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6 구간 : The journey is the reward. (여정 자체가 보상이다.)
Ube 宇部 -> Izuhara 嚴原 (대마도) -> 통영
(177 nm , 2011.10.10 ~10.12 약 42시간 항해, 야간항해 2회)
여행기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조금 긴여행을 다녀왔다.
백수의 특권인 여유있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값싼 항공권을 구입, 필리핀 스쿠버 다이빙 여행 15일...
혼자 가는 여행인데다, 주변머리 없는 성격을 감안하여 홀로 지샐 그 긴긴 밤 시간들의 벗으로
920 페이지에 1.5kg이나 되는 두툼한(유사시 베개나 호신용 무기로 쓸 수도 있겠다는 계산하에) 스티브 잡스의 전기책을
들고 갔다.
혹시나, 끝까지 읽지 못하는거 아닌가 하는 걱정은 여행시작 4일만에 기우로 판명되었다. 다 읽어 버린 것이다.
스티브 잡스라는 사람에 대해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사실들이 하나 둘 꿰어 맞춰지며 내가 잘못 알고 있었거나 오해했던
부분들, 궁금했던 것들이 거의 모두 밝혀지게 되었다. 아, 잡스... 참 멋진 사람이다. 그 책 중 가장 인상깊었던 구절...
"The journey is the reward."
여정은 (목적지로 향하는 과정이지만, 그 자체로) 보상이다.
스티브 잡스, 『스티브 잡스』공식전기 중에서
긴 여행을 다녀온 후, 사실, 흐름이 끊어져서 그런지 여행기를 쓸 에너지가 좀처럼 생기지 않았다.
억지로 여행의 데이타를 기계적으로 나열해 보았자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세일링'을 했다. 찬바람이 조금 강한 황량한 겨울바다...
최대한 엔진을 이용하지 않고 '세일링'을 시도해 보았다.
평소, 세일링에는 전혀 몹쓸(!) 배라고 생각했던 '본보이'호가 강한 겨울바람을 안고 안정적이고 부드럽게 나아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리깅의 상태나 구조가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일단 바람을 안으니 배는 부드럽게 흔들리는 요람처럼 편안한 느낌을
그 안에 타고 있는 사람들에게 선사해 주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기분좋은 음악에 취해(약간의 알콜도 포함하여),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과의 즐거운 대화 속에
목적(지)도 없는 항해였지만 여정 자체가 보상으로 느껴지는 황홀한 시간을 경험할 수 있었다.
생각해 보니, 세일링과 스쿠버 다이빙은 '과정(여정) 자체가 보상이 되는' 그리 흔하지 않은 활동 중 하나인 것 같다.
안타깝게도, 20년이 조금 못되는 직장/직업 중 일 자체를 보상으로 여기며 열정적으로 자신을 쏟아 부었던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세일링과 스쿠버 다이빙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오사카 - 통영 딜리버리 항해가 끝났다. 다행히도 무사히...
이번 항해가 단편적 경험으로 끝날지, 혹은 더 큰 여정의 첫 부분을 장식하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확실한 건, 그 느낌들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달콤 쌉싸름한 추억의 한 페이지를 제공해 줄 거란 사실이다.
마지막 네 번째 다리를 향해 나아간다. Shimonoseki 의 Kanmon 關門 다리.
요트 동호인들 사이에 워낙 유명한 곳(딜리버리 스키퍼들의 초기 고생담의 단골소재)이라 감회가 새로웠다.
서류(한국쪽으로 흐르는 조류)가 시작되는 시간을 맞추다 보니 자연스레 야간항해를 다시 하게 되었다.
오른쪽을 보면 "w" 라는 전광판의 글자가 보인다.
west, 즉 서쪽으로 조류가 흐르고 있다는 표시. 조류의 방향과 세기가 번갈이 표시된다.
밀물에 한국으로의 순조류(서류)가 발생한다.
조류의 도움을 최대한 받는 것도 좋겠지만, 곳곳에 생기는 와류나 최대 8~9노트에 육박하는 속도 등을
고려할 때 밀물 시작과 함께 지나가는 것이 안전할 것으로 보인다.
시모노세키의 황홀한 야경.
Kanmaon kaikyo 關門海峽 의 야간항해가 항해자체로는 약간의 위험부담이
있음에도 (협수로가 약 10 마일 이상 이어지고, 곳곳에 와류가 있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게 만드는 사이렌의 노래같은 야경의 아름다움이 있다.
Kanmaon kaikyo 關門海峽 의 야간항해 시, 가급적 항로 가장 끝을 항해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인 것 같다.
한국으로 향하는 방향이라면 '녹색등'에 바짝 붙어서 이동
Shimonoseki 와 Tsushima 사이의 바다. Tsushima kaikyo 쓰시마해협이다.
군청색의 바닷물과 파장이 긴 파도가 '난바다'에 나왔음을 실감하게 해 주었다.
Tsushima 對馬 대마도 Izuhara 嚴原 항구 입구.
웬일인지 '대마도' 부분은 모든 전자해도에 간략하게 나와있어 Izuhara 항의 위치를 가늠하는 것이
조금 헛갈렸다.
Izuhara 嚴原 항구 안의 조용한 풍경.
제주도가 오히려 더 이국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대마도는 우리 땅과 느낌이 비슷하다.
Izuhara 嚴原 항구에서 음식과 연료를 보충했다.
주의할 점은, Izuhara 嚴原의 기름값이 일본 본토보다 20% 이상 비싸다는 것!!!
연료 보충은 가급적 일본 본토에서... (2011년 10월 현재, 디젤의 가격은 한국과 거의 같은 수준임)
'대걸비도'(?)의 등대. 매물도 남방 3마일 정도의 지점에 있다.
부산이 아닌 통영을 목적지로 했기 때문에 매물도 근방을 통과했다.
드디어 도착, 통영~~~~~~~~~
거북선이 이곳이 충무공 이순신의 고장 통영임을 웅변하고 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순신배 요트대회(2011.10.14 ~ 10.16) 준비가 한창 이었다.
첫댓글 와~~~!
대단해...
휴~ 겨우 마무리를 지었네요 ^^;
졸속한 마무리였지만 그래도 끝을 보아 시원합니다.
다, 박과장님과 '본보이'호 덕분입니다. ㅋㅋ
진짜..
같이 일본에 갔다온것 같네요....
다음엔 진짜 같이 일본 다녀오자구요!!!
마리아/미리내 식구와 함께 간다면 100배는 더 즐거운 항해가 될 것 같습니다.
임영우씨, 인생은 짧습니다... ㅋㅋ
항해기 감사합니다......자주좀 올려 주십시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주말, 전곡 앞바다 항해에서도 느낀 점이지만 일상적인 주말 세일링에서도 느끼는 바가 많더군요..
찬바람에 세일링이 좀 불편한 계절이지만 부지런히 나다녀야 겠습니다. ㅋㅋ
잘 읽고 갑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
저의 행복을 빌어주셔서 정말 행복한 하루가 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호성님 올리시는 글들도 잘 읽고 있습니다. ^^
필리핀 잘갔다 오셨군요 그리고 오자마자 겨울바다 항해까지 하고 ㅎㅎ 대단~~~
항해기를 기다렸는데 넘 반갑네요
그리고 "여정은 보상이다"는 말이 공감과 많은 생각을 하게 하네요
아이고, 장지원님.. '벗삼아'호가 빨리 출항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말 멋진 항해가 될 거란 상상에 벌써부터 기대만발입니다. ^___^
그러게요 저도 기대가 많이 되고 마음이 설래입니다.
요번주 군산에 있는 썬마린호를 타고 어청도를 1박2일 항해를 하려고 하는데
날씨가 걱정이네요 ㅎ 얼른 같이 항해하며 많이 배워야 할텐데 많이 가르쳐 줘요~~~
썬마린호 선장님 경험과 스킬이 장난 아닙니다. ^^
많이 배우는 시간이 될 것 같네요.. 꼬치꼬치 물어보셔서 다 알아내시길... ㅋㅋ
낚시도 정말 '도사급' 입니다.
정말 정말 잘 봤습니다.(__)
사진 동영상 , 하나하나 정리하는것도 일인데... 거기에 멋진 글 까지.. 많는 시간을 써주셨습니다(__)
자세하게 써주시고 보여주시고...
정말 감사였습니다. (__)//
안녕하세요, 이치카와 님.
다음에는 사진기를 가지고 가서 사진/동영상을 찍어야 겠어요..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동영상이라 실제 모습보다 훨씬 안 이쁘게 나왔네요.
그래도, 볼 만 하셨다니 다행입니다. ^^