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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현행자의 서원』 중 「수희분」
~~~감사는 바로 화목이며 둘이 아님을 이루는 것이오매 저희들은 일체 중생에 감사하겠습니다. 한 몸이 생각없이 한 몸의 완전을 도모하듯이 둘이 아닌 경지에서는 결코 서로에 해침이 없사옵니다. 일체 중생에 감사하여 둘이 아니며, 그의 승리, 그의 성공, 그의 공덕을 찬양하고 기뻐할 때 그 모두는 나와 더불어 한 몸이거니 어느 무엇이 나를 해칠 자 있사오리까. ~~~
금주의 법어--거사불교와 간화선수행
금주의 법사--야청 황정원 교수
반갑습니다. 저도 20대 때 광덕스님을 좀 따라 다녔습니다. 제가 불교를 안 것은 대학 2학년 때 청담스님이 서울법대 오셔서 불교특강을 할 때였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는 짝이 목사 아들이어서 꼬여서 교회를 다녔습니다. 그때는 한국전쟁 후라 못 살 때였는데 밥에 비벼 먹는 버터가 있어서 비벼 먹으니 그렇게 맛있었습니다. 버터에 꼬여서 계속 교회에 다녔는데 말 구유에 태어났다는 건 재미 없고, 찬송가 부르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태어나기는 부산인데 아버님이 공무원이라 6살 때 함양으로 발령 나서 초등학교는 함양 산청에서 다녔습니다. 그때 지리산에 공비들이 밤으로 읍에 내려와서 기관총과 대포를 쏘고 부자는 인민의 적이라며 죽이는 것을 보고 죽음의 공포를 느껴서 밤새 잠을 못 잤습니다.
중학교 때 부산으로 나오고, 고등학교 1학년 때 영어로 된 성경책을 보기 시작했는데 영어공부도 했어요. 산상수훈이라는 성경의 핵심 되는 부분을 읽으니 이상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너희 것이요,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너희가 위로함을 받을 것이요라고 되어 있습니다.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너희 것이라는 말은 시제가 현재형이라 마음이 가난하면 천국으로 간다는 말이 아니라 바로 천국이란 말입니다. 이것이 풀리지 않아서 교회 목사한테 묻고 다녔습니다. 마음이 가난하면 바로 천국이라는데 왜 이런 말은 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목사님은 네가 믿음이 부족하니 기도하자고 했습니다. 부산 시내의 큰 교회 목사를 다 찾아다녀도 천편일률적으로 믿음이 부족하니 기도하자고 했습니다. 말이 다른 큰 교회 목사 한 사람은 네 마음이 하나님 주 예수 그리스도로 가득찬 영혼이 되어야 마음이 가난해진다고 했습니다. 성령을 받으면 가난하다는 말인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마음에 성령이 가득하면 부자인데 어떻게 가난하다고 하느냐 하니 결국은 네가 믿음이 부족하니 기도하자고 했습니다. 성경에 겨자씨만한 믿음만 있어도 산을 옮긴다고 했는데 목사님은 얼마나 믿음이 작아서 산을 못 옮기느냐고 성을 내니 무례하다고 쫓겨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부자가 천국에 가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 만큼 어렵다고 해서 부자는 왜 천국에 못 가느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때 함양은 위험해서 지원하는 공무원이 없어 부친이 두 가지 보직, 등기소장과 치안판사를 겸해서 월급이 두 배로 나와서 함양 시골에서는 제법 잘 사는 집이라 옷도 좋은 거 입고 다녔습니다. 그래서 부자는 천국에 못 간다고 하니 이상해서 물었는데 목사도 몰랐습니다. 학교 도서관에 가서 처음으로 반야심경 해설서를 보니 더운 날에 얼음 사이다를 마신 기분이라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전생에 불교 공부를 좀 하기는 했나 봅니다. 중3에 믿음이 장하다고 세례를 받았으니 불교책을 보는 것이 뭔가 좀 걸렸는데 성경에는 협박하는 구절이 있어서 지옥에 간다고 해서 겁이 났습니다. 그래서 고등학생 때는 사이비로 교회 가기는 가는데 뭔가 아닌 것 같았어요.
대학 2학년 때인데 조계종에서 말하기를 청담스님 신도를 빼면 서울 시내 불교신자가 반으로 준다고 할 정도로 청담스님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토요일에 청담스님을 대학에 모셨는데 학생들이 따뜻한 봄날에 다 놀러 가고 안 와서 서울법대 불교 학생회에 비상이 걸려서 법대 있던 자리인 이화동 동네마다 다니면서 벽보를 붙이니 동네 사시는 분들이 제법 모였습니다. 학생이 적어 법사한테 예의가 아니라고 해서 저도 자리 채우러 갔습니다. 청담스님은 키가 크고 인물도 좀 여성적으로 곱상하면서 분위기는 근엄했습니다. 법문을 한 시간 쯤 들으니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너희 것이라는 답을 알게되었어요. 이것을 마음이 가난하다고 하는구나! 청담스님은 우리가 쓰는 마음은 망심이고 진짜 마음은 진심으로 따로 있는데 망심을 쓰면 중생을 벗어나지 못하고 진심을 쓰면 바로 부처가 된다고 했습니다. 한 시간 내내 진심과 망심을 구분하셨습니다. 망심에서 분별망상을 다 털어버리면 남는 건 진심이다. 다 털어버린 진심에는 허공처럼 아무 것도 없다. 그러니 마음이 가난하면 바로 천국이라는 뜻을 알겠어서 그 뒤로는 고시공부 때려치우고 청담스님을 따라 다녔습니다.
대학4학년 때 대학생불교연합회 수련대회를 부산 범어사에서 했는데 거기에서 광덕스님을 만났습니다. 광덕스님이 강의를 두 개인가 맡았는데 하나는 선관책진으로 중국 명나라 말기에 고승이 간화선에 관한 얘기를 묶은 책입니다. 제 기억에는 광덕스님이 열변을 토했습니다. 보기에는 인물이 좋아서 청담스님과 분위기가 비슷해서 맑은데 알아보니 광덕스님도 기독교인이다가 19세쯤에 폐병에 걸려서 살려고 범어사에 왔습니다. 그때 하동산 스님이 주지로 계셨는데 폐병이 완전히 낫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 나았어요. 동산스님이 광덕스님을 보고 불교공부를 시키면 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스님이 시간만 나면 광덕스님을 살살 회유를 해서 기독교에서는 그것을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물어보고 이상한 점이 있으면 동산스님이 지적을 해서 개인교수하듯이 광덕스님이 출가하도록 했습니다. 광덕스님은 동산스님 덕분에 사람 되었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제가 그때 광덕스님께 받은 인상이 화두공부를 아주 열심히 하는 분이라는 겁니다. 광덕스님의 선관책진 강의를 듣고는 화두를 못 깨면 불교 공부 하나마나란 것을 배웠습니다. 대학졸업할 때까지 그 책을 옆에 두고 매일 열심히 봤습니다. 대한불교라는 불교신문에 행원스님이 화두를 얘기하면서 화두를 깬 고승 이야기를 섞어서 연재한 내용을 읽으면서 병이 깊어졌습니다. 화두를 못 깨면 남자가 아니라니 출가하고 싶은 생각이 들죠? 저는 잠을 하루에 8시간 못 자면 견디지를 못해서 물어보니 절의 행자시절에는 6시간도 못 잔다는 얘기를 듣고 자신이 없어 범어사의 스님께 찾아가서 물어보니 일언지하에 안 된다고 해서 출가도 못했습니다.
27살에 우연히 금강경 강송이라는 책을 보니 백봉 김기추라는 거사가 쓴 건데 자문자답한 내용이 있어서 보니 허공의 중심이 어디냐는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 지구도 허공에 떠다니는 흙덩어리이고 우리가 사는 우리은하계 중에서 태양계와 지구가 있고 은하계가 얼마나 큰지 모릅니다. 천문학자들도 은하계가 얼마나 있는지 모르는데 우리에게 보이는 맨 끝의 은하 너머에도 역시 허공의 은하가 있어서 거기에서 빛이 지구까지 오는 시간이 있으니 허공은 끝이 없는데 허공의 중심이 어디냐고 묻고 답은 상투 끝에 꽂힌 동곳이라고 합니다. 옛날 사람은 상투를 틀고 머리 안 흔들리게 동곳을 꽂는데 이것이 허공의 중심이라고 하니 충격적이라 내가 보기엔 이 분이 견성한 것 같았습니다. 찾아보니 백봉거사는 대전에 계셨습니다.
제가 28살에 백봉거사가 부산에 와서 영도 도서관에서 금강경 강의를 한다고 해서 쫓아갔어요. 백봉거사는 잘 생겼는데 눈이 부리부리하고 눈에서 불빛이 나오며 목소리도 우렁차고 무엇보다도 자신만만했어요. 제가 만난 분 중에 자신만만한 분은 청담스님 성철스님입니다. 백봉선생은 법문하다가 갑자기 왜 지구가 태양 주위를 뱅뱅 돌지? 허공은 끝이 없는데 돌다가 태양계를 벗어나서 우주 밖으로 나가면 어쩌지? 아는 사람 답을 해보라니 답할 사람이 누가 있나요? 스스로 답합니다. 벽에 그려놓은 복숭아 그림이 떨어질까 걱정하지 마라. 그것은 화두에도 없는 것이고 답도 희한한데 그야말로 자신이 만만합니다. 법회하는 중간에 누가 질문을 해도 당장 답을 하는데 그렇게 당당한 사람은 처음 봤습니다. 그 분은 금강경과 유마경을 강의했습니다. 스승도 없어서 그 분은 대단한 선지식인데 우리나라에 온 지가 천 년 되었다고 말합니다. 너무 오래 되어서 도솔천에 가면 다시 안 올 거라는 얘기를 가끔 합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약간 과대망상 같은데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신통이 대단했습니다. 백봉선생의 주장은 절대 신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신통을 보이는 것은 마구니이고 신통을 따라 배우면 신통이 재미있어서 불교 공부 안 된다고 합니다. 내가 놀란 것은 그 분이 타심통이 대단해서 질문을 갖고 앉으면 뭘 물으러 왔는지 압니다.
백봉선생이 만든 선원이 보림선원인데 저는 부산의 선원을 맡아 있고 서울의 보림선원장은 여자, 일심행입니다. 일심행이 대학 2학년일 때 분홍 꽃이 진짜 분홍색인가 하는 것이 의심이 났는데 그 의심은 중학생 때부터 났다고 합니다. 교회 열심히 다니다 의문을 풀어줄 선생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 인사하고 앉으니 백봉거사가 이 빨간 꽃이 빨간색이 진짜 맞냐고 묻더랍니다. 자기가 의심하는 걸 바로 물으니 놀랐겠지요. 그래서 바로 공부를 했습니다. 백봉거사는 법회를 매일 했습니다. 말세 중생은 경전을 죽자사자 않으면 지견이 안 난다고 하면서 매일 강의를 3년 들었습니다. 그 여학생은 온 지 28일 되는 날 화두를 깼습니다. 2년 3년씩 공부하던 도반들은 속에서 열이 터지지요. 백봉거사는 온 벽에다 화두를 다 적어놓고 차례차례 다 물으니 그 학생은 다 답을 했습니다. 그때 학생이 견성했다고 부산 시내가 난리나고 선원이 비좁아서 이사를 할 판이었어요. 나이 60, 70된 분들이 백봉거사에게 인가를 받았어요. 불법에 지견이 나면 어디 가서 남을 가르칠 만하다고 인가를 합니다. 견성한 건 아니니 오해하지 말라 했습니다. 40대 말인 보살님은 상기병이 났어요. 화두 깨는 것과 견성은 다릅니다. 저도 같은 줄 알았는데 화두를 깨는 것은 영리한 사람이거나 경을 열심히 공부하면 화두를 깹니다. 모든 화두를 깨지는 못해도 절반은 깰 수 있습니다. 전부 다 깨려면 견성해야 됩니다. 지금은 화두가 깨어져도 인가 받을 데가 없잖아요.
제가 공부하면서 의지한 유일한 스님이 범어사 방장으로 계시는 지유스님입니다. 동산스님이 아침 되면 도량 청소할 때 제일 먼저 빗자루 들고 법당 앞에 서 있으면 절의 모든 스님이 다 나옵니다. 누가 빠지면 얼른 불러오라 하지만 지유스님이 안 보이면 어디에서 공부한다고 찾지도 않고 부르지도 않을 만큼 공부가 되었다고 인정한 겁니다. 얼마 전까지 범어사 방장으로 계셨지요. 성철스님은 동산스님의 첫째 제자이고 지유스님은 한참 밑의 제자로 사형사제간입니다. 성철스님은 머리는 거의 천재급이라 불경을 한 번 보면 대강 다 외고 조계종에서 성철스님과 맞붙어서 논쟁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그것을 제일 먼저 발견한 스님이 청담스님이고 성철스님의 위상이 청담스님 덕분에 조계종에서 확고해져서 아무도 손을 못 댈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성철스님이 지유스님을 만나면 이상해집니다. 성철스님이 심장 박동기를 달고 온 것을 보고 지유스님이 웃으면서 약을 올리면 얼굴이 벌개집니다.
성철스님은 돈오돈수를 얘기하고 범어사에서 지유스님은 돈오점수를 말해서 인정을 받지 못했습니다. 지유스님은 돈오돈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육조스님도 나뭇꾼 사이에 섞여서 점수 수행을 했는데 어느 잘난 사람이 돈오돈수가 된다는 말인가? 부처님도 공부하고 6년 고행하시고 견명성오도하시고 나서도 법문하실 때는 반드시 삼매에 드시죠. 돈오돈수는 전생에 공부가 10지를 넘어 서서 11지 보살쯤에 간 수행자가 이 생에 태어나서 공부를 하게 되면 전생에 공부를 다 했으니까 이 생에 화두 깨고 견성하면서 바로 불지에 오를 수 있는 것을 돈오돈수라 하는데 그것은 부처님도 안 됐는데 누가 돈오돈수를 하겠는가? 우리나라에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돈오점수의 선입니다. 그런데 성철스님이 난데없이 돈오돈수를 얘기했습니다. 화두만 깨면 바로 불지에 오른다고 했는데 결국은 선지식이 없어서 그렇게 큰소리 쳤습니다.
경허스님이 근세에 나셔서 우리나라에 선맥이 살아났습니다. 경허스님의 유명한 제자분이 있는데 경허집에 보면 열심히 하는 것은 수월을 따라갈 사람이 없고, 지혜가 밝은 것은 혜월을 따라갈 사람이 없고, 불사를 벌리는 것은 만공을 따라갈 사람이 없다고 평했습니다. 결국 지혜가 높은 혜월만 인가한 겁니다. 혜월이 인가받은 바람에 혜월의 제자가 운암, 운봉이 있는데 운봉이 먼저 인가를 받으면서 전법제자가 되고 운암은 나이는 같아도 뒤에 인가 받아서 직계제자는 못되었습니다. 두 사람이 혜암스님을 모시고 부산에 오래 계셨습니다.
경허스님이 무슨 일이 있어서 강사를 그만두고 화두를 들었다고 했습니다. 1700공안을 훑어보니 여사미거 마사도래, 나귀의 일이 끝나지 않았는데 말의 일이 오는구나. 뜬금없는 소리죠? 나귀 일이 끝나지 않았는데 말의 일이 온다는 화두가 이상해서 경허스님은 이 화두를 들었습니다. 경허스님이 강사하던 계룡산 동학사에서 강원 문을 닫고 방에 앉아서 참선을 했다고 한용운스님의 기록에 남아있습니다. 하던 강사를 팽개치고 자신의 공부를 하겠다면 딴 데에 가서 숨어서 해야지 동학사에서 할 수 있을까 저는 옛날부터 이상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충남에 천장암이 있는데 천장암의 주지가 경허스님의 친형이라 그곳에서 화두를 들었다고 합니다.
어느 날 박태평이라는 선지가 높은 거사가 천장암에 놀러 와서 경허스님과 인사를 합니다. 저는 성우라고 인사하니 태평거사가 그러면 깨달은 소는 뭣이 다르냐고 묻지만 대답을 못합니다. 그러니 태평거사가 참선하는 수좌가 그러면 되나, 콧구멍이 없다 정도는 답해야지 하는 말에 경허스님 화두가 깨어졌습니다. 천장암 바로 앞의 산이 연암산으로 제비같이 생긴 산입니다. 경허스님의 오도송입니다. 어떤 사람이 콧구멍이 없다는 소리를 듣고 삼천대천 세계가 나인 줄 알았다. 6월 연암산 밑에 농부가 태평가를 부르구나. 태평거사 이름도 나오죠. 천장암에서 화두 깼다는 말이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산 수덕사의 최만허라는 스님은 만공스님의 제자인데 그 스님의 책에 보면 경허스님의 오도에 관한 연기가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경허집에 나와 있는 연기는 한용운 스님이 정리하여 적은 내용으로 오대산 월정사의 방한암 스님이 쓴 글도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만허스님은 만공스님의 직계 제자라서 잘 알텐데 생각하고 그래서 만허스님의 제자인 혜일스님을 찾아서 물어봤습니다. 혜일스님이 말하기를 우리 스님은 총기가 영리해서 한 번 들으면 절대 안 잊어버립니다. 우리 스님이 굳이 그렇게 썼다면 그 글이 맞다. 거짓말할 분이 아니다는 말을 듣고 천장암을 찾아가보니 바로 연암산이 나왔습니다. 경허스님이 깨닫게 된 동기가 거사로서 박태평거사 때문에 견성했습니다. 그러니 스님들은 좀 기분이 안 좋아서 한용운 스님이 슬쩍 바꿔치기했겠죠.
그렇게 경허스님으로 우리나라에 선맥이 살아나서 제가 대학 다닐 때 견성했다고 남들이 인정한 스님으로 전강스님, 효봉스님, 전라도 내소사의 혜안스님이 당시에 살아계셨습니다. 그때 성철스님은 크게 이름이 날 때가 아니었습니다. 세 분 스님이 다 돌아가시니 남은 스님은 성철스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 백봉선생님은 성철스님이 불법을 망친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돈오돈수가 세상에 어디 있나? 전에는 불교 공부하다 지견이 나면 지견이 났다고 인정합니다. 그런데 돈오돈수가 유행하면서는 지견 나면 뭐하나? 초견성해도 점수를 해야 되면 진짜가 아닌데 돈오돈수가 진짜인데. 그러니 지견이 난 스님도, 초견성한 스님도 다 똑같다는 생각이 선방의 수좌들에게 만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박성배교수라고 동국대 교수하다 성철스님에게 머리를 깎고 출가했습니다. 가족들이 난리를 쳐서 할 수 없이 환속을 해서 미국 뉴욕대학의 불교학 전공 교수로 갔습니다. 박성배교수가 돌아와서 성철스님을 찾아갔어요. 스님, 돈오돈수 맞습니까? 보조국사도 돈오점수라 했는데 그러면 스님이 보조국사보다 한 수 위입니까? 하고 물었어요. 성철스님이 아무 대답도 못했다고 박성배 교수에게 직접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스님들이 거짓말은 안 하거든요. 내 생각에는 돈오돈수라 생각하는데 생각일 뿐이죠. 그래서 박성배교수가 스님께 대들었어요. 스님도 돈오돈수를 못 했으면서 어떻게 지눌 보조국사를 폄하할 수 있느냐고. 다음날 미국 돌아간다고 박교수가 인사하러 왔는데 성철스님이 문 닫아라고 해서 인사를 못하고 갔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우리가 어정어정하다 보면 주위 친구들이 하나씩 갑니다. 그러면 우리는 다음에 어디서 태어나죠? 다음 생에 한국에 태어난다고 치면 공부는 어디서 합니까? 지유스님 말씀에 2년 전 상당법문할 때 들은 이야기입니다. 스님이 근 40년 동안 기다렸는데 선방에서 화두 깼다는 소리 들은 적이 없다. 어떻게 된 일이고? 이건 필시 공부 방법이 잘못 된 거다. 지금도 선방에 가면 수좌들이 죽자사자 합니다. 물론 문제 일으키는 승려, 명리승이 많이 있지만 그래도 선방에 가면 아직도 화두 깨겠다고 앉아 있는 수좌가 많이 있습니다. 지유스님은 범어사에서 조실을 하고 있지만 워낙 인기가 없습니다. 성철스님을 높이 모시고 지유스님은 폄하하면서 왜 조실을 시키느냐 하니 고참스님 말이 우리 젊을 때 보니 동산스님이 계속 지유스님을 인정했기 때문에 공부가 됐으리라 싶어서 하는 수 없이 조실을 시킨다고 말합니다. 제가 솔직하다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불교 공부를 하려면 옛날 스승을 찾아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고려 때는 보조국사가 제일 유명하고 고려말기에는 태고화상 나옹화상 백운화상이 중국에서 알아줄 정도로 유명하죠. 조선시대에는 서산대사가 있습니다. 서산대사의 선가귀감에 보면 처음에는 경과 논을 가지고 불교교리를 배워야 된다. 그리고 불교교리를 다 배웠는데도 도저히 지견이 안 나서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면 화두를 들라고 했습니다. 이것을 사교입선, 교를 버리고 선에 든다고 합니다. 교를 공부했는데도 불교도리를 모르겠다면 선에 들어가라고 했습니다.
경을 보고도 지견이 나거나 견성하는 사람이 많이 있어요. 육조대사는 『금강경』의 응무소주 이생기심 소리만 듣고 초견성했거든요. 오조 홍인대사 찾아가서 방아 찧다가 야반삼경에 강의를 듣고 대오를 했죠. 당나라 때 규봉선사는 『원각경』 읽다가 견성했어요. 그런데 중국의 어느 스님 말로는 경을 읽다가 가장 많이 견성하는 경전은 『능엄경』이라고 합니다. 중국 스님이 능엄경 강의할 때 마다 이 구절에서 어느 어느 스님이 견성했다고 말합니다. 불경 보면서 고3 공부하듯이 바짝 공부하면 지견 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제 경험에 의하면 백봉거사가 3년을 매일 강의를 했는데 그때 한 15명이 지견이 났어요. 견성한 건 아니라고 했습니다. 지견났다는 건 말을 들으면 이 사람 알고 하는 소리인지 말만 어디서 배워 하는 건지 금방 구분이 됩니다. 이런 눈이 생긴 것을 지견났다고 합니다. 세월은 잠시입니다. 일단 서산대사의 선가귀감에 나오는 대로 경을 배워야 합니다. 저는 대학 때 동국대학교 역경원장으로 계시던 운허스님을 쫓아다녔습니다. 운허스님 말씀이 공부를 하려면 절에서 배우는 교과과목대로 배우라고 했습니다.
처음에 능엄경 10권을 배우고 대승기신론을 배우면 불교의 기본은 됩니다. 그 다음에는 원각경을 보고 금강경은 맨 뒤에 합니다. 금강경에 보면 응무소주 이생기심이 나오는데 무슨 말인가? 무주상보시, 상에 주하지 말고 보시하라 하는데 거리에 앉아 있는 걸인을 보고 돈을 줄 때 배 고프겠다, 돈을 줘서 밥이라도 사 먹게 해야겠다 하는데 걸인을 보고 거지라 생각하고, 배고프겠다, 돈이 필요하겠다, 생각하는 건 상을 보고 모습에 끄달리는 건데 어떻게 해야 무주상보시가 되는지 금강경에는 그 설명이 없습니다. 능엄경 기신론 원각경을 다 알아야 응무소주 이생기심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됩니다. 그러니 뜻도 모르면서 매일 보면 안 되니 금강경은 제일 뒤에 가르친다고 합니다. 금강경을 가르치려면 한 소식을 한 선생한테 배워야 합니다. 탄허스님께도 여쭤보니 능엄경부터 보는 것이 맞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은 제가 대학 때 들은 말인데 지금도 그 말을 하고 있지만 참으로 맞는 말입니다.
오늘 박홍우 회장님과 인연이 되어서 여기 오게 되었는데 여러분한테 무슨 말씀을 드릴까 생각하다 내 공부하던 얘기 좀 했습니다. 여러분이 금강경을 배우고 계신다는데 아주 어려운 경전이라 응무소주 이생기심이 되면 육조스님과 같은 겁니다. 범어사 무비스님에게 능엄경과 기신론은 두고 왜 화엄경 80권을 가르치느냐 하니 능엄경이 훨씬 어렵고 딱딱해서 차돌능엄경이라 하고 깐깐기신론이라 못 가르치고 넓은 화엄경을 가르친다고 강원에서 말했다고 합니다.
원효스님이 번역한 경은 많은데 내 전공은 능엄경이라 평생을 능엄경만 들여다보고 있다. 시간만 나면 읽는데 아직 잘 모른다고 말씀하십니다. 조선시대 제일 가는 천재가 율곡선생인데 율곡선생이 모친이 돌아가셨을 때 절로 달아났어요. 주지스님이 보니 벼슬할 사람이라 능엄경을 던져 주면서 이거나 읽다가 가라고 했답니다. 퇴계선생은 한 번에 다섯 줄을 읽는데 율곡선생은 한 번에 열 줄을 읽어서 그렇게 읽으니 능엄경을 하루에 한 번씩 읽는 겁니다. 율곡선생이 절에 3년 있었으니 탄허스님이 계산하기를 율곡선생이 능엄경을 천 독 했다고 하면서 율곡은 견성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율곡선생이 절에서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보면 내가 전생에는 김시습이었는데 벼슬하려다 중이 되었고, 이 생에는 중이 되려다 도로 벼슬하러 나가겠다는 시가 문헌상에 확실히 남아있습니다. 전생에 김시습이었음을 아는 것은 적어도 초견성은 했겠죠. 그래서 탄허스님이 능엄경 천 독하면 견성한다고 말씀했습니다.
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광덕스님은 기상이 좋아서 기상이 맑고 긍정적이고 마하반야바라밀 운동을 펼쳐야 된다고 범어사 계실 때에도 그러셨습니다. 그런데 우리 때에는 먼저 깨쳐야 되는 게 급선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뒤에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광덕스님은 돈에 얽혀서는 잡음이 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조계종에서 광덕스님은 돈 액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빛이 나는데 다른 스님은 공사비가 적어도 잡음이 많다고 어느
제자에게 말했다고 합니다. 사표가 될만한 광덕스님의 얼을 이어 받아서 이런 법회를 잘 이끌어가고 있으니 여기에다 공부를 해서 지견이 나고 견성을 하면 금상첨화겠지요. 감사합니다.
<불광인의 선서>
우리는 횃불이다. 스스로 타오르며 역사를 밝힌다
내 생명 부처님 무량공덕 생명, 용맹정진하여 바라밀 국토 성취한다.
우리는 불광법등입니다. 전법으로 무상공덕을 삼겠습니다.
보현행원으로 보리 이루리!!! 나무 마하반야바라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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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바라밀님 매번 법문 정리 대단하십니다.
후대에까지
좋은 자료가 될것입니다.
언제나 고맙고 감사드립니다.
한국 근현대사의 선지식들을 모두
말씀해주시고
공부의 순서를 말씀해주신 황정원법사님께
감사감사드립니다.
나무마하반야바라밀 ()()()
바라밀 님 법회일지 작성하시느라 고생하셨어요.
황 교수님의 말씀을 들으니 내가 불교를 만나기까지의 시간들이 생각 났습니다.
매번의 법회의 내용과 영상들이 조화를 이루도록 일지를 꾸며주시니 흡사 법회에 동참한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법문 녹취 기록물은 언제나 제게 복습의 자료가 됩니다
노고의 덕택입니다
감사드립니다
나무마하반야바라밀
이번 주 사진은 원각화 보살님께서 수고하셨습니다. 자료사진은 송지보살님께서 애써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