얘기하면 응해 줄 용의도 있는데 말야.
성연 : 정말...?
루나 : 그러엄!
성연 : 니가?
루나 : 내가! 만나자 그러면 만나구 영화보자면 보구 밥먹자 그럼 먹지 뭐. 어려운 일인가?
성연 : 너두...그런 면 있어...? 남자한테 관심 있어...?
루나 : 난 뭐 사람 아냐?
성연 : (반가운) 야! 근데 애들은 그것두 모르구!
루나 : (다음말 다그치듯) 모르구?
성연 : 니가 레즈비언이라는 둥, 졸업하기 전에 연애를 하면 평생 누나라구 부르겠다는 둥. 참! 대주는 니가 치마 입는 거 보면
손가락에 장을 지진댄다!
루나 : (회심의 미소) 그으래...? (하다가 뭔가 생각나는지 표정이 굳는다)
성연 : ...?
루나, 벌떡 일어난다.
루나 : 나 잠깐 가볼 데가 있어. (황급히 나간다)
성연 : 어 루나...!
씬 44. 영디과 사무실 앞
영상디자인과라는 팻말. 들어가는 루나.
씬 45. 영디과 사무실 안
루나 : 저 확인하고 싶은게 있어서요.
조교 : ...?
씬 46. 건물
나오는 루나. 의혹의 표정. 그 위로.
조교 : (소리) 2학년 김우찬이요? 그런 학생 없는데?
씬 47. 캠퍼스(다음날)
캠퍼스의 생기발랄함 사진기에 담고 있는 민. 찰칵 찰칵. 사진기에 잡히는 하이힐, 여자의 다리와 스커트 자락.
민 사진기에서 눈 떼고 보면 깜짝 놀라는. 넋 빠진 모습으로 여자를 따라가는 시선.
씬 48. 캠퍼스
여자와 같은 시선으로 카메라 가는.
저 앞에서 대자보 보던 대주, 이쪽을 보고 놀라서 동욱을 툭툭 치면, 동욱 이쪽을 본다. 놀라서 입 다물지 못하고.
씬 49. 캠퍼스
카메라 간다. 얘기하며 벤취에 앉아 있는 달래와 성연 놀라서 일어선다.
성연 : 표...루...나...!
보면, 하이힐에 세련된 여성차림의 루나. (세련된 차림)
씬 50. 빈강의실
광끼 아이들 모여 있고. 아이들, 루나에게 웬일이냐 니가 어쩌구 저쩌구.
달래는 마카펜으로 뭔가를 열심히 그리고 있다. 황소 그림 같은.
대주 들어오며.
대주 : (투덜투덜) 야야 이거 동방 하나 제대로 없구. 이동욱! 짱 뭐해! 동방하나 마련해 봐. 자신 없음 나한테 짱 넘기든지.
내 방이라두 그럼 넘긴다 내가. 표루나 너 오늘 미팅? (노려보는 루나) 아니면 뭐 약혼 발표? 그래서 모이란 거야?
민 : (고개 갸웃. 의아한)...?
동욱 : (나직하게) 민아 2라운드는 아무래도 내가 이긴 것 같다. 현재 스코아 일대 일!
대주 : 우씨...
민 : (아직 의아한 듯 수긍할 수 없고) 글쎄...?
루나 : (그런 아이들 빤히 보고)
달래 : (그림 그리며) 빨리 말해. 나 바뻐.
루나 : 니들이 원하는 게 이런거였어? 관심 가져 줘서 고마워. 성의는 보여야 될 거 같애서. 하지만 연극은 여기까지.
하더니, 루나 하이힐 훌러덩 벗어 던지고 운동화 꺼내서 툭툭 신는다. 그리고는 엽서 세개 꺼낸다.
아이들 : 어?
루나 : (눈 그림 엽서) 마카펜으로 그린 눈은 진달래 솜씨구, (달래 그림 그리다 멈추고 마카펜 보며 어?) 사진은 민이 작품일 테구,
글자 오려 붙인건 동욱이 너냐?
대주 : (억울한) 에이 그건 나야 나! 글자 맞추는데 얼마나 고생했는데!
루나 : 황대주! 너 손가락에 장 지져야 겠다?
대주 : 오잉?
루나 : 그랬다면서. 내가 치마 입는 거 보면 손가락에 장을 지지겠다구.
대주 : 에잉 누나, 표누나. 못본 걸로 할께잉.
아이들, 루나가 내놓은 엽서 보면서 변명 주절주절 늘어놓는다.
사실은 별 뜻이 있어서가 아니라, 니가 너무 벽이 많아서 그래봤다는 둥, 민이 이녀석이 내기를 원체 좋아하잖 냐는 둥,
바람은 대주가 넣었다...서로에게 미루고.
가만히 있던 루나, 이윽고 입 떼는.
루나 : 근데 문제는 이제부터야.
아이들 : ...?
루나 : 누군가가 날 따라다녀.
아이들 : 응?
루나 : 어젯밤에두 그제밤에두.
성연 : 어디서? 학교에서?
루나 : 집에 갈 때.
동욱 : 스토...킹...?
민 : (믿기지 않는다는 듯) 너를...? 너두 그런 거 당 해? 천하에 표루나가?
대주 : 에이 설마. 멱살 잡히기 딱 좋지. 그 놈 그거 임자 제대루 만났네.
달래 : 그런게 진짜 있긴 있는 건가?
대주 : 에이 그건 아무나 당하는 거 아니지이. 얼굴이 되구 몸매가 받쳐줘야 되는 건데.
아이들, 지난번에 유명인 스토커가 검거됐다는 둥 그거 제 정신 아닌 놈들이라는 둥 제대로 걸리면 진짜 평생 괴롭다 는 둥
루나에겐 관심없고 지들끼리 수다다.
루나, 그런 아이들을 물끄러미 보다 가만히 일어선다. 강의 실을 말없이 나가는 루나.
아이들 : ...?
성연 : 너무한 거 아냐? 루나도 알구 보면 여린 앤데.
민 : (루나가 신경 쓰이고)...
씬 51. 건물
건물을 나오는 루나. 운동화에 스커트. 쓸쓸한 표정...
씬 52. 캠퍼스
한적한 벤취. 루나 앉아서 다리 건들건들하고 있다. 다가와 루나 앞에 서는 민.
루나 알면서도 눈길 주지 않고.
민 : 내가 돈벌레란 말을 싫어한다고 생각하지?
루나 : ...?
민 : 아니. 실은 그 반대야.
루나 : (그제야 고개 들고)...?
민 : 왠줄 알아...?
루나 : ...?
민 : 그 말이 녀석들과의 벽을 허물어주기 때문이거든. (민 간다)
루나 : (민의 뒷모습 보는)...!
씬 53. 교수실 앞
달래, 자신이 그린 그림 들고 온다. 오자영 교수실 문 빼꼼이 열어본다.
씬 54. 교수실
남진, 과제물 검토하고 있었다.
남진 : (별 관심 없다) 어, 오선생 지금 없는데?
쑥 들어오는 달래. 꽃을 본다. 조금은 시든. 울컥 화가 치민다.
남진 : (자기 가리키며) 그럼 나...?
달래 : (고개 끄덕하고 그림 내민다)
남진 : 뭐지...?
달래 : 정작 EQ를 강조하신 선생님께선 제 감정을 너무 모르시는 거 같애서요.
남진 : ...?
달래 : 다섯컷으로 그려왔어요. (그림넘기며) 꼼짝않는 황소 얘기예요. 일 잘하던 소가 어느날 한발 짝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주인은 별짓 다해 봤죠. 구슬르고 때리고...그래도 꼼짝을 안해요. 이번엔 어디 아픈가 소의 몸을 조사해 봤어요.
다섯번째 컷, 발바닥에 큰 가시가 박혀 있었어요.
첫 번째 컷, 꼼짝 않고 일을 멈춘 황소. 두 번째 컷, 황소를 때리는 농부, 세 번째 컷 눈물을 흘리는 황소.
네 번째 컷 황소. 어디 아픈가 조사하는 농부. 다섯 번째 컷, 황소의 발 바닥에 박힌 커다란 가시
남진 : ...
달래 : 그럼 가시를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남진 : 그야 뭐 당연히 빼줘야 겠지? 그래야...
달래 : (OL) 그렇죠? 가시를 빼줘야겠죠?
남진 : ...?
달래 : (고개 꾸벅하고 나간다)
남진 : (무슨 의미지 하다 꽃 발견하고는 앗차 싶은)...! (한방 먹었다 싶은데)
씬 55. 도서관
성연, 잡지 보고 있다. 심각하게. 기척 느끼고 고개 들면 루나 와 있다.
얼른 책 덮는 성연.
성연 : 어? 웬일이야?
루나 : 너 오늘 아르바이트 없어? 없으면 일찍 들어가자구.
성연 : 벌써? 그러지 말구 우리 술이나 한잔 할까...?
루나 : 술...? 갑자기 왜?
성연 : 그냥 룸메끼리 단합대회. 니얘기도 하구 내 얘기도 하구 니네 가족 얘기 우리 가족 얘기.
루나 : (힐끗 잡지를 보는) 됐어. 먼저 갈께.
돌아가는 루나의 뒷모습을 깊게 바라보는 성연...
씬 56. 주택가
걸어가는 루나의 운동화 발. 괜히 힐끔 힐끔 뒤를 돌아다 본다. 뒤에 아무도 없다.
아직 해도 안 졌는데 예민해진 루나.
씬 57. 골목길
루나. 뒤에서 들리는 남자 구둣발 소리. 신경 쓰인다.
남자 : (소리) 어, 아빠야 문열어.
루나 : (안도)...
씬 58. 철계단
루나, 철계단을 올라오면서도 대문 밖을 살핀다. 누구 뒤따 라 온 사람 없나...?
그러다 루나 마지막 계단에서 고개 휙 돌리자
루나 : 흐억! (보면, 버티고 있는 유경) 놀랬잖아!
유경 : (루나의 치마 입은 모습 훑으며) 참 나! 내 집 옥상에서 줄넘기도 맘대루 못해? (루나 밀치고 내려가며)
도대체 누가 주인이구 누가 세입잔지 모르겠네 증말!
씬 59. 상가거리(밤)
네온사인 밝은. 성연, 어항 가게 앞에서 재밌다는 듯 구경하고 있다.
씬 60. 루나 방
헤드폰 끼고 음악에 빠진 루나. 눈 감고. 문득 눈뜨면 앞에 와 있는 성연, 루나 앞 테이블에 어른 주먹만한 어항 내려 놓는다.
루나 : ...?
성연 : (큰 음악소리에 입모양만) 예쁘지?
루나 : (곱지 않게 올려다 보는)
성연 : (입모양) 너 가져. 선물이야.
루나 : (헤드폰 빼며) 나 이런 거 싫다고 했잖아.
성연 : 키워 보면 다를걸? 정들거야.
루나 : 다음엔 뭐야? 화초, 금붕어, 다음엔 강아지? 난 이런 거 딱 질색이라니까! (확 일어나는 순간 헤드폰에 밀려 떨어지는 어항)
산산조각난 어항. 멈칫하는 루나.
성연 : (놀라) 너무해...너무해...
루나, 외면하고 나가려는 등 뒤로.
성연 : 게딱지! 돌덩이!
루나, 멈칫 서고. 등 뒤에서
성연 : 게딱지같이 딱딱한 껍질에 돌덩이 같은 심장이라구! 넌 달래가 우습다고 하지만 내 보기엔 니가 더 우스워!
달래는 희망없는 사랑을 하는진 모르겠지만 너처럼 아예 사랑을 주려고 하지도 않는 것 보단 백배 천배 더 나아!
내가 지금까지 관찰한 표루나 넌! 어디에도 마음을 주려고 들지 않아!
루나 : 상관하지마...!
성연 : 넌 그 말 밖에 모르지? 상관마! 간섭마! 내 일 이야!
루나 : ...
성연 : 사랑 쏟구 애정 쏟구 나서 상처 받을까봐 전전 긍긍! 뭐가 그렇게 겁나고 두려운 거지? 애들은 니가 퍽이나 강한줄 알지만
오히려 그 반댄 걸!
루나 : (돌아보며) 니가 뭘 안다구 그래!
성연 : 넌 무슨 비밀이 그렇게 많아서 너에 대해서 모를 거라구 생각해? 사람사는 거 다 똑같애! 사람 마음 다 거기서 거기야!
제발 혼자 딴세상 사람인 척 좀 하지마! 역겨워!
루나 : 모르면 좀 가만 있어!
성연 : 뭘 몰라! 나 아까 잡지에서 다 봤어! 네 엄마가 누구라는 것두! 난 그것도 모르구, 사생활이 어쩌구 저쩌구 했을 때
넌 속으루 날 비웃었을거 아냐! 난 뭐야? 나 너랑 같이사는 룸메이트 아냐? 나한테 그냥 호의 베풀려구, 그냥 불쌍해 보여서
같이 살자구 한거니? 그런 거야?
루나 : ...
성연 : 적어도 같이 산다는 건...같이 먹구 자는 것만은 아닐 거 같애...적어두...
루나 : ...
씬 61. 옥상
물끄러미 동네 야경을 내려다 보고 있는 루나. 방에서 나오는 성연. 루나의 등 뒤로.
성연 : ...내가 너무 흥분했었나 봐...아이들두 루나 니가 너무 개인적인 거 아니냐구 걱정하구, 어려워 하구...
루나 : (그대로 서서) 나...중학교 때 엄마 이혼했다. 엄마한테 부탁했어, 아니 빌었어. 이혼하지 말라구. 소용없었어.
(자조) 엄마한테두 엄마 인생 있는 거니까. 오빤 엄마 따라가구 난 아빠하구 살았어. 가장 중요한 시기에 가장 필요한
사람이 없었어...(나직하게) 버림 받은 거지..
성연 : 루나야...
루나 : 그래. 니 말대로 난 두려운 거야. 화초에 열심히 물 줬는데 나중에 시들면 어떡하지? 강아지 실컷 정들었는데 병들어 죽으면
어떡해? (냉소적) 난 절대 사랑 같은 거 안해. 배반 당하구 억울해 하는 바보같은 짓 다시 하고 싶지 않거든.
성연, 뒤에서 가슴 아프게 루나를 본다. 루나의 눈에 들어온 대문 밖의 우찬 모습.
루나 : (긴장)...!
우찬, 문 두드리려다 휙 하고 담 넘어 들어오는.
루나, 몸 홱 돌려 성연의 팔을 휙 잡아 채고 후다닥 방 안으로 들어 간다.
성연 : (영문 몰라)...?
씬 62. 루나 방
얼른 문 잠그는 루나. 성연?
루나 : 담까지 넘었어...!
성연 : 왜? 무슨 일이야...?
루나 : 여기까지 따라 왔어...집에까지 들어왔어...!
성연 : ...? (혹시) 스...토...커...?
루나 : (고개 끄덕 끄덕)
성연 : (놀라) 너 그럼 그거 정말이었어?
루나, 얼른 창 쪽으로 가서 본다.
성연 : 담까지 넘었다구? 어떡해! 어떡해! 올라오구 있어? 올라오구 있어? 진작 말해야지! 이 지경이 되도록 넌! 하여간 넌 문제야!
루나 : (날카로운) 조용히 좀 해 봐!
씬 63. 택수네 현관
들어가려는 우찬, 현관문 열고 나오는 택수와 마주친다.
택수 : (빈대떡 접시 주며) 어 마침 잘 왔다 너! 윗층 학생 좀 갖다 주라.
흔쾌히 받아들고 올라가는 우찬.
택수 : 식기 전에 먹으라구 그래!
씬 64. 철계단
올라가는 우찬.
씬 65. 루나방
우찬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는 루나. 얼른 커텐을 친다.
루나, 무기가 될 만한 것 집는다. 긴장감 도는 급박한 분위기.
성연 : 오구 있어? 오구 있어? 어떡해 어떡해! 무서워! 그런 사람 정상 아니라던데!
루나 : (두려움 감추지 못하고) 빨리 전화해!
성연 : 전화? 어디다?
루나 : 어딘 어디야! 남자 애들!
성연 : (수화기 들고 갈피 못잡아 당황) 민이 동욱이 대주 누구한테 하지?
루나 : 대주 핸드폰 빨리!
성연 : 몇 번이지 몇번이지...번호가 기억이 안 나...
루나 : 2208672
성연 : (누르고) 여보세요! 대주야!
그때 문 두드리는 소리. 놀라는 둘.
성연 : 있잖아! (당황해서 두서 없는) 우리만 있는데!
담 넘어서 쿵쾅쿵쾅 문 두드리는 소리.
루나 : 빨리 오라 그래! 빨리! 빨리! 빨리!
성연 : (다급해서) 강도야! 강도!
씬 66. 루나 방 앞
빈대떡 접시 들고 문 두드리는.
우찬 : (고개 갸웃) 없나...?
씬 67. 루나 방
성연, 떨고. 루나도 긴장.
루나 : 불꺼 불꺼! 얼른!
불 끄는 성연.
씬 68. 당구장
포켓볼 치던 남자아이들과 달래.
대주 : (핸드폰 닫고) 야 강도래 강도!
동욱, 민, 달래 놀라 뭐? 다들 후다닥 출동. 대주, 큣대 들고 나가는.
주인 : 어? 학생! 학생!
씬 69. 루나 방
어둠 속에서 소리만.
성연 : 루나...너 떨고 있구나...
루나 : (날카롭게) 만지지마!
씬 70. 옥상
우찬, 이어폰 낀 채로 춤동작 연습해 보는.
씬 71. 택수네 마당
후다닥 들어오는 아이들. 철계단 올라간다.
대주 : 아 나 좀 급해서. (뒤로 슬쩍 빠지는)
동욱 : 넌 이 순간에 꼭!
동욱, 민 앞서가고 슬그머니 뒤에 붙은 대주. 아이들, 올라가고.
택수와 유경, 떠들썩한 소리에 나와 보는.
택수 : 뭔 일들이야?
유경 : 하여간 풍기문란! 오밤중에 여자방에 남자애들이 들락날락!
씬 72. 옥상
아이들 올라왔다. 달래는 뒤에 숨어 있고.
멋모르고 이어폰 낀 채 춤에 빠져 있는 우찬.
대주 : (큣대로 가리키기만) 저깄다 저기! 빨리 빨리!
대주, 뒤에서 동욱과 민을 앞세우고. 아이들, 지들끼리 작전 짜듯 잠시. 그러다 우찬을 덮치려고 달려드는.
대주는 뒤에서 소리만 친다! 강도다! 잡아라!
그순간 우찬, 고개 홱 돌려 그들과 눈 딱! 마주치는데. 서로 얼굴 알아보고 우뚝 서서.
아이들 : (서로 손가락 가리키며) 어...!
씬 73. 루나 방
맥주와 빈대떡. 아이들 각자 자유로운 자세로 서 있기도 하고 앉아 있기도 하고.
달래는 이것 저것 뒤지며 방 구경하고. 미안한 모습으로 성연. 루나, 아이들 외면하고.
대주 : 그러니까 뭐야, 바루 같은 집에 살면서두 몰랐다? (성연과 루나 가리키며) 내가 니들 EQ 지수는 진작부터 알아봤지!
이웃에 대한 관심이 없어요 도대체가.
달래 : (부르르) 으으으 김유경 그 마녀 사촌이래.
동욱 : 야 정말 이웃 살면서 강돈줄 알구 칼부림 난다는 게 남 얘기가 아니네?
민 : 표루나. 뭐 스토킹? 그 청강생을?
대주 : (루나 보고) 야 뭐 우릴 다 부르구 그러냐. 멱살 딱 잡구 니 주먹 한방이면 그냥! 나가 떨어지겠드만.
야 이거 잘못하다간 우리가 떼강도로 몰리는 거 아닌가...?
성연 : 너무 그러지마. (힐끗 보며) 루나두 알고 보면 부드러운 여자야.
루나 : (OL) 쓸데없는 소리 마.
대주 : 성연이나 있었으니까 우리한테 연락이라도 됐지, 루나 넌 내 핸드폰 번호나 알고 있냐?
도대체가 친구들한테 관심도 없구 말야 응.
성연 : 그거...루나가 알려준 건데...
대주 : 어...?
루나 : (멋적어 피하는) 뭐해 건배 안할 거야?
성연 : 어쨋든 정말 고마워. 니들이 있다는 게 든든하 게 느껴진다.
대주 : (목소리에 힘주며) 언제든 불러만 다오! 여자가 부르면 3분, 남자가 부르면 30분 안에 출동!
아이들 웃고, 아까 뒤에서 소리만 치더라 어쩌구 저쩌구. 건배!
루나 : 미안하다 소란피워서. 뭘루 갚아 줄까...?
달래 : (기다렸단 듯이 둘러 보며) 근데...여기 너무 근사하다. 지난번엔 잘몰랐는데 제대로 꾸미니까 괜찮네...?
여기 우리 동아리방하면 안될까...?
아이들 동방, 동방? 좋지 좋지! 바로 여기야! 아이들 들뜨고. 성연은 루나를 좀 의식하고.
루나 : (곤란한 표정) 어...그건 좀...
민 : 내가 아는 표루난 두말하는 법 없어.
동욱 : 그럼 결정된 거야?
달래 : (둘러본다) 정말 끝내주는 동방이야.
대주 : (달래 툭) 에이 그게 아니지!
달래 : 응? (그제야 생각난 듯) 아...!
아이들 : ...?
달래 : (씨익 웃고는) 동방이...동방이...끝내줘요!
아이들 웃고. 루나 흐흥... 하는 표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